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와 빈센트 (반양장)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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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에 미쳐있던 때가 있었다. 시인의 시를 소화하고 싶었고, 시인에 대한 글이라면 다 읽고 싶었던 때였다. 그 열망은 그때보다는 좀 엷어졌지만 여전히 시인에 대한 갈망은 남아있다. 언제 어디서든 시인의 시를 보면 마음이 차오름을 느낀다. 그러다가 알게 된 <동주와 빈센트>는 내게 매우 설렘을 안겨주었다. 이전에 두고두고 읽었던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十月. 달은 내려와 꿈꾸고 있네>는 고흐의 그림에 윤동주 외 다른 시인들의 시가 혼합되어있는 것이었다면, 이번 <동주와 빈센트>는 윤동주와 빈센트 반 고흐, 오로지 둘만의 하모니였다.

 

 

 

책에는 총 124편의 시와 129점의 그림이 수록되어있다. 시인과 화가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둘 모두 을 노래하고 그렸다는 점이다. 그에 맞게 첫 페이지에는 시인의 <서시>와 화가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실려있었다. 시와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그들에게 별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별을 사랑한 나머지, 별이 되어버린 그들이었다.

 

 

 

이외에도 시와 그림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부분들에 나는 꽤 자주 시선이 머물렀다. 단지 이 시에 특정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그 그림이 매칭된 것 같다고 생각한 부분도 없잖아있었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같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시화집을 보면서 시인과 화가의 시대와 나라는 다르지만,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둘의 고민은 너무 다르면서도 같았겠지. 같은 점은, '굉장히 하고 싶은 일을, 여건이 되지 않아 하지 못함'

 

 

 

개인적으로 난 시인의 산문 역시 참 좋아하는데, 이 시집에는 산문도 뒤편에 실려있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르겠다. 이전에 시인의 시집을 한 권쯤은 소장을 하고 싶어서 가장 클래식한 시집을 한 권 샀는데, 87편의 시만 수록되어있어 아쉬움이 컸었기 때문에, 이 시집이 내게는 의미가 깊다.

 

 

 

 

 

 

 

아쉬운 점은, <쉽게 쓰여진 시>에서 띄어쓰기가 잘 되지 않은 부분을 보았다. (P213)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잡는 최초의 악수

 

 

▼▼▼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당분간 시인의 시를 필사해야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시 한 편 발췌해본다.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간신히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트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ㅡ 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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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도, 나답게 살겠습니다
장새롬(멋진롬) 지음 / 진서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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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어슬렁거리다가, 블로그 이웃님이 <결혼해도, 나답게 살겠습니다>라는 책이 참 괜찮았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고 덥석 집어왔다. 이 책의 제목만으로는 끌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결혼해도 나답게 살겠다니, 결혼이 어떤 목줄이라도 된다는 걸까 하는 으레 부정적인 마음이 먼저 들었다. 결혼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결합 외에도 임신과 출산, 육아가 포함이 되어있는 거대한 단어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경험하지 않을 일이었기에 애써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책은 제목을 보고 별로,라고 말하기에 미안할 정도로 내게는 큰 자극이 되었다.



막연하게 책방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책방을 한다면 ‘벨라 책방’이나 ‘리라 책방’이라고 지어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내 현실과는 다른 세계였다. 나는 거창한 말로 ‘사업’을 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을 읽는 것과 책을 파는 것은 엄연히 다른 종류의 것이라는 점을 난 너무나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배우자에게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한 평짜리 작은 곳에 키높이 책장 하나 가득, 맥심커피는 한 잔에 300원~ 아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원~ 그곳은 너무 더울 때나 추울 때, 잠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있는 곳. 그게 딱 적당했다. 그곳의 이름은 ‘시간의 공간’ (이라고 적어두고 혹시나 해서 찾아봤는데 아뿔싸, 뭐야, 왜 있지? 이럴 땐 좀 억울하다.) 내가 그 계획을 말하면 배우자는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냐고 다시 되물었다. 그래도 본전은 찾아야 하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던 모양. 나의 그런 꿈은 현실과 빠르게 타협했다.



