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고대왕조실록 - 고대사, 감춰진 역사의 놀라운 풍경들
황근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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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대사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보면 잘 놀란다. 아무래도 먼 옛날이라 그시대 사람들의 수준을 무의식중에 아주 낮게 평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따지고보면 이런 내 의식이 타당하다고 지지해줄 꺼리가 없다. 단지 고대사를 짐작하게 해줄 자료가 거의 전해지지 않을 뿐이었다. 얼마전 고대사에 대한 역사책을 읽고 지금 엽기 고대왕조실록을 읽으면서 이런 내 생각을 반성하고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하나하나 알아가고 밝혀낼수록 요즘만큼이나 치열하고 똑똑한지 모른다.

  원래부터 나는 정형화된것을 싫어한다. 비록 이과생이었지만 정해진것이 없고 상상에 의해 얼마든지 가설을 세울수 있는 그런 분야를 더 좋아했다. 그래서 문학, 예술과같은 사람의 정신활동과 관련한 것에 관심이 많았다. 신뢰할만한 문헌이 거의 없다는 고대사는 발굴된 유물이나 유적, 그리고 문헌의 내용중에서 취할것과 버려야할것을 골라내어 건진 사실을 가지고 밝혀내야 하는 베일속의 역사이다. 아직도 알아야 할것이 많은 그시대는 수수께끼를 풀어내야하는 기분마저 들지만 그래서 오히려 나는 관심이 많이 간다. 이제까지 책으로 확인한 우리 고대사는 자주성이 돋보이는 훌륭한 문화를 가진 역사였기 때문에 기대를 안할수가 없는 것이다.

  몇몇 내용은 알고있었지만 몇몇 내용은 전혀 몰랐던 것이고 또 몇가지는 정말 엽기적이라고 할수 있었다. 다른 역사책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사소하고 엽기적인 내용을 자연스레 소개하는점이 좋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역사를 감정적으로 친근하게 느끼게 해주는 애정의 재료이기 때문이다. 경주 안압지에서 놀이문화에 쓰였을거라는 14면체 주사위. 얼마전 읽은 역사책에서 선명한 컬러에 제법 크게 실려 나는 똑똑히 봤었다. 그런데 이것이 진품이 아니란다. 진품이 이세상에 없단다. 진품은 영구보존처리를 위해 당시 특수 제작한 오븐에 넣었다가 다음날 새까만 재로 변했단다. 세상에...... 애정의 재료로서는 아니지만, 14면체 주사위의 행방부분, 네가 최고의 엽기다. 흑흑흑......

  수수께끼같고 베일에 쌓인듯 아직도 밝혀내야 할것이 너무도 많은 고대사가 동북공정이라는 프로젝트 때문에 위험하다. 자칫 역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자꾸만 조바심이 나서 요즘은 고대사에 더욱 관심을 갖고있다. 비록 가장 힘이 없고 국가의 틀이 늦게 다져진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지만, 그 삼국통일을 위해 당나라에 굽신거리고 굴욕적인 시간을 보내왔지만 고대사엔 자체적으로 훌륭한 문화가 있었고 힘이 있었다. 이를 다른나라 역사라고 인정하기 싫다. 동북공정이 큰 시비없이 그냥 끝나기를, 좀더 다양하고 보존상태가 좋은 유물이 발굴되어 더 많은부분 고대사 연구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혹시 또 아는가? 백제가 정말로 요서지방(중국)을 다스린 흔적이 나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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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를 사랑하고 싶다 Men's Style Book - 대한민국 남자 스타일 메이커 채한석의 '남자 옷' 이야기
채한석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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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에 스타일북이라는 책이 나왔다. 표지만 봐도 사랑스럽게 생긴 책이었던데다 워낙에 옷입는것에 재주가 없어 읽어본 책이었다. 이런주제로 책이 나오는게 새삼스러울건 없지만 아직 남자에 대한 책이 안나온걸 보면 꾸미는데에 여자가 아직은 더 절대적인가보다 라고 잠깐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일년만에 그 생각을 떠올리고 멋쩍게 됐다. 떡하니 나오지 않았나.. 남자의 스타일북이. 이 남자를 사랑하고 싶다 라는 여자마저 끌어들일 부제를 달고.

 
 나에겐 남동생 하나뿐이다. 여자인 나보다 남자인 동생이 외모에 더욱 관심이 많다. 내가 봐도 동생은 보통 아니 윗세대의 남자들보다 외모에 관심이 많다. 특히 옷입는데에 지대한 관심을 쏟아 묻지 않아도 어느매장의 어떤옷이 어떻고 누가 무엇을 입었는데 어떻더라는 이야기를 한다. 아직은 화장하는것까진 꺼려하지만 피부에도 관심을 두어 내게 가끔 물어오기도 해서 한때 내가 남자의 피부에 대해 간략히 공부(?)를 하기도 했다. -몇줄로 쉽게 적을수 있을만큼 알량한 그 지식마저 이 책에 모두 나와있어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지만.- 문제는, 그다지 감각있지 않은 내 눈에도 동생이 열심히 차려입는 옷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면 누나는 나쁜소리만 한다며 불쾌해하고 고치지도 않는다. 스타일링에 관심이 있지만 동생 역시 자신에게 익숙하지 않은것은 거부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였던 것이다. 안타까운건 내가 그 꼴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기만 할뿐 동생이 알아들을 수 있는 스타일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거였다. 그것이 내게 얼마나 안타깝던지...... 이것이 남자를 위한 이 책을 여자인 내가 읽게된 이유다.
 
