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 대한민국의 성장통 - 혼돈의 대한민국을 향한 공병호 박사의 통찰과 해법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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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 때쯤 공병호씨의 '에스프레소, 그 행복한 사치'라는 책을 읽었었다. 사실 그때는 공병호씨가 경제학박사라는 것을 이 책에 관심을 두고 작가의 연혁을 살펴보던 그 때 처음 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참 무관심했었다. 그 때 읽었던 '에스프레소, 그 행복한 사치'라는 책은 경제관련 책과는 거리가 먼 항상 똑같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지침서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항상 경제관련 책을 쓰는 사람들은 어느 한 쪽에 치우쳐져서 자신이 서 있는 그 곳을 옹호하기 마련인데, 공병호 박사는 대체적으로 중립적입장에서 잘 대변해준 것 같다. 하지만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려는 모습이 몇군데에서는 좀 흐트러지는 모습도 보이면서 인간 공병호를 본 것만 같아서 어렵지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의 성장통'이라는 이 책은 각 1,2부로 나누어져 있다. 이 두껍지도 않은 책에 왠 1,2부냐며 온갖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1부에는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사회·개인이 앓고 있는 성장통의 원인과 그 추이를 전망하고 있고 2부에서는 개인과 사회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 등이 나와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성장통'이라는 글을 보았을 때 제일 먼저 '취업난'을 떠올렸다.

나는 대학교에 처음 입학 했을 땐 그저 나중에 좋은 곳에 취업해야지, 라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07년에 세종건설이 부도났다는 기사가 뜨면서 건설회사에서는 인재를 뽑기는 커녕,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난 건설은 전망이 없다며 08년에 바로 휴학을 했다. 2년 후에는 좀 나아질 거라는 신문을 보면서 '2년 후에는 좀 나아지겠지. 그래 그때까지만 조금만 참고 공부나 하면서 기다리자' 라며 생각했다. 그러나 건설부도업체가 08년엔 07년보다 80%이상 증가했다는 기사를 보며 '난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가' 하는 회의가 많이 들었었다. 사실 전공이 맞지 않았더라면 학교를 자퇴할 생각이었으나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학교를 복학했고 '우선 졸업이나 하자'라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충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다. 하지만 졸업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을까? 나는 과연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는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그저 방황만 했고, 그러다가 졸업하기 마지막 학기에 교수님의 추천으로 들어간 그 곳은 인건비를 더 이상 버리고 싶지 않다는 욕심때문이었는지 있는 사람들을 기계처럼 돌려댔다. 사실 그때만 해도 취업한게 정말 복이다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나 역시 일하면서 내가 왜 학교까지 나와서 이런 곳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건지 납득이 안될 때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내 생각을 꿰뚫어보았는지 공병호는 예시를 하나 들어가며 말한다. 대졸 구직자의 급증은 자신의 실력보다 취업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젊은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소위 말하는 스펙이 높지 않은 경우라서 그런진 몰라도 적어도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기업들이 소위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급자 입장이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젊은이들은 반짝일자리가 아닌 자신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그런 환경의 일자리를 찾고 싶은 것이다.

 

정말 웃긴 사례를 하나 들자면, 내가 졸업을 하기 위해 학교를 가기 전 날, 학교에서 '재직 증명서'라는 것을 떼오라는 문자가 왔다. 그래서 난 아무 생각없이 재직 증명서를 떼고 학교를 가서 조교오빠에게 이런게 왜 필요하냐며, 설마 내가 일하는 곳까지 찾아올꺼냐고 농담식으로 던져 물은 말이 있었다. 그러나 조교오빠에게서 들려온 말은 참 뜻밖이었다. 취업률 조사란다. 학교에서 나한테 취업에 대해 제대로 하나 던져준 것도 없으면서 취업률이라니?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순전히 내 힘으로 들어온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어떻게 학교에서 해준거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학교에서 나에게 해준 것이란 내가 돈을 주면 나에게 교육을 해주는 게 당연한 것이고, 그 보상으로 졸업장을 준 것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 생각난 것이 처음 대학교 들어갈 때 취업률 조사였다. 그 때 난 취업률이 높으면 학교에서 어느정도 보장을 해주는 줄 알았다. 나는 교수의신임을 얻어서 이곳저곳 현장 구경도 많이 하고 보잘데도 없었고 한달만에 갈아치운 회사였지만, 한번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했지. 하지만 학교에서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요근래 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가 나온 학교는 취업률이 좋냐면서... 그럴 때마다 나는 대답한다. '다 자기하기 나름이야' 라고. 틀린 말 하나 없다. 정말 자기 하기 나름이다.

