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 - 걷기에 생각을 더해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의식적 걷기
다닐로 자넹 지음, 오경희 옮김, 안광욱 감수 / 새로운제안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01.
지금의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해서 산책을 즐겨 하는 편이지만, 나에게도 걷는 것을 싫어했던 시기가 있었다. 너무 명확하게 생각나는 것. 육교나 지하도에 있는 계단이 너무너무 싫어서 횡단보도까지 빙 돌아서 갔던 적은 애교요, 걸을 법한 한두 정거장도 꼭 버스를 탔었다. (아! 한 정거장이 너-무 길어서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탔던 적도 많은데, 버스정류장의 구간 설정이 너무 엉망이다. 걸어서 30분이 넘는 거리가 한 정거장이라니, 그건 좀 너무하지 않아?)

그때는 걷는 게 왜 그렇게 싫었을까, 생각해보면 너무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나는 순전히 엄마의 욕심으로 초등학교를 집 근처가 아닌 옆 동네의 초등학교로 다니게 되었다. 중학교도 마찬가지였고. 초등학교는 걸어서 30분이 넘게 걸렸고, 중학교는 더 멀어서 40분 내지 50분을 소요해야만 했다. 불행히도 당시에 우리 집과 학교들 사이에는 버스 노선이 지금처럼 발달되어있지 않아서 집에서 학교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고작 한 정거장이었다. 그 한 정거장을 가고 나머지는 걸어야 했던 것인데, 당시 정말 걷기 싫은 날에는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됐었다. 그 한 정거장이 800m에 언덕이 있어서 아마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걷기 :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의식하는 수단

어쨌든 그렇게 나는 강제적인 걷기를 학습하고 난 뒤였기 때문에 걷기가 내게는 무척이나 고되고 힘든 것이어서 내가 걷는 것을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등록했던 헬스를 3개월 동안 꽉꽉 채워 다니고 헬스를 다시 등록하기 전까지 임시방편으로 운동을 하겠다며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오게 된 것이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당시 회사와 집까지 거리는 5.5km였지만, 이후에 회사가 이전을 하게 되면서 8.2km가 되는 거리를 퇴근길에 걸어서 다녔다. 이제까지 내가 살면서 그때만큼 다이어트 의지를 불태웠던 적은 없는 것 같다는 비밀스러운 말도 살짝.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멋지게(?) 한 것은 아니었기에 멋쩍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것도 있었지만, 걸어서 퇴근하는 날에 버스를 타지 않은 돈을 저금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건 지금 생각하면 약간 미련스럽기도 한 부분) 그런데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보다 당시에 내가 일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 무척이나 힘들게 해내고 있었기 때문에 걸으면서 상념에 잠길 때가 많았는데,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언제나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대답이 마음속에 생겨났다.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무너져버리는 것이 문제였지만. 걸으며 어떤 일에 대해 나의 생각을 열어보는 일,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생각할 일이 많으면 부러 걷곤 한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물론 걷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생각이 더 깊어지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에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된다. 

 

 

 


02.

​‘의식적 걷기’

① 우리 내면의 고정적인 지점, 즉 ‘의식’에 완전히 밀착한 다음 그 순간의 모든 움직임과 완전히 접속하는 행위

②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모든 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을 좀 더 진하게 맛보는 것

③ 나 자신과 세상을 탐험하는 행위

④ 자신의 내면을 만나는 활동

 


​서론이 너무 길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즐기며 걷고 있지만,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한 것도 좀 더 재미있게, 즐겁게 걷기 위해서였다. 책에서는 걸음을 떼어 걷는 것과는 별개로 ‘의식적 걷기’를 이야기하는데, 기본 전제는 현재이고, 키워드는 부드러움이다. 걷기를 활동적인 명상이라고 일컬으며, 평범한 것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말은 걷는 것의 즐거움을 말할 때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걷기의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03.

