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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잎사귀들이 소스라친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노출을 계산하는 사이에 어둠이 창공을 할퀴고 지나간다. 해가 하늘 모퉁이로 몰렸다. 아직도 적절한 농도의 어둠은 아니다. 그렇다고 뷰 파인더에서 시선을 돌리는 것은 왠지 부정한 일 처럼 느껴진다. 기다린다. 초조하다. 땀이 흐른다. 땀이 흐른 자국을 피해 작은 벌레가 눈썹 위를 천천히 기어간다.
그리고 보면 타이밍은 늘 그 엇비슷한 속도로 다가온다.
그것은 항상 인내심이 멀어지는 것 보다 조금 빠른 속도다.
09. 06. 17 선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