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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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겹다.

내가 책을 중간 즈음 읽었을 때부터 책의 서평을 쓸 때는 이 단어를 첫 마디에 써야지, 생각하고 있던 말이었다.

따지고 보면 이 말을 쓰기 위해 나는 서평을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박범신 작가는 작가의 말에 구태여 썼다. 단순히 부도덕한 러브스토리로만 읽지 말라고.

나는 단순하게 부도덕한 러브스토리로만 읽지 않았다.

김진영이 천예린에게 마음이 기울었을 때, 그럴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것은 인간의 꿈틀거리는 욕망이어서가 아니라,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더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법이니까.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역겹다고 말하는 것은, 숭고한 것을 너무 추잡하고 추악한 방식으로 더럽혔기 때문이다.


이 책을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하다가 김진영, 그의 이야기부터 시작해보기로 한다.

48. 50대의 나이는 변수가 적다.

그러나 삶이란 끝이 없다.

삶이 계속되는 한 어느 날 갑자기 우리들 뒷덜미를 사정없이 잡아채어 수렁 속으로 내던지고 마는, 악마의 손길 같은 삶의 어두운 변수는 결코 끝나는 법이 없는 것이다.

정말 50대가 되면 변수가 적을까. 생각하다가,

J를 보면서 치열하게 사는, 또 살아야 하는 20대, 30대, 40대보다는 더 많이 내려놓게 되겠지, 한다.

요즘은 백세시대라고 떠들어대지만 나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어쨌든 사람은 노화가 진행되어가는데 백세시대면 무얼 할 텐가.

백세시대라고 하지만 여성은 50대가 되면 자연스레 폐경을 겪을 테고, 갱년기도 올 텐데.

백세시대라고 하더라도 폐경이나 갱년기가 80세에 올 수는 없을 거다.

오히려 폐경은 더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의학 기술이 발달한다고 하지만 얻는 게 있는 만큼, 우리는 무언가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소맷부리 단추, 그 하나가 불러온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새삼스럽게 모든 것이 짜증스러운 날, 맹렬한 적개심이 일었다.

그러면서 중심 어딘가가 비어있다고 느낀다.

그것을 그는,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60. 나는 도대체 여태껏 뭘 해왔을까.

스스로를 자조하며 지내던 어느 날, 노란 우비에 이끌려 미술 학원을 들어가게 된다.

천예린, 그녀의 이미지

1. 소녀, 노란색

2. 눈빛의 광채

3. 스케치북에 그린 옛 꿈이 이미지

김진영 씨가 그녀에게 이끌렸던 것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쩌면 자신을 인정해주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반면에 그림을 그릴 거라는 그의 말에 질린 표정을 한 아내에게서, 뻔한 일상에 사로잡힌 평범한 아줌마의 모습을 본다.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 황폐한 간격 / 너무나도 뻔한, 기계로 찍어낸 싸구려 공산품 같은, 황폐하고 부식된 삶. 이라고 표현하는 모습에서 나는 현기증이 이는 것을 느꼈다. 가족에게서 로봇 취급은 물론이거니와 희로애락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는 삶을 보냈으니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겠지만 많이 슬픈 부분이었다.

103. 확실히 예감하진 못했으나, 그때 이미 나는 내 앞에 은밀히 놓인 덫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삶이란 때론 그렇다, 평온하고 안정된 삶일수록 은밀히 매설된 덫을 그 누구든 한순간 밝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생의 심연이 지닌 본질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일는지도 모르겠다. 생이라고 이름 붙인 여정에서 길은 그러므로 두 가지다. 멸망하거나 지속적으로 권태롭거나.

아들 선우에게 "고향 집 어귀에 있던 미루나무들이 싹 베어지고 없더라."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가족을 등진 김진영 씨. 심지어 그는 회사 자금을 횡령하여 갔기 때문에 가족은 그가 떠난 후에 완벽하게 파멸을 할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인해 실어증과 기억상실이 같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선우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진영 씨라고 아십니까?"

그는 아버지를 만나러 동시베리아에 이르쿠츠크 지역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아버지는, 천예린의 주검을 지키고 있다.

33. 주름살 투성이의 거무튀튀한 얼굴, 푹 꺼진 눈, 바짝 말라 함몰된 볼, 그리고 살아 있으면서도 죽은 눈빛. 불과 2년 만에.


