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대한민국의 성장통 - 혼돈의 대한민국을 향한 공병호 박사의 통찰과 해법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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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 때쯤 공병호씨의 '에스프레소, 그 행복한 사치'라는 책을 읽었었다. 사실 그때는 공병호씨가 경제학박사라는 것을 이 책에 관심을 두고 작가의 연혁을 살펴보던 그 때 처음 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참 무관심했었다. 그 때 읽었던 '에스프레소, 그 행복한 사치'라는 책은 경제관련 책과는 거리가 먼 항상 똑같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지침서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항상 경제관련 책을 쓰는 사람들은 어느 한 쪽에 치우쳐져서 자신이 서 있는 그 곳을 옹호하기 마련인데, 공병호 박사는 대체적으로 중립적입장에서 잘 대변해준 것 같다. 하지만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려는 모습이 몇군데에서는 좀 흐트러지는 모습도 보이면서 인간 공병호를 본 것만 같아서 어렵지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의 성장통'이라는 이 책은 각 1,2부로 나누어져 있다. 이 두껍지도 않은 책에 왠 1,2부냐며 온갖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1부에는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사회·개인이 앓고 있는 성장통의 원인과 그 추이를 전망하고 있고 2부에서는 개인과 사회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 등이 나와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성장통'이라는 글을 보았을 때 제일 먼저 '취업난'을 떠올렸다.

나는 대학교에 처음 입학 했을 땐 그저 나중에 좋은 곳에 취업해야지, 라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07년에 세종건설이 부도났다는 기사가 뜨면서 건설회사에서는 인재를 뽑기는 커녕,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난 건설은 전망이 없다며 08년에 바로 휴학을 했다. 2년 후에는 좀 나아질 거라는 신문을 보면서 '2년 후에는 좀 나아지겠지. 그래 그때까지만 조금만 참고 공부나 하면서 기다리자' 라며 생각했다. 그러나 건설부도업체가 08년엔 07년보다 80%이상 증가했다는 기사를 보며 '난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가' 하는 회의가 많이 들었었다. 사실 전공이 맞지 않았더라면 학교를 자퇴할 생각이었으나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학교를 복학했고 '우선 졸업이나 하자'라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충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다. 하지만 졸업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을까? 나는 과연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는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그저 방황만 했고, 그러다가 졸업하기 마지막 학기에 교수님의 추천으로 들어간 그 곳은 인건비를 더 이상 버리고 싶지 않다는 욕심때문이었는지 있는 사람들을 기계처럼 돌려댔다. 사실 그때만 해도 취업한게 정말 복이다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나 역시 일하면서 내가 왜 학교까지 나와서 이런 곳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건지 납득이 안될 때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내 생각을 꿰뚫어보았는지 공병호는 예시를 하나 들어가며 말한다. 대졸 구직자의 급증은 자신의 실력보다 취업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젊은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소위 말하는 스펙이 높지 않은 경우라서 그런진 몰라도 적어도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기업들이 소위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급자 입장이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젊은이들은 반짝일자리가 아닌 자신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그런 환경의 일자리를 찾고 싶은 것이다.

 

정말 웃긴 사례를 하나 들자면, 내가 졸업을 하기 위해 학교를 가기 전 날, 학교에서 '재직 증명서'라는 것을 떼오라는 문자가 왔다. 그래서 난 아무 생각없이 재직 증명서를 떼고 학교를 가서 조교오빠에게 이런게 왜 필요하냐며, 설마 내가 일하는 곳까지 찾아올꺼냐고 농담식으로 던져 물은 말이 있었다. 그러나 조교오빠에게서 들려온 말은 참 뜻밖이었다. 취업률 조사란다. 학교에서 나한테 취업에 대해 제대로 하나 던져준 것도 없으면서 취업률이라니?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순전히 내 힘으로 들어온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어떻게 학교에서 해준거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학교에서 나에게 해준 것이란 내가 돈을 주면 나에게 교육을 해주는 게 당연한 것이고, 그 보상으로 졸업장을 준 것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 생각난 것이 처음 대학교 들어갈 때 취업률 조사였다. 그 때 난 취업률이 높으면 학교에서 어느정도 보장을 해주는 줄 알았다. 나는 교수의신임을 얻어서 이곳저곳 현장 구경도 많이 하고 보잘데도 없었고 한달만에 갈아치운 회사였지만, 한번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했지. 하지만 학교에서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요근래 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가 나온 학교는 취업률이 좋냐면서... 그럴 때마다 나는 대답한다. '다 자기하기 나름이야' 라고. 틀린 말 하나 없다. 정말 자기 하기 나름이다.

