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독서의 즐거움
정제원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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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이유는 바로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독서의 즐거움'이라는 책 제목의 유혹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책 제목의 유혹에 이끌려 책을 집어들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지만, 나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나를 반갑게 맞이한 것은 내게는 너무 생소한 책 속의 책들이었다. 책 속의 책들은 내겐 모두 조심스런 책들 뿐이었고, 하나같이 교과서같은 책들뿐이어서 내겐 눈길도 받지 못하는 그런 책들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사실 언젠가 한번은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몰랐고, 이해는 고사하고 하루에 몇 분이라도 보기나 할지 의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나에게 저자는 서른 권이나 되는 책을 추천하고 있는데 난 여기서 읽어본 책이 달랑 두 권뿐이니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것이 내 솔직한 대답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추천하는 책들을 모조리 읽어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저자는 우리에게 무작정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책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묘미를 알려주고 싶을 뿐이니까.


 


 


이 책이 말하고 싶은 핵심으로 시작하고 생각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기 전 책을 읽음으로써 자신의 내면에 끼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같은 경우 책은 나에게 있어서 삶의 지침이고 때로는 도피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쉽사리 내가 해낼 수 없는 일들을 착착 해내는 슈퍼맨 혹은 슈퍼우먼같은 그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나 또한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반면에 하고는 싶은데 여건이나 능력이 안되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책을 통해 그 속에서 만큼은 내가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오는 대리만족에 행복해하기도 하며, 나도 언젠가는! 이라며 두 손을 불끈 쥐게 만드는 그런 책을 좋아한다. 누구나 책을 읽는 이유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읽기도 할테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즐겁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나와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우선은 '두껍고 난해한 책에 도전한다'(p82) 라는 소제목이 붙어잇는 것인데, 두껍고 난해한 책들 중에선 우리가 분명 배울 게 많을 것임이 분명하다. 하물며 한 쪽 혹은 한 문장의 글을 읽고도 깨달음을 주는 글이 허다한데, 두껍다라고 느낄 두께의 책에서 배워가는 게 없다면 정말 억울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두껍고 난해한 책을 읽으라는 저자의 말은 독서를 가까스로 잡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책을 치워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쉬운 책만 읽어서야 독서가로 성장할 수 없다. 책읽기도 도전이다. 라는 문장을 보고 나는 흔히 불리우는 독서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고, 책읽기를 도전하려고 읽는 것이 아니라 좋으니까 읽는 것이다. 독자가 책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길잡이를 해줘야 할 책이 난해함이 난발하는 그 책에서 독자가 즐거움을 찾길 바라는가? 내가 생각하는 길이가 짧은건가, 나는 저자의 말에 조금은 반박하고 싶어졌다. 저자는 아마 저자가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는 프레히트의 <나는 누구인가>에 나온 즐거움이 없는 교훈은 강제노역이고, 교훈이 없는 즐거움은 사람을 멍청이로 만든다. (p86) 라는 이 문장을 잊어버린 건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저자는 우리에게 강제노역을 어필하고 있다고 생각지 않은가?


 


두번째로는 '어떤 분야든 입문서부터 읽는다'(p121)의 내용 중 과학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려면 홍성욱 교수의 <홍성욱의 과학 에세이>를 먼저 읽고,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려면 한국문화인류학회의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으로부터 시작하며, 미학과 친해지려면 진중권 씨의 <미학 오디세이 1,2,3>을 첫 스승으로 모시는 것이 좋다. 라는 문장이 있는데, 왠지 불쾌함마저 느껴지는 글이었다. 저자는 우리에게 책을 추천하는 것이 목적인데, 왜 강요처럼 들리는지 모를 일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선이라는 것이 있어서 어떤 책이 누구에겐 좋고, 누구에겐 시시껄렁한 그런 책일 수도 있는데, 저자는 저런 말을 해놓고서도 우리가 '아, 이 책은 이래서 좋구나'라고 생각할 만한 무언가도 제시해주지 않고 무조건 저런 식이다. 이 타이틀과 관련된 내용을 죽 - 읽어내려가며 내가 생각한 결론은 하나뿐이다. '내가 왜?'