 

나는 김진영 씨에게 갱년기가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성의 갱년기는 더욱 황폐하다고 들었으므로 그것이 김진영 씨에게 닥칠 위험천만의 순간들을 오롯하게 함께 겪을 수 있겠구나.

언젠가 J에게 갱년기가 찾아온다면, 이라는 기대를 가지며 읽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결국 이것인가?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텅 빈…… 자유가 거기 있네. 침묵의 방이…….

라는 것 같았지만,

나는 하나도 와닿지 않았다.

천예린이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고,

그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까지 헌신적이던 김진영씨는,

왜 자신의 아내에게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김진영, 그는 단 한 번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고,

미안한 마음을 가진 적도 없다.

설령 그렇게 묘사를 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진심일 리 없다.

매우 이기적인 인간의 한 전형을 보았다.


 

책의 묘사에 대해서는 읽는 독자의 고유한 권리라고 본인이 쓰셨으니 욕 좀 해야겠다.

책에는 성관계가 묘사되어 있다.

아주 상세하게.

그런데 이보다 더러울 수가 없다.

참 더럽게도 쓰였다.

왜 이런 부분이 쓰여야 하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고, 나의 관할은 아니었기에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끝을 보자 싶어서 끝까지 읽어나가기는 했지만,

읽으면서 외설스러운 묘사들의 행진에 나도 모르게 낮게 욕을 내뱉기도 했다.

이 책을 썼을 당시,

작가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여있었나? 하고 생각할 만큼,

-하지만 결코 이해하고 싶지는 않은- 격정적이다.

그에게 성행위란, 성관계란, 섹스란, 이런 것일 수밖에 없나?

급기야 책을 읽으며 작가에 대한 인간성까지 의심하게 된다.

불행하게도 그는 사랑이 밑바탕이 되어 있는 섹스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지에 대해서까지 다다르게 된다.

<은교>를 읽으면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기에 나는 더 이상 그의 책을 읽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50대 아버지'라는 부분에서 또 멈칫했던 거다. 또 다른 <소금>일 줄 알았겠지.

/

아,

사람이 산다는 게 무어냐.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도,

그게 행복인 줄을 모르고 산다.

그렇게 찾고 싶었던 자신의 생 앞에서,

결국 그는 무엇을 찾았나 말이다.

그는 단 한순간도 자신을 찾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고,

그저 한 여자의 그림자만 밟으며 쫓아다니는 꼭두각시였을 뿐이었다.

자신을 찾았다고 생각하지 말라.

도대체 어느 부분이 자신을 찾았다고 말하는가.

텅 빈 자유가 거기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결국 자신이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천예린이 남긴 부분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닌가.

그는 애초에 주체적인 인간이 아니었던 거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졌던가.

참 인생무상[人生無常]이다.

ps. 50대 여자에게 천예린이라는 이름은 가명이었을까?

50대 여자에게 천예린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 편견이겠으나, 읽는 내내 몰입이 안 돼서 혼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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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9-06-13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금 한권만 읽었는데요, 하늘보리님의 리뷰를 보니 박범신은 이제 안읽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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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의 책 선정에 아쉬움을 진하게 가지고 있었기에 허기를 채우러 도서관을 찾았다. 묵직한 활자에서 벗어나 허기를 채울 수 있을 법한 고요한 마음에 돌멩이를 툭 하나 던지는 그런 책이 필요했다. 보자마자 이거라며, 책을 안고 돌아오는 발걸음은 경쾌하다 못해 넘실거렸다. 미야모토 테루의 작품은 <금수>와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를 이어 마지막 <환상의 빛>까지 왔다. 참 오랜만에 감정이입해서 읽은 책.

 

 

 

 

 

 

「환상의 빛」 「밤 벚꽃」 「박쥐」 「침대차」 네 단편을 묶는 것은 죽음이다. 죽음의 형태가 어떻든, 죽음은 남은 사람에게 상실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환상의 빛」과 「밤 벚꽃」 이 정말 정말 좋았는데, 사실 단편인 줄도 모르고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쉬워 첫 단편인 「환상의 빛」을 놓지 못하고 그러안고 있었다.

