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노래
장연정 지음, 신정아 사진 / 인디고(글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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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긴 글을 읽기가 힘든 순간이 또다시 도래했다. -이 순간은 한 달에 여러 번 찾아온다- 순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내가 힘들어하다고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장기적인 것이어서 일정한 템포로 힘든 것이 아니라 클라이맥스가 있는 까닭이다. 이 책을 읽을 때가 그랬다. 가장 클라이맥스로 다다른 때. 그때는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장기전이다 보니, 그 순간이 가장 힘든 것이다. -나를 미치게 만드는 다른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면-

그래도 억지로 뭔가를 해보려 나는 무던히 노력한다. 잊기 위해서. 그래서 책을 들었는데 눈  앞에 난잡하게 활자만 덧대어 보일 뿐, 글이 읽히질 않는다. 근래에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장편보다 단편을 더 자주 찾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단편도 들어오지 않아,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세 그 에세이에는 신물이 나서 덮어버렸고, 책장 앞을 서성거리다가 책 한 권을 들었다. 밤과 노래- 때마침 감정이 꽉 차오르는 밤,이었다.

 

잠시뿐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하지만 활자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온몸의 힘이 쭉 빠져버렸고, 나는 기어이 책을 읽던 중간에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눈동자에 활자들만 이유도 없이 동동 떠다녔던 것이 없던 일인 것만 같았다. 어떤 것에도 위로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분명 나는 위로를 받고 있었다. 그것이 활자가 가진 강력한 힘이었다. 보태어 음악의 선율 또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책에 위로를 받아본 일이 언제던가. 참 오랜만이었다.

 

지나간 일들은 지나간 일들로 바라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통틀어 인생이라 부르고,
나는 그것에 조금 더 마음을 보태 사랑이라고 불러본다. (p.39)

위의 글처럼, 내가 힘들어하는 일 또한 그저 지나가는 일이 되었기를, 되기를, 절대적으로 소망했다. 하지만 아직 그 무엇도 지나가는 일은 될 수 없었고, 되지 못했으며, 되지 못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되던 일들이 한 번에 지나가는 일이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지나갈 일,이겠지. 그것만으로도 희망이 된다. 나의 희망이 존재함으로써 그것은 좀 더 분명한 의지가 생긴다. 그런 나의 희망이 달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고, 오늘도 믿으며 소망한다. 언젠가는 내게도 상냥한 시간이 찾아오기를.

생각한다.
대립할 수 없어도 좋다고.
다만, 오래도록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제대로 살 수 있다고.

물어본다는 것은 내 안에 느슨해진 호흡이 살을 튕기는 일.
심장을 다시금 뛰게 하거나,
세상이 정해준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더 디디게 만드는 일.
문득 가슴에 송곳이 꽂히는 일.
그 날카로움에 절절히 눈물이 나는 일.

질문은, 달처럼 품어져 눈빛으로 맑게 뿜어져 나오는 것.
나이 듦을 지나, 현실 위에 안주함을 지나,
나는 오래도록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하는 질문이 닳지 않고 늘 새롭게 솟아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냐고. (p.58-59)

 

그리고 요즘 일기를 쓰기 전에 생각하는 것.
나는 오늘 괜찮은 사람이었나.” 그 물음엔 아직까지는 아니오.로 끝나는 날이 더 많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점점 더 발전한다는 것. , 다행스럽다. 심연의 끝에서도 반짝이는 빛을 볼 수 있어서. 차단된 회로에서 돌아갈 방향을 생각하는, 나는 내가 아직까지도 많이 기특하다. 기억하자. 힘든 순간들. 그래야 나중에 다가온 행복을 더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테니.

