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전미궁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4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의학은 원래 출신성분이 형편없는 존재인데도 지금은 귀부인처럼 행세하고 있어.

웃기지도 않지.
자신의 모태를 경시하는 현대 의료는 언제 어디서든 파탄에 이를 걸세.

잠자던 악마가 눈을 뜰 날이 머지 않았어.

 (p297)

 

 

 

 

 

가이도 다케루의 책은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을 처음으로 손에 들게 되었고, 그 책을 읽고는 ’아, 괜찮다’라는 생각에, <나이팅게일의 침묵>, <제너럴 루주의 개선>을 차례로 읽었으나, 처음과 같은 감명을 받지 못해 이 작가의 책을 그만둘까 고민하는 찰나에 <나전미궁>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고, 갈팡질팡하다가 손에 넣고 읽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바티스타~>과 <나전미궁>이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았다고 생각한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바티스타~>겠지만. 사실 <나전미궁>은 그의 두번째 작품이지만, 다구치-시라토리 시리즈를 중심으로 책을 옮기다보니 마지막으로 밀려났다고 한다.

 

 

운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운을 등지고 살아왔을 뿐이다. 나는 늘 이렇다. 멍청이에다 어수룩한 사내, 덴마 다이키치. 하하 (p113) 라는 문장에서 볼 수 있듯이 덴마 다이키치라는 대길이라는 이름 뜻과는 다르게 운도 지지라게 없는 소년의 눈으로 사쿠라노미병원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숨가쁘게 쫓을 수 있다. 가이도 다케루는 이번 작품의 배경을 그간 배경이었던 도조대학부속병원에 적응되어 있는 우리의 눈을 돌려 그의 라이벌인 사쿠라노미시의 또다른 종합병원인 사쿠라노미병원라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게다가 <제너럴 루주의 개선>에서 독자들에게 맛배기로 얼굴만 비치고 간 시라토리의 부하인 얼음공주의 별명을 가지고 있는 히메미야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하니 더욱 더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던 건 사실이다. 히메미야의 활약이 돋보이게 큰 건 아니었지만, 그녀를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아니었나싶다. (시라토리-히메미야를 보며 이라부-마유미를 생각한건 비단 나뿐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두어야 할 것이다.

 

 

현직의사이기에 그릴 수 있는 냉철한 의료 현실. 가이도 다케루는 그런 것들을 꼬집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종말기 의료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본의 의료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는 점에서 디테일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현대 의료의 죽음 경시에 대한 비판도 함께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하지 않았던 죽음과 스스로 원한 죽음이라는 문장을 보았을 땐 안락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락사가 정당한 것인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쉬웠던 건 강요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이와오 자신이 그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다는 것. 왠지 마무리를 쉽게 하기 위해 가이도 다케루가 꾀를 낸건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괜찮은 의료 미스테리를 읽었다는 생각에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곧이어 출간될 그의 신작인 <블랙 페앙 1988>도 기대해볼 만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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