 

 

 

 

 

 

환상의 빛

 

 

서른두 살이 된 유미코, 사별한 지 칠 년이 되었다. 전차에 몸을 맡긴 남편의 자살,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녀의 재혼의 이유는, 당신이라는 사람이 따라다니는 풍경에서, 소리에서, 냄새에서 도망치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재혼 후의 삶에 안정됨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남편의 뒷모습에 말을 거는 것으로, 위태롭게 시들어버릴 것 같은 자신을 지탱해왔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80. 당신의 뒷모습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떠올랐습니다. 그때 제 마음에는 불행이라는 것의 정체가 비쳤습니다. 아아, 이것이 불행이라는 것이구나, 저는 당신의 뒷모습을 보면서 확실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왜 죽었을까,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하고 유미코는 내내 생각한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가, 하고. “사람은 혼이 빠져나가면 죽고 싶어지는 법”이라고, 새로운 남편은 말했다. 그녀는 그 말을 믿기로 한 게 아니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믿게 되었던 모양이었다. 그것 말고는 남편의 죽음의 이유를 생각할 수 없었으므로. 그래서 그녀는 그렇게 믿기로 한다.

 

 

 

 

82. 자 보세요, 또 빛나기 시작합니다. 바람과 해님이 섞이며 갑자기 저렇게 바다 한쪽이 빛나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쩌면 당신도 그날 밤 레일 저편에서 저것과 비슷한 빛을 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실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아득해진다. 상실이라니. 그것도 믿고 의지하던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이유도 모른 채. 정말이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야,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완전하게 그가 될 수는 없으므로,라는 생각을 하면서 막연하게 슬퍼지는 것이다. 끝내 나는 또 그렁그렁한 눈으로 오래오래 단편을 마음에 담아두기로 한다.

 

 

 

 

 

 

 

 

밤 벚꽃

 

 

108. 멀리 바다가 보이고 활짝 핀 벚꽃으로 둘러싸여 있고, 일 박으로 갈 수 있는 곳이고, 게다가 예산은 5천 엔 밖에 안 드는 곳, 당신의 바람을 이룰 수 있는 곳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생각나지 않았거든.

“예쁜 밤 벚꽃이지.”

 

 

 

 

밤 벚꽃에 대해 예쁘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있었어도 생각이 나지 않으니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여름의 문턱을 넘어선 계절, 밤 벚꽃이 그렇게나 보고 싶어지게 만들었던 이야기. 그 언젠가 그와 손을 잡고 밤 벚꽃을 올려다보며 걷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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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돼가? 무엇이든 -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첫 번째 에세이
이경미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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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른 이웃님의 서평을 통해 몇 번이나 접했었다. 에세이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대체로 평이 좋은 편이었지만 끌리지는 않았다. 전에는 에세이는 아무 생각 없이 읽기가 좋아서 부러 찾아읽었다면, 지금은 부러 찾아보지 않는 장르이기 때문에. 속사포로 출간되는 에세이들만 보더라도 나는 어쩐지 조금 질리는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서 구경하다가 이 책을 손에 든 나를 보았다. 4월에는 시험이 있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했었고 활자들에 질려서 (아, 요즘 질린다는 표현을 자주 한다.) 책을 읽다가 말아버리는 때가 너무 많아서 다른 분들이 즐겁게 읽었다던 이 책을 나도 모르게 집었나 보다.




이 두껍지 않은 책에는, 사랑, 엄마, 아빠, 영화가 가장 큰 주제인 것 같다.


책을 보면서 웃는다는 것을 이해를 못 하는 편이다. 심지어 티비나 영화를 보면서도 잘 웃지 않는다. 아예 웃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웃으라고 만든 부분에서도 잘 웃지를 못한다. 웃음보다 울음에 좀 더 관대한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책을 읽으며 피식피식 웃는 사람은 아니어서 책을 읽으며 박장대소했다는 것에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딱 한 번 웃었던 게 있다.


"너는 언니가 돼가지고 왜 이렇게 철이 없니?"

'내가 철이 없다고? 와, 진짜 내가 얼마나 똥을 잘 참는데!'

누구를 위해 하는 훈련인지 모를 똥 참기 훈련에 돌입했다.

똥을 참는 횟수를 세고, 결국 그녀는 변비에 시달린다.


풋.



그리고 신기했던 부분.

이걸 문화 차이(?)라고 해야 하나?