 

"우리는 초중고 12년과 대학 교육 총 16년의 시간을 사회인이 되기 위한 지식을 배우는 데 사용했다. 시간뿐이겠는가? 만만찮은 비용, 그 비용만큼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그런 준비를 끝마치고 사회에 나와보니 설 곳이 없다 …… 그런데 지금 이 사회와 국가는 20대에게, 더 나아가 지금껏 협조해 온 모두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16년을 참아가며 제도권 교육을 성실히 받아온 대부분의 청년들에게, 꼬박꼬박 한 해 1,000만 원 등록금을 갖다 바친 이들에게 이 사회와 국가는 무엇을 주고 있는가? 우리의 분노는 바로 이 공평하지 못한 거래에서 시작된다.(p109-110) <이승환-고 어라운드中>

이걸 보면서 '그래, 맞는 말이야.'라며 공감을 할 수도 있지만, 노력을 하면 얼마나 했다고 정부한테 그만큼을 요구할 수가 있어? 라며 뻔뻔한 생각도 든다. 공병호 박사는 청년실업문제에 대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은 불투명하다 라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도 개인과 기업이 서로 자기 배만 채우자며 덤벼들면 어쩔 수 없이 지금 현 상황이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정답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남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국인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나와 남을 비교한다. 선택과 판단의 기준이 내가 아닌 남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p33) 우리가 취업이라는 틀 안에 갇혀 헤어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물론 좋은 직장에서 좋은 대접받으며 다니고 싶겠지만, 결코 현실은 자신의 바람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좋은 대접이 아닌 자신의 실력을 대접받지 못해도 좋은 기업에 들어가길 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곳이 있다면 당장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 마음이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다 비교프레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대학교 때 공부하면서 내가 남들보다 잘나면 얼마나 잘나겠다고 이렇게 미친 듯이 공부를 해야하나 싶은 회의감이 자주 들었다. 그러나 누가 물어보면 알만한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그 욕심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누구는 얼마받고 일하는데 난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할 때도 많고, 억울할 때도 많지만 아직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경험을 쌓으며 나를 좀 더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건 세상을 상대로 내가 아직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에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떳떳하려면 얼마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 알고 있기에 조금은 포기상태이기도 하다. 과연 그 떳떳한 날이 과연 오긴 올까? 그 날을 위해 오늘도 화이팅!!!!!!!!

 

 

그리고 또 하나 감동받은 구절을 말하자면 정치란 결국 감동을 만들어내는 일이고 국민들은 늘 새롭고 참신한 변화를 원한다.(p87) 라는 말이다.

현재의 대통령인 MB에게 고함치는 그 말들은 정말 오랫동안 간지러운 곳을 한번에 긁어줄 만큼 속시원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공병호 박사의 말도 일리가 있다. 아직 임기가 끝나려면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없는 한 2013년 2월까지니까 아직 3년이라는 기간이 더 남아있다. 아직은 더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공병호가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변해서 써낸 이 책을 아직도 뜬구름잡기에 여념이 없는 이명박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공병호 박사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꿰뚫어보면서 무서운 속도로 일침을 놓기도 하는 반면 희망도 함께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나라다. 그러려면 정부와 기업과 개인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 숙제를 풀려면 정부와 기업, 개인이 함께 각자 정해진 frame 안에서 노력해야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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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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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탐정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사와자키. 어느 날 사야카라는 여자아이의 유괴사건에 관련된 한 통의 의뢰전화. 그 의뢰전화로 사와자키는 범인으로 오해를 받게 되고 곤경에 처한다. 그러다가 혐의를 받고 풀려나는데, 유괴범은 사와자키가 소녀의 몸값을 전달해주기를 요구하게 되고…. 하지만 사건은 그리 빠르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사와자키에게 중간에 다른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인데, 그 의뢰인 즉슨, 의뢰인의 자녀들 중 범인이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것. 그 중 범인은 있을 것인가. 작가는 어떤 트릭으로 우리를 골탕먹일 것인가.

