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아내 2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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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그리운 적은 없니?"

"매일 매 순간 그리워요."

 

 

 

 

시간여행자의 아내. 난 사실 아내가 시간 여행자이고, 그게 바탕이 되는 줄 알았더니, 남편이 시간여행자였던 것이다. 왠지 제목부터 낚인 기분이었으나 별 상관은 없으니 패스. 처음 영화로 나왔을 때 영화로도, 책으로도, 너무나도 만나보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만큼 너무 큰 기대를 했던 탓일까?

 

 

누군가 갑자기 벌거벗은 채로 나타나서 '난 시간여행자야. 너는 나와 결혼하게 될거야.' 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라고 묻고 싶다. 내가 그 상황에 처해있다면, 흔히 말하는 싸이코나 미친 사람 취급을 했을지 모른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반발하고 싶은가? 그것도 아닐 것이다. 만약에 당신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니까.

 

 

나는 사실 그들의 사랑이 이해되지 않앗다. 아니, 애초에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뭐랄까...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만나겠지만, 클레어가 채 성장하지 않은 6살부터 헨리는 클레어를 속박하기 시작한다. 사실 속박은 아니라고 반발할지 모르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내가 클레어였다면 정말 싫었을 것 같다. 그렇게 산 삶이 의미가 있는가? 내가 누구와 결혼을 할지 다 알게 되고, 그 사람을 정상적으로 만나기 전까지 다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수도 없다. 느닷없이 찾아온 그 사람말로는 내가 결혼해야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그게 운명이라니까.

 

 

1권에서는 그 둘이 만나 따로따로 생활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는 부분까지 그려내고 2권에서는 그 둘이 함께하는 생활을 그려내고 있다. 그 둘은 2권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되는 행운을 안게 된다. 하지만 시간여행해서 그 번호를 알아낸들, 그 기쁨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며, 그게 진실되는가가 문제가 된다. 그래, 좋기야 좋겠지. 그 돈이면 집도 살 수 있고, 차도 살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을테니. 그런 마음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거짓이라는 클레어의 말에 헨리는 그럼 동냥하는 사람에게 던져주던지.. 라는 무책임한 말을 한다. 헨리가 하는 말들을 보며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생각이 없을까 싶기도 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예견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둘의 사랑도 어쩌면 헨리가 만들어낸 거짓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헨리는 이기적이기까지하다. 내가 보기엔 자신의 욕심으로 클레어를 붙잡아두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로만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시간여행을 하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면서도 클레어가 기다리는 일만 하게 한다. 연인관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 이기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클레어가 몇 차례의(몇 차례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유산의 횟수에 깜짝 놀랐다.) 유산을 경험했을 때 헨리가 클레어를 어떻게 위로해주었는가. 사실 난 작가가 그 부분을 조금 더 어루어만져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가는 그 부분은 조금은 미흡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클레어의 슬픔이 나중엔 포기상태로 담담해진 것을 느꼈을 때(사실 나만 그렇게 느낀건지도 모르겠지만.) 매우 안타까웠다.

 

 

"시간을 멈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란 적 있어요? 나는 여기서 영원히 머문다면 좋겠는데." (2권 p258) 시간이 멈출 수 있다면? 과연 나는 어떨까 생각해본다. 시간이 멈출 정도로 행복한 시간들이 있었던가. 그래, 살면서 분명 그럴 때가 있었을거야. 하지만 시간을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한 그 순간들이 과연 몇 번이나 될까 생각하니 내심 클레어에게 부러움과 동시에 질투를 느꼈다.

 

 

탁월한 시간여행 러브스토리……. 가슴이 딱딱하게 굳어 버린 독자가 아니라면, 헨리와 클레어가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위험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선 사랑의 승리에 대한 가슴 뭉클한 니페네거의 상찬에 마음이 움직여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시카고 트리뷴 라고 책 뒤에 쓰여져있다. 이걸 보고 조금은 억지스러운 내용을 소설이기에 가능케 만든 것에 부정적인 내가 가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는 말을 들을만큼 이 책이 그렇게 찬사를 받을 수 있는가 생각해보았다. 나는 아직도 아름답게 그려진 로맨스 소설에는 가슴이 설레고 그곳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걸 느끼는 사람이다. 하지만 왠지 작가의 상상력을 나에게까지 미치게 하기에는 억지스러운 면들이 없잖아 있어서 부담스러웠고 물론 그것들을 오롯이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아, 역시 소설은 소설이야.' 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 책이었다. 시간여행을 하는 헨리를 기다리는 클레어. 기다림을 바탕으로 하는 그들의 사랑을 보며 조금은 답답했고, 그것에 환기를 시켜줘야 할 필요성을 느낀건 비단 나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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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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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하늘을 닮아 베일 듯 파랗습니다.
하늘이 바다를 닮아 시리게 파랗습니다.