 


세번째로는 '용어(개념어)사전 혹은 지식사전을 읽는다.'였는데, 누구나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들이 툭툭 튀어나와 당황했던 적이 한번쯤은 있을거라 짐작한다.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구지 개념어사전이 아니더라도 국어사전 혹은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인터넷에 치면 그것에 관한 예시까지 주르륵


나온다. 개념어사전을 쓴 작가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내가 왜 책을 읽으면서 그런 책을 읽는 수고까지 해야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에서 얻은 게 있다면,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 (p90)였는데, 요즘엔 새로운 책들을 읽느라 여념이 없어서 두 번 이상 읽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저자가 머리를 망치로 두드린 기분이다. 저 말에 항상 공감을 하면서도 실천을 하지 못하는 나는 어쩌면 책을 완전히 이해하기보다는 많이 읽는 것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에는 책을 두 세번씩 읽기도 했는데, 한 번 이상 읽은 책들은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흥을 주었고, 그 전에 읽을 때 미처 찾지 못한 것들을 발견해내는 즐거움까지도 제공해주었다. 그 기분은 항상 나를 설레게 하고 나의 눈과 입을 웃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그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다면 혹은 생각지 못한 수확을 얻고 싶다면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두 번 이상 읽은 책을 늘려 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기 바란다. 진정한 독서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곱씹으며 내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p97)


 


 


머릿 속의 내용들이 정리되어야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을 써야 머릿속의 내용들이 정리된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와 반대로 생각해왔다. 이런 착각 때문에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글을 쓸 생각을 못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펜을 들고 아무 종이에나 한 번 긁적여보는 것이다. (p150) 나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려고 무진장 애를 쓰는데 사실 서평이라는 것이 말만 거창하지 독후감정도밖에 되지 않는 내 글을 볼 때면 한숨이 나올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가끔은 서평이라는 게 숙제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서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내가 서평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작년 즈음 히가시노 게이고의 <편지>를 읽었는데, 그 책 결말이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유 글 재주로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생각이 하나도 안나는 것을 보니 자괴감마저 느껴졌었다. 그래서 부족한 서평이라도 쓸까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판에 손을 올려놓을 때면 무어라고 시작해야할지도 모르는 그 막막함을 다들 한번쯤을 느껴봤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서평기록 연습장을 따로 사서 혼자 끄적대기도 하고, 그것을 컴퓨터에 옮겨놓을 땐 거기에 살이 붙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 경험은 책을 읽을 때보다 서평쓸 때 그 감정이 더욱 세밀해지고 복합적이 된다는 것이다. 책을 그저 눈으로 읽는 것과 손으로 혹은 타자로 글을 쓸 때의 느낌은 천지차이다. 난 그 느낌이 참 좋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조금은 부담스러웠고, 독서라는 것이 결코 만만하지 않구나 라는 낯설음까지 느꼈다면 저자는 무어라 답할까? 책 소개란에 책 속의 책이라고 나왔는데, 그보다 책의 누구나 공감할 만한 구절들을 줄줄이 늘어놓으며 그에 대한 저자의 느낌정도만이 와닿았다면, 내가 이 책을 잘못 읽은 것일까? 이 책을 읽고 나는 책을 이제까지 잘못 읽은 것 같은 자괴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책 속의 책의 구절은 나의 머릿 속에 엔진을 달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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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쥐뿔 좀 있어 보려고요 - 이제 막 연애와 사회생활을 시작한 20대 여성들이 꼭 읽어야 할 "경제 개념 바이블"!
송지연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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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쥐뿔 좀 있어보려고요'라는 이름을 가진 흥미로워 보이는 이 책은 20-3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펴낸 재테크에 관한 책으로 재무설계 상담센터의 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 송지연이 사회 초년생이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노하우,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프리랜서의 고민, 연애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데이트 비용의 지출의 부담, 카드깡의 유혹, 골드미스의 고민, 신혼부부의 재테크 등등 자신이 상담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엮어 공감할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먼저 고민을 내놓고 직업, 나이, 연봉, 현재상황을 간략하게 소개한 다음 solution을 제시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자기는 연봉이 낮아서 저축도 못하겠다며, 자기 친구는 놀고 먹는데 부모님 돈으로 시집을 간다는 고민이었다. 그 여자는 연봉이 2천2백이었는데, 그거보면서 든 생각은 돈이 아무리 적어도 거기서 하물며 2-30 저축도 못할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저자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말을 한다. 연봉이 너무 낮아서 저축을 못하겠다면, 연봉을 높이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불평하고 있을 시간에 노력해서 실력을 키워라! (p222) 나 역시도 연봉이 너무 낮다며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던 적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친구는 니가 아직은 경력이 부족하니까 그렇지.라는 말을 했었다. 그래, 몇년도 아닌 고작 몇개월만 일했는데 연봉이 낮다고 불평해봐야 뭐가 남겠느냐 라는 생각에 경력이나 쌓자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은 내가 이 회사에 있는 한은 내 몸값을 올리자였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나도 항상 고민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데이트 비용이었는데, 고민이 나와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고민의 주요 내용이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 얼마를 더 써야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였는데, 나도 남자친구에게 금전적으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 아니, 그보단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서 내가 쓰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얇아지는건 지갑이고 줄어드는건 체크카드지만, 내가 사고 싶은 다른 것을 살 바에야 그걸 아껴서 이걸 해줘야겠다.라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피땀 흘려 번 내 돈이 소중한 만큼 남자친구의 돈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절대 잊지 않는다. (p73) 사실 요즘은 남자가 데이트 비용을 많이 내고 여자는 뒤에서 관전하는 식이 빈번하다. 솔직히 나도 처음엔 학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런 상황을 자주 연출했었는데 누군가를 좋아하면 뭘 해주고 싶어지는건 비단 남자뿐만이 아니라 여자도 그럴 수 밖에 없다는걸 새삼 깨달았다.