필수는 쓰레기통을 부엌 싱크대에서 닦는다.

자기네 가족은 원래 그런다고 한다.


나는 쓰레기통을 욕실에서 닦는다.

요리하는 자리에서 쓰레기통을 닦다니 말도 안 된다.


필수는 얼굴을 닦는 자리에서 쓰레기통을 닦다니 토 나온다고 한다.


어렵네.



먹는 걸 닦는 곳에서 쓰레기통을 비우는 게 나한텐 더(...)




책에 대한 소감은, 잘 다듬어진 일기장을 엿본 느낌이었다. 특히 아빠에 대한 부분.

아빠한테 나를 증명하는 일은 세상에 나를 증명하는 일보다 늘 어려웠다.

아빠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구나. 그리고 지금도 그렇겠구나. 그래서 그토록 아웅다웅하는 거겠구나. 싶다.

어쩌면 그녀는 이미 인정을 받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덧. 사랑은 서로의 생명력을 주고받는 일이라는데, 나는 얼마만큼의 생명력을 주고받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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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식 - 주 1회 실천으로 스트레스 없이 쉽게 뺀다!
세키구치 마사루 지음, 한원형 외 옮김 / 시사문화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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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단식을 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음식물이 조금만 들어가도 부대끼고 앉아있기가 부담스러워지는 까닭에 조금씩 먹으려고 노력은 하지만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는 하염없이 흐트러지는 나는, 하루를 통째로 단식을 하기보다는 간헐적 단식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하루 온종일 단식이라니!

21. 월요단식은 먹지 않아 몸을 괴롭히는 방법이 아니라 몸의 부담을 가능한 한 줄여 최대한의 효과를 끌어내는 궁극의 방법

이라고 한다. 먹지 않는 것이 몸을 괴롭힌다기보다 몸의 밸런스를 맞춰준다는 것.

왜 하필 월요일에 단식을 해야 하지? 월요일은 직장인에게는 한 주를 더 힘이 넘치게 살아야 하는 날인데! 했는데, 책에서는 월요일이 가장 좋은 단식일이라고 한다. 한 주의 퍼포먼스를 올리고 과식한 몸을 월요일에 리셋한다는 것. 근데 여전히 내 생각으로는 월요단식, 참 힘들겠다-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한편으로는 실제로 먹지 않을 때에 부쩍 신경질을 내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창 다이어트를 할 때에 나는 저녁을 먹지 않고, 그러니까 간헐적 단식의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했었는데 그 방법은 실로 대단했다. 저녁에 뭔가를 먹지 않으면 물론 배가 고프기는 하나, 나 같은 경우에는 "다음 날 일찍 일어나서 아침 먹어야지!" 그 생각으로 참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아~ 내일 아침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식욕을 억제하는 혈인 '노궁혈'의 위치인데, 이 부분은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이 혈을 누르면 아프다고 느낀다고 한다. 식욕 억제를 포함하고 만성 피로나 자율신경을 진정하는 효과도 있다고 하니 자주 눌러줘야겠다.


 

 

 

타인과의 약속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에게 자신과의 약속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이건 정말 옳은 말이다.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그것이 나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이건 따라 하고 싶어서 찍어둔 현미경 목표의 예

1. 일주일에 3일은 "오늘 데이트 있나 봐?"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멋지게 꾸미고 출근한다.

2. 이번 일주일은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집을 나선다.

3.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귀가 도중에 편의점에 들르지 않는다.

4. 출퇴근 지하철에서 앉지 않는다.

5. 지하철역에서 계단으로 다닌다.

6. 이번 주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소파에 앉지 않고 곧바로 화장을 지운다.

7. 오늘과 내일은 11시까지 잠자리에 든다.

8. 밤 10시 이후에 스마트폰을 볼 때는 밝기를 조절하여 화면을 어둡게 하도록 습관화한다.

9. 오늘 약속에는 모두 5분 전에 도착한다.

여기서 1, 3, 6, 8, 9번은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

나한테는 2, 4번이 제일 어렵다.

 

 

체중계가 보여주는 숫자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관리하에 두기 위해서 매일 체중계에 올라가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일희일비를 하지만, 그다지 반성!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너무 익숙해진 건가... 나 정말 반성해야 하는 몸무게인데...