 

 

 

위로를 온몸을 한껏 감싸안아주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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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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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게 처음부터 있을까? 아니면 만들어져 가는 걸까? 만들어져 가는 거라면 언제, 어떤 계기로 그 뒤가 정해지는 걸까?” (p.172)

 

 

우리는 수없이 많은 ‘만약에’ 속에서 살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은 것이었고, 우리는 언젠가 그 선택지를 -그게 무엇이든-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순간이 분명 온다. 그런데 그 ‘만약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의 끝이 ‘다행이다’가 아니라, 후회로 물든 ‘~라면 좋았을 텐데’가 더 많은 것을 보면 삶에 대한 만족감이 충분치 않을 때에 슬며시 찾아오는 것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여섯 편의 단편에는 ‘만약에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아내와 좀 더 오순도순 지냈더라면, 만약에 그를 용서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내가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창문을 열어두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주먹밥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등등 많은 가정들이 있다. 여기에는 정말 그랬더라면! 할 정도로 안타까운 일도 많았고, 정말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인생 같은 건 없어!

 

분명 그런 건 없어.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야. 저 장난감 같은 반지는 또 하나의 인생의 의미를 띠고 빛나지 않아. (p.48-49)

 

 

 

우리가 만약이라는 것에 계속해서 집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삶을 한순간 바꿀 수 있었을 거라는 착각에서 온다. 물론, 모두에게는 인생을 결정하는 큰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또 인생은 필연적이라는 말을 믿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을 부러 ‘착각’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은 그 하나의 선택지에서만 시작하고 끝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책의 중간 즈음 ‘지금의 나’와 ‘만약의 나’를 두고, 나는 어느 쪽의 나를 선택할까. 잠시 고민에 빠졌었다. 당연히 나는 ‘지금의 나’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내려놓을 즈음에 역시나 그렇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지금의 나에 무척이나 만족을 한다. (박완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책이 있는데, 책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아, 물론 박완서 작가의 좋아하는 책 중 한 권이기도 하다- 내가 참 좋아하는 문장이다.) ‘지금의 나’는 무수한 만약들의 간극을 빼곡하게 채워진 나로서만 존재하고, 내가 못 가본 길에 대해 아직까지는 -적어도 나의 삶 전반에 걸쳐서 만큼은- 만약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내가 난 잘 살아왔다.는 것을 내비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뭔가 그 선택을 했다면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거나 그것에 대한 불만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혹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미리 대비를 하여 ‘plan B’가 마련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도 하다.

 

 

 

여섯 편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읽고 책을 덮는데, ‘아, 나 생각보다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 물론 무척 사소한 순간들에 대해서 만약은 얼마나 많이 작용을 하는지. 모든 내 선택이나 행동이 옳은 것은 아니니까. 다만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 없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언젠가 나 역시도 내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후회하며 내 인생에 대해 무료함과 권태로움을 느끼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나의 행복에 근접하도록 또 다른 선택지 문항을 늘릴 것이다. 평범한 오늘의 자신의 삶을 좀 더 사랑하길 주문한다.

 

 

 

 

오탈자 : p.245 어째서인지 맨션을 며느리 친정에서 가까운 지바에 구하지 ▶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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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 일상 속, 화내는 것도 지친 당신을 위한 분노 감정을 관리하는 연습
공진수 지음 / 대림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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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화가 많은 이유는, 내가 타인들보다 더 예민하고 과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해왔다. -물론,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내 친구들은 나를 ‘예민한 사람’이라는 말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별로 예민하지 않은 사람인데 “난 생각보다 예민한 사람이야.”라고 말했을 때 조소를 금치 못한 적도 있었다. 이렇듯 세상에 자기 자신이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생각해보면 그것은 개인 스스로의 주관적인 지표일 뿐, 비단 그것이 화를 자주 내는 이유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몇 년 전보다 더 화를 쉽게 또 많이 내는 것 같아서 모든 상황에 대해 반응하는 나 스스로에도 불만을 품는 일이 근래에는 잦은 편이다. 내가 모든 현상에 대해 둔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더라면, 혹은 차라리 화를 잘 참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현상에 쉽게 반응을 하기도 하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모두 말을 해야 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타자는 어디 가서 바보같이 당하고 말도 못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을 하기도 하고,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것도 ‘적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화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닌 화를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나의 ‘화’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책의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자신의 분노지수를 체크하고 분노의 유형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해두어서 나도 모르는 나를 알아볼 수 있었는데, 자아성찰, 외부귀인, 대인관계, 내부귀인, 표현능력, 공격성 중 나의 분노는 외부귀인과 내부귀인 점수가 동일하게 높았다. 외부귀인은 분노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것을 말하고, 내부귀인은 분노의 원인을 내부에서 찾는 것을 말하는데, 이 점수가 동일하다니 처음엔 이게 뭐지? 싶었다. 문항을 꼼꼼하게 살펴보니, 나는 외부에서 분노를 자주 느끼기는 하지만 그런 내 모습이 싫다.로 결론을 낼 수 있었다. 또한 분노의 유형 (폭발형, 투사형, 억압형, 표현형, 보복형) 중에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보복형에 속했다.

