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식물학 - 이름은 알지만 사연은 몰랐던 105가지 꽃과 풀의 속사정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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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가 날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피고 지는 꽃들이 영특하고 또 기특하다. 분명히 식물보호기사 실기 공부를 할 때에 다 알았던 것 같은 들꽃들인데, 뒤돌아서니 또 까먹고 까먹고 까먹고. 그래서 곁에 두고 이름을 잊지 않고 싶어 <방구석 식물학>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름도 사연도 제각각인 105개의 식물들은 저자의 손을 거쳐 학명, 과, 개화기, 꽃말, 사연까지 간단하게 쓰여있고 식물의 생김새도 예쁘게 그려져있어서 아, 이 꽃! 하며 반가움을 나타낼 수 있다.



가장 첫 번째 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는 식물은 이름도 남사스러운 ‘개불알풀’이다. 비슷한 이름으로는 며느리밑씻개도 있다. 나는 이런 이름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본인 식물학자가 지어놓은 이름인데 한국어로 직역하면서 이렇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처음부터 이름을 너무 멋대로 지어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는 소개되지 않았지만 개불알풀/개불알꽃은 최근에 봄까치꽃으로 불리고 있다.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면 좋았을 텐데, 일본 작가가 쓴 책이라 반영되지 않은 것일까 아쉽기도 했다.


개불알풀을 얘기하다보니 개여뀌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꽃이나 열매에 ‘개’가 붙으면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에 걸맞게 아무런 맛이 없는 개여뀌와 별개로 참여뀌는 톡 쏘는 매운맛으로 생선회의 곁들임이나 생선구이 고명으로 귀하게 쓰이니 개여뀌 입장에선 얼마나 속상할까 싶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여뀌는 쓸모없다는 이름을 달고도 당신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니 괜스레 마음이 아리다.



그리고 하루밖에 피지 않는다는 달개비라고도 불리는 닭의장풀. 정확히는 오전 중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시들어버려 아침 이슬처럼 덧없는 것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하루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게 전부인 하루치 분량의 꽃을 이어가며 피워내는 식물이라니, 어떻게 이런 꽃이 있을까 싶었다.



여러 꽃이 있었지만 그중에 하나, 내가 볼 때마다 말하는, “넌 어떻게 이름도 코스모스니-”라고 말하는 코스모스. 꽃잎이 질서 있게 고르게 배열된 아름다운 모습에서 우주 또는 조화라는 뜻의 코스모스라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늘 궁금했으면서도 굳이 찾아보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알게 될 줄은  몰라서 더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 외에도 책에서 짤막하게 알게 된 식물들에 대해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남성의 꽃점이라는 수레국화, 소중한 것을 잊지 말라는 물망초, 여러 이름을 자랑하는 라일락, 승리를 알리는 은방울꽃, 사랑에 상처받은 청년의 넋이 깃든 라넌큘러스, 꽃과 사람이 같은 이름을 나눠갖는 마거릿, 난전과 발음이 같아서 액막이 식물로 사랑받은 남천, 나르키소스의 이름을 딴 식물인 수선화, 멸종한 초식공룡의 입맛에 맞춰 발달했다는 주장이 있는 은행, 배신당한 여성이 남성을 저주하는 나무로 여겼던 벚나무 등 여러 사연들을 보고 난 뒤에는 길을 걷다가도 “그래, 너는 그런 식물이지.” 하고 알은척을 하고 싶어진다. 내가 널 알아보았다고-


이따금 설명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식물들도 있어서 아쉽기는 했지만, 더 궁금한 것들은 하나씩 찾아보기로 하고 기분좋게 책을 덮었다. 햇빛이 잘 드는 나른한 오후에,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던 책이라 가볍게 읽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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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쓰는 몸을 만드는 걷기와 달리기 - 부상 없이, 지치지 않고 두 다리로 내 삶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법
김병곤 지음 / 웨일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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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내게 하루 만 보를 걷는 일은 낯설지 않다. 근무하면서 현장 순회를 하면 퇴근 무렵이 되어 10,000을 보는 게 그다지 신기한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너무나도 갑자기, 하루 종일 생활하면서 걷는 것과 운동을 하기 위해 걷는 것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 그러면서 나는 조금 긴 거리를 걸어야 할 때 나는 으레 발목이 아팠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제대로 걷고 있는 게 맞나?하는 의구심까지 들어서 최근에는 남편에게 내가 걸어볼 테니까 내 걸음걸이가 이상한가 봐줘!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한쪽으로 치우쳐져서 걷는 건 아닌지, 걸을 때 다리가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구부러지진 않는지에 대해서. 남편은 내 걸음걸이가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왜, 아픈 걸까? 발목도, 발바닥도, 발가락도.


