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도, 나답게 살겠습니다
장새롬(멋진롬) 지음 / 진서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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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어슬렁거리다가, 블로그 이웃님이 <결혼해도, 나답게 살겠습니다>라는 책이 참 괜찮았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리고 덥석 집어왔다. 이 책의 제목만으로는 끌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결혼해도 나답게 살겠다니, 결혼이 어떤 목줄이라도 된다는 걸까 하는 으레 부정적인 마음이 먼저 들었다. 결혼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결합 외에도 임신과 출산, 육아가 포함이 되어있는 거대한 단어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경험하지 않을 일이었기에 애써 무시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책은 제목을 보고 별로,라고 말하기에 미안할 정도로 내게는 큰 자극이 되었다.



막연하게 책방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책방을 한다면 ‘벨라 책방’이나 ‘리라 책방’이라고 지어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내 현실과는 다른 세계였다. 나는 거창한 말로 ‘사업’을 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을 읽는 것과 책을 파는 것은 엄연히 다른 종류의 것이라는 점을 난 너무나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배우자에게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한 평짜리 작은 곳에 키높이 책장 하나 가득, 맥심커피는 한 잔에 300원~ 아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원~ 그곳은 너무 더울 때나 추울 때, 잠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있는 곳. 그게 딱 적당했다. 그곳의 이름은 ‘시간의 공간’ (이라고 적어두고 혹시나 해서 찾아봤는데 아뿔싸, 뭐야, 왜 있지? 이럴 땐 좀 억울하다.) 내가 그 계획을 말하면 배우자는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냐고 다시 되물었다. 그래도 본전은 찾아야 하는데 나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던 모양. 나의 그런 꿈은 현실과 빠르게 타협했다.



그러다가 자꾸만 나의 겨드랑이를 간질거리는 그런 책들을 한 권씩 꼭 접하게 된다. 한 권은 이도우 작가님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잘 자요 책방’이 그랬고, 이번에 읽은 <결혼해도, 나답게 살겠습니다>의 ‘동쪽바다 책방,’이 그랬다.




10시-4시 : 동쪽바다 책방,


책을 읽으며 누군가가 부럽다는 생각을 한 것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것도 평소에는 잘 읽지 않(아 부러 읽으려고 노력하)는 에세이를 읽고 말이다. 어쨌든 실행,이라니. 자각하지 못했는데 시시때때로 나는 새로운 것에 겁을 잘 내는 사람이었다.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그런 점을 깨닫고 그러지 않으려고 하지만 내 성격의 기본은 편하고 익숙한 것에 안주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나의 미래의 한 조각이 조금 선명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감도 얻었고. 물론 그것이 실행이 될지 아닐지는 논외로 한다.



아이들을 데려온 선생님의 말 한마디, “대형서점과 다르게 작은 서점이 좋은 점은 사장님이 책방에 어떤 책이 있는지 다 아신다는 거야."라는 큰 울림을 주었다. 정말이구나. 정말 그렇겠구나. 책방은, 나의 결점과 약점, 나의 행복과 불행, 나의 가치관까지도 보일 수 있는 것이구나.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은 곧, 나를 보이는 일이겠구나- 생각하니 문득 엄청난 일인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235. 도전은 돈은 못 벌어도 경험을 번다. 사람들에게 호응을 못 얻는다고 겁먹을 것 없다. 호응을 얻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쉬운 도전보다 약간 어려운 도전이 나를 더 성장시키는 것은 분명하니까!


정말 새기고 싶던 말이었다. 도전은 돈은 못 벌어도 경험을 번다니. 정말 딱 맞는 말. 나한테 수영이 그랬고, 피아노가 그랬다. 하지 못할 것만 같은 것들이었는데 결국은 했고, 하고 있다. 그것들을 배우면서 끝까지 할 생각이 아니라면 시작도 하지 말자,라고 생각했던 나의 가치관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다. 그것들을 배우고 경험하는 순간들이 기쁘면 되었다,라는 마음이 지금은 훨씬 더 크다. 내가 도전하는 것들은 그것에 기반을 둔다. 나의 즐거움.




274. 20대 때에는 미래 계획을 세우고, 미래 걱정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 뭐 하고 뭐 하고, 내년에 뭐 하고, 몇 년 뒤에 뭐 하고, 계획이 너무 많았다. 계획하느라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과거 반성과 미래 계획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을 사는 것인데, 과거 후회와 미래 계획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20대였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현재를 살고 있다. 터닝포인트라고 하자면, 결혼이었다. 한곳에 오래 머물며 살았다면, 한 달 뒤에 하지, 내년에 하지, 5년 뒤에 하지 생각하며 미룰 수 있는 일도, 신랑 직장을 따라 언제 여기를 떠날지 모르니까 바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읽다가, 어느 순간부터 혹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역시나!였다.

그랬구나, 그래서였구나. 그래서 더 마음이 더 갔던 거였구나. 그런데도 저자는 참 부러울 만큼 열심히, 잘, 살고 있네.

나도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자꾸 징징대면서 살았던 걸까.

지금도 이따금 징징대고 있고. (하하) (그래도 지금은 이전과는 좀 다른 이유로 징징)



근데 블로그가 있구나. 구경을 가볼까, 하다가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오래전에 책을 읽고 좋아서 들어간 블로그에서 실망을 한 것은 두고두고 내게 이런 망설임을 준다.

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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