  

 


 

 

 

자존감의 상대어는 열등감이다. 그리고 열등감과 비슷한 용어가 바로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은 자존감 못지않게 자존심을 가지고 있고, 자존심을 지키고 보호받으며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가 생기면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소한 것이라도 다른 사람이 자신을 무시한ㄴ 것 같으면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자존심을 보호하기 위해서 분노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한 자존심 지키기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보복 운전이다.

이런 면에서 분노와 자존심 지키기는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자존심이 강할수록 분노에 취약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굳이 화를 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자존심 때문에 과도하게 반응을 한다. (p.84)

     

위에 발췌해놓은 부분이 나랑 꼭 맞는 부분인데, 위와 같은 부류들-이 바로 보복형이다-이 자존심만 강하고 자존감은 낮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실제로 나 스스로 그런 것을 경험해본 바, 슬프게도 부정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화를 내는 이유가 다양한데, 곰곰 생각해보니 나의 경우에는 내가 받은 부당함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가 있었다. 여기에서 부당함이라는 것은, 내가 받는 피해를 말한다. 타인이 나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나 역시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매우 노력하는 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내 마음 같을 수가 없듯, 너무 아무렇지 않게 타인의 영역을 해치는 이들이 많은 점에 대해서 나는 쉽게 불만을 품게 된다. 처음엔 신경이 쓰이다가, 짜증이 나다가, 그것에 대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쌓이는 상황. 하지만 그것이 매번 화나 분노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 음. 쓰다 보니 이상한 것 같은데, 그러면 이것을 예로 들어볼까.

그런 의미로 나는 영화관에 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앞 좌석을 발로 툭툭 차는 사람, 전화를 받는 사람, 앞 좌석에 아무도 없다고 발을 올려두는 사람 등등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사람-내 기준에는 무식한-이 많아서.

여기에서 내가 예를 들려는 사람은 앞 좌석을 발로 차는 사람이다. -실제로 이 부분이 내가 제일 짜증을 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는데 누가 뒤에서 발로 찼다. 실수일 수 있으니 넘어갈 수 있다. 두 번째 똑같은 상황이 생기면 신경이 쓰이고, 그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짜증이 나면서 결국 말을 한다. “저기요, 그만 좀 차세요.” - 문제는 그때부터다. 그쪽에서 미안하다는 제스처가 나오면 종전에는 어쨌든 관용을 베풀 수 있으나, 그게 아니라면 화가 나는 것이다. 화가 나느냐, 아니냐는 내가 불만을 표출했을 때 그것에 대한 반응과도 비례하다. 이게 외부귀인일 테고, ‘다른 사람은 이런 부분에 대해 -이유야 어찌 됐든- 넘기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내가 너무 예민한가?’ 하고 자책하는 것이 내부귀인일 것 같다.

 

 

 

 

책에는 데이트 폭력, 학교 폭력, 가정 폭력 등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분노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예시들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읽으면서 분노의 여러 모습을 보았고, 어떤 형태든지 분노의 최후는 폭발,이었다. 저자는 생존을 위해서도, 감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분노 감정은 꼭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분노에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을 여러 가지를 제시를 해주었는데, 그중 한 가지 내가 꼭 실천해보고 싶은 것은 다음의 것이었다.