 

 

 

월요단식의 기본 규칙 정리

 

 

 

 

 

 

 

저녁까지 단식을 했을 때 계속해서 배가 고프다는 신호가 온다면 해볼 만한 것.

'안면혈'을 누르는 것인데 귀 뒤쪽에 움푹 파인 곳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효과는 잠이 쉽게 들고, 수면의 질을 높인다고 한다. 잠에 쉽게 들지 못하는 나에게는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

 

 

 

 

나는 책을 읽고도 여전히 단식이 어려워 보인다. 아직 실천을 하기 전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한 번에 단식을 하기보다는 우선 이 책을 바탕으로 이전에 했던 간헐적 단식에 다시 도전해봐야지. 생각해본다.

그런데 지금 서평을 쓰는 오늘, 간헐적 단식하기 딱 좋은 날인 것 같다. 심지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뭔가를 먹어야 하는 나는 (아침을 챙겨 먹는다거나 커피를 한 잔 마신다거나) 아직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월요단식으로 인해 살을 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건강과도 연계가 되어있다고는 하는데, 그것은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은 하지 못하겠지만 먹지 않음으로 해서 신경이 날카로워지지 않는다면 나는 그것으로 성공인 것 같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해서 건강한 몸을 가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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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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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을 쓰기에 앞서 나는 맥주를 1리터가량 먹은 상태이고, 지금은 클래식FM에서 비발디의 겨울이 나오고 있다. (2019.05.19. PM9:22) 이렇게 써두고 나는 익스플로어를 껐다. (;;;) 그리고 이틀 정도 지난 오늘, 다시 이어서(?)(도대체 뭘?) 쓰는 서평.

이 말을 꼭 쓰고 싶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처음이다. 라는 말. 들은 말이 많았다. 그 작가의 책은 어렵다, 심오하다, 잘 읽히지 않는다 등등. 그런데 그 작가의 책을 읽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드는 것은, 뜬금없게도 책 제목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알랭 드 보통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책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우리는 사랑일까>인데 사실 제목치고는 조금 가볍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으니까. 그런데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는 물음표가 가득 메워지는 것. 나의 경우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펴보고 그 이후로는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막연하게 어렵다고 생각하고 기피했는데, 한 이웃님의 서평을 보고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혼 생활에 대해 쓰인 책들을 찾아 읽게 된 게 결혼한 지 몇 년째 되던 해-라고 명명할 수 없을 만큼 주기적으로 있어왔다. <엄마의 주례사>를 2014년 이맘때 즈음에 읽었고, 그 이후에도 힘들 때마다 손에 쥐고 읽어나갔다. 2014년에 처음 쓴 서평을 읽어보니 결혼했다는 느낌이 없다고 쓰여있었다. 그때의 서평을 읽으니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아 맞아, 그랬어. 큭큭. 지금은 웃음이 난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른 이유로 하지만 완전히 다를 수는 없는 이유로 울음도 새어 나온다. 그때 결혼 생활이 힘든 것은 적응이 느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렇다. 결혼 생활이라는 건, 여전히 좋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어렵고 힘들다. 즐거움과 힘듦이 공존하는 생활이라니, 이런 생활이 가당키나 하단 말이야? 어후, 절레절레-

16. 한때 그가 낭만이라 보았던 것-무언의 직관, 순간적인 갈망, 영혼의 짝에 대한 믿음-이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를 배워가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을 유발했던 신비한 열정으로부터 눈을 돌릴 때 사랑이 지속될 수 있음을. 유효한 관계를 위해서는 그 관계에 처음 빠져들게 한 감정들을 포기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이제 그는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 기술이라는 사실을 배워야만 할 것이다.

나는 결혼을 했지만, 여전히 사랑은 사랑으로써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낭만이고 로망인 동시에 현실에 스며드는 것이라고, 이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낭만과 로망이 현실을 갉아먹으면 안 되지. 그러는 순간부터는 현실에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충돌을 하니까. 그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어땠을까마는, 지금이라도 아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래전의 당신을 떠올린다. 그때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엄연히 다르지만, 사랑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한다. 그때의 사랑과 지금의 사랑이 모양이 달라졌고, 깊이 또한 언제가 더 깊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니까.