말은 지금의 순간을 의식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따라서 의식적 걷기를 하는 동안은 침묵하며 걷기를 권한다. 그래야 걸어가고 있는 이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의식적 걷기의 중요한 포인트다. (P.16)

 

의식적 걷기를 하려면, 우선적으로 말을 줄이고 나의 내면과의 접속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건 정말 너무나도 확실하게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어서 굉장히 흥미를 가지고 읽었던 부분이다. 전화통화를 하거나 대화를 하며 걷는 경우에는 내가 아닌 타인에게 집중을 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나의 내밀한 내면까지 보기 위해서는 혼자,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걸어보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일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는 혼자서 있을 때가 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상대도 나와 같이 각자의 내면을 들어가 보길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면 의식적 걷기는 실행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내면과의 접속은 곧 나의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의 실질적인 예로 ‘호흡’을 말하며 호흡법에 대해 저자는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나의 생각에 집중을 했지, 호흡에는 한 번도 집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생소하게만 들렸다. 그러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코로 호흡을 하라는 부분에서부터 나는 약간의 공포감을 느꼈다. 어릴 적 천식이 있어 입으로 호흡을 하는 습관을 자연스레 가지게 된 나는, 지금도 잘 때도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리고 자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 코 호흡에 대해 찾아본 이후로 입으로 하는 호흡이 신체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코로 호흡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우습게도 지금 나의 당면 과제는, 내가 시시때때로 코로 호흡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돼 버렸다. 따라서 책에서 설명하는 본격적인 호흡법은 아직 시도해보지도 못했다.

 

 

 

 

04. 

순간이 제공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을 때 걷기가 즐거워질 수 있다. 순간이란 시간 밖의 시간이다. 우리가 걷는 것은 어쩌면 그 새로운 차원을 만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P.53)

 

‘목표 없이 걷기’ 책에서는 목표 없이 걷는 것을 추천하고 있는데, 걷는 것 자체보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까지 목적지를 두지 않고 걸어본 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 느낌은 어떨까 싶어서 이건 꼭 해봐야지 싶어서, 슬며시 9월의 목표에 적어두었다. 이때는 책에서 나오는 호흡법도 살짝 해보고 싶기 때문에 아무래도 산책로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

 

 

 

 

05. 

가장 우스웠던 것은, ‘아프간식 걷기’인데, 이 방법이 우습다는 게 아니라 내가 이 걸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 방법이 나의 경우에는 내면과 만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아프간식 걷기라는 것은 걸음수와 호흡수를 일정한 리듬에 맞추어 걷는 방법인데 걸음 수를 셀 때 말의 음절로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아프간식 걷기를 시도했던 때가 여러 번인데, 집으로 가는 골목길과 헬스장에서 가장 많이 시도했었다. 걷기가 너무 힘들거나 혹은 싫은데 집까지는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자는 식으로 발걸음의 숫자를 세거나 말의 음절로 발걸음을 떼었고, 헬스장에서는 오기를 부려서라도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발걸음 하나에 음절 하나. 발걸음 둘에 음절 둘. 집에 갈 때는, 아.도.대.체.집.은.왜.이.렇.게.먼.거.야.언.제.다.도.착.하.지. 뭐 이런 것을 많이 했고,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걸을 때에는 내.가.지.금.이.게.재.미.있.어.서.하.는.줄.아.냐.목.표.치.채.우.려.고.하.는.거.지 가끔 머릿속에 생각이 나는 게 없으면 가족들의 이름을 걸음 수에 넣어 걷기도 하고, 어떤 때는 헬스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랫말을 걸음 수에 넣어 걷기도 했다. 그런데 걷기의 즐거움을 안 지금은 더 이상 그러지 않지만, 아마 헬스장을 간다면 다시 발걸음에 말의 음절을 넣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걸어야 하는 걸음에 그런 소소한 재미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하.

 

 


06.

이것들은 내가 책에서 인상 깊게 본 것이나 경험해본 것의 일부를 적어놓은 것이고, 그 외에는 호흡법에서는 의식적 걷기를 할 때나 일상의 다양한 호흡법을 다루고 있고, 걷기 전 필요한 준비에서는 신발이나 배낭을 선택할 때의 기준, 수분을 섭취하는 방법, 워킹스틱의 사용법, 걷기 전 워밍업을 다루고 있다.