걷기뿐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러닝을 할 때에 얼마 달리지 않았는데도 발목이 먼저 신호를 보내온다. 발목에 근육이 없나? 발목이 약한가?라는 생각을 하다가 체중이 발목에 실려서 그런가? 그렇다면 결국 자세의 문제가 아닐까? 우리는 두 다리를 땅에 두고 걷는다. 하지만 제대로 걷는지는 알 수 없다. 제대로 걷고 제대로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책은 부상 제로를 목표로 걷고 달려야한다고 말하며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설명하고 있다. “걷기, 슬로 조깅, 러닝”

걷기, 슬로 조깅, 러닝이 신체에 어떤 도움을 줄지 익히 잘 알고 있다. 나의 경우에는 걷기에서 이제 슬로 조깅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사실 대화를 할 정도로 가볍게 뛰는 것이 내게는 벅찰 정도로 귀찮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몸을 움직여 뛰어야만 한다. 누구도 말하진 않았지만,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아니까. 내 건강을 위해서라도. 하지만 마음만 앞서 아무렇게나 걷고 뛰게 되면 몸에 부상을 입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걷고 제대로 달려야만 한다. 내 몸에 최적화된 보폭과 속도를 높이는 걷기, 케이던스와 강도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슬로 조깅, 근력 강화와 부상 예방, 회복 루틴에 집중하는 러닝까지.


저자는 애슬레틱 선수 트레이너로 25년 넘게 현장에서 활동하며 운동과 재활, 퍼포먼스 트레이닝을 지도해온, 국내 최고의 스포츠의학 박사이자 퍼스널 트레이너이다. 그래서 무작정 이래서 좋습니다, 저래서 좋습니다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녹여 이 책에 모든 것을 담아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설명이 섬세하게 잘 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걷기와 슬로 조깅이었다. 러닝은 아직까지 나에겐 멀고 멀어 닿을 수 없는 행성과도 같은 것이니까.

걷기는 나뿐만 아니라 아직 몸의 균형이 잡히지 않아 누군가의 부축 또는 보행기에 의해 걸을 수 있는 아빠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싶어 좀 더 유심히 보기도 했다. 걷기는 인체의 정교한 과학이 담긴 움직임으로 걷기의 핵심은 올바른 발바닥 사용이라고 말하며 잘못된 발바닥 사용의 원인과 문제점, 올바른 발바닥 사용을 위한 교정이 쓰여있다. 또한 QR코드도 있기 때문에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해두어서 참고하기에도 좋았다. 걸을 때에는 최적의 걷기 보폭을 찾아야하는데 신체마다 다를 수 있어 애매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각자에 맞는 적정 보폭을 구하는 방법도 나와있어 내 보폭도 확인해 수 있었다. 나아가 잘못된 걷기 자세 교정을 위한 훈련과 걷기 능력 향상을 위한 4주 프로그램이 있어 참고하기에도 좋다.


슬로 조깅은 이전에 다나카 히로아키 교수의 책을 읽은 적이 있어 다시 한번 복습하는 느낌이었다. 슬로 조깅은 운동 강도 수치만 잘 관리하면 되는데 적당한 RPE(Rating of Perceived Exertion=운동 중 느끼는 힘듦의 정도)는 5 이하여야 한다는 점. 이 단계는 숨이 조금 차더라도 가볍게 뛰면서 짧은 문장 정도를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정도이다. 이는 30초 동안 숫자를 세어 숨이 끊어지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간단한 토크 테스트만으로도 자신의 RPE를 예측할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아주 명확했다. 책을 읽는 지금 당장이라도 동네를 살살 한 바퀴 뛰고 오게 만든다는 것! 꾸준함의 핵심은 완전히 멈추지 않는 것으로 핑계를 넘어갈 수 있는 작은 문턱으로 바꿔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고 어떻게 시작할까 하고 망설이다가 나 역시 케이던스를 서서히 끌어올리는 8주 프로그램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과연!!!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기대도 되는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일을 벌였다.