 

"우리는 초중고 12년과 대학 교육 총 16년의 시간을 사회인이 되기 위한 지식을 배우는 데 사용했다. 시간뿐이겠는가? 만만찮은 비용, 그 비용만큼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그런 준비를 끝마치고 사회에 나와보니 설 곳이 없다 …… 그런데 지금 이 사회와 국가는 20대에게, 더 나아가 지금껏 협조해 온 모두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16년을 참아가며 제도권 교육을 성실히 받아온 대부분의 청년들에게, 꼬박꼬박 한 해 1,000만 원 등록금을 갖다 바친 이들에게 이 사회와 국가는 무엇을 주고 있는가? 우리의 분노는 바로 이 공평하지 못한 거래에서 시작된다.(p109-110) <이승환-고 어라운드中>

이걸 보면서 '그래, 맞는 말이야.'라며 공감을 할 수도 있지만, 노력을 하면 얼마나 했다고 정부한테 그만큼을 요구할 수가 있어? 라며 뻔뻔한 생각도 든다. 공병호 박사는 청년실업문제에 대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은 불투명하다 라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도 개인과 기업이 서로 자기 배만 채우자며 덤벼들면 어쩔 수 없이 지금 현 상황이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정답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남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국인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나와 남을 비교한다. 선택과 판단의 기준이 내가 아닌 남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p33) 우리가 취업이라는 틀 안에 갇혀 헤어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물론 좋은 직장에서 좋은 대접받으며 다니고 싶겠지만, 결코 현실은 자신의 바람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좋은 대접이 아닌 자신의 실력을 대접받지 못해도 좋은 기업에 들어가길 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곳이 있다면 당장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 마음이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다 비교프레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대학교 때 공부하면서 내가 남들보다 잘나면 얼마나 잘나겠다고 이렇게 미친 듯이 공부를 해야하나 싶은 회의감이 자주 들었다. 그러나 누가 물어보면 알만한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그 욕심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누구는 얼마받고 일하는데 난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할 때도 많고, 억울할 때도 많지만 아직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경험을 쌓으며 나를 좀 더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건 세상을 상대로 내가 아직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에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떳떳하려면 얼마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 알고 있기에 조금은 포기상태이기도 하다. 과연 그 떳떳한 날이 과연 오긴 올까? 그 날을 위해 오늘도 화이팅!!!!!!!!

 

 

그리고 또 하나 감동받은 구절을 말하자면 정치란 결국 감동을 만들어내는 일이고 국민들은 늘 새롭고 참신한 변화를 원한다.(p87) 라는 말이다.

현재의 대통령인 MB에게 고함치는 그 말들은 정말 오랫동안 간지러운 곳을 한번에 긁어줄 만큼 속시원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공병호 박사의 말도 일리가 있다. 아직 임기가 끝나려면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없는 한 2013년 2월까지니까 아직 3년이라는 기간이 더 남아있다. 아직은 더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공병호가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변해서 써낸 이 책을 아직도 뜬구름잡기에 여념이 없는 이명박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공병호 박사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꿰뚫어보면서 무서운 속도로 일침을 놓기도 하는 반면 희망도 함께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나라다. 그러려면 정부와 기업과 개인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 숙제를 풀려면 정부와 기업, 개인이 함께 각자 정해진 frame 안에서 노력해야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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