그러다가 자꾸만 나의 겨드랑이를 간질거리는 그런 책들을 한 권씩 꼭 접하게 된다. 한 권은 이도우 작가님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잘 자요 책방’이 그랬고, 이번에 읽은 <결혼해도, 나답게 살겠습니다>의 ‘동쪽바다 책방,’이 그랬다.




10시-4시 : 동쪽바다 책방,


책을 읽으며 누군가가 부럽다는 생각을 한 것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평소에는 잘 읽지 않(아 부러 읽으려고 노력하)는 에세이를 읽고 말이다. 어쨌든 실행,이라니. 자각하지 못했는데 시시때때로 나는 새로운 것에 겁을 잘 내는 사람이었다.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그런 점을 깨닫고 그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내 성격의 기본은 편하고 익숙한 것에 안주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나의 미래의 한 조각이 조금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감도 얻었고. 물론 그것이 실행이 될지 아닐지는 논외로 한다.



아이들을 데려온 선생님의 말 한마디, “대형서점과 다르게 작은 서점이 좋은 점은 사장님이 책방에 어떤 책이 있는지 다 아신다는 거야."라는 큰 울림을 주었다. 정말이구나. 정말 그렇겠구나. 책방은, 나의 결점과 약점, 나의 행복과 불행, 나의 가치관까지도 보일 수 있는 것이구나.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은 곧, 나를 보이는 일이겠구나- 생각하니 문득 엄청난 일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35. 도전은 돈은 못 벌어도 경험을 번다. 사람들에게 호응을 못 얻는다고 겁먹을 것 없다. 호응을 얻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쉬운 도전보다 약간 어려운 도전이 나를 더 성장시키는 것은 분명하니까!


정말 새기고 싶던 말이었다. 도전은 돈은 못 벌어도 경험을 번다니. 정말 딱 맞는 말. 나한테 수영이 그랬고, 피아노가 그랬다. 하지 못할 것만 같은 것들이었는데 결국은 했고, 하고 있다. 그것들을 배우면서 끝까지 할 생각이 아니라면 시작도 하지 말자,라고 생각했던 나의 가치관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것들을 배우고 경험하는 순간들이 기쁘면 되었다,라는 마음이 지금은 훨씬 더 크다. 내가 도전하는 것들은 그것에 기반을 둔다. 나의 즐거움.




274. 20대 때에는 미래 계획을 세우고, 미래 걱정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 뭐 하고 뭐 하고, 내년에 뭐 하고, 몇 년 뒤에 뭐 하고, 계획이 너무 많았다. 계획하느라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과거 반성과 미래 계획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을 사는 것인데, 과거 후회와 미래 계획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20대였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현재를 살고 있다. 터닝포인트라고 하자면, 결혼이었다. 한곳에 오래 머물며 살았다면, 한 달 뒤에 하지, 내년에 하지, 5년 뒤에 하지 생각하며 미룰 수 있는 일도, 신랑 직장을 따라 언제 여기를 떠날지 모르니까 바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읽다가, 어느 순간부터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역시나!였다.

그랬구나,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더 마음이 더 갔던 거였구나. 그런데도 저자는 참 부러울 만큼 열심히, 잘, 살고 있네.

나도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자꾸 징징대면서 살았던 걸까.

지금도 이따금 징징대고 있고. (하하) (그래도 지금은 이전과는 좀 다른 이유로 징징)



근데 블로그가 있구나. 구경을 가볼까, 하다가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오래전에 책을 읽고 좋아서 들어간 블로그에서 실망을 한 것은 두고두고 내게 이런 망설임을 준다.