내가 지금보다 이전에 걷기가 힘들기만 하고 재미가 없는 것으로 여겼던 것은, 말 그대로 발걸음을 떼는 것이라고만 치부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상기시킬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나와 비교를 하며 책을 읽으며 ​도입 부분에서는 흥미가 동하는 부분이 많아 집중하며 읽었는데, 점점 갈수록 호흡법까지 익혀야 하다 보니, 정말 이런 걸 인지하면서 걸을 수 있을까? 했다. ​도심에서 걸을 때가 많은 나는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을 할 수가 없다는 점에 있다. 도심에서 걸을 때면 횡단보도를 기다리기 위해 서야 할 때도 있고, 횡단보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골목길에서는 차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경계를 하면서 걸어야 하기 때문에 이 책에 나와 있는 호흡법을, 내가 걷고 있는 도심에서는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호흡법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두고 읽지는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몇 년 후, 남편 J와 도보 여행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그때를 위해서라도 조금씩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9월에 넣어둔 목표 중 ‘목표 없이 걷기’를 산책로에서 하게 된다면 살짝 욕심이 나기 때문에 그때 시도해보기로. 내가 이후에 07.을 추가해서 호흡법을 시도했던 것을 쓴다면 참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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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젊어지는 기적의 눈 건강법 - 백년 쓰는 눈 만드는 내 눈 사용 설명서
주천기 지음 / 비타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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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라는 말에, 눈에 관해서만큼은 제외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미 잃은 시력을, 다시 되돌리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아니까. 몸이 천 냥이라면 몸은 구백 냥이라는 말을 요즘처럼 실감할 때가 없다.




난 시력이 보통이었다. 시력검사를 해도 0.8 이하로는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안경을 썼다. 멋을 내기 위해 쓴 안경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어릴 때부터 사시가 있었는데, 나에게 사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초등학교 2년생일 때였다. 한 아이와 싸우는데, “너 나 쳐다보면서 이야기해야지, 어디 보면서 이야기해?”라며 본인 뒤를 돌아보며 다른 친구들 앞에서 나를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물론 비웃음거리로 만들려고 작정한 그 애의 행동이었지만, 나는 내 상태가 그 정도일 줄도 몰랐고 유약하기 그지없었던 어린 마음에 심한 상처를 받았다. 나는 그길로 엄마와 함께 안과를 가서 사시 수술을 받았고, 고등학교 2년생 때 두 번째 사시 수술을 받았다. 우습다면 우습지만, 나는 그때의 트라우마로 사람을 잘 쳐다보지 못하게 되었고, 사람을 직접적으로 쳐다보는 것이 아닌 안경을 통해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부담이 적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일부러 보이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며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엄마는 안경을 맞춰주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나는 안경을 새로 맞추었다. 원래도 시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안경을 쓰니 확실히 시력이 점점 더 떨어짐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안경을 쓰며 겪은 가장 큰 변화는 없던 난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극복한 2010년에, 라섹을 결심했다. 하지만 눈이 잘 보이는 신세계를 경험하는 즐거움을 얻는 동시에 한층 더 심해진 안구건조증과 각막미란도 함께 얻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2016년 7월, 어느 날 아빠가 전화를 해서 말씀을 하셨다. “이상한 지렁이 같은 게 꾸물꾸물 기어가고 벽돌 같은 게 눈앞에 왔다 갔다 한다."고. 그것은 노안에서 비롯된 비문증으로 판명이 났다. 요즈음은 젊은 층에게도 노안이 온다는 사실을 아빠는 잘 모르셨는지, 내가 이 나이에 무슨 노안이냐며 길길이 날뛰시며 다른 병원을 찾으셨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똑같이 노안에 의한 비문증이라고 진단을 받았고, 치료방법이랄 것이 없으며 평생을 안고 살아야 하는 안질환이라고 의사가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뜻밖의 곳에서 생겨났다. 아빠의 눈은 항상 벌겋게 충혈이 되어있으셨는데, (피곤할 땐 더 심했다.) 그것이 무롄각막궤양 혹은 테리각만변성일 수 있다는 것이어서 정기적으로 안과 내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때부터 비문증을 완화할 수 있는 것과 눈에 좋은 영양제들을 찾느라 바빴다. 하지만 내가 찾는 영양제들은, 특히나 눈에 관한한, 당장 좋아질 수 있는 게 아니라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눈이 젊어지는 기적의 눈 건강법」이라니. 너무 뻔하잖아. 안 봐도 비디오지, 너무 관용적인 책 제목이야. 라고 생각하며 지나쳤을 법한 책이다. 그런데 여러 안질환을 직접 겪고 주위에서 보며 당장이라도 눈이 제 기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만큼, 지나칠 수가 없었다.


