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아가기 - 비혼여성, 임대주택, 민주화 이후의 정동
송제숙 지음, 황성원 옮김 / 동녘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이들은 여성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다른 주변화된 정체성과 동일시하면서, 독단적인 정치운동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들은 소비주의를 통한 레저와 자기계발의 ‘필요‘가 자본주의적인 방식으로 전유된 것을 혐오하면서도, 삶이 즐거워야 한다는 자유주의적인 시장 이데올로기에 설득당했고, 쾌락과 욕망 추구의 측면에서 관리 가능한 삶을 일구기 위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자아의 기술‘을 채택하여 사적인 생활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였다. 미셸 푸코(1988)가 만들어낸 ‘자아의 기술‘개념은 사람들이 자아-지식("너 자신을 알라")과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네 앞가림을 잘하라")간의 관계에 대한 (서양)철학적 전통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들이 정치적 대의를 위해 개인적 행복을 억눌렀던 학생운동가들의 고통을 목격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즐겁게 사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된 점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p.21

과거 학생운동가였던 자경과 난이는 아무런 성찰 없이 사회의 흐름을 좇는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아니다. 자유화된 한국의 좌파 지식인들은 구조화된 자본주의 고용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삶에 대한 욕망과 유연한 노동시장에서 앞가림을 해야 하는 책임 사이에 놓인 딜레마에 직면해있다. 스스로를 긍정하고 돌보는 정동의 통로를 통해 자기만의 시공간 속에서 살면서 게으를 수 있는 권리를 추구하는 비혼여성들은 한편으로는 포드주의적인 자본주의적 생산과 사회적/이데올로기적 교조주의에 맞서 ‘노동윤리‘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유연한 삶을 추구하는 자유주의적인 에토스와 정동의 결합체는 신자유주의 경제, 특히 월스트리트식 금융화를 승인하고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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