 

감정을 종이에 적어볼 것

머리로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종이에 적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정이 식고 이성이 작용하는 시간에 분노 폭발의 순간을 차분하게 적다 보면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도 좀 더 명료하게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동일한 상황이 반복될 때 이를 처리할 전략에 대한 지혜가 생긴다. 이러한 훈련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동일한 실수와 실패를 확실히 줄일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당신도 분노 조절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것이다. (p.190)

 

   

 


 

집에 굴러다니는 수첩에 하루의 감정을 써봐야지, 했다. 사건과 감정을 간략하게 적어두는 것. 그 감정이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인지에 대해 복기를 해보라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 그리고 그 후부터 내가 짜증을 내면 “또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라고 그이가 자꾸만 놀려대는데, 그럴 때마다 ‘아, 내가 지금도 짜증을 부리고 있구나.’라고 느끼는 일이 생각보다 많아서 창피함마저 느꼈다. 사실 지나고 나면 별것도 아닌 일들이 더 많을 텐데, 오늘은 감정에 잡아먹히지 말아야지. -했지만, 나는 내가 별것도 아닌 일들에 감정이 쉽게 갉아먹힐 것을 잘 알고 있다. 하하. 노력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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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멋진데! 철학하는 아이 7
마리 도를레앙 지음, 이정주 옮김, 강수돌 해설 / 이마주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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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자, 사세요! 외투, 대접, 단추, 소시지, 화병, 소파, 양탄자, 구두, 빗자루, 거울, 커피잔, 모자, 손가방, 풍선, 세탁기, 암탉, 다리미, 트럼펫, 수영복이 있어요…….”

② “자, 사세요! 구두잔, 가방모자, 양탄자우산…….”

③ “자, 사세요! 식사를 할 수 있는 식탁이 있어요. 요리용 냄비가 있어요. 비를 막아주는 우산이 있어요. 바닥을 쓰는 빗자루가 있어요. 자르는 데 쓰는 가위가 있어요. 목욕할 수 있는 욕조도 있어요.”

우리는 어떤 것에 새롭다고 느끼며 흥분할까?

우리는 ‘must have item’이라는 핑계로 하나씩 물건을 사들이고, 그밖에는 새롭다는 이유로, 신기하다는 이유로, 물건을 사들이곤 한다.

하지만 지금은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처럼 번지는 2017년의 늦겨울이다. 이는 두 음절로 ‘비움’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생활습관의 한 종류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것이 미니멀 라이프라는 이름으로 재탄생되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뭔가 새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우리가 종전에는 몰랐을까? 아니, 갑자기가 아니라, 우리는 책에 나온 사람들처럼 “오, 멋진데! 여태껏 그런 건 없었잖아.”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뿐이다.

위에 잠깐 언급한 것이, 내가 생각한 이 책 내용의 전부이다.

이 책은 일러스트를 충분히 구경해도 넉넉하게 10분이면 이 책을 다 읽을 수가 있다. 어떤 이는 휘리릭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읽고 나서는 멍한 상태가 되고야 만다. 나는 이 책을 되감기 식으로 세 번을 보았는데, 아무리 보아도 멍청한 얼음이 된 나를 풀어주지 않고 더 견고히 멍청한 얼음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혼자 땡.

나는 굉장히 빡빡한 소비습관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그러지 않을 수 있는데? 라고 생각하다가, 그런 내가 우스웠다. 이 사람들이 내가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오! 획기적인데? 나도 한 번 사볼까?” 생각해보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고. 또 어떤 것은 굉장히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도 있었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 난 책의 특정한 장르에 빠질 때가 있다. 지금은 추리를 잘 읽는 편은 아니지만, 한때는 단 며칠이지만 추리소설만 읽었던 시기도 있었다. 작가가 파놓은 속임수에 빠져 “오, 새롭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다가 어느 순간 추리소설에 질려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장르의 책에 손을 뻗는 것.