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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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 정이안 박사가 제안하는 건강 수명을 늘리는 간단한 생활습관 36
정이안 지음 / 이덴슬리벨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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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책 표지에 나와있는 저 사람처럼 저런 편안한 자세로 숙면을 취하고 싶은데, 나는 이 시간, 뭘 하고 있는 건가. 나는 주말만 되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버린다. 이번 주말은 푹 쉬어야지, 그동안 피곤했잖아. 라는 말에 기대어 하루 종일을 잠으로 꽉 채워도 억울할 것 같지 않았는데, 나는 이런 날 하필이면 새벽 다섯시에 기상을 한 거다. 괜찮아. 아직 토요일이야. 낮잠을 자면 돼. 했지만, 초저녁 1시간 남짓의 낮잠은 피로를 풀기에 역부족이다.



 

 

나는 술을 매일매일 먹고 싶어서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지만, 그러기엔 달고 사는 자잘한 병이 몇 개인지. 나는 좀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최근 5일 이내의 관심사에 건강에 대한 카테고리가 늘었기 때문인데, 그것에 대한 계기는 배우자가 병원에 입원/수술을 하면서 투병 중인 몇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그중 관심이 쏠린 건 배우자와 같은 병명을 가진 분이 아니라, 쓸개를 제거했다는 분이었다. 배우자에게 듣기로는 그분은 조기축구도 하고,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데 당뇨가 있다고 했다. 우리 부부가 가장 무서워하는 병이 치매와 당뇨인데,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가 없지. 그 말을 들은 이후 배우자는 내게 믹스커피와의 이별을 권유했다. 그분은 믹스커피 때문에 당뇨에 걸렸다고 했으므로. 그 와중에 정말 잘 읽었다고 생각한 책,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를 손에 붙잡고 읽었다. (덧. 지난달에 읽겠다던 김숨의 <간과 쓸개>는 아직도 못 읽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이번엔 꼭 읽어야지.)



 

 

 

책에는 여러 병명이 나온다. 나는 당연히 나와 배우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병명이나 향후 걸릴 위험군이 큰 병명에 관심이 쏠렸다. 건강에 대한 책을 읽을 때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경각심이 일었다. 이거 조심해야지, 나도 이런 운동해야지, 나도 이거 챙겨 먹어야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1. 공황장애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넋이 나가는데, 그런 나를 배우자는 끌어당기기 바쁘다. 사람이 많은 곳에 익숙하지 않은 탓인 것 같은데,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면 나는 티비에 나오는 것처럼 나만 빼고 다들 어디론가 간다. 한 번은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가 없어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 적도 있는데, 그곳은 사람이 많은 지하였다. 그러니까, 지하철역. 이후에 용기를 내어 그곳을 다시 찾았으나 여전히 감당할 수가 없어서 그 장소에 갈 일이 있으면 좀 멀더라도 한 정거장 전에 내리거나 버스를 이용한다. 정말 어쩔 수 없어...

그밖에 낮잠은 몇 분만 자고 일어나도 정신이 나가있어서 그런 나를 배우자는 매번 걱정한다. 낮잠을 자는 곳이 늘 집이라는 사실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듯도 하다. 다른 곳에서는 잠에 들지 말기.가 가장 특효약일 것 같다.


 

 

책에서 제시해주는 방법은,

① 상황에 익숙해져라

② 미리 걱정하지 마라

③ 자신만의 긴장 이완법 개발

인데, 아... 쉽지 않아.



 

 

 

2. 만성 위장병

엄마를 닮았다, 약한 위장은. 배가 부르면 화가 났고, 비어있으면 멀미를 했다. 조금이라도 싫은 사람과 밥을 먹으면 꼭 속이 얹혔고, 비위가 약해서 밥을 먹을 때에는 그 어떤 더러움도 허용되지 않았다. 커피를 한 잔 먹어도 니글거리고, 뭔가 맛있게 먹고 나서도 니글거림과 불편함은 꼭 따라붙었다. 그래서 잠시 직장생활을 하지 않고 집에 있을 때에는 조금씩 자주 먹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은 그렇지가 않지. 회사에서 점심을 먹어야 할 때는 되도록 배부르지 않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매번 그렇지는 않으니 정도를 넘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후회를 한다. 아, 덜먹을걸.