31. 사랑은 약점에 관한 것, 상대방의 허약함과 슬픔에 감응하는 것이기도 하다. (…) 그들 역시 혼란스러워하고 망연자실하는 순간들이 있다는 깨달음을 통해 우리는 지지자라는 새 역할을 부여받고,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덜 부끄러워하게 되고, 아픈 경험을 공유하면서 그들과 더 가까워지게 된다.

평택에서는 나보다 훨씬 오래 살았기에 그는 나를 많이 배려해줬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징징거렸고 그는 그것을 받아주었다. 적응하느라 힘들겠지,가 그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였을 테다. 그러다가 진주로 이사를 하고, 또 대구로 이사를 하면서 그런 배려가 사라졌다. 나도 처음인 만큼, 그도 처음이었으니까. 그렇게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를 미워하면서 그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신도 나처럼 힘들어하고 있구나. 라고 느끼는 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당신도 많이 힘들구나.

결혼 6년 차에 깨달은 것.이 그것이었다.

배우자를 불쌍하고 가엾게 여기는 마음,

그것이 결혼 생활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는구나.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나를 힘들게 하니 그가 미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여전히 나는 미움과 가엾음의 사이에서 방황한다.

여보, 이제 그만 미워하게 할 때가 됐어. 알고 있어?

58. 그가 청혼한 것은 그와 커스틴이 서로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을 보존하고 '동결'시키길 원해서다. 그는 결혼이라는 행위를 통해 황홀한 기분이 영원해지길 기대한다.

59. 라비는 어느 한 느낌과 결혼하여 그 느낌에 영원히 고착하려는 게 아니다. 그는 대단히 구체적이고 특별하고 순간적인 일련의 상황들에서 운이 좋게도 그런 느낌을 공유하게 된 사람과 결혼하려는 것이다.

이것 사이에는 어쩐지 조금 괴리가 있다는 생각은 드는데, 이건 이해하기 나름인 것 같다.

동결시킨 감정을 꺼내어보는 일.

그게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좀 알겠다.

그것은 이따금 현실의 나를 부정하게 만들기도 할 텐데,

개인적으로는 바로 그것이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낭만/과 일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74. 그럼에도 별것 아닌 일들이 두 사람 사이에 계속해서 놀랍도록 자주 끼어든다.

라비와 커스틴은 유리컵 하나로 다툼이 시작된다.

고작 유리컵 하나로!

하지만 고작,이라는 명사를 붙이기에는 좀 미안하다.

결혼 생활 중에 나타나는 다툼은 연애할 때의 다툼보다 더 사소하고 시시하며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78. 사실 라비와 커스틴의 결혼 생활에서 '아무것도 아닌 문제'를 두고 벌어지는 말다툼은 거의 없다. 작은 쟁점들은 사실 단지 필요한 관심을 받지 못한 큰 쟁점들이다. 일상에서의 논쟁은 그들 성격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어져 나온 실밥이다.

작은 쟁점은 더 큰 쟁점으로 언젠가 다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다른 성격의 사람이 함께 한 집에 산다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에 당연히 크고 작은 쟁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위에서 나는 /사소하고 시시하며 보잘것없다/고 말했지만,

그것들은 지나고 나서야 아 진짜 시시했네~ 하지,

당시에는 (우습지만) 그것이 결혼 생활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쟁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77. 바다흐샨의 부상당한 아이에게 피를 나눠주거나 칸다하르의 어느 가족에게 물을 날라다 주는 것이 아내에게 몸을 기울이고 미안하다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울 듯하다.

이 부분 너무 웃겨서 나도 그이한테 보여줬다.

나는 그가 사과를 잘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명백하게 잘못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렇지가 않다.

그런데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것이,

나는 명백하게 내가 잘못한 경우에도 역시, 좀처럼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저 문장은 아마 나한테 하는 말 같다는 말을, 나는 그에게 하지 못했다.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는 미안하다는 말을 잘도 하고,

안내 데스크에 뭔가 물어볼 때도 “죄송한데~”로 시작하는 나를 대입하면 그를 포함한 나의 친족에게만 그렇다.

언젠가 그는 내게 말한 적이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이 여보한테 자존심이야?”

그 말을 듣고 생각난 것이 있다.

대여섯 살의 나,

책 열 권을 들고 팔을 올리고 무릎을 꿇고 벌을 선 적이 있었다.