 

 

세번째로 카드깡이었는데, 난 신용카드는 서른살 이전에 절대로 만들지 않으리!!!!!라고 다짐을 했던게 엊그제였던 것 같은데, 사실 나는 나도 모르는 신용카드(한도도 적은)가 있는 셈이다. 선불 교통카드를 사용했었는데 항상 충전하는게 귀찮기도 하고 번거롭다보니 후불 교통카드로 바꾸게 되었고, 그걸 후불로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것으로 다른 것을 사고 결제를 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순간부터 내가 만든 그 카드의 목적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아직 신용카드의 묘미를 알지 못하고 왠만하면 앞으로도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나는 나도 자제할 수 없는 무언가가 숨어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카드깡을 버릇처럼 쓰는 우리에게 카드를 잘라버리라고 단칼에 말하지만 그것이 쉽지 않음을 저자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대체하는 방지책으로 카드깡을 한 후에 고객들(?)한테 받은 현금은 바로 결제 은행으로 입금해야 한다. 지갑에 들어 있는 돈은 당신 것이 아니라 카드사에 갚아야 할 빚이다. (p33) 라는 현실적인 solution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 체크카드 쓰는 나에게는 그런 것이 와닿진 않겠지만, 언제건 간에 그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덮고 난 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가계부를 쓰는 일 정도였다. 항상 지출, 수입, 금액을 썼었는데, 갖고 있는 돈에서 100원, 하물며 10원이 모자라도 머리가 아프고 그러다가 결국 관두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 방지책으로 지출과 수입만 쓴다. 사실 수입은 정해져있기에 별로 쓸게 없지만 지출을 쓰다보니 '아 내가 이런데에 돈을 썼어? 정신 나갔나봐.'라는 말을 정신없이 하고 있다. 지출을 쓰면서 앞으론 이거에는 돈을 쓰지 말던가 아끼던가 해야겠다 라는 생각 또한 함께 곁들여져서 요즘은 그런대로 많은 시너지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다. 대충대충인 가계부를 쓰면서 느낀 것은 저자가 말한대로 가계부는 누구에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얼마만큼 썼는지를 쓰고 나를 반성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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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쿠온, 엄마아빠는 히피야!
박은경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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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자라면서 "행복해!"라는 말을 드물게 들었고, 드물게 써왔던 것 같다.

일상의 아주 작은 기쁨에 대해서는 행복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았다.