 

 

 

 

 

 

내가 여행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갈지 안갈지도 모르는 그 곳에, 가고싶다는 말을 백번 천번 외쳐본들 내가 갈 수 없는 곳에 막연히 환상만을 꿈꾸고 싶지 않다. 보게 된다면 그 곳을 다녀왔을 때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 사람과 내가 느끼는 그 곳의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생각때문이다. 만약 내가 가지 않은 곳을 그 사람의 눈을 빌려 구경하게 되면 난 아마 그 곳을 내가 느낀게 아니라 그 사람이 다녀온 흔적들을 그대로 믿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조금은 꺼려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사람의 추천이 있었기에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처음 갖게 만든 에세이였던 것 같다. 게다가 아프리카에 펭귄이라니? 작가가 상상력이 너무 과도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첫 장을 펼쳐 들었다. 첫 장을 펼쳐드니 글귀가 눈에 띈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게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가 물으면 나는 대답합니다. 여행아, 네게로 갈게. 우리는 흔히 여행을 떠난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여행테라피스트 테오는 그 말을 역으로 여행에게로 향한다고 말하고 있다. 첫 장부터 나를 강하게 끌어들이려고 작정을 했나보다.

 

 

몸도 마음도 지친 요즘.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서 요즘엔 나들이라면 무조건 좋은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얼굴에 함박꽃이 핀다. 가끔은 무력감이 혹은 나의 생각들이 내 마음 속을 어지럽히고 지치게 한다. 간혹 의지를 넘어서는 어려움과 정면으로 마주치는 일이 있습니다. 여행이란 일상을 떠나는 방식의 용기, 익숙함을 벗어던지는 타입의 모험이기 때문입니다. 테오는 여행이란 일상을 떠나는 방식의 용기라고 표현한다. 여행을 가고 싶다,가고싶다라고 습관처럼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못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도 그 중 한명일테고 그래서 이 말에 심히 공감을 느끼게 된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은 때로 행운을 가져다줍니다. 의외의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나는 처음 가보는 길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  새로운 곳을 경험한다는 자체가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길을 잘못들게 되면.. 아 사실 상상도 하기 싫다. 그래서 난 항상 어느 곳을 가든 똑같은 route만을 고집해왔다. 새로운 곳에 갈 때면 누군가가 꼭 있어야하고, 혼자서는 절대 못가는.. 그런 나를 위해 테오는 저렇게 얘기해주고 있지만, 습관때문에 저 말에 공감은 가지는 않지만, 참 괜찮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가서 테오가 여행한 곳들을 여행하며 나도 그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여행들이 나에겐 어떻게 다가올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 만약 가보게 된다면, 이름없는 카페에서 로이드가 아닌 봉봉카의 드럼 연주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 여행에세이를 멀리 하는 내게도 여행을 떠나고 싶게, 아니 여행에게로 향하고 싶게 만들어준 책인 것 같다.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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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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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언젠가


 


인간은 늘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야 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 돼


죽을 만큼 사랑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 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이별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약혼녀 미츠코가 있는 유타카. 그런 그에게 토우코라는 강렬한 호기심이 그를 자극한다. 그 둘은 넉 달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유타카는 미츠코와 결혼을 하기 위해 떠나간다. 그리고 25년 후, 그들은 재회한다. 그 둘은 25년이란 길고 긴 세월을 어떤 심정으로 살아왔을까.


 


 


이 책을 든 이유는 매우 단순하게도 츠지 히토나리의 감성적인 문장이 그리워서였다. 그러나 다 읽고 억누를 수 없는 답답함에 사로잡혔다. 마음이 편안해지길 바랬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아마 이 책을 다 읽고 그에게 손에 이끌리 듯 내용없는 문자를 보내고도 멍한 상태를 유지했다. 분명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듯한 그의 문장들이 아직도 눈에서 살아움직이 듯 선한데, 그냥 억울했다. 츠지 히토나리는 참 잔인하다.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일생을 휘어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강제성이란 것은 전혀 없는 스스로가 규정지어놓은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럴 수 있다는게 참 대단하면서도 어리석어보였다.