사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눈을 혹사시킨다든지, 그래서 젊은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추세라든지, 눈에 쌓인 피로를 그날그날 풀어내라든지, 선글라스는 패션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라든지, 눈만 좋아지는 음식은 결국 없다는 것이라든지, (특정 신체만 살을 뺄 수 없는 것처럼 이는 너무 당연하다.) 영양분이 가득한 봄나물을 많이 먹으라든지 하는 것들은 너무 자주 듣고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경각심이 생기지 않는 부분이다. 하지만 어두운 색의 음식이 노안을 늦춘다든지, 건조한 눈에는 들기름이 특효라든지, 눈에 쌓인 피로를 푸는 손바닥 찜질, 온열 찜질, 눈꺼풀 청소, ‘5’의 운동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내가 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도 있었다.



너무 뻔한 이야기는, 너무 당연하게 머릿속에서 고여 있지 않고 흘러나간다. 아마 나는, 읽기만 하고 흘릴 부분들일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아주 잘 읽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따로 있었는데, -모든 신체는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지만- 눈의 상태로 내 몸의 이상신호를 먼저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부분은 두 번 세 번 꼼꼼하게 읽어내려갔다.

흰자위가 노랗다 : 간 기능 이상
눈에 피가 맺힌다 : 고혈압, 심혈관질환 등 혈액질환 경보
갑작스런 복시로 앞을 보기 어렵다 : 뇌혈관질환의 신호
눈꺼풀이 파르르 떨린다 : 뇌혈관질환, 안면신경의 이상
결막이 선홍빛을 잃다 : 빈혈의 전조 증상
눈동자에 흰색 테두리가 생긴다 : 고지혈증의 징후


가장 놀랐던 것은, 안압검사로 녹내장을 판단할 수 있는데 정상 안압이어도 녹내장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성인 100명 중 4명꼴로 녹내장이 있고, 이들 중 66.3%의 안압 수치가 정상이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녹내장 예방법은 주의 깊은 관찰뿐이라고 말한다. 어떤 검사로도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이 눈이구나, 했다.

또한 ​우리가 안구에 대한 검사를 받는다고 했을 때, 기본적인 시력 검사나 안압 검사 말고는 딱히 떠올릴 만한 것이 없다. 책에서는 그 외에 알고 있으면 좋을, 실용적인 몇 가지 검사를 알려주고 있다. 기본적인 시력 검사, 굴절 검사, 안압 검사, 시신경 검사, 시야 검사, 안저 검사, 색각 검사 등. 사실 비문증이 생기고 몇 달 뒤부터 아빠는 뿌옇게 보이고,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백내장 검사를 하라고 말씀드렸는데, (병원을 간다, 안 간다 해서 싸운 적 있었던 그날) 병원을 다녀오니 백내장은 아니고, 검사를 시행할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를 원장한테 직접 들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다면 어느 순간 생긴 뿌옇게 보이는 현상은 그저 노안이란 말인가? 하며 의심을 감출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백내장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안과에서는 아빠를 본인들이 수술하지 않고 소견서를 써서 대학병원을 추천한다고 했다. 그 정도로 아빠의 눈은 시한폭탄이라며. 아빠의 각막은 현재 많이 얇아져 있다고 했다. 만약에 아빠가 안과를 가기 이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이러이러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을 텐데, 이제야 좀 아쉽다. 나중에 안과 가시면 검사받으시라고 알려드려야지. 음... 그런데 아무래도 아빠는 안과를 옮기는 게 더 좋아보인다.

#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쉽게 풀어써서 흐르듯 읽을 수 있었던 책. 눈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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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안나 가발다 지음, 김민정 옮김 / 북레시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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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는 단편을 참 많이 읽게 된다. 긴 호흡을 감당할 수 없어서,라는 것이 그 까닭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여 읽게 된 단편들이 너무나도 주옥같다. 그 중 한 권인 안나 가발다의 누군가 어디에서 나를 기다리면 좋겠다」 ㅡ 읽는 시간이 참 길었다. 모든 단편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음을 폭 파고드는 이야기는 하나쯤 있게 마련이었다. 그런 이야기들을 접할 때마다 마음에 발그레한 휘광이 일렁이는 듯하였다. 오랜 여운을 간직하고 싶어 이야기 하나를 오래도록 곱씹었다. 혹여나 바람에 따라 흩어질 것만 같아서.