바로 뒤에 나와있는 러닝 부분에서는 부상 위험을 줄이기 위해 테이핑 하는 방법도 나와있었는데, 슬로 조깅할 때도 발목이 계속해서 아프다면 적용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 유심히 읽기도 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내 몸이 슬로 조깅에 좀 더 최적화되어 러닝까지 향상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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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함의 힘 - 200만 명의 데이터로 밝혀낸 습관 설계의 비밀
도다 다이스케 지음, 황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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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꾸준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꾸준함은 강박감에서 나왔다. 강박감이 꾸준함을 끌고 다닐 수밖에 없는 나란 사람. 나는 몇 년 전부터 여러 개의 목표를 세워두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었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었다. 독서, 공복물 마시기, 6000보 걷기, 영양제 먹기, 하늘 보기, 필사하기 등의 것들을. 그것들의 기록은 현재는 멈추었지만, 일상에서는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강박감은 내려둔 상태로 지속되고 있다. 그 말인즉슨, 매일매일 하지는 않는다는 얘기.


어디에도 기록하진 않지만, 매일의 계획을 짜두고 나는 그 안에서 그것들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거의) 매일 하는 건, 독서와 비움, 평일 만보 걷기, 영어 필사 정도이다. 그러면서도 나의 실행력은 강박감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강박감보다는 유연성을 우위에 두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유연성이란, 하루이틀을 빼먹어도 내가 완전히 놓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면서 이 책을 왜 읽느냐라고 묻는다면, 내가 꾸준함을 놓치는 경우가 하나의 종목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바로 러닝이나 운동, 스트레칭, 계단 오르기 등. 걷기를 제외하고 신체를 움직이는 활동에 대해 나는 꾸준함과 친해질 수가 없는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실행할 때의 꾸준함은 별개로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것을 완전히 포기해버리면 상관없겠지만, 나는 곧 앞자리가 바뀌는 나이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정상이라는 검사 결과가 도통 납득되지 않을 정도로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신체의 이상부위들은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정말 검사결과상으로 이상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운동에 대해 꾸준함을 기르고 싶어 읽게 된 책이다.



인간이 흡수할 수 있는 지식의 양에는 한계가 있고, 모든 지식이 중요하지는 않다는 점은 누구나 인지하면서도 쉽게 인정할 수는 없는 영역인 것 같다. 그래서 꾸준함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서 아무리 길게 늘어뜨려놓는다고 해도 크게 느낄 수 없을 것만 같은데 책에서는 흥미롭게 그려두었다. 꾸준함을 연구하는 박사와 꾸준함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박사는 꾸준함을 실행하는 것에 크게 세 가지 원칙을 둔다.


“

원칙 1. 목표를 크게 낮춘다.

원칙 2. 움직일 수 있을 때 떠올린다.

원칙 3. 예외를 두지 않는다.

”


다른 책과 다를 거 없이 진부한 원칙이지만, 난 이 책을 계기로 스쿼트를 작게나마 바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67. 작은 목표를 정해 무언가를 지속했다는 성공 경험을 만드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책을 읽고 무언가 시작해도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원칙1에서 강조하는 ‘준비 시간 포함 5분 이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대부분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헬스장을 가기까지의 준비 시간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준비 시간까지 5분이면 나도 할 수 있겠는데? 스쿼트에서 시작해서 러닝까지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 같다고 눈을 가늘게 뜨며 다짐해본다.

언젠가는 이것이 습관화가 되어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강박에서 습관으로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마음을 다독이고 있다. 223.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주 조금씩이나마 자신이 결정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것이니까. 나는 내가 스스로 자주 기특했으면 좋겠으니까. 또, 나의 건강한 마흔을 맞이하기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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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에서 국선으로 - 국선변호사의 사건 노트 : 법정에는 늘 사정이 있다
김민경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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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나를 옭아매는 지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다행히 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세상은 참 만만찮다는 것을 매 순간 느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일 역시도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고가 났을 시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긴장한 채로 일을 하다보니 업무에 임할 때의 태도가 점점 더 보수적으로 변해가는 걸 느끼게 된다.