 


 


분명, 사랑은 아름답다. 나이를 불문하고, 국적을 불문하고, 사랑에 방해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사랑이라는 그 자체로도 반짝반짝 빛이 나고 아름답다. 그런데 하물며 자신이 하는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하지만 자신의 사랑에 대한 욕심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사랑은 희생되어도 되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넉 달간의 사랑을 통해 그들이 손에 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끝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미츠코에게 어떤 죄를 범하고 있는가. 그들은 그럴싸하게 그것을 사랑이라 표현하고, 또 그렇게 믿어버린다. '유타카'의 우유부단함을 미칠 듯이 증오한다. 어쩌면 갖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을 '사랑'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과대포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또는 그렇게 착각하고 싶은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내가 사랑한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 그만큼 행복한 게 있는 것이 있을까? 츠지 히토나리는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라고 몇번씩이나 얘기하면서 은근히 강제성을 띄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강요받는 건 싫다. 이 책은 역시 일본소설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그런 테두리 안에서 놀고 있다. 하지만 츠지 히토나리의 필력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빛을 발하지 못했을 이 소설이 조금은 애틋하기도 하다. 곧 영화로도 개봉된다고 하던데, 영화에서는 유타카와 토우코의 사랑을 얼마나 절절하게 그려냈을지 조금은 기대가 된다.


 


 


 


 


 


 


 


 


             "왜 그래요?"
            "아니, 그냥, 잠깐 이런저런 옛날 일을 떠올리다 보니 가슴이 벅차서."
            "마치 고등학생처럼?"
            "생애 최고의 나날이었어요."
            "그래요, 최고의 나날이었어요."
            "그런 일은 그 후, 두번 다시 없었어."
            "으응, 나한테도 없었어요."
            "그 말도 안 되는 나날."
            "막무가내였죠."
            "사랑하고."
            "...... 사랑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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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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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언젠가

 

인간은 늘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야 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 돼

죽을 만큼 사랑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 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이별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약혼녀 미츠코가 있는 유타카. 그런 그에게 토우코라는 강렬한 호기심이 그를 자극한다. 그 둘은 넉 달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유타카는 미츠코와 결혼을 하기 위해 떠나간다. 그리고 25년 후, 그들은 재회한다. 그 둘은 25년이란 길고 긴 세월을 어떤 심정으로 살아왔을까.

 

 

이 책을 든 이유는 매우 단순하게도 츠지 히토나리의 감성적인 문장이 그리워서였다. 그러나 다 읽고 억누를 수 없는 답답함에 사로잡혔다. 마음이 편안해지길 바랬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아마 이 책을 다 읽고 그에게 손에 이끌리 듯 내용없는 문자를 보내고도 멍한 상태를 유지했다. 분명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듯한 그의 문장들이 아직도 눈에서 살아움직이 듯 선한데, 그냥 억울했다. 츠지 히토나리는 참 잔인하다.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일생을 휘어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강제성이란 것은 전혀 없는 스스로가 규정지어놓은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럴 수 있다는게 참 대단하면서도 어리석어보였다.

 

 

분명, 사랑은 아름답다. 나이를 불문하고, 국적을 불문하고, 사랑에 방해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사랑이라는 그 자체로도 반짝반짝 빛이 나고 아름답다. 그런데 하물며 자신이 하는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하지만 자신의 사랑에 대한 욕심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사랑은 희생되어도 되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넉 달간의 사랑을 통해 그들이 손에 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끝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미츠코에게 어떤 죄를 범하고 있는가. 그들은 그럴싸하게 그것을 사랑이라 표현하고, 또 그렇게 믿어버린다. '유타카'의 우유부단함을 미칠 듯이 증오한다. 어쩌면 갖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을 '사랑'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과대포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또는 그렇게 착각하고 싶은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내가 사랑한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 그만큼 행복한 게 있는 것이 있을까? 츠지 히토나리는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라고 몇번씩이나 얘기하면서 은근히 강제성을 띄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강요받는 건 싫다. 이 책은 역시 일본소설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그런 테두리 안에서 놀고 있다. 하지만 츠지 히토나리의 필력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빛을 발하지 못했을 이 소설이 조금은 애틋하기도 하다. 곧 영화로도 개봉된다고 하던데, 영화에서는 유타카와 토우코의 사랑을 얼마나 절절하게 그려냈을지 조금은 기대가 된다.

 

 

 

 

 

 

 

 