 대중을 위해 정보나 노하우를 제시하는 책들은 지식전달과 이해를 도울 사진, 그리고 지루하지 않고 친근하게 느낄수 있게 해주는 에피소드등이 비율을 잘 맞춰 담겨있어야 한다. 나처럼 스타일링에 거의 젬병인 사람에겐 사진이나 그림이 절대적이다. 조금 부족한 감이 느껴질때도 있었지만 설명과 사진이 충실한게 마음에 든다. 단순히 옷입는것뿐이 아니라 구입하는 곳과 보관, 세탁법까지 꼼꼼히 설명되어있어 내게도 도움이 됐다. 좀더 맵시있는 차림으로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기본에 충실한 설명이 돋보이는 이 책이 필요할것이다.
 
 옷 그거 몸에만 맞게 입으면 그만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는 남자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히 있을것이다. 언젠가 알게된 남자는 30대 중반임에도 노총각이라 챙겨줄 아내가 없기때문에 옷은 형수님이 사준다고 했다. 얼마나 기가 찼는지 모른다. 그렇게 자신에게 무관심한 이들은 예쁜여자를 찾는다. 하지만 여자 역시 단정하고 깔끔하게 입은 남자를 좋아한다는걸 알려주고 싶다. 남자다운것을 착각하고 어울리지도 않게 하고다니는 사람을 보면, 자신의 옷마저 다른사람에게 맡기는 무성의한 사람을 보면 동생이 얼마나 이쁜지 대견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마음가짐이 안된 사람을 제외한 많은 사람에게 아주 반가운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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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할머니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나라 요시토모 그림,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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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이 넘게 지난 일이지만 난 아직도 아빠가 돌아가시기 이전의 우리집을 그릴 수 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래서 더욱 그런일이 없었다면 지금쯤은... 이란 상상을 자주 하고는 했다. 누군가를 잃은, 특히 가족이나 가족만큼 마음을 깊이 주고 의지했던 그런 사람을 잃은 그 상실감은 먹먹한 회색같다. 아직 믿기지 않고 믿고싶지 않아 밝지 못하지만 누구든 그 비워진 자리만큼의 상처안에서 살아가는법을 배운다. 혹시 알고 있는가? 회색이 분홍색과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을.

 
 그리움이란, 모든것이 달라진 후에야 비로소 싹트는 것, 이라고 나는 생각했다.(p.49) 이런 생각을 해낸 미쓰코가 대견하다. 나보다는 당당하게 현실을 바라볼수 있었기에 생각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5년간을 눈먼 장님처럼 지내오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나도 그런것같다 라고 여길뿐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이모댁에 들어가게 되면서 달라진 현실에서 미쓰코가 깨달은 것이 그리움의 정의이다. 아내를 잃고 점점 없어져가는 일감마저 놓아버린 아빠의 모습을 보는 미쓰코는 아마 더욱 과거가 그리웠을 것이다.
 
 변해버린것, 달라져버린것에 대한 상실감이 전부라면 큰 실망을 했을것이다. 누구도 접근을 안하던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빌딩으로 들어가버린 아빠를 찾은 미쓰코를 따라 가면서 나는 넋놓고 감상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었다. 어느샌가 나도 가족이 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미쓰코의 언니라고 해두지 뭐. 다른사람을 곁에 두는 아빠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미쓰코가 다시한번 대견하다. 아빠를 제대로 이해할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제껏 생각하지 못한 아빠의 인생과 마음을 헤아려보고 더불어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모습도 보이는 그대로 보고 헤아려보기 시작한다. 이런게 비워진 자리만큼의 상처안에서 배우는 살아가는법이 아닐까?
 
 미쓰코는 미쓰코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회색빛 현실에서 살아간다. 슬픔은, 상처는 이겨내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들을 보는 나도 안타까워하거나 마음 아파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도 받고말았다.
 
"사람이 왜 유적을 만드는지 알아?" 유리씨는 웃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영원히 죽지 않고, 영원히 오늘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해서일거야."
그건 인간이 영원토록 지니는 허망한 바람인거야, 그리고 위에서 보면 목걸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신마저 부러워 매혹당하는 아름다운 빛의 알갱이지, 라고 유리씨는 말했다. (p.86 ~ p.87)
이 인생에서, 나는 나를 위한 유적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p.83)
 
이 인생에서, 나를 위한 유적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나 역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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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여행
얀 코스틴 바그너 지음, 유혜자 옮김 / 들녘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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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첫장을 읽는 순간, 당신도 공범이다!
이 한문장이 사람을 얼마나 끌어당기는지 모른다. 더욱이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 유명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등장하는 라스콜리니코프와 비교되고 있으니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실망스러웠지만......