 

여기서 실종된 사야카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러나 소녀가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것쯤은 표지에서도 얼마든지 느낄 수 있지만, 책엔 표지보다 좀 미흡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 같다. 작가가 재즈피아니스트라고 해서 조금 더 섬세하게 파고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고 소녀의 장례식장에서 언뜻 들려준게 전부이다. 독자에게 설명하기엔 좀 아쉬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복선이 너무 깔려있었기 때문인지 내가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때문인지, 충격적이라던 결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어느정도 예상했던 결말이다. 하지만 요즘같은 추리소설은 독자들의 뒤에서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와서 뒤통수를 제대로 때려맞추기 때문에 몇개의 추리소설을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결말에 많은 충격을 받지는 못할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출간한 그 당시엔 매우 신선한 소재가 됐음은 물론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1989년에 출간된 작품이라 그런지 이 책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휴대폰은 커녕 삐삐도 없는 것이 나에게도 이렇게 답답함을 전해주는데 그 시절의 탐정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꼬...

다른 서평들엔 시대를 느끼지 못할만큼 재밌다고 쓴 서평들이 많은데, 난 유괴범과 시간싸움을 하는 전반부분에 전화때문에 시간을 다 버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군더더기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그의 문장에 그 당시엔 나오키상 1위를 할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됐다.

 

난 사실 <하라 료>라는 작가를 이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사와자키 두번째 시리즈인 것도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의 전작인 '그리고 밤을 되살아난다'를 읽었다면, 사와자키라는 인물의 스타일을 명확히 체크하고 그 작품에 깊이 파고들어갔을 수도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전작에서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선 사와자키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놓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전작을 먼저 읽으라고 하나보다. 그렇지만 꼭 전작을 읽지 않아도 사와자키는 전형적인 탐정모습을 한 고독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모습에 반해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소유자임을 금세 유추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분이 있다면 전작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먼저 읽길 권한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전작에서 벌어졌을짐한 사건들이 몇개 언급되기도 하고 과거의 인물들이 현재에서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역시 작가의 손길을 거친 등장인물들의 발걸음을 좇아 범인을 유추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녀의 행방을 찾는 인물들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주인공인 사와자키의 발걸음만을 좇아 그의 행동 모든 것에 중점을 두었다. 나는 추리소설은 누군가의 발걸음에 동행하는 것보다는 관찰자 입장에서 지켜보며 그 재미를 느끼는 편인데,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돌아가는 이 작품이 조금은 아쉽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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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 ... 널 이별해
김현희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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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럽고 성숙하게 헤어진다는 것은 소설에서만 가능한 일일까?(p82)

