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 당신이 날아오르지 못하는 이유
신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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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를 보고 제목을 보고 부제를 봐도 관심이 가지않는 책이었다. 더욱이, 당신이 날아오르지 못하는 이유 라는 부제는 괜히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을 들게했다. 어디서나 흔히 찾을 수 있는 입바른 소리를 하는 책일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금의 기대감도 갖지 않고 책을 읽었다.

 
  훈계조로 늘어놓는 백마디의 옳은 말보다 실수와 실패를 드러내며 부드럽게 일러주는 이야기 하나, 한사람의 경험이 더 큰 힘이 되곤 한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서문에서 조차 마주하고 이야기하듯 가볍게 서술되어 있다. 차례를 보니 각 소단원의 제목이 우리가 너무도 생각없이, 망설임없이 내뱉어내는 핑계, 불평이었다. 그것들을 쑥 훑어보면서 관심을 갖게됐다. 나도 한번이상은 했던 핑계들이었기 때문에 저절로 눈이 갔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알고 읽으니 쉽게 읽히는 만큼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몇줄로 간단히 쓰인 상황이지만 책의 어느이야기는 내가 처한 상황과도 비슷한 것도 있어 보는것과 달리 실제로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기도 했다.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는 특히나 감동적이다. 세계적인 축구선수, 얼마전 우리나라의 쇼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가 된 사람, 축구에 아는게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 조차 이름이 어색하지 않은 축구영웅 티에리 앙리의 이야기에 놀랐다. 그에 대해 아는것이라곤 얼굴과 이름뿐이었기 때문에 어떠한 행보를 밟아온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 상상해본적도 없어 그저 평범하게 살다 재능을 맘껏 펼치는 사람으로만 짐작해왔다. 자칫 감옥생활이나 하고 있을수도 있었던 사람이 유명한 운동선수가 되고 그가 같은 시대에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다는 것이 나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가 했다면, 나도 할수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면서 자신을 다잡는다.
 
  핑계에 빠져드는것을 단순히 게으르다고 치부할수만은 없다. 힘들어서, 아파서, 눈물이 나서 핑계를 찾을수도 있다는것을 알고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이 등장한다. 나는 내가 그랬듯이, 다른사람들도 이 책의 성공이야기를 성공했다는 결과에 치우쳐서 보지 말았으면 한다. 핑계로 자신을 숨기고 우는 아픔을 드러내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다시 핑계로부터 벗어나고 성공까지 하는 그 흐름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이야기들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사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이것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생각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다시 되돌아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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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디나 밀라노 트윙클링 라이트 올오버(펄 메이크업베이스) - 25ml
마디나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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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처음으로 펄이 들어간 베이스를 써봤어요.

평소에 펄제품에 부담을 좀 느끼는 편이어서 아이섀도우 조차도

거의 안쓰고 립제품에나 겨우 쓰는 정도였거든요.

선물받는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포장된 제품을 받고 기분이 좋았어요.

좀 작지 않나 하는 생각을 사실 했었는데 펄제품이어서 일반 베이스보다

조금 더 적게 쓰는게 낫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보기보다 오래쓸수 있을것같구요. ^^

얼굴에 붉은기가 돌아 그린색의 베이스를 쓰는데 섞어봤더니

얼굴이 너무 허얘지는것같아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그날 검은색옷을 입었죠.

제가 검은옷이 잘 안어울리는데 뿔테안경이랑 같이 쓰니 친구가 무척 럭셔리;;; 하다고..

커리어우먼같다고 해주어서 기분이 좋더라구요. ㅎㅎㅎ

이거 바르신 후에 하이라이트를 살짝 주거나 미세한 펄감이 있는 파우더나 팩트를

써도 괜찮아요. 무척 조심하지 않으면 얼굴이 심하게 반짝거릴수 있으니 신경써야하지만요.

전 지금은 이 제품을 베이스와 파운데이션 사이쯤의 기능으로 쓰고있는데 저에겐 이게 낫네요.