이 책은 크라머라는 작가가 주인공이 되어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자서전쓰는 일을 맡아 자서전의 주인공인 두번째 희생자의 집으로 가면서 시작되지만 이미 첫번째 살인은 끝난 후이다. 두번째 살인을 하는 과정과 첫번째 살인에 대해 회상하는것이다. 이야기의 아니 크라머의 동선만을 놓고 보면 적당히 자연스럽고 평범하다. 나의 실망은 그의 내면이다.

주인공은 아는지 모르는지 모르겠지만 그를 아끼던 먼 친척인 야콥이 첫번째 희생자이다. 크라머는 2년간이나 쓴 작품이 부족한게 많다는 그의 말에 자신도 인정을 했지만 그날 살인을 한다. 야콥의 소개로 자서전을 써줄 늙은 프라이킨에겐 젊은 부인 사라가 있다. 그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기회를 만들어 프라이킨을 죽인다. 이 두번의 살인에서 이를 인정하게 할만한 이유가 부족하다. 합당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면 그 작품을 좋게 평가하기 힘들어진다. 어떤면에서 이 작품이 수상작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해할수 없는 행동을 하게하는 그의 심리상태가 이 책의 알맹이라고 해도 될까. 나는 책을 읽으면서 크라머의 심리상태가 너무 불안정해보였다. 자신도 이해못하는 눈물을 흘리거나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속에서부터 웃음이 터져나오는 그를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볼 것이다. 마치 절반은 가려진 무대를 보는것같다. 그 가려진 절반의 무대내용을 볼수가 없어 줄거리를 이해할수 없는 연극같다. 위태로운만큼 상황판단이 빠른 그를 보고 있으려니 정신병원에 보내고 싶어졌다. 내눈에 그는 환자이다. 어긋나있는 감정과 이성이 왜 그렇게 됐는지 짐작하게 하는 내용도 없어 가장 아쉽다. 살인의 이유를 조리있게 밝히지 않았듯이 말이다. 그의 내면에 처음부터 이질감을 느끼고 지켜보았기 때문에 빠져나올수 없는 크라머의 내면에 초대를 받고 결국엔 독자 자신도 모르게 살인에 동참했다는 문구엔 동의할수 없다.

짧은 작품이해력으로 인한 아쉬움인지는 모르겠지만 늑장부리지 않고 빠르게 전개되는 것은 좋았다. 거기다 흡입력이 있어 책을 잡은 그자리에서 다 읽어냈다. 그건 아마 재미있다 라고 해도 좋다는 의미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간결해서 이해하기 쉽다. 재미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은 작품이 되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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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와 겐이치로 B - 짓궂은 겐이치로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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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만큼이나 사전지식이 없이 접한책도 흔치 않을것같다. 간략한 설명을 읽고도 얼른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읽고싶었다. 호기심이 잔뜩 동했다. 표지도 너무 인상적이어서 만화를 보는 기분마저 들었다. 분명 내용도 표지만큼이나 무척 신선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었다. 

 표지에 쓰인것처럼 A는 대단한 겐지, B는 짓궂은 겐이치로이다. 미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아는게 없는 죄로 책을 받아 읽기 시작하고난 후에야 문제가 생겼음을 알았다. 그 문제는 죄였다. 아는게 없는죄. 겐지의 동화를 겐이치로가 패러디해 엽기소설로 변한것이 이 책인데 겐지의 동화에 대해서도, 겐이치로의 작품에 대해서도 아는게 전혀 없었다. 두 작가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을 접하면서 두 작가의 존재를 알았고 간략한 이력을 알게됐다. 기껏 알게된 정보도 이정도가 다였으니 이번 독서는 내겐 험난한 것이었다.
 역시나 짧은 이 단편들은 내가 즐기기 이전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슨소리가 하고싶은건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것도 있었고 글만 봐서는 원작을 어떻게 패러디 한것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 그야말로 몰라서 아쉬웠다. 적어도 겐지의 작품은 사전에 알아두는것이 이 책을 맛있게 읽는데 큰 도움이 될것같다.
 원작과의 관계는 그만 생각하기로 하고 이 책 자체를 읽어내려가면서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비틀린 설정으로 인상적인 내용들도 제법 있었다. 처음부터 패러디한 작품이라고 했기때문에 이건 말도 안돼 라고 드리울 잣대가 거두어진 탓인지 무척 자유로운 서술이 눈에 띄였다. 내가 나를 마주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까? 할일이 없어 자살을? 하루하루 나이가 적어진다면? 누구는 첫키스만 많이도 하던데 이사람은 과연? 글의 분량이 왜 여기서 끝인지 볼멘소리를 하게 만드는 기발한 작품들이 여기저기 들어있다.
 비록 깊은 깨달음을 얻어내지는 못했지만 겐이치로의 짓궂음은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 톡톡튀는 내용과 설정으로 이번엔 만족해야 할것같다. 나중에, 미야자와 겐지의 작품들을 접한 후에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그때라면 훨씬더 풍자성이 강한 패러디를 느끼면서 겐이치로의 짓궂음에 박수를 보낼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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