이 물음에 자신있게 '아니,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여지껏 힘든 사랑을 한 것만도 아닌데, 왜 항상 이별은 뒷맛이 쓰디써서 입에 닿기도 부담스러울 만큼의 강한 내음으로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주요 주제인 이별, 헤어짐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에게 서글픔의 대명사가 되어 다가왔고, 나의 정신을 혼란의 상태로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역시 나 또한 헤어짐을 경험했고, 그 상처에 오랫동안이나 아파했다. 분명 처음도 아닌데, 할 때마다 가슴은 무너져내리기 일쑤다. 당시엔 그 때의 생각들에 얽매어서 '그 때 좀 달리 행동했더라면...' 이라는 희뿌연 안개가 머릿 속을 뒤덮어서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생활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물론, 달라질 수 있다. 다시 시작하는 것. 하지만 난 그게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도 우리가 서로에게 부담이고 상처가 되는 순간부터 우리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었던 것 같아.(p244) 라고 말하고 있다. 나도 그 말에는 매우 깊은 공감을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시작하면 안되는 이유'를 찾아본 적이 있다. 결론은 똑같은 이유로 헤어진다는 것 누군가는 아니라고 항의의 깃발을 치켜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사랑이라는 걸 했었고, 이별도 했었고, 다시 시작해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항상 끝은 여전했고, 그러다가 처음엔 그나마 좋은 추억이라도 가지고 헤어질 수 있었는데, 그 후에는 그 좋은 기억조차 남지않는 기억에서 묻혀진 사람. 그래, 그런 사람이 있었지. 저자에게 내가 사랑이 변할 수 있나요? 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사람은 변하지 않으나 사랑은 변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답일까?

 

저자가 아는 지인 중에 남자친구가 무언가를 먹을 때 쩝쩝 거리는 소리를 내며 먹는데, 그걸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보이더라는 것. 그리고 헤어지고 만났는데 그게 여전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데 사랑만 변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 역시 개개인의 차이겠지만.) 나는 이제까지 몇번의 연애를 하면서 그 사람 자체가 지겨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다만 함께 하는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사람이 너무 싫었다. 그저 나만 바라봐주지 않는다고 칭얼칭얼대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그 변했다는 그 순간이 오면 딱 느끼게 되는 그 무언가가 공기를 싸하게 훑고 지나간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사람이 변하기 때문에 사랑도 변한다 는 것이다. 그 사람이 변하지 않았으면, 항상 지고지순하게 바라본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언젠간 변할지도 모르는 감정이지만, 그 감정들이 칼로 물을 베어버리 듯 그렇게 쉽게 변하진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깨달은 것은 나의 우주가 그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었으니.(p232) 이 한 줄을 보며 지금 내 우주도 누군가를 중심으로 돌아가겠거니였다. 그러나 혹시라도 그 중심이 없어지게 되는 날이 오게 된다면, 내 균형은 깨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 중심은 항상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내가 어느정도의 균형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 정도이다. 물론 그게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모랄까, 우리 관계가 어느 순간 지겨워지더라. 딱히 불만이 있거나 다른 너를 바랬던 건 아닌데 그냥 만나는 것도, 우리 사이도 지겨웠어. 버겁기도 했고. 너와 회사. 이렇게 두 가지로 점철 지어지는 삶의 영역이 어느 순간 숨 막혔어. 그냥 다른 사람 만나면, 네가 아니면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p181) 사람이란게 참 이기적이고 간사해서 처음엔 그렇게 못헤어져서 안달복달하더니, 그 다음엔 자신은 헤어졌다고 생각안한다거나 그런 거지같은 소리를 아무런 죄책감없이 내뱉는 것. 하지만 저런 생각. 누구라도 해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 아닐까. 나는 지겹다고 하기보다 힘들었다. 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힘들었고 그 사람때문에 힘들어하는 내가 싫어서 이별을 고한 적이 대부분이었다. 후회는 없었다. 이따금 떠오를 때는 있었지만, 그 힘들었던 기억 속으로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그 자체로도 너무 숨이 막혀와서 생각을 하다가도 급히 접어두는게 대부분이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저자만의 사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아마 지금 하고 있는 내 사랑도 그리고 이 세상의 그 어떤 연인들의 사랑도 모두 다 특별한거 하나 없이 다 같다는 것. 한마디로 사람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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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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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오랜만에 읽는 에세이였다. 에세이인 줄 모르고 책을 들었던 나는 약간의 실망감을 안고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읽어내려갔다. 최인호의 인연이라는 두껍지않은 이 책엔 그가 살면서 그와 닿은 인연들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사람과의 인연이건, 풍경과의 인연이건, 사물이나 시간과의 연인이건 내게 인연을 마주하고 상대하는 일은 서툴고 어리숙하게만 느껴진다.(p15) 어렸을 때부터 낯가림이 매우 심했던 나는 누가 옆에서 한발짝 다가오면 난 뒤로 두세발짝 물러났던 아이였다. 지금은 그 낯가림이 좀 옅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약간은 그것이 남아있어서 낯선 사람을 보면 경계를 먼저 하게 되고 다가오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던 중 북카페를 알았고, 북카페에서 온라인상이지만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다. 대한민국이라는 한 공동체에서 살고 있기에 시간내고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인연인 것이다.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때 곁에 있는 친구보다 더 위로가 될 때도 있고, 좋은 일들에 나보다 더 기뻐해주는 인연들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욕심이 많은 아이고, 의심도 많은 아이었기에 아주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처음엔 가식적이야. 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 안에서 소소한 것들에 대해 함께 행복해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보다 기분좋은 일이 어디있나 싶다.