건조하지 않게 잘 발리는것도 참 좋아요. 이렇게 좋은제품을 써볼 기회가 생겨 참 기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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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이오지마 총지휘관 栗林忠道
가케하시 쿠미코 지음, 신은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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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깊고 선한 눈매의 아저씨가 표지에 있는 책을 받았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라는 책을 알게되면서 관심없었던 '아버지의 깃발'에 대해서 알게 됐고 전투의 양측 입장이 각각 쓰인 작품은 쉽게 접할 수 있는게 아니었기 때문에 읽어보게 됐다. 시작은 단순한 관심과 흥미였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나라는 너무 비참했다. 전쟁참여국으로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제껏 우리네 아픈것만 신경을 써왔다. 그래도 독자적인 힘이 있으니 전쟁도 할 수 있는것이 아닌가? 상처받았다 해도, 힘들었다 해도 어디 식민국이 된것에 비할까 했다. 내가 세계대전에 관심이 없었던 이유다.

  이 책,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과 일본군의 전투중 일본의 이오지마에서 벌어진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일본 본토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이오지마임에도 일본은 군사들을 보내두곤 포기하는 입장으로 돌아서버린다. 사람도 부족해 식구가 딸린 40대의 가장에서 16~17세의 어린 학생까지 징집한 것이다. 섬은 걸어서도 모두 돌아볼 수 있을만큼 작은데다 어딜 파도 식수로 쓸 수 있는 물이 없고 식물도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 무척 덥고 파리와 모기, 바퀴벌레 따위의 벌레가 들끓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이곳에 최고사령관으로 온 쿠리바야시 타다미치는 지하굴을 파고 빗물을 받아 식수로 쓰고 동식물을 길러내가며 전쟁준비를 하고 이끌었던 사람이다. 미군의 피해를 최대한으로 늘리고 하루라도 전쟁을 길게 끌어 종전이 되길, 그래서 본토의 가족들은 공습을 받지않고 무사하길 바라면서 이오지마의 군사들은 무더위와 땅속 유황가스, 갈증, 설사와 장티푸스, 가족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모두 이겨내고 있었다. 그들을 지탱해준 가족들의 편지와 그들이 보낸 편지. 이것을 토대로 당시 전쟁의 일본군 상황을 역추적하여 쓴 작품이 바로 이,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이다.

   어느것 하나 좋은 환경이 없었고 지원도 제대로 받지못한 채 가족만을 생각하며 전투에서 죽어간 그들은 누가봐도 안쓰럽고 눈물나는 모습이었다. 살아서 나올 수 없는 이오지마로 간줄도 모른채 편지를 기다리고 열심히 써서 보낸 유가족의 이야기를 봐도, 그 편지내용을 봐도, 쿠리바야시가 보낸 전보내용을 봐도, 당시상황이 낳은 사상자의 수와 기록을 봐도 일본군의 사정이 너무 간절해서 안타까웠다. 전쟁이라는 것은 나라간의 이해관계로 빚어지지만 그 전투를 벌이는 '사람'은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스런 기억을 떠안게 된다.  그런 기억에 아파하는 사람을 본적이 있다. 어린 눈에도 힘들어 보였으니 본인은, 그 가족은 어떠할까.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형제가 쓰러져간 땅. 유족들이 그들의 유골을 밟고 내릴 수 밖에 없는 곳. 이오지마는 그런 섬이었다. (p. 180) 