발가락이 저렸고, 팔이 바들바들 떨렸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아빠는 내게 엄마한테 잘못했다고 말하라고 부드럽게 이야기했지만, 나는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상태로 한 시간을 유지했다.

그리고 정말 참지 못하겠을 때 잘못했다고 말했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면 끝날 것을 나는 고집을 많이 부렸다고 했다고 한다.

그 이후로 좀 나아진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다시 도졌다.

나만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일까. 나만 잘못한 일도 몇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라비의 심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말이다.

그렇다.

나는 그냥 변명을 하고 있는 거다. (허허)

79. 협상을 위한 인내심이 없으면 비통해진다. 원인도 잊은 채 화가 나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는 쪽은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를 끝내려고만 하고, 잔소리를 듣는 쪽은 자신의 반발이 합리적 반론이나 그도 아니면 가엾고 용서받을 만한 성격상의 결함에서 나온 것임을 더는 설명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양 당사자는 그들에게 똑같이 지루하기만 한 이 문제가 그냥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내가 아마 이 책을 1년 전쯤 읽었다면 어땠을까, 공감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협상을 위한 인내심이라니! 협상을 하는 데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왜?

... 하지만 이제는 안다.

협상을 하는 데는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오은영 박사의 <화해>에서 /새 날이 밝았구나/를

내 배우자에게 아무리 대입을 시켜도 인내심의 범위는 넓어지지 않았다.

협상은 되지 않고, 더불어 인내심도 넓어지지 않으니,

크고 작은 모든 문제가 그 문제로 귀결되기 시작했다.

81. 일상적 문제에 시달리는 관계는-이상하고 무익하게도- 도외시되는 주제로만 남는다. 자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양극단, 즉 더없이 행복한 관계 아니면 살인적인 파국이다. 그래서 미성숙한 분노, 한밤의 이혼 협박, 부루퉁한 침묵, 쾅 하고 닫혀버리는 문, 평상시의 부주의하고 잔인한 행위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그로 인해 얼마나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지를 가늠해보기가 쉽지 않다.

음~ 난 이런 문장들을 이해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이해가 된다는 게 억울하기까지 하다. 너무 잔인한 일이야.

86.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할 필요 자체가 모욕의 핵심이다. 만일 파트너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는 설명을 들을 자격이 없다. 덧붙이자면, 토라짐의 대상자는 일종의 특권을 가진다. 다시 말해, 토라진 사람은 우리가 그들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것이다.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 중 하나다.

“벨라 왜 그래? 또 말 안 해?”

“말을 해줘.”

... 아몰랑 하나로 다 해결되는 것이,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이라니.

아몰랑으로 인해 다툼이 더 심화되는 경우는 어쩐단 말인가.

나는 전이나 지금이나 입을 다문다.

예전에는 화가 나는 이유를 설명하고 싶지 않아서, 내가 화난 이유가 뭔지 정말 모르겠어? 라는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말을 하다가 더 화가 날 것 같아서.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고.

결혼 전에 내가 말을 하지 않거나 대꾸를 하지 않으면 엄마는 말하곤 했다.

“또 삐졌어?”

... 안 삐졌어!!!! 삐진 게 아니라 화가 난 거야!!!!!!!!!

180. 누군가와 가까워질 때의 두려움과 불안정함은 관계가 시작될 때 한 번만 경험하고, 일단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공동 명의로 대출을 받고, 집을 구입하고, 자녀를 몇 낳고, 유언장에 서로의 이름을 넣는 등으로 명시적인 약속을 맺은 후에는 불안이 사그라질 거라고들 상상할지 모른다.

그러나 간격을 극복하고 우리가 필요한 존재라는 보증을 획득하는 일은 단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 그런 일은 틈이 생길 때마다-외박, 바쁜 기간, 야근- 반드시 반복된다. 모든 막간에는 상대가 여전히 나를 원하는가라는 의문을 매번 새롭게 되살리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보증이 대단히 필요하다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고 기분 좋게 인정할 만한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여러 해를 함께 보낸 후에도 욕구의 증거를 요구하려면 두려움이 가로막는다. (…)

나는 그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여보는 나랑 헤어지면 아마 다른 사람을 못 만날 거야.”인데, 이것은 그가 결혼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 아니라, 완벽하게 ‘벨라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금 더 다른 이유로 그와 헤어지면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 같은데, 그는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서 가장 확실하게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인 까닭이다. 우리 오늘 뭐 하기로 했지? 라는 물음에 사랑- 하고 대답하는 사람. 물론 그 사랑이라는 녀석은 형태와 성격이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사랑 말이다. 그는 그것을 잘 안다. 나는 무척이나 감사하게도 매 순간 그가 나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근과 잦은 회식, 늦은 시간의 귀가 등등의 이유로 이 사람이 나를 생각은 하고 있는 건가? 나는 도대체 이 사람한테 뭐지? 하고 생각하게 되는 에너지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단순하지 않다.

