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사와자키. 어느 날 사야카라는 여자아이의 유괴사건에 관련된 한 통의 의뢰전화. 그 의뢰전화로 사와자키는 범인으로 오해를 받게 되고 곤경에 처한다. 그러다가 혐의를 받고 풀려나는데, 유괴범은 사와자키가 소녀의 몸값을 전달해주기를 요구하게 되고…. 하지만 사건은 그리 빠르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사와자키에게 중간에 다른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인데, 그 의뢰인 즉슨, 의뢰인의 자녀들 중 범인이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것. 그 중 범인은 있을 것인가. 작가는 어떤 트릭으로 우리를 골탕먹일 것인가.

 

여기서 실종된 사야카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러나 소녀가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것쯤은 표지에서도 얼마든지 느낄 수 있지만, 책엔 표지보다 좀 미흡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 같다. 작가가 재즈피아니스트라고 해서 조금 더 섬세하게 파고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고 소녀의 장례식장에서 언뜻 들려준게 전부이다. 독자에게 설명하기엔 좀 아쉬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복선이 너무 깔려있었기 때문인지 내가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때문인지, 충격적이라던 결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어느정도 예상했던 결말이다. 하지만 요즘같은 추리소설은 독자들의 뒤에서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와서 뒤통수를 제대로 때려맞추기 때문에 몇개의 추리소설을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결말에 많은 충격을 받지는 못할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출간한 그 당시엔 매우 신선한 소재가 됐음은 물론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1989년에 출간된 작품이라 그런지 이 책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휴대폰은 커녕 삐삐도 없는 것이 나에게도 이렇게 답답함을 전해주는데 그 시절의 탐정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꼬...

다른 서평들엔 시대를 느끼지 못할만큼 재밌다고 쓴 서평들이 많은데, 난 유괴범과 시간싸움을 하는 전반부분에 전화때문에 시간을 다 버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군더더기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그의 문장에 그 당시엔 나오키상 1위를 할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됐다.

 

난 사실 <하라 료>라는 작가를 이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사와자키 두번째 시리즈인 것도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의 전작인 '그리고 밤을 되살아난다'를 읽었다면, 사와자키라는 인물의 스타일을 명확히 체크하고 그 작품에 깊이 파고들어갔을 수도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전작에서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선 사와자키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놓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전작을 먼저 읽으라고 하나보다. 그렇지만 꼭 전작을 읽지 않아도 사와자키는 전형적인 탐정모습을 한 고독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모습에 반해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소유자임을 금세 유추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분이 있다면 전작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먼저 읽길 권한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전작에서 벌어졌을짐한 사건들이 몇개 언급되기도 하고 과거의 인물들이 현재에서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역시 작가의 손길을 거친 등장인물들의 발걸음을 좇아 범인을 유추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녀의 행방을 찾는 인물들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주인공인 사와자키의 발걸음만을 좇아 그의 행동 모든 것에 중점을 두었다. 나는 추리소설은 누군가의 발걸음에 동행하는 것보다는 관찰자 입장에서 지켜보며 그 재미를 느끼는 편인데,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돌아가는 이 작품이 조금은 아쉽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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