그러다가 정말 식습관이 엉망이었던 작년에는 위경련을 두 번을 겪었다. 정말이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격렬한 통증이었다. 책에서 말한 규칙적인 식습관과 신선한 음식 섭취, 편안한 마음이 얼마나 위에 큰 작용을 하는지 그때 알게 되었었다.


 

點心(점심) : 마음에 점을 찍듯 적게 먹는다.라는 뜻을 이제 처음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는 잘 안되는데 큰일이다.


덧. 며칠 전에 매실액을 다 먹었다. 매실액을 더 사둬야지. 우리 집의 상비약이다. 나보다 배우자에게 더.



 

 

 

3. 역류성 식도염

나의 배우자는 예나 지금이나 교대 근무이기 때문에 달고 사는 지병이다. 좀 괜찮아질만하면 다시 도졌다. 이것 때문에 그렇게 잔소리를 해댔었다. 그래서 밥 먹고 한 시간 후에 누울 것! 이라고 엄포를 늘어놓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 아무리 눈꺼풀이 감겨도 앉아서 자야 한다.

 


 

① 금주와 금연

 

② 20분 이상 식사를 할 것

③ 왼쪽으로 모로 누울 것


 

*왼쪽으로 누우면 위의 구조상 소화되기 전 음식물이 하부 식도 괄약근에 자극을 덜 주기 때문에 위산 역류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나의 배우자는 침대에 누우면 대부분 오른쪽으로 돌아눕는다. 이건 꼭 써먹어봐야지. 또 예방 음식으로 감자와 양배추가 있다는데, (내가 선호하지 않아서) 알면서도 잘 안 사게 되는 것들이다. 그래도 달에 한 번은 꼭 사는데, 집에 양배추 있으니 조만간 냉장고 정리도 좀 할 겸, 양배추 좀 삶아서 양배추 쌈밥을 해야겠다.



 

 

 

4. 지방간

우리 부부가, 아니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지방간이다. 우선 체중을 줄여야 한다. 나는 근육이 없는 오징어 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선 체지방을 줄여야 할 것이다. 근데 내가 좋아하는 건 탄수화물인데, 도대체 어떻게 줄일 수 있지.


 

① 단백질 섭취

② 탄수화물 줄이기

③ 섬유소 섭취



 

 

 

5. 비만

비만이지. 음, 그래 어쩔 수 없이 비만이야. 슬프게도 비만이 아니었던 적은 없을 거야.

근데 조금 갸웃했던 부분은 오래 굶게 되면 몸은 비상사태에 돌입해 체지방이 뱃살 주변으로 모여든다. 또 불규칙하게 식사를 하면 몸은 언제 음식이 들어오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비상 체제를 가동해서 에너지를 모아두려고 애를 쓴다.는 부분이었다. <월요단식>을 읽은 적도 있고, 이전에 의사가 말하는 간헐적 단식에 대한 좋은 예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상반되는 개념이어서 이건 어느 쪽도 이거다, 하고 생각하지 않고 좀 거리를 두고 지켜봐야 하는 부분인 것 같다.




 

 

 

이후에는 변비, 근막동통증후군이나 안구건조증 등등이 나오는데, 예방법은 다 알고 있는 것들이어서 아는 지식을 다시 또 한 번 읽은 것이 되었다. 뭐 물론 앞에 써둔 내용들 역시 무척 도움이 됐다, 이런 것보다는 경각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했다는 점. 정말 제목 그대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예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예방법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라면 그냥 그동안 무시해온 것이겠지. 편하다는 장점이 크니까. 이전보다 건강에 좀 더 신경 쓰고 내 몸을 보살피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 더 오래가지고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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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 말보다 확실한 그림 한 점의 위로
조안나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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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그림에 대한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그림 에세이라고 하면, 어려운 용어들의 향연으로 그림과 더 멀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어서 외면했었다. 나는 그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물론 지금도 그렇다. 그 책으로 인해 그동안 어렵게만 생각했던 그림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이주은 님의 <당신도, 그림처럼>) 그 후에는 조금씩 그림 에세이를 일부러 찾아 읽기도 했다. 그림 에세이가 좋은 이유는, 그림에 대한 설명 보다 그림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그림과 관련된 작가의 단편적인 생활 혹은 삶을 엿볼 수 있는 까닭이다.