사실 남들이 행복하다고 하는 말만 들어도 덩달아 행복한 기분이 드는데,

자신이 자주 쓰면 얼마나 더 행복해질까. (p55)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아이가 손짓을 하고 있는 이 책의 표지만을 보고 여행에세이인줄만 알았던 나는 '아, 잘못 알았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 민망해졌다. 제목을 조금 유심히 봤더라면, 오해의 소지가 조금 줄어들었지 싶다. 히피라는 말이 내가 생각하는 그 hippie인줄은 몰랐던 것이다. 히피(hippie)라는 단어를 처음 알았던 때는 부끄럽지만 그 단어 자체를 알았던게 아니라 소위 히피펌이라는 것이 유행하고부터가 아닌가 싶다. 난 그 파마가 정말 폭탄맞은 머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히피라는 그 단어가 조금 부정적으로 다가온 건 사실이다. hippie란 '탈사회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고 백과사전에 친절하게 나와있다. 하지만 난 그보다 그들은 원하면 언제 어디든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유인'이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이 책은 히피인 저자의 가족이 떠나면서 겪은 일들을 주로 쓰고 있기보다는 그들 가족의 삶을 써내려 가고 있다.

 

 

나이 32살에 무작정 떠난 인도행. 그 곳에서 (무려!) 13살이나 어린 바바를 만나 사랑에 빠져 쿠온을 갖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된다. 그들은 결혼식 서약부터가 특이했는데, 결혼식 서약은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같이 천년만년 붙어살자'가 아니라 '언제든지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이 생기면 즉각 헤어지자'였다.(p33) 라고 한다. 이게 가당키나 한 소린가. 나로서는 참 대책없다.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럼에도 그들은 쿠온이 13살이 된 지금도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이곳저곳을 자주색 스쿨버스를 타고서.

 

 

나는 그들의 삶을 읽어내려가며 '부럽다. 부럽다'만을 반복했던 것 같다. 나는 저자처럼 훌쩍 떠나버리기엔 놓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다. 아직 몇개월 넣지 않은 적금통장, 언제나 꺼내쓸 수 있는 입출금통장, 10원의 이자가 매달 붙는 CMA통장…….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놓지 못하는 것은 내 꿈이다. 언제나 자유를 꿈꾸기는 하지만 그것이 내 꿈과 바꿀 수 있을만큼은 아닐 것 같기에. 사실 저자 소개를 보면 그녀는 영화기획자,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요가 강사, 농사꾼, 칼럼니스트, 명상가, 테라피스트, 힐링 마사지스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고 나온다. 그런 그녀에게 놓고 싶지 않은 것이 있었겠지만, 무작정 떠난 그녀가 용기있어보이면서도 솔직히 말하면 대책없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그녀가 마음 속에 들어와 조곤조곤한 말투로 잔소리를 퍼붓는다. 하고 싶은 일에 따로 출발점이 정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곳 사람들 모두가 나에게 보여주었다. 누구나 전문 발레리나가 되려고 발레리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유명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원해서 선택했다면 거기에 쏟는 정열과 결과도 각자의 몫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그 순간을 사랑하고, 그런 삶에 열정을 쏟는 아름다운 자신을 사랑한다. (p186) 그래, 그거지. 그녀와 나는 비록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이 다르기 때문에 그녀와 나를 비교해서 그녀는 행복하고 나는 불행하다고 구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나에게 여행이라는 취미가 손톱만큼인데 그녀는 행복해하니 너도 그녀의 삶을 살아라! 라고 한다면 나는 행복할까? 내가 그녀의 삶을 엿보며 부러워한건, 그녀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지. 절대 그녀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삶이 아니었던 것이다. 미래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 반해 순간을 살고 있는 그녀의 삶을 엿보며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책을 덮었는데 쿠온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엄마, 내 가슴에 나비 한 마리가 파닥거려" (p143) 이 한 문장이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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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미궁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4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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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은 원래 출신성분이 형편없는 존재인데도 지금은 귀부인처럼 행세하고 있어.

웃기지도 않지.
자신의 모태를 경시하는 현대 의료는 언제 어디서든 파탄에 이를 걸세.

잠자던 악마가 눈을 뜰 날이 머지 않았어.