언제라도 설명이 필요한 사람이다.

어쩌면,

취급 주의 스티커가 백 개는 붙어야 하는 물품인 셈이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점은,

그는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277. 결혼한 지는 16년이 되었지만 이제야 좀 늦게 라비는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낀다. (…) 사실상 그는 적어도 열두 번은 이혼과 재혼을 겪어온 셈이다. 오직 한 사람과 말이다.

...이 글을 보고 솔직히 좌절했다.

16년? 16년이라고?!!!!

280.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되기를 단념했기 때문이다.

라비가 결혼할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것이 몇 가지가 나오는데, 사실 나는 그것들을 다 공감할 수는 없었다.

이해되기를 단념한다...는 문장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안타깝게 느껴진다.

결혼 6년 차인 나는, 더 이상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인정하려고 노력한다.

사람의 감정이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했던 나는,

나의 감정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며 참을 수 없는 회의감 같은 것을 느꼈다.

그 감정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었다.

호랑이 탈을 쓰다가도 양의 탈을 쓰기도 했다.

똑같은 일에 대해서도 오늘은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일이, 내일이 되면 내 모든 분노가 구더기 안에 들어찬 것만 같았다.

그런데 사실에 입각하여 인정을 하려고 하면, 왜? 라는 말보다 그래, 그건 그런데- 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을 경험했다.

278. 연인이 '완벽하다'는 선언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징표에 불과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상당히 실망시켰을 때 그 순간 우리는 그 사람을 알기 시작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나는 그와 결혼 생활을 6년째 지속하고 있지만, 최근 1년이 정말 최악이었다.

어째서? 왜? 또? 라는 말을 습관처럼 말했고, 그에게 나는 이래서 당신과 살 수 없어. 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이미 알고 있던 그의 모습에서 억제되어 있던 것들이 분출하는 것을 느꼈고,

그것에 대한 변명은 너무나도 많았다.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인간이라면,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것도 인간이라면,

환경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도 인간이니까.

늘 좋은 환경이,

늘 좋은 상황이,

있을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안다.

우리에게 좋은 양분들만 채취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을 때라야,

그 환경과 상황이 좋았다고,

우리는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것일 테니까.

65. 결혼 :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겠다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나 역시도 그랬던 것 같고.

그 행복의 가치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많이 다른 것이겠지만,

결혼 생활은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어떤 불행이 와도 이 사람이라면 함께 이겨낼 수 있겠다는 확신,

그것을 우선으로 두어야 하겠다고.

생은 , 결코 단순하지 않다.

매일 좋지만도 않고,

그렇다고 매일 나쁘지만도 않다.

매일 좋지 않다는 건 불행으로 여겨지지만,

매일 나쁘지 않다는 건 다행으로 다가온다.

정말 한끗차이.

그렇기 때문에,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며 살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가진 최대의 강점이다.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지.

달려갈 때가 있고,

쉬어갈 때가 있지.

그때를 나와 당신, 우리.가 잘 알아차리기를 바란다.

그것에 맞게 우리의 행동반경이 확장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도 지내고 있다.

나 너무 행복해!

나 너무 불행해!

를 반복하면서.

성장하다가 멈추다가 퇴화하다가 다시 성장하고 또 퇴화하고 멈추고의 반복이다.

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가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저 과정들을 반복하는 것이다.

물론, 지치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당신과 나, 나와 당신.

그렇게 천천히 우리가 되어가기를.

/

결혼이, 결혼 생활이 뭐냐고 묻는다면,

재작년까지만 해도 사랑이 깃든 다정하게 건네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서로를 긍휼하게 여기는 마음,이 추가되었다.

몇 년 후의 나는 또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궁금하다.

그래서 남기는 서평.을 빙자한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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