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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2 - Another Public Enem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명절에 하는 특선 영화를 보는 재미는 매우 쏠쏠하다. 특히 이번 설에는 '공공의 적 2' 덕분에 아주 큰 재미를 얻을 수 있었다. 군대 가기 전에 TV에서 하는 영화나 실컷 보고 가자고 생각했는데, 이번 설날에 한 영화 가운데 잔뜩 높아진 기대에 미친 영화는 '공공의 적 2'뿐이었다.
항상 두꺼운 서류를 뒤적이면서 사무실과 법정만 들락날락하는 보통 검사와 다르게 강철중(설경구 분)은 잠복 근무하는 형사와도 같은 괴짜 또는 꼴통 검사이다. 그가 명성 재단 이사장 한상우(정준호 분)에 관한 사건에 손을 대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원래 재단을 물려받기로 되어 있던 큰아들이 사고로 죽고 미심쩍은 점이 발견되면서,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든 강철중은 한상우와 극도로 대립한다.
설경구나 정준호나 연기 하나는 정말 잘 한다. 설경구는 '실미도'에서 나에게 이미 그 진가를 보여주었다. 여기에서도 답답하고 꽉 막힌 검찰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대사를 아낌없이 쏟아내,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강철중과 같은 검사만 검찰에 있다면 지금과 같이 욕을 먹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이 영화에서는 설경구보다는 정준호가 더욱 놀라웠다. 정준호는 평소에 악역을 잘 안 맡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악역을 맡아서 악역에는 도가 튼 견미리에 맞먹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를 보면서 때려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는데, '영화를 보는 모든 사람이 나를 죽이고 싶을 것이다'라는 면담 제목이 적어도 나한테는 딱 들어맞은 셈이다.
얼핏 보기에는 강우석 감독이 이 영화로 검찰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하려고 한 듯 하다. 미국으로 떠나려고 하는 한상우를 잡고자 증거를 완전히 마련하지 못했는데도 출발하는 강철중을 상관이 가로막는다. 그러자 강철중은 그 상관에게 법이 도대체 무엇이냐면서 보는 사람 속을 후련하게 한다. 한 번 벌어지기 시작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상관들 모두 줄줄이 자기 직위를 내놓으면서까지 한상우를 잡는데 협조한다.
그러나 막상 영화를 본 사람들은 검찰 홍보 영화라는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권력을 쥐고 있는 검사들이 영화에서처럼 자기 지위를 넘기면서까지 사회악을 처단하고자 힘쓸 일은 절대 없다는 것이다. 뼛속까지 관료주의에 물들어 있고 정경 권력과 결탁하여 온갖 추태를 보였던 검찰이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요즘은 검찰이나 경찰이 나오는 영화를 볼 때마다 내 친구 성진이가 떠오른다. 이 녀석은 검찰과 경찰 사이에서 갈등이 차츰 커지기 시작할 때 경찰대학교에 입학하여, 그 거대한 변혁을 온몸으로 목격하고 있다. 지금까지 '권력의 시녀'라는 맹렬한 비난에 시달렸던 검찰이 보인 문제점을 과연 경찰이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 이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나라를 좀먹는 한상우 같은 인물을 검찰이 쓸데없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과감하게 처리하는 날을 경찰이 과연 열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 성진이와 같이 의욕이 넘치는 젊은 인재들이 모인다면 충분히 희망이 있다.
그리고 노무현 정권이 적화 통일에 필요한 친북 이념 교육을 실시하려고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자 만들어낸 작품에 이 영화도 들어간다고 한나라당은 외쳤다. 그러더니 결국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사립학교법을 다시 의논하기로 결정했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이 5월 지방 기초의원 선거에서 표를 제대로 받을 확률은 0에 가까워졌다. 지금까지 제대로 한 일이라고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그러다가 이번에야말로 열린우리당이 잘 했다는 소리를 들을 만한 일을 했는데, 수구 기득권 세력이 되도 안한 논리로 생떼를 쓰자 결국 거기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열린우리당은 이 영화에 나오는 한상우 같은 사람이 설치고 있는 현실을 과연 제대로 개혁할 의지를 지니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