             "왜 그래요?"
            "아니, 그냥, 잠깐 이런저런 옛날 일을 떠올리다 보니 가슴이 벅차서."
            "마치 고등학생처럼?"
            "생애 최고의 나날이었어요."
            "그래요, 최고의 나날이었어요."
            "그런 일은 그 후, 두번 다시 없었어."
            "으응, 나한테도 없었어요."
            "그 말도 안 되는 나날."
            "막무가내였죠."
            "사랑하고."
            "...... 사랑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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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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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은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봉림대군은 조선인들을 풀어달라 하였고, 소현세자는 서양 과학서적과 여지구를 가지고 조선으로 환국한다. 그리고 환국한지 두달만에 소현세자는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내가 아는 소현세자는 여기까지이다. 처음 그 얘기는 언제인지는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나 중,고등학교 때 어렴풋 들었던 것이었는데, 그런 얕은 지식으로서는 이 책을 읽어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읽다가 덮고 소현세자에 대해 따로 찾아보기도 하며 열심히 국사 공부를 하며 읽은 것 같다. 소현세자가 왕이 되지 못해서일까? 그의 업적을 찾아봐도 이렇다 할 업적이 없다. 하지만 그가 청나라에서 가지고 온 과학서적이 훗날 수원성 축성 때 정약용으로 하여금 거중기를 만들게 하는 성과를 거두게 한다. 만약 그가 훗날 왕이 되었더라면 조선은 선진문물을 더욱 더 빨리 받아들이고 좀 더 나은 살림살이를 꾸려가게 됐을까 생각해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반짝이는 별을 단 한순간에 너무 쉽게 놓친 것만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이내 씁쓸함이 되는데 그것을 감출 길이 없다.
 

 

인조가 자신의 아들인 소현세자를 살해했는지 아닌지는 내 관심시가 아니다. 그랬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으리라. 작가로서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랬을 수도 있을 거라고 믿어지는 정황들이다. 그러한 정황 속에 숨겨져 있는 아비의 고독이며, 또한 그 아들의 고독이다.(작가의 말) 아버지인 인조의 고독. 그리고 아들인 소현세자의 고독. 중간중간 소름돋게도 너무 잘 묘사한 작가의 표현을 금치 못하였다.

 

 

 "울거라. 네 몸에 울음이 가득할 것이다." 이 부분은 미안하지만 책 페이지를 쓸 수가 없다. 읽다보면 어디선가 반짝하고 알아챌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런 값진 구절은 직접 보고 느껴봐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멀리 떠나 있는 아들을 생각할 때도 내가 몸이 아팠다. 베어내지 못하는 살이 붙어 있는 자리에서 아팠다. 내가 너를 생각하면 몸이 더욱 아팠다. 불로 지진 침을 맞아도 그 아픔이 가시지 않았다." 이것이 임금이 아닌 진정 아버지의 마음인걸까. 세자를 청나라로 떠나보내는 임금이자 아버지 인조는 마음이 얼마나 쓰라렸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물론 봉림대군도 함께 였지만, 몸이 약픈 세자를 떠나보내기가 더 힘겨웠으리라 생각한다. 세자를 향한 마음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난 의문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

 

 
그러나 임금의 눈물에 대한 기록은 없다. 임금은 사사로이 울지 않았다……세자를 살리지 못한 의관들을 벌하라는 주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자가 죽고나서 쓰인 글이다. 청나라의 문물을 들고 오는 환국하는 소현세자가 인조에게는 자신의 반청 노선에 반기를 든 정적이자 원수의 청의 회유에 넘어간 반역자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그 시대에 살았던 역사만이 알고 있는 것. 우리는 정확한 것은 모르고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진실은 역사에 감춰져있다. 작가는 마지막 이제 상상력은 독자의 몫이다. 라고 마무리짓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인조가 죽였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세자가 죽고나서 인조의 태도들을 써놓았다는 것. 그게 사실일지언정 다른 수많은 명제들이 있는데, 그런 명제들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정도가 조금은 상상력을 방해했다.
 

 

그가 온전히 허구적인 인물일 수 있었다면 나는 그의 고독을 덜어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물론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작가의 말) 허구적 인물이었다면 나도 세자의 고독을 조금만 덜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당시 세자의 고독은 작가가 쓸 수 없을 만큼 더욱 더 크게 작용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 느끼는 고독을 어떻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 수 있을까.

 

 

내가 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나는 다만 이해하고 상상하기만 할 뿐이라는 것…… 나는 그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다는 것…… 그를 위로할 수도 그를 위해 변명할 수도 없다는 것…… 그러므로 그의 삶과 죽음을 있는 힘을 다해 이해할 뿐이라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작가의 말) 바로 이런 점들이 역사소설을 쓸 때의 최대의 난점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역사소설을 읽을 때에는 상상력이 많이 개입할 수 없기에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작가의 감정선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인물의 감정이 오롯이 작가의 감정이 될 수는 없는 법. 작가의 손길을 따라 이 글을 쓰며 느꼈을 작가의 감정을 읽는다. 하지만 작가의 감정을 읽고 그의 손을 한 자 한 자 따라가기에 거슬렸던 것은 초판 2쇄발행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오타와 띄어쓰기를 무시한 것이었다. 사람이 감정을 느끼며 책을 읽을 때에는 사사로운 것이라도 방해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지식으로는 읽기가 좀 버거울 수도 있는 책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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