  책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가족을 위해 죽어간 병사들과 이들을 훌륭하게 이끌었던 명장으로서의 쿠리바야시를 이야기하고 당시의 본영 간부들을 비판하고있다. 얼마나 힘든전투였는지, 얼마나 놀라운 성과를 보인 전투였는지,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은 전투였는지를 말하고 있다. 그 전투의 상황과 그 이후 최근 근황까지 모두 전하고 있다. 인간적으로나 지휘관으로나 훌륭했던 쿠리바야시는 존경스러운 사람이고 이오지마 전투는 가슴아픈 일이다. 그에 대한 기념비까지 세우고 모임을 만들어 따뜻한 시간을 가진것은 정말 좋은 모습이다. 일본 입장에서 보면 미국은 가해국이겠지만, 그들은 한자리에 모여 마주보고 웃었다. 정말 잘 된 일이다. '사람'으로서 본다면 말이다. 하지만 피해국이라 믿는듯한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한국사람으로서 보면 무척 씁쓸하다. 자국 국민이 죽고 다친것은 기억하면서 그들이 억압했던 나라와 국민은 아직도 모른척 하고 있다. 이것을 항상 담고있는 '상처받은 국민으로서' 보면 이 책의 내용은 어느 나라 어느 전투에 대한 광고이다. 누가 기카드만,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시대착오가 뭐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지 않아. 일본하고 이제는 친하게 지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이말이지. 근데 와 갸들은 만날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거가. 갸들이 진심으로 반성하는 거 봤네. 정신대도 늙은 할망구들이 만들어 낸 거라고 우기지 않아. 갸들이 와 기게 함부로 입을 놀리갔어. 너희 나라 우습다 이거야. 겁 안난다 이거지. 어느 책에서 본 이 부분이 귀에 들리듯 떠올라 실은 기분이 상했다. 서로 다치게 하고 다쳤던 사람들이 모여 손을 잡았다는 부분에서였다. 젊은 나도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하는 것인가? 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본군측의 이오지마 전투를 마냥 가슴아프게 바라볼 수가 없다.

  처음의 감정과 달리 책을 덮으면서는 마음이 무거웠다. 인간적으로 가슴아픈 전쟁이라는 몹쓸것에 대한 마음과 우리역사가 어우러진 마음이 뒤섞여 착찹했다. 힘이라는 것에 의해 각각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온 역사들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앞으로 전쟁이라는 것이 사라진다면, 그리고 지난날 다치고 한맺힌 우리네 기억에 대해 사과를 받고 함께 웃을 수 있었으면 한다. 너무 큰 바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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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역사사랑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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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출간소식은 정말 반가웠다. 작가 이덕일의 팬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정도에 비해 읽어본 책도 적고 알게된 기간도 겨우 1년 조금 넘을 뿐이었다. 우연히 서점에서 여인열전을 본 후 지은이 이름을 외워두었다가 사도세자의 고백을 제일 먼저 읽어보게 됐다. 그 책은 처음읽어봐서, 읽고 팬이 되어버리게 만든 작품이기에 의미가 있지만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도 관심이 많았었다. 그 후 읽은 여인열전은 첫장,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의 내용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든 책이었다. 그러던차에 역사사랑이라는 역사에세이가 출간된걸 알고 얼마나 좋았는지, 읽지 못했다면 꿈에도 나왔을지 모르겠다.

 이 책, 이덕일의 역사사랑을 읽기전에 다른 역사책 두 권을 읽었었다. 두 권 모두 고대사에 한정된 책이었지만 그간 머릿속에서 박제되어있던 고대사를 달리 생각할수 있게 된 계기였기 때문에 한참 많은 생각을 하고있던 터였다. 정말 적절한 시기에 다시 역사사랑을 만났고 읽으면서 우리 역사의 시작부터 훨씬 넓게 보고 느끼게 됐다.

 한자사용에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고등학교때 어느 한 선생님은, 굳이 한자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큰 불편을 느낀적이 없다며 억지로 배울필요는 없지 않나 하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나는 문과계열에 관심이 많은 이과생이었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의견을 갖지 못하고 있었고 이제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한자가 중국만의 나랏말이 아니라는것, 그것이 동이계 국가라는 주장이 있다는 은나라의 글이었다는것을 처음 알았다. 그렇다면 한자교육의 필요성 운운에 대해 조금 이야기가 달라져야하지 않을까? 