 

 

 

나는 현재 내 생에 두 번째의 광역시에 살고 있는데, 이곳에서는 생각보다 그림을 접할 기회가 많지가 않다. 그나마 좀 큰 미술관은 (거의) 반기마다 전시가 바뀌는데, 1년 6개월 동안 그림 앞에 멈춰 그림을 감상한 적은 많지 않다. 그나마 작은 전시관에서는 그림 앞에 멈추는 일이 잦았는데, (그림을 그린) 작가들이 그곳에서 삼삼오오 모여 시장통을 방불케하여 급히 빠져나온 적이 있다. 그래도 나는 그림을 자주 보러 다니고 싶다. 내 발을 멈칫하게 하는 그림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고, 마음에 울림을 주는 그림들을 만나고 싶기도 하다.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는 말보다 확실한 그림 한 점의 위로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그림의 위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위로를 받는 것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다는 것은 어떤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처음 만나는 작가의 생활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어 즐거웠다. 타국에서의 생활, 그곳에서의 조용하고 고요한 생활, 더불어 외로운 생활, 한국에 대한 향수병,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 태어날 아기에 대한 기대감, 고양이 두루에 대한 애정, 대인관계, 칙칙했던 옷의 색채가 밝게 변하는 것이나, 불만스러웠던 외모까지. 그림 이야기와 작가 자신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읽기에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없었다.

 

 

 

 

137. 삶의 위기는 언제든 어디서든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곳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질수록 이곳에 없는 것만 보였다.

책은 내 마음의 날씨처럼 읽힌다고 했던가. 눈 오는 날에도 하늘이 예뻐서 견딜 수 있었다던 미국에서의 생활. 해 질 녘에 산책을 하면 노을이 마치 폴 시냐크 <분홍 구름> 속 풍경처럼 황홀하여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으며 오랫동안 쳐다보게 된다던 작가의 글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너무 힘들 때 노을 속에 나를 파묻어버리던 그날들을 상기시켰다. 그때의 나와 조우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그리곤 어디선가 많이 봤을 법한 폴 시냐크의 <분홍 구름>에 나도 마음을 빼앗겨 열심히도 쳐다보았다.

 

 

 

이외에 내가 너무너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르누아르의 그림들이나, 클림트의 <아터제 호수의 섬>, 요하네스 베르베르의 <우유를 따르는 여인>, 윌리엄 터너의 <노엄 성의 일출>, 뭉크의 <다리 위의 소녀들>이나 <병든 아이>, 볼 때마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카미유 피사로의 그림들, 발레 그림하면 생각나는 에드가 드가, 폴 세잔의 <구부러진 숲속 길>, 에곤 실레의 자화상 등- 책에는 책장을 넘어가려는 손을 멈칫거리게 해주는 그림들이 많이 있었다. 그밖에도 처음 보는 그림들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했고, 작가의 생활, 삶과 결부시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도중에, 그림에 대한 위로를 받게 된 날이 있어 살포시 써보는 글.

 

 

