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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선생 vs 여제자 - Lovely Rival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영화 '여선생 VS 여제자'를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두 가지 생각을 했다. 한 가지는 초등학생이었던 내 모습이었다. 그 때 나는 대단히 특이한 녀석이었다. 그런 나를 같은 반 친구들은 굉장히 많이 놀렸고, 나는 발끈하다가 볼 일을 다 봤다. 아무리 철딱서니가 없는 시절이었다고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는지 놀라울 정도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완전히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지만 말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도 아이들은 꼬투리를 잡아서 집요하게 놀려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거기에 반응한 것이야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짓이었다. 논리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는 논리를 들이대지 말고 아예 무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뭘 좀 많이 모르는 어린애답게 나는 사소한 것에도 발끈했고, 그런 나는 그야말로 다른 애들이 놀려먹기에 딱 좋았다.
'누구하고 누구는 좋아한대요'라는 말만 들어도 진저리를 칠 정도로 나는 그런 소문에 시달렸다. 사실 그것은 가장 타격이 큰 놀림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맞장구를 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는데 하필이면 나와 사귄다고 소문이 난 여자애가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하려면 밑도 끝도 없을 듯 하다. 어쨌든 이 영화는 그저 생각없이 보기에는 매우 재미있다. 나야 남자인데다가 여자 선생님을 좋아해 본 일도 없으니, 그에 관한 기억은 전혀 없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매우 예쁘고 친절한 분이셨는데, 특별히 어떤 감정을 느낀 일은 전혀 없다. 이미 그 전부터 나는 대단히 우울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시골 초등학교(배경이 전라남도 여수시인데 여수는 내가 살고 있는 경상북도 문경시보다는 훨씬 큰 도시이다)에 발령받은 미남 선생님 권상민(이지훈 분)을 차지(?)하려고, 왕내숭 열혈 노처녀 여미옥(염정아 분)과 어른 뺨치는 말빨과 초등학생답지 않은 성숙한 몸매를 갖춘 전학생 미남(이세영 분) 사이에서 벌어지는 우당탕 대소동을 보면 배꼽을 잡을 수밖에 없다. 여미옥이 선보이는 표정 연기는 그야말로 일품이며, 좌충우돌 소동을 벌이는 그리고 조연들도 나름대로 연기를 잘 해서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갈수록 유치해진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간중간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으며, 결말에 갑자기 왜 김봉두가 나오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하긴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에서 왜 그런 설정이 나왔는지도 충분한 설명이 없어서 수많은 논쟁을 낳고 있으니, 그 정도에 견주어 볼 때 단순히 재미를 선사하려는 장치라고 넘겼더니 골치 아플 필요가 없어서 편했다.
마지막으로 나머지 한 가지 생각이 무엇인지 쓰고 그만둬야겠다. 우리 과 여자들 가운데 분명히 나중에 이 영화에 나오는 여미옥과 같이 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기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