 위로 중국에선 동북공정으로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하는데다 아래로 일본과는 동해를 두고 껄끄럽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차라리 이것 뿐이었으면 좋겠다. 미국 앞에서 작아지는 우리나라 라는 인터넷뉴스의 어구가 참 마음아프다. 우리는 보기드물게 유목성과 해양성을 모두 갖추었다고, 이를 바탕으로 육지로, 바다로 뻗어나갈때 강대했다고 한다. 무기를 들지 않았을뿐 지금도 전쟁중인 우리나라가 우리를 넘보는 나라를 상대로 당당히 뻗어나가려면 우선 우리가 우리의 것을 지킬줄 알아야한다. 남의 역사를 빼앗고 빼앗은 역사를 바탕으로 땅을, 바다를 빼앗아가려는데에 맞서려면 이 땅과 바다가 우리것임을 알아야하고 나아가 똑똑히 너희가 틀렸다 라고 말할 수 있어야한다. 이것은 단지 학자나 정지가의 몫만은 아닐것이다.

 고대에서 근대까지, 정치에서 문화까지, 왕에서 백성들에까지, 나라간의 역사행로까지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 많은 이야기 안에 속상한부분,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부분, 긴장하며 마음을 새로이 하게되는 부분, 흥미로운부분등이 있다. 역사가 왜 현재이고 미래인지, 과거 역사언급과 그에 빗댄 현재의 이야기를 읽고있으면 이해가 되는듯하다. 시간의 흐름앞에 새삼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온고지신이라는 것이 말처럼 간단한게 아니구나 하고 생각해본다. 지난 자취임에도 역사는 알면 알수록 날 작아지게 만든다. 그래서 역사책을 읽어갈수록 내가 무엇을 알고있다고 말할수가 없어진다. 사랑에서 전해주는 이야기치곤 버겁네요 라고 이덕일님께 말하고 싶다. 그리고 한마디 더, 그렇지만 정말 뿌듯한 시간이었어요. 라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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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 여성 파일럿, 권기옥
임복남 지음, 민영숙 그림 / 작은씨앗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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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오해했던 두가지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몰랐던 것이 하나이고 잘못 알고있었던 것이 하나이다. 몰랐던 것은, 이 책이 어린이대상 도서라는 것이다. 어쩐지...... 글씨가 참 큼직큼직하다 했다. 내가 초등학교 1~2 학년때 보던 위인전보다 글씨크기가 더욱 크다. 그림과 사진도 곁들어져 더욱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 어른의 나이인 내게도 오히려 이점이 좋았다.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이 책의 주인공인 권기옥씨가 영화 청연의 주인공과 같은 인물인줄 알았다는 것이다. 영화도 보진 못했지만 그 영화속 주인공은 일본에서 무척 고생한것으로 알고있는데 읽다보니 뭔가 이상하다. 그리고 뒤늦게야 다른 인물임을 알았다. 책에 대해 사전준비가 전혀 안돼면 이런 일이 생긴다는것을 다시한번 상기했다.
 
 인물서적이기 때문에 작가보다도 인물의 연대기에 우선 눈이 갔다. 내가 7살때 돌아가셨으니 정말 우리 친할머니의 연배이신 분이다. 단지 그 사실로, 비교적 가까운 시대를 살아오신 분이라는 이유로 이웃어른의 이야기를 읽는듯한 친근함을 가질 수 있었다. 사투리가 무척 낯설었지만 조금은 억지스러운 이 친근함 덕분에 오히려 사실적으로 다가왔다. 왜 이런분이 있다는걸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다. 먼듯 가까운듯 그렇게 권기옥 이라는 인물에 대해 읽었다.
 
 인터넷 뉴스에 14살 소녀가 최초 경비행기 조종 자격을 취득했다고 실렸다. 소녀가 비행기를 타게된 계기와 그간의 과정의 간략한 설명과 함께 조종석에 단정히 앉아있는 사진이 있었다. 단순한 취미였다면 그렇게 열심히 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소녀는 돌아가신 엄마가 보고싶어 비행기를 타게됐다고 했다. 그렇게 시작했고 좋아하게 됐다고, 더욱 노력해서 우리나라 최고의 여성 조종사가 되고싶다고 했다. 책을 읽고 난 후인 내게 어쩌면 권기옥 할머니께서 저 소녀로 환생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다르지만 비행기를 타는것을 무척 열망하고 꿈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권기옥 할머니도 최초의 여성 파일럿이자 알아주는 비행사였기 때문이다.
 
