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안녕, 언젠가

 

인간은 늘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야 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 돼

죽을 만큼 사랑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 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이별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약혼녀 미츠코가 있는 유타카. 그런 그에게 토우코라는 강렬한 호기심이 그를 자극한다. 그 둘은 넉 달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유타카는 미츠코와 결혼을 하기 위해 떠나간다. 그리고 25년 후, 그들은 재회한다. 그 둘은 25년이란 길고 긴 세월을 어떤 심정으로 살아왔을까.

 

 

이 책을 든 이유는 매우 단순하게도 츠지 히토나리의 감성적인 문장이 그리워서였다. 그러나 다 읽고 억누를 수 없는 답답함에 사로잡혔다. 마음이 편안해지길 바랬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아마 이 책을 다 읽고 그에게 손에 이끌리 듯 내용없는 문자를 보내고도 멍한 상태를 유지했다. 분명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듯한 그의 문장들이 아직도 눈에서 살아움직이 듯 선한데, 그냥 억울했다. 츠지 히토나리는 참 잔인하다.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일생을 휘어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강제성이란 것은 전혀 없는 스스로가 규정지어놓은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럴 수 있다는게 참 대단하면서도 어리석어보였다.

 

 

분명, 사랑은 아름답다. 나이를 불문하고, 국적을 불문하고, 사랑에 방해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사랑이라는 그 자체로도 반짝반짝 빛이 나고 아름답다. 그런데 하물며 자신이 하는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하지만 자신의 사랑에 대한 욕심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사랑은 희생되어도 되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넉 달간의 사랑을 통해 그들이 손에 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끝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미츠코에게 어떤 죄를 범하고 있는가. 그들은 그럴싸하게 그것을 사랑이라 표현하고, 또 그렇게 믿어버린다. '유타카'의 우유부단함을 미칠 듯이 증오한다. 어쩌면 갖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을 '사랑'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과대포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또는 그렇게 착각하고 싶은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내가 사랑한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 그만큼 행복한 게 있는 것이 있을까? 츠지 히토나리는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라고 몇번씩이나 얘기하면서 은근히 강제성을 띄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강요받는 건 싫다. 이 책은 역시 일본소설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그런 테두리 안에서 놀고 있다. 하지만 츠지 히토나리의 필력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빛을 발하지 못했을 이 소설이 조금은 애틋하기도 하다. 곧 영화로도 개봉된다고 하던데, 영화에서는 유타카와 토우코의 사랑을 얼마나 절절하게 그려냈을지 조금은 기대가 된다.

 

 

 

 

 

 

 

 

             "왜 그래요?"
            "아니, 그냥, 잠깐 이런저런 옛날 일을 떠올리다 보니 가슴이 벅차서."
            "마치 고등학생처럼?"
            "생애 최고의 나날이었어요."
            "그래요, 최고의 나날이었어요."
            "그런 일은 그 후, 두번 다시 없었어."
            "으응, 나한테도 없었어요."
            "그 말도 안 되는 나날."
            "막무가내였죠."
            "사랑하고."
            "...... 사랑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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