세상 어떤 일에도 관심 없는 것처럼 살지만 아파트를 위해 직책이 부여된 이후 나는 선한 척을 좀 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평소 같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기 때문이다. 몇 달 전에 아파트 경비실 앞에 핸드폰이 하나 떨어져있었고, 나는 그 핸드폰을 주워 후문 경비실에 갖다드렸다. 핸드폰이 떨어져있던 곳과 경비실까지의 거리는 기껏해야 3m 남짓. 하지만 경비대원님은 본인은 아파트 순찰을 위해 자주 자리를 비우기 때문에 본인이 있는 후문이 아닌 정문으로 내가 그 핸드폰을 가져다줄 것을 요청했고 나는 정문까지 갈 여력이 되지 않았기에 그럼 후문에서 정문으로 전달해달라 말씀드리고 상황은 끝이 났다. 차에서 나를 기다리던 남편에게 늦은 이유를 설명하니 남편은 불같이 화를 냈다. 점유이탈물로 횡령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것. 난 이런저런 이유로 점유이탈물 횡령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편 입장은 일단 핸드폰 주인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것이었고, 만일 그 일로 신고가 들어갔을 때 돌려줄 생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 내가 증명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일부러 자신의 물건을 놓고 유인하는 못된 사람들도 있다는 것. 그러니까 결국, 그런 일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번거롭다는 것이 논지였다.

남편의 말을 전부 수긍할 수는 없었지만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몰아붙이니 알겠다고 하고 말아버렸다. 그러고 까먹고 지내다가 책의 [4-1] 수요 없이 베푼 친절이 공소장이 되어 돌아왔다를 읽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어쩌면 내 얘기일 수도 있기에. 분명 강 씨도 나도 선한 의도로 한 것이지만 그게 화살이 되어 찌를 수 있다는 것. ‘나쁜 마음’이 아니라 ‘서툰 배려’의 결과라며 서툴렀다면 단순한 ‘부주의’의 문제라고 말했지만, 여전히 함정은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



책에는 사선변호인, 국선변호인, 국선전담변호사의 차이점을 명확히 짚어주고 있어서 이해하는 데 좀 더 수월했다. 나는 살면서 변호사를, 또 노무사를 수임해야하는 일이 있었다. 전부 사선으로 알아보았다.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기는 했지만 사건을 들을 때보다 수임료를 얘기할 때 더 적극적으로 말하는 그들을 보며, 그들에게 우리는 그저 ‘돈’이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승패로 가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찾아주는 것이라는 말에서 인간미를 느꼈다.



책에는 수백 개, 수천 개의 사건 중에서도 몇 개의 사건들을 책에 실었다. 故 김광석 이상호 기자 명예훼손 사건, 다이버 사망 사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건, 공동퇴거불응 사건, 위법성조각사유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 공공주택특별법 위반 사건, 보이스피싱 사건, 재물손괴죄 사건. 뉴스나 다큐로 익히 보고 익힌 것들이 있고 처음 보는 것들도 있어서 흥미롭게 읽어내려가다가 세상에는 억울한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묵직해졌다. 이 책을 덮으면서 생각한 건 단 한 가지였다. 세상에는 정말 의도치 않게 법을 어길 수가 있다는 것과 세상은 ‘왜’라고 자주 되물어야하는 하나의 거대한 물음표라서 ‘왜’ 그런 일을 해야하는지, ‘왜’ 그런 일을 내가 해야하는지, ‘왜’... ‘왜’... ‘왜’... 그 ‘왜’를 들여다보면 결과를 알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따뜻하기만 한 세상에서 살고 싶지만,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그에 따라 올가미가 더 거세지고 있다. 모든 것에 왜를 붙일 수는 없지만 자질구레한 일을 겪고 나면 사람은 이전과는 다른, 낯선 사람이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고의성 여부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그건 상당히 ‘귀찮은’ 일임에는 분명하니까 말이다.