 나라를 빼앗기고 한참 어지러운 시대를 살았던 권기옥. 그녀는 집안의 가난에도, 여성차별에도, 식민국의 국민이라는 조건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예쁘고 귀하게 여기는 자식에게 천한 이름을 지어주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하지만 죽으라는 뜻의 갈례는 너무 심했다. 자식더러 죽으라니 무슨 말이 그런가. 나같았으면 어린마음에 무척 상처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와 달리 권기옥은 놀려대는 동네 남자아이들을 쫓아가 때려가며 본명을 꿋꿋이 밝히는 장부같은 아이였다. 도박으로 재산을 날린 아버지와 몸이 약해 드러누운 어머니 아래서 집안일을 돌보고 막내동생을 맡아 키우다시피 하면서도 아이를 업고 서서 수업을 받아가며 공부하고 중국으로 가선, 남자학교에 입학해 동등한 교육과 훈련을 모두 견뎌내고 이겨내가며 악착같이 공부했다. 독립운동의 혐의로 몇번을 잡히고 고문도 받고 옥살이를 하면서도 비행기에 폭탄을 싣고 달려들겠다며 나라를 위해 항상 달려온 인생을 살아왔다. 눈으로 따라갔던 내가 도리어 숨이 차는 기분이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여성 파일럿이 되었기 때문에,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노력해왔기 때문에 존경하는건 아니다. 물론 훌륭하지만 이 결과물보다 내 마음을 더욱 끌어당기는게 있었다. 그건 열정이다. 꿈을 갖고 그를 위해 앞뒤 잴것 없이 죽어라고 노력하게 하는 그 열정이다. 원래 완벽주의 성격이던 나는 무슨 일을 하려고 마음먹으면 한치의 빈틈없이 해내기 위해 재고 또재고 또 재가면서도 고민을 한다. 그래서 시도도 못해본 것이 참 많다. 이런 날 위해서인지, 마치 눈앞에서 내게 들으라는듯, 내 눈을 보고 직접 말하는듯한 구절이 있었다.
" 꿈을 가지라우! 꿈이 없으면 송장이나 다를 게 없디 않가서! 특히 젊은이들은 꿈이 있어야 돼! 내 지금 열댓 살이라먼 말이야, 우주비행사를 꿈꾸갔어. 우주여행을 하고 싶단 말이디. 미국 아해들이 달에 갔다 왔다는데 우리라고 와 못 가갔어. 갸들은 밥을 다섯 끼를 먹니 열 끼를 먹니. 다를 거 없어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라우. 못 할 게 뭐가 있어. 저지르고 보는 기야. 댐벼 들고 보는 기야. 안된다, 못한다, 기딴 생각은 짚어 치우라우. 아이 되면 별 수 없이 어카갔어. 길티만 말이디, 해보지도 않고 아이 된다고 생각하지 말라 이 말이야. 어느나라든 젊은이들이 꿈이 있고 패기가 있으면 그 나라는 희망이 있어. 다른 나라가 함부로 넘보디도 못하고 말이디."
 만나기는 커녕 목소리조차 들어본적도 없는데 옆에서 들리는 소리같았다. 얼마나 힘이 났는지 모른다. 뒷표지를 보니 이 말이 권기옥 할머니의 생전 인터뷰 내용이란다. 이런 분을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리고 좀 더 오래 살아계셨다면 찾아가 뵙고싶은데 아쉬웠다. 말만 들어도 이렇게 힘이 꿈틀꿈틀 오르는것 같은데 찾아 뵙고 함께 할수 있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이것이 열정의 힘인가보다. 비록 내가 7살때 돌아가신 분이지만, 이 책을 고이 간직하면서 권기옥 할머니의 열정을 전해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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