가장 최근에 배우자가 수술을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하루 전에 입원을 했고 다음 날에 바로 수술을 하는 걸 알고 있는 상태였는데, 9시 30분에 회진을 돌던 원장님이 10시 30분에 수술을 하자고 하여 수술 준비가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별거 아닌 수술이라고는 얘기하지만, 적어도 우리에게는 별거 아닌 일은 아니었다. 배우자도 입원과 수술이 처음이었고, 나는 누군가의 보호자로서 대기하는 일이 처음이었다. 배우자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그때부터 나는 아득해졌다. 울어버릴 것 같았지만 울 수는 없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아빠였는데, 일하는 아빠와 내내 전화를 할 수는 없었기에 나의 외할머니께 전화했다. 할머니는 나를 위로해주셨다. 할머니답게 그 수술 별거 아닌데 왜 그러냐 라는 말은 하지 않고, 그래도 초기에 알아서 다행이다,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해, 등등의 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지만 전화를 내내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마음이 소란스럽고 어지러워 복도를 왔다 갔다 반복하다가 이 그림을 보게 되었다. 그때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그림을 내내 바라보는 것뿐이라는 듯이 그림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림을 보며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어디선가 이 그림을 만나면 나는 생각할 거다. "이 그림은 내가 남편 수술할 때 내내 보았던 그림이야." 그것 말고는 다른 감상이 없다. 이 그림을 그린 이가 누군지, 그림의 제목이나 설명, 이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내가 이 그림을 보면서 불안감을 좀 덜 수 있었다는 것. 그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이제 나는 이 그림에 대해 좀 검색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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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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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책이 읽고 싶어질 때가 있다. 담담하면서 담백하고, 평온하면서 건조한 그 문체가, 간절해질 때가 있다는 것은 나도 흠칫 놀랄 만큼의 변화임에 틀림이 없다.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첫 작품으로 <반짝반짝 빛나는>을 읽고 거부반응을 느꼈던 것을 기억하고 있는 까닭이다. 여전히 나는 그 책은 싫다. 그 책의 서평을 슬쩍 찾아보니 문체는 좋다고 생각했었네. 하지만 어쨌든 그 책의 내용은 이해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남편이 사랑하는 동성의 남자와 결국 함께, 셋이 살게 되는 이야기라니... 내가 닫힌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렇다.

각설하고, 요즘의 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찾아 손을 뻗을 때가 많다. 그렇게 읽은 책이 <웨하스 의자>와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였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쪽이 더 좋았는데, 나는 왜 이 책의 서평을 먼저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71. 어렸을 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웨하스였다.

바삭하고 두툼한 것이 아니라, 하얗고 얇고, 손바닥에 얹어만 놓아도 눅눅해질 듯 허망한 것이다. 잘못 입에 넣으면 입천장에 들러붙어 버리는.

사이에 크림이 살짝 묻어 있지만, 그것은 크림이기보다 설탕을 녹여 만든 풀처럼 엷다. 얇고, 애매한 맛이 났다. 나는 그 하얀 웨하스의 반듯한 모양이 마음에 들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눈앞에 있지만, 그리고 의자는 의자인데, 절대 앉을 수 없다.

사랑은 곧 절망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애인이 있는데, 그는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다.

그들의 사랑은, 한낱 ‘웨하스 의자’에 불과하다.

사랑은 사랑인데 깊어질수록 절망으로 변모해버리는, 결국 사랑은 곧 절망과 동일어.

깊어질수록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 더 와닿아서 그렇겠지.

삶의 형태는 다양하다고 생각하지만, 기혼인 내게는 용납할 수 없는 사랑이므로 그들의 사랑을 나는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어쩔 도리가 없잖아. 애인이 이혼을 하고 ‘나’에게 오지 않는 이상에야.

그런데 애인이 이혼을 할까? 직전에 ‘나’에게서 몸을 떼어내는 애인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얌전해 보이는 개. 아니면 맥빠진 모습의. 그때, 나와 그 개는 동족이었다.라고 자신을 내보이는 ‘나’에게,

자기 자신을, 홍찻잔에 곁들여진 각설탕이라고 아무렇게 내뱉는 듯한 ‘나’에게,

애인에게 전화가 오지 않는 날은 세상에서 버려진 듯한 기분이 든다는 ‘나’에게,

애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기다리고 있지 않다고 착각하기 위해서 혼자 외출한다는 ‘나’에게,

매일 조금씩 망가지고 있는 ‘나’에게, 연민이 인다.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다른 것을 깨끗하게 잊을 수 있는 시간.

그림을 그리는 시간, 나비를 잡는 시간, 눈 내리는 날 하늘을 올려다보는 시간.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각자 본인이 좋아하는 시간들을.

‘나’도, 그리고 나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얌전해지는 날에 읽었던 <웨하스 의자>

2019.07.07.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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