 (p297)

 

 

 

 

 

가이도 다케루의 책은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처음으로 손에 들게 되었고, 그 책을 읽고는 ’아, 괜찮다’라는 생각에, <나이팅게일의 침묵>,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차례로 읽었으나, 처음과 같은 감명을 받지 못해 이 작가의 책을 그만둘까 고민하는 찰나에 <나전미궁>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갈팡질팡하다가 손에 넣고 읽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바티스타~>과 <나전미궁>이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티스타~>겠지만. 사실 <나전미궁>은 그의 두번째 작품이지만, 다구치-시라토리 시리즈를 중심으로 책을 옮기다보니 마지막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운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운을 등지고 살아왔을 뿐이다. 나는 늘 이렇다. 멍청이에다 어수룩한 사내, 덴마 다이키치. 하하 (p113) 라는 문장에서 볼 수 있듯이 덴마 다이키치라는 대길이라는 이름 뜻과는 다르게 운도 지지라게 없는 소년의 눈으로 사쿠라노미병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숨가쁘게 쫓을 수 있다. 가이도 다케루는 이번 작품의 배경을 그간 배경이었던 도조대학부속병원에 적응되어 있는 우리의 눈을 돌려 그의 라이벌인 사쿠라노미시의 또다른 종합병원인 사쿠라노미병원라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게다가 <제너럴 루주의 개선>에서 독자들에게 맛배기로 얼굴만 비치고 간 시라토리의 부하인 얼음공주의 별명을 가지고 있는 히메미야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던 건 사실이다. 히메미야의 활약이 돋보이게 큰 건 아니었지만, 그녀를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싶다. (시라토리-히메미야를 보며 이라부-마유미를 생각한건 비단 나뿐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할 것이다.

 

 

현직의사이기에 그릴 수 있는 냉철한 의료 현실. 가이도 다케루는 그런 것들을 꼬집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종말기 의료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본의 의료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는 점에서 디테일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현대 의료의 죽음 경시에 대한 비판도 함께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하지 않았던 죽음과 스스로 원한 죽음이라는 문장을 보았을 땐 안락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락사가 정당한 것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쉬웠던 건 강요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이와오 자신이 그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다는 것. 왠지 마무리를 쉽게 하기 위해 가이도 다케루가 꾀를 낸건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괜찮은 의료 미스테리를 읽었다는 생각에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곧이어 출간될 그의 신작인 <블랙 페앙 1988>도 기대해볼 만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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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과 일각수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권민정.허진 옮김 / 강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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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작품 중 <여인과 일각수>는 나에게 그녀의 두번째 책이었다. 같은 작가의 책을 몇달이라는 시간을 두지 않고 바로 읽어버린 이유는 아마 <진주 귀고리 소녀>의 감동을 잊지 못해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손에 집어들고 싶은 마음이 컸기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여인과 일각수>라는 이 작품의 매력도 <진주 귀고리 소녀>와 같이 미술작품 자체가 그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만큼의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전작인 <진주 귀고리 소녀>는 관찰자 시점과 그리트로 시작되는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이어가는 반면에 <여인과 일각수>는 시점이 등장인물에 따라 변화하는 속성을 지녔다. 그래서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각기 시점에 따라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는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다.  관찰자의 시점 혹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바라보게 되면 주인공을 제외하고 그 주위에 둘러싸여있는 등장인물들은 소위 들러리로 밖에 인식하지 못하는게 사실인데, 시점이 시각각 달라지니 주인공의 분위기나 성향 등을 더 집중적으로 알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렇기에 그 또한 매력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하나의 사건을 여러가지의 시각으로 본다는 것. 그것만큼 매력적인 것이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전작인 <진주 귀고리 소녀>에 미치지 못했다고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중세 유럽이라는 비슷한 시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감동의 차이가 확연히 달랐다. 비록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작은 책을 덮고도 공허한 기분에 사로잡혀 한동안 그 공허함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을 느꼈는데, 이번 작품은 감동이 있었는지조차 모르게 덮어버렸던 것 같다. 아마 결말이 너무 딱딱 부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일까? 혹은 저자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니콜라를 천하의 바람둥이로 만들어놓고도 너무 감싸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책 속의 작품에 들어가서 보자면 니콜라가 그린 태피스트리 6점 속에는 모두 일각수(일명 유니콘)가 그려져있고, 그 일각수는 니콜라를 대변하는 매개체로 나온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일각수는 순결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뿔이 더럽혀진 것을 깨끗하게 해주는 일명 정화기능으로 나오는데, 왜 그 이미지가 니콜라의 이미지로 굳혀지는지는 모를 일이다. 내가 아마 이 태피스트리를 보게 된다면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머릿 속에서 창조된 이들을 먼저 떠올리게 될 것 같다. 특히 <시각>부분에선 그게 더 도드라져서 자연스레 알리에노르를 떠올리기가 힘들진 않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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