 

 

 

물론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고, 소비자가 있어야 생산자도 있는 것이 맞다. 누군가의 말처럼 소비습관이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말에 반박하고 싶지도 않다.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것이고, 그 가치관에 내가 개입할 생각은 없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한 번쯤은 읽어보세요,라고 권해보고 싶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우스운지. -특히 구두에 차를 마시고, 새로운 잠자리에 적응해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내가 이 사람의 한 사람은 아닌지. 이것이 비단 소비습관에만 국한되는 것인지 등등에 대해 어린이를 비롯한 어른들에게도 충분한 생각거리를 안겨줄 좋은 동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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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스페인 어느새 포르투갈 - 찬란한 청춘의 첫 번째 홀로여행
김미림 지음 / 성안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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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너무 추운 겨울과 너무 더운 여름(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여름휴가를 제외하고는)에는 잘 다니지 않는 편이다. 내 친구의 말처럼 어쩌면 난 딱 그만큼만 여행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와 진짜 추웠어! 혹은 와 진짜 더웠어! 로 끝나는 여행은 과정이야 어쨌든 추억으로 남기는 하지만, 아쉬움이 더 짙은 경험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고스란히 미루게 되는 것이다.

 

그때에 내가 하는 일은, 여행기를 찾아보는 일이다. 책도 좋고, 블로그도 좋고, 카페도 좋다. 그러면서 가지 못한 곳에 대해서는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다녀온 곳에 대해서는 나의 여행이 오버랩이 되는 매우 야릇한 경험도 할 수 있다. 특히 내가 다녀온 곳은 더 꼼꼼하게 보면서 뭐야! 나 여기 못 다녀왔는데 ㅠㅠ 여기 어떻게 갔지? 여보여보, 우리는 여기 들어가려고 했는데 못 들어갔잖아!!!” (이를테면, 프라하 틴성당...) 하며 이런 아쉬움이 격한 감정으로 바뀌기도 일쑤이고. 또 꼭 그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타인의 여행을 눈으로 좇는 일, 사실 그것만으로도 즐거우니까. 어떤 날에는 하루 온종일 여행기에 빠져있는 날도 있다. 그이가 핸드폰 좀 그만해!라고 타박하면 어쩔 수 없이 강제로 핸드폰을 off 시켜야 하는 날도 있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으레 여행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릴 적 여행이 전부였으니까. 어릴 적 여행은, 집안의 모든 물건, 그러니까 텐트부터 시작하여 그릇이며 냄비며 집안의 살림들을 전부 다 가져갔다가 전부 다 가지고 오는 일. 물론 어릴 때의 여행에 대한 추억은 깊어서 무궁할 정도지만, 조금씩 크면서 여행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는 까닭이었다. 또한 어딘가를 다녀와서의 그 피로함도 여행에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작용되었는데, 2013년 결혼 직전에 전국 여행을 하면서 뒤늦게 여행에 대한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게 된 것이다.

 

 

날은 점점 따듯해지고 있고, 겨울잠을 자듯 웅크리던 나도 이제 슬슬 기지개를 켤 일만 남았다. 이제 슬슬 준비하던 여행들을 하나둘 가동해야지 부릉부릉=333 하고 있는 찰나에 눈에 띈 책. 어쩌다 스페인 어느새 포르투갈

 

 

그 책이 조금 남다르게 다가온 것은 곧 다가올 포르투갈 여행이 있어서이기는 했지만, “넌 여행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닌가봐.”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가고 싶은 곳과 아닌 곳이 분명한 탓에 스페인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나였는데, 블로그 이웃 중 내가 참 좋아하는 엘리 님의 스페인 여행기를 보며 나도 언젠가 빼곡한 톨레도의 전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어 스페인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그저 해외여행이라는 막연함 때문에 가지도 못할 곳이라고 생각하고 여행기를 부러 찾아보지 않았는데, 참 신기하기도 하지. 예전엔 그저 막연하기만 했던 미지의 곳들이 현실로 다가오는 그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윤활유가 된다는 것을 여전히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책을 읽으며 나도 욕심나던 것.1

 