 

우리는 모두 그 누군가의 붓이 디어 세상에 그 어떤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인연이란 내가 그 사람에게로 다가가 그 무언가가 되어주는 일이다.(p97) 인터넷에서 가끔 떠도는 말로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먼저 어딜 보는가'라는 말이 있다. 투표결과나 댓글에 '눈'을 본다는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난 사람의 말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말투로 그 사람을 나의 사람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그저 흘러보낼 것인지의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점차 긍정적마인드를 가지고 나를 다스리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진않지만,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아니, 6개월전. 사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때그때마다 항상. 나는 상당히 부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나를 부정적인 늪에서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한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로 지금은 부정적인 면들을 점차 걷어내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시기어린 말투를 가진 사람을 가장 혐오한다. 그런 사람은 나의 모든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는 나만의 이유없는 판단여부에 따라서지만.. 또한 나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난 그 말을 부정한다. 세상이 개인에 따라 넓거나 좁다한들, 인연이라면 언젠간 그 고리가 생길거라는 믿음때문이다. 인연은 필요에 따라 잡힐 수도, 잡아야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이기적이게도 나한테 해가 되는 사람과는 인연을 맺고 싶지 않다. 나와 옷깃을 스쳤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해가 되는 사람은 절대 사절이다. 오랜 기간을 친구로 지내다가 혹은 연인으로 지내다가 헤어지는 일도 흔한 요즘에 인연은 단박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 싶다. 내가 추구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싶지만 말이다.

 

난 작가 최인호의 인연 중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아내였다. 그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는 이 책을 그의 아내가 읽으며 얼마나 행복해할까 라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이 나라에서 부모와 아내와 자식이 물에 빠지면 누구 먼저 구해낼거냐는 질문에 최인호는 아내 먼저 구한다고 말한다. 그 부분을 읽으며 아내를 향한 그의 사랑이 너무나 부러웠다. 내일 만나는 아내도 지금의 아내임에 틀림이 없지만, 내일의 아내보다 오늘의 아내가 좋고, 내일의 만남보다 지금의 만남이 좋다는 것. 실로 공감되는 구절이었다. 구지 연인이 아니더라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났다면 그 헤어짐이 얼마나 아쉬운지 우리도 함께 느낄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낭만이라고 하기엔 초라하고, 초라하다고 하기엔 너무 눈부시고 쓸쓸해서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신혼을, 나는 내가 당신과 함께 보낸 유년기라 부르고 싶다.(p230)

 

지금 나의 인연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말이고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나의 인생에 최고의 인연은 바로 가족이지 싶다. 이 전 세계 그 누구보다 나의 탄생을 축복해주는 사람이 없고,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할 수 없고, 나의 기쁨을 기뻐해주는 사람이 없고, 나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는 분들.. 바로 나의 가족뿐이다. 가족은 나의 영원한 동지이자 우군이자 나의 어깨뼈이며, 나의 척추와 내 머리에서 자라나는 검은 머리카락이자 나의 눈동자, 내 몸을 이루는 그 모든 기관이지 때문이다.(p236)