+ 참고로 저자의 아이를 낳기 위해 선택한 결혼 스토리가 매우 충격적이었다. 와 이럴 수도 있구나,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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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사치 - 가족을 이루는 삶이 특별해진 시대의 가족
진미정 지음 / 김영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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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3월, 4월에는 가족에 대한 헌신과 책임, 양보와 배려, 그리고 묵직한 부담은 가족에서 떨어져나오고 싶게끔 만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형성된’ 가족이라는 집단의 부담감에서 허우적대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가족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이 책을 손에 들었는데 예상 밖의 흐름에 조금 당황했다. 책은 가족의 형태부터 시작하여  저출산, 다문화, 고령화까지 여러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줘서 잠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가족을 생각할 때 어떤 형태를 생각하는가? 부모와 아이, 혹은 아이‘들’이 있는 ‘단란한’ 가족을 생각한다. 실제로 아이를 낳음으로써 가족이 완성되었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종종 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의 형태가 바뀌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했다면, 지금은 가족을 유지하는 것이 비용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이다보니 누구도 함부로 가족계획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게 되었다. 그야말로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가족’이 사치가 되어버린 지금.

나부터도 아이를 낳지 않기로 살기로 고민하고 결심했을 때 주변에서의 오지랖들을 쳐내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나이가 나이인지라 오지랖을 덜 듣는다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또 무엇보다도 내 주변 직업 특성상 결혼 적령기를 놓쳐 결혼을 하지 못한 혹은 않은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들은 나보다 연배가 더 있는지라 더 이전부터 어떤 얘기를 들어왔을지 빤히 보이지만 부러 얘기하진 않는 게 내가 그들을 존중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이렇듯 이제는 가족의 다양성을 본인의 기준에 따라 맞다 틀리다로 규정하지 않고 개별의 가족단위를 존중해 줘야 한다. 이게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숙제가 하나 생긴다. 출산율. 인구 절벽, 인구 소멸. 책에서는 많은 것들을 얘기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출산율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의 알고 모르는 노인들을 부양하며 살고 있는데, 지금의 아이들이 우리를 부양한다는 생각을 할 때면 괜스레 미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나의 존재로 최대한 사회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지만, 사회라는 거대한 망에서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니까. 임신/출산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라서 존중되어야하지만 사회적으로는 피할 수 없다.

전에는 노키즈존에 대해 찬성했던 나는, 지금은 약간 생각이 달라졌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노키즈존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매우, 아주, 대단히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전히 노키즈존이라는 공간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가 양육자의 태도로부터 발생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인데, 성숙한 양육자가 많아진다면 노키즈존은 자연스레 사회에서 없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는 아이를 낳은 일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아이가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하는 부모들의 양육방식이 쉬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아서 안타깝다.



97-98. 앞으로 각자 삶의 경로를 선택할 때 꼭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것이 있다. 취향과 가치를 구분하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 선택, 혹은 비혼 선택은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취향이 아니라 가치의 문제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결혼을 선택하든 비혼을 선택하든 아동, 가족, 돌봄, 공동체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로서 존중되어야 한다. 나 자신은 가족과 돌봄을 선택하지 않았어도 이러한 선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바로 위에 얘기한 노키즈존과도 맥락을 같이 하지만, 최근에 아버지를 간병해본 나는 ‘돌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돌봄에는 시간과 품이 정말 많이 드는구나를 체감하며 일명 간병 지옥이라는 것을 경험했다. 한 달을 꼬박 간병인을 쓴다면 최소 500만 원을 소비해야 하는 높은 간병비의 벽에 머리를 찧고 너덜너덜한 상태로 간병을 자처한 보호자의 경계를 절실히 느꼈달까. 하지만 어디에도 정답은 없다. 모 아니면 도였으니까.



그 외에 흥미로웠던 건 ‘한부모가구’와 ‘한부모가족’의 개념을 바로잡아주는 일이었다. 한부모가구는 부모 중 한 명과 자녀로 구성된 모든 가구를 말하고, 한부모가족은 부모 중 한 명과 미성년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말한다. 그러니까 엄마와 성인 자녀는 한부모가족이 아닌 한부모가구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부모가족은 법적으로 인정된 보호 대상이라면 한부모가구는 지원 대상 여부와 무관한 단순한 가족 형태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사별이나 이혼으로 인한 부부의 해체와 미혼 또는 비혼인 자녀의 결합이 한부모가구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뉴스나 기사에서 보는 한부모가족과 한부모가구의 어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사회적 기준과 평균은 현재에 와서는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에 정상가족, 비정상가족을 나눌 필요 없이 우리는 공생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더 이상 정형화된 삶만이 정답은 아니니까. 하지만, 개인의 삶은 각자의 선택에 맡겨졌지만 그 선택들이 쌓여 만들어내는 결과는 결국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풀어가야하는지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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