셀프 가이드북! 사실 나는 여기엔 뭐가 있고 뭐가 있으니 이렇게 가야겠다.는 식의 동선을 짜는 정도로만 찾아보는 편이었다. 어떤 이는 많이 보면 감흥이 덜 하다던데, 나는 그보다는 내가 직접 보고 조금 다르게 느끼고 싶다는 이상한 욕심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런데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고, 다녀와서 난 분명 그걸 보고 왔는데 아무런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다. 역시 사람은 모든 것에 감정을 느낄 수가 없는 것이고,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처럼 아는 것에 더욱 집착하여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그이에게 선언했다. “여보, 내가 또 일을 벌일 것 같아.” “?” “셀프 가이드북을 만들 거야.” “???? 하지 마. 또 스트레스받을 거면서.” “맞아. 어떤 사람들은 하면서 스트레스 엄청 받는데, 다 하고 나면 뿌듯하다고 하더라.”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갔는데, 그이는 어휴~”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셀프 가이드북을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그것을 셀프 가이드북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처음 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 전국일주를 하면서, 그날그날의 동선을 적어두고 계획해둔 것. 그리고 밑에 짤막하게 쓰는 란도 만들어 두었었다. 이번에 셀프 가이드북을 만들게 된다면 어쩌면 그것보다는 확장이 되겠지만, 벌써부터 설렌다. 하지만 나는 셀프 가이드북에 이 건물의 역사와 유래 이런 것까지는 넣지는 않을 생각. 나는 언제나 심플한 것을 추구하니까. 한 손에 들어오는 크기의 수첩이면 더 좋겠다. 어쨌든 나만의, 혹은 우리만의 셀프 가이드북을 따로 만들어둔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의 일부일 것 같다. ps. 이번에는 시시때때로 쓸 수 있는 여백의 노트를 충분하게 만들어둬야지!

 

 

 

책을 읽으며 나도 욕심나던 것.2

 

그리고 여행을 가서 하루에 한 장씩 엽서를 쓰는 것 역시 참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그것까지 한다고 하면 그이는 아마 조금 많이 말릴 것 같기는 하다. 엉뚱한 곳에 강박관념이 있는 나는 그걸 하지 않으면 여행이 망쳐버렸어! 라며 우울해할지 모른다는 것이 그이의 판단일 것. (안 봐도 안다. 하하.) 그래도 해보고 싶다! 대상은 누구라도 좋을 것 같다. 그게 내가 나에게 보내는 엽서일지라도.

 

 

 

 

책의 본문에는 히스로 공항에서의 두근두근하는 입국 심사, 읽기만 해도 매력 넘치는 톨레도, 공항에서 잃어버린 핸드폰을 다시 찾는 행운, 포르투갈에서 몇 번이나 소매치기를 당할 뻔했던 일들, 칼로리 폭탄의 주범 포르투의 프란세지냐, 포트 와인, 와이너리 투어, 벨렘지구의 에그타르트, 유럽의 땅끝마을 로카 곶(호카 곶), 그토록 기대했던 세비야 대성당에 결국 가지 못하게 된 것, 타지에서 만난 동행인, 카우치 서핑, 낯선 곳에서의 히치하이크, 캄프 누에서의 직관 등등 읽을거리가 적게는 한 페이지, 많게는 서너 페이지씩 짧게 나누어져 있어서 읽는데도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뒷부분에는 여행 준비의 A to Z 라고 하여,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일종의 tip이 기재되어 있고, 스페인&포르투갈 OR only 스페인 OR only 포르투갈의 일정도 써두어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페인을 다녀온 각기 세 자매의 인터뷰가 있어서 읽다가, 어쩐지 좀 불편해져서 그 부분은 패스를 했다.

 

 

+ 책에 블로그 주소가 나와 있어 들어가 보았는데, 블로그는 들어가지 말걸. 책을 읽을 때의 느낌과 블로그의 글을 볼 때의 느낌이 너무 많이 달라서, 조금 혼란스러워졌기 때문. 뭔가 더 쓸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만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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