 

이 책은 분명 술술 읽히긴 하나, 최인호의 사람들에 관한 수필집이기에 재미는 떨어지고,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도 있으나, 잊고 있던 고마운 내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하며 혼자 미소짓기도 하고, 힘든 상황에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멀리서나마 함께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보다 아는 사람이 많다는 슬프지만 진실된 말도 들린다. 그 말을 듣고있노라면, 인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새로운 사람보다 지금 있는 나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영원한 내 사람들로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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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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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거지같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계속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거지 같은 날들이 계속되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사람들은 이런걸 가지고 '절망'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p176

 

 

 



이런걸 뭐라고 하지. 별 기대없이 들었던 책이 뺨을 맞은 것처럼 얼얼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것을.

 

'가족'은 피를 나눈 사람들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않은가. 하지만 이 작품이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며 감싸안아주고 있는 동구네 집에서는 그런 말이 무색할 만큼 냉랭한 기운만이 퍼진다. 기득권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해하는 할머니와 침묵으로 일관하는 엄마, 그 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일관된 모습으로 엄마에게 화풀이하는 아빠. 이 가족의 문제라면 불통이라는 거대한 시한폭탄를 안고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족에게 소통이라는 것을 던져주게 된 사건은 1977년 동생 영주가 태어나고 부터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 책은 영주가 태어나면서부터 첫 장이 시작된다.

 

동구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그 눈 속에 예쁘고 좋은 것들만 담아주고 싶었지만, 작가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예쁘고 좋은 세상보다는 더럽고 추악한 모습을 동구 눈에 더 많이 담아준 듯 하다. 그래서 동구가 너무 빨리 성장을 한 건 아닌지 가슴이 아파온다. 무슨 일을 했건간에 잣대는 항상 동구에게 날아오고 그 잣대들은 난독증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동구는 난독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특별학교에 갈 뻔 했지만, 박영은선생님과의 공부방법에서 집에서 배웠어야 할 소통이라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스스로 읽고 쓰는 것은 아직 어눌하긴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게 됐다. 요즘엔 기사를 보면 별별 기사가 다 뜨기 마련이다. 학생에게 아무 이유없는 체벌을 내린 교사부터 심지어 교사를 폭행하는 학생까지. 그런 사람들이 동구와 박영은선생님을 접해본다면 과연 자기네들이 떳떳한 선생 또는 학생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영은 선생님을 보며 마음을 읽는 교사라는 게 어떤 교사인지 그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

좋은 기회였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가족에게 불통이라는 것이 해결됐다면 동구가 난독증이라는 그토록 힘든 짐을 안고 살 이유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작가는 하나 더 동구를 절망시키기에 충분한 짐을 얹어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아픔과 슬픔을 동반하는 일이다. 작가는 그런 동구에게서 두 명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다. 나이가 어리면 잘 모르겠지. 하는 생각은 어른들의 편파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다. 어린 아이라도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 항상 참기만 했던 동구에겐 낯설기만 했을 것이다. 차라리 난 동구가 엉엉 소리내어 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동구를 작가가 감싸안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두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에도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는가 라는 생각이 아직도 머릿 속에서 윙윙 맴돈다. 이토록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동구에게 작가는 너무 힘든 과제들을 안겨주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왔다.

 

동구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보며 나의 정원은 지금 어떻게 꾸며지고 있는가 생각해보았다. 지금 나의 정원은 지금 무성한 잡초만이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그것조차 자랄 수 없이 황폐해져서 텅텅 버린 땅만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부터 내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가꿔나가야겠다.

 

 

 

 

우리의 소통이 엉키지 않도록 요술 같은 방법으로 누군가는 기다리게 하고, 누군가는 직진하게 하고, 누군가는 직진하게 하고, 누군가는 좌회전하도록 지도하던 우리의 푸른 신호등은 영원히 잠들어버렸다. 우리는 신호등 없이는 교차로를 지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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