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셰익스피어 이야기
찰스 램.메리 램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나선숙 옮김 / 자유로운상상 / 200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토록 싫어하고 비판하는 학벌 구조 속에서 영어교육과에 다니는 학생이랍시고 은근히 덕을 보고 있는 것도 스스로 보기에도 꼴사나워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데, 영어교육과에 다니는 학생으로서 알아야 할 것도 제대로 모르는 주제에 영어교육과 학생이라고 대접받는 현실을 나를 너무 부끄럽게 한 나머지 오랫동안 굉장한 스트레스를 안겼다. 전공부터 확실하게 챙겨놓고 다른 공부를 해야지 그나마 그럴듯해 보이기라도 할 텐데, 이것저것 건드리기는 해도 제대로 해내는 건 거의 없고 전공 수업도 말아먹어 버렸으니, 주위 사람들이 보기에 얼마나 한심해 보였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이제부터 내가 교육학에만 죽어라고 매달리겠다는 건 아니다. 진정한 교수 기법은 되도록 많은 경험을 쌓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가르침을 받고 때로는 내가 가르치기도 하면서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지, 책상에 앉아 교육학 이론을 아무리 많이 외워봤자 머릿속에만 남아있을 뿐 실천할 수 없는 공허한 지식이 될 것이라는 신념이 내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임용 고시를 공부할 때는 어쩔 수 없이 달달 외우면서 공부해야겠지만, 보통 고시생들이 준비하는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그 전에 일단 사람들이 상식으로 인정해 주는 영문학부터 챙겨야겠다고 나는 영어교육과 교과 과정을 보면서부터 생각했다. 영어를 가르칠 때 교수 이론은 아이들에게 들려줘 봐야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서양 역사 수 천 년 동안 이어 내려온 문화와 정신 유산이 고스란히 반영된 영문학은, 영어를 가르치면서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과 연관된 영문학 작품이나 이론을 쉽고 조리 있게 설명한다면, 그 풍요로움과 즐거움이 아이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영문학 지도법 연구'라는 수업도 있지 않은가?



어디 영문학뿐이겠는가. 인류가 남긴 위대한 유산들은 영문학뿐만 아니라 모든 문학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거늘. 단지 내 전공이 영어교육이라서 영문학에 관해서는 좀 더 깊이 알아야겠다고 마음먹을 뿐이다. 어차피 인생 말년에 소설을 제대로 한 편 쓰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으니, 문학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놓아야 하고 전공 학문 가운데 하나인 영문학은 모조리 꿰뚫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대로 영어교육과 학생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내가 영문학에 관하여 제대로 아는 것은 거의 없으니 큰일이다.



군대에서 이 책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읽으면서 새삼스레 또 위기의식이 나를 휘어잡았다. '공부기술'과 '생각기술'을 쓴 조승연처럼 셰익스피어 작품을 고어로 읽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영문은 줄줄 읽고 완벽하게 이해할 수준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내 실력을 진단해 보면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 가운데 겨우 절반만 알고 있을 정도로 형편없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런 문제의식도 계속 머릿속에 푹 파묻혀, 바깥으로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남긴 주옥같은 명작을 산문으로 다시 각색하는데 매우 큰 어려움을 겪었고, 그렇게 공들였지만 원작과 견주어 볼 때 매우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라고 지은이인 찰스 램과 메리 램은 서문에서 몇 번이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나는 매우 재미있게 이 책을 읽어서 왜 이들이 그토록 양해를 구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아서 래컴이 그린 삽화에서 셰익스피어가 쓴 작품이 주는 느낌을 되도록 정확하게 표현하고자 힘쓴 흔적을 엿볼 수 있었고, 책을 정갈하게 우리말로 옮긴 나선숙 씨도 참 고생하셨다고 생각했다.



'노튼 영문학 개관'은 수업을 들을 때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서 겸사겸사 산 뒤 꽤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그 수업 시간에 조금씩 읽었을 뿐 혼자 다 읽어보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책은 꾸준히 읽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어렵지 않고 셰익스피어 이야기 전반에 담겨 있는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주제를 거듭 확인하면서 마음속에 스며들게 할 수 있으므로, 몇 번이고 다시 읽을 책 가운데 한 권으로 정하겠다. 그리고 나중에 반드시 원서를 구해서 읽어보겠다.  

 

http://cyworld.nate.com/Lyubishev -> 더 많은 자료는 여기에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8-12-20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찰스 램과 메리 램의 이 책은 눈여겨 보고 있는 책입니다. 셰익스피어의 대사들을 우리나랏말로 번역해 놓은 것도 애를 쓸수록 왠지 웃기고, 산문으로(이거 산문으로 풀어 놓은거 맞지요?) 그것도 찰스 램이 쓴 책이라면, 어떤 색깔일지 궁금합니다. 가뜩이나 우리 나라에 번역된 찰스램의 작품들은 거진 다 셰익스피어 작품이어서, 그거라도 읽어야 하는 독자이니 말입니다.

lyubishev 2008-12-31 13:32   좋아요 0 | URL
저도 글에서 적었듯이 일단은 반드시 원서를 구해서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원서를 읽어봐야 역서에 나오는 문장이 얼마나 깔끔한지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나름대로는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각색이 너무 지나치다면 그것 또한 탈이 되겠죠. 의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