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보니 허망하게 오십 년이란 세월이 흘러갔지만 그 동안 숫한 사람들이 곁으로 스쳐갔다. 나쁜 인연은 진저리 치며 끊고 좋은 인연도 유성처럼 흘러갔는데 지금까지 지속되는 가까운 관계는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L의 표현을 빌리면 DNA가 같은 사람이 남아 있는 것 같다. 피의 DNA가 아니라 영혼의 DNA가 동일한. -105쪽
천오백 년 전 거대고분의 주인공들인 신라인의 기상, 자유로움과 미에 대한 찬사, 대의를 위해 몸을 던지는 올곧은 충정과 바위마다 부처를 새긴 종교심은 늘 나를 고양시킨다. 내가 경주에 이토록 친화력을 느끼는 것은 내 영혼의 유전인자가 신라혼의 DNA와 같기 때문이고, 내가 경주로 돌아온 것도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온 회구인 것만 같다. -1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