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트쿠튀르를 입은 미술사 - 명화 속에서 찾아낸 세기의 트렌드
후카이 아키코 지음, 송수진 옮김 / 씨네21북스 / 2013년 2월
절판


베블런에 따르면 유한계급에 속하는 여성은 "모든 생산적인 직업으로부터 면제되었거나 혹은 일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덧붙여 그녀들이 모드에 돈을 쓰는 이유는 "가부장을 대신해 소비하는 것이 경제 사회에서 여성의 임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과거의 가부장제도를 계승한 우리의 사회 체제는 특히 여성에게 가정의 지불 능력을 입증할 직무를 부여"했다. 남성은 노골적으로 옷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여성의 옷을 통해 과시하려 한 것이다. 베블런은 '과시'라는 역할을 다한 오트쿠튀르와 지금도 유명한 명품 브렌드가 19세기에 탄생한 이유 중 일부를 이렇게 설명했다.
누구나 평등하게 옷을 입을 수 있게 되고, 서민들도 질이야 어떻든 간에 유행하는 옷을 입을 수 있게 된 19세기에 옷을 통해 차별을 과시한 고급스러운 오트쿠튀르가 탄생한 것은 지극히 역설적이다. 하지만 사회의 계급 성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피에르 부르디외가 모드의 기능이란 좀 더 많이 차별화한 것에 있다고 말했듯이, 오트쿠튀르야말로 모드의 역할을 가장 충실히 실행한 셈이다.-190-191쪽

이 시대의 모드는 여성의 자연스러운 신체와는 거리가 먼 실루엣의 옷을 만들어냈다. 철제 기술의 발전 덕분에 옷의 형태를 안에서 교묘하게 지탱해주는 장치(코르셋, 크리놀린, 버슬 등)들이 새롭게 등장했다. 더불어 이 시대의 사회는 옷을 입는 것에 대한 규범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을 풍부해진 의생활의 증거이자 발전하는 문화의 한 정점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상징적인 것이 코르셋이었다.-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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