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은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봉림대군은 조선인들을 풀어달라 하였고, 소현세자는 서양 과학서적과 여지구를 가지고 조선으로 환국한다. 그리고 환국한지 두달만에 소현세자는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내가 아는 소현세자는 여기까지이다. 처음 그 얘기는 언제인지는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나 중,고등학교 때 어렴풋 들었던 것이었는데, 그런 얕은 지식으로서는 이 책을 읽어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읽다가 덮고 소현세자에 대해 따로 찾아보기도 하며 열심히 국사 공부를 하며 읽은 것 같다. 소현세자가 왕이 되지 못해서일까? 그의 업적을 찾아봐도 이렇다 할 업적이 없다. 하지만 그가 청나라에서 가지고 온 과학서적이 훗날 수원성 축성 때 정약용으로 하여금 거중기를 만들게 하는 성과를 거두게 한다. 만약 그가 훗날 왕이 되었더라면 조선은 선진문물을 더욱 더 빨리 받아들이고 좀 더 나은 살림살이를 꾸려가게 됐을까 생각해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반짝이는 별을 단 한순간에 너무 쉽게 놓친 것만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이내 씁쓸함이 되는데 그것을 감출 길이 없다. 인조가 자신의 아들인 소현세자를 살해했는지 아닌지는 내 관심시가 아니다. 그랬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으리라. 작가로서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랬을 수도 있을 거라고 믿어지는 정황들이다. 그러한 정황 속에 숨겨져 있는 아비의 고독이며, 또한 그 아들의 고독이다.(작가의 말) 아버지인 인조의 고독. 그리고 아들인 소현세자의 고독. 중간중간 소름돋게도 너무 잘 묘사한 작가의 표현을 금치 못하였다. "울거라. 네 몸에 울음이 가득할 것이다." 이 부분은 미안하지만 책 페이지를 쓸 수가 없다. 읽다보면 어디선가 반짝하고 알아챌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런 값진 구절은 직접 보고 느껴봐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멀리 떠나 있는 아들을 생각할 때도 내가 몸이 아팠다. 베어내지 못하는 살이 붙어 있는 자리에서 아팠다. 내가 너를 생각하면 몸이 더욱 아팠다. 불로 지진 침을 맞아도 그 아픔이 가시지 않았다." 이것이 임금이 아닌 진정 아버지의 마음인걸까. 세자를 청나라로 떠나보내는 임금이자 아버지 인조는 마음이 얼마나 쓰라렸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물론 봉림대군도 함께 였지만, 몸이 약픈 세자를 떠나보내기가 더 힘겨웠으리라 생각한다. 세자를 향한 마음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난 의문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 그러나 임금의 눈물에 대한 기록은 없다. 임금은 사사로이 울지 않았다……세자를 살리지 못한 의관들을 벌하라는 주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자가 죽고나서 쓰인 글이다. 청나라의 문물을 들고 오는 환국하는 소현세자가 인조에게는 자신의 반청 노선에 반기를 든 정적이자 원수의 청의 회유에 넘어간 반역자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그 시대에 살았던 역사만이 알고 있는 것. 우리는 정확한 것은 모르고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진실은 역사에 감춰져있다. 작가는 마지막 이제 상상력은 독자의 몫이다. 라고 마무리짓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인조가 죽였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세자가 죽고나서 인조의 태도들을 써놓았다는 것. 그게 사실일지언정 다른 수많은 명제들이 있는데, 그런 명제들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정도가 조금은 상상력을 방해했다. 그가 온전히 허구적인 인물일 수 있었다면 나는 그의 고독을 덜어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물론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작가의 말) 허구적 인물이었다면 나도 세자의 고독을 조금만 덜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당시 세자의 고독은 작가가 쓸 수 없을 만큼 더욱 더 크게 작용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 느끼는 고독을 어떻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 수 있을까. 내가 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나는 다만 이해하고 상상하기만 할 뿐이라는 것…… 나는 그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다는 것…… 그를 위로할 수도 그를 위해 변명할 수도 없다는 것…… 그러므로 그의 삶과 죽음을 있는 힘을 다해 이해할 뿐이라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작가의 말) 바로 이런 점들이 역사소설을 쓸 때의 최대의 난점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역사소설을 읽을 때에는 상상력이 많이 개입할 수 없기에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작가의 감정선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인물의 감정이 오롯이 작가의 감정이 될 수는 없는 법. 작가의 손길을 따라 이 글을 쓰며 느꼈을 작가의 감정을 읽는다. 하지만 작가의 감정을 읽고 그의 손을 한 자 한 자 따라가기에 거슬렸던 것은 초판 2쇄발행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오타와 띄어쓰기를 무시한 것이었다. 사람이 감정을 느끼며 책을 읽을 때에는 사사로운 것이라도 방해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지식으로는 읽기가 좀 버거울 수도 있는 책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