  


 


생 제르맹 데 프레에서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그 남자에게 저녁식사 제안을 받는 것을. 생페르 거리에서 생브누아 거리, 다시 생페르 거리에서 그리고 생자크 거리로 이동하는 짤막한 시간 동안의 긴장감을, 코트드뉘 주브레샹베르탱 1986년산 레드와인을, 블랙베리 셔벗을, 그리고 아직 접하지 못한 프랑수아즈 사강과 샤를 보들레르, 장폴 뒤부아의 작품을 감히 상상해보는 그런 시간이다. 그 시간은 마음을 요란스레 만들었다. 이야기는 파리, 그 자체였다. 자연스레 상상이 된다. 그 상상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사랑이다.


걸으면서 나는 길가에 빈 깡통이라도 널려 있는 것처럼 허공에 대고 발길질을 했어요.

나는 휴대폰이 미워요. 사강도 싫고 보들레르도 지긋지긋해요. 그리고 내 오만함도. (p.30)


 


 


그리고,

기욤텔 거리의 녹음실에서는 그는 앙브르를 만났어. 코르베이 7번 국도변 작은 빌라에선 누군가가 휴가를 나온 한 남자를 기다릴 테고, 쉴리에서는 한 남자가 첫 사랑인 그녀를 만나는 일이 있었어. 물론, 아내 몰래 말야. 갤러리라파예트 백화점에서 그녀에게 선물로 줄 탕가 스타일의 속옷을 사던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며 누이들과 함께 살던 콩방시옹 역 근처 110의 아파트에서 그녀가 사는 파리 10구로 이사를 해. 그리고 집들이랍시고 그녀를 초대를 하지.


그렇게 그들은 사랑을 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고, 이별하는 법을 함께 배운다. 사랑, 그리고 사랑, 그럼에도 사랑, 할 수 없이 사랑. 그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인양, 힘껏 그러모아서, 사랑.


 


 


하지만 그저 사랑만을 담고 있지도 않다. 그 외에, 또 다른 이야기들.

이를테면, 사투르누스(토성: 슬픔의 근원)의 날이 출산 예정일인 여성에게 끔찍하게도 재미없는 일이 생겨버리고 만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남은 임무가 있다는 점이, 그 점이 바로 사투르누스일지 모른다는 것.까지 상상을 하다 보니, /모든 이야기를 읽어도 그렇게 심각해지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던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락까지 떨어뜨리지 않는다. 작가의 힘일까. -이러다가 모든 단편을 쓸 것만 같아서 이쯤에서 멈추기로 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심각할 건 없네?” (p.186)


그들에게는 외로움이라는 키워드가 공통분모로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외로움의 형태가 무수히 다양하여 단숨에 알아채지 못할 뿐. 하지만 나의 모든 생활을 지배하는 외로움 따위의 감정은 타인이 보기엔 그리 심각한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나 말고는 그 외로움을 타인이 이해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 요행일 수 있다.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들이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단 하나였을지 모른다.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는 이가 있다면……. 사실 그게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데.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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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노래
장연정 지음, 신정아 사진 / 인디고(글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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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긴 글을 읽기가 힘든 순간이 또다시 도래했다. -이 순간은 한 달에 여러 번 찾아온다- 순간,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내가 힘들어하다고 느끼는 것은 너무나도 장기적인 것이어서 일정한 템포로 힘든 것이 아니라 클라이맥스가 있는 까닭이다. 이 책을 읽을 때가 그랬다. 가장 클라이맥스로 다다른 때. 그때는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워낙 장기전이다 보니, 그 순간이 가장 힘든 것이다. -나를 미치게 만드는 다른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면-

그래도 억지로 뭔가를 해보려 나는 무던히 노력한다. 잊기 위해서. 그래서 책을 들었는데 눈  앞에 난잡하게 활자만 덧대어 보일 뿐, 글이 읽히질 않는다. 근래에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장편보다 단편을 더 자주 찾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단편도 들어오지 않아,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금세 그 에세이에는 신물이 나서 덮어버렸고, 책장 앞을 서성거리다가 책 한 권을 들었다. 밤과 노래- 때마침 감정이 꽉 차오르는 밤,이었다.

 

잠시뿐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하지만 활자의 힘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온몸의 힘이 쭉 빠져버렸고, 나는 기어이 책을 읽던 중간에 울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눈동자에 활자들만 이유도 없이 동동 떠다녔던 것이 없던 일인 것만 같았다. 어떤 것에도 위로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분명 나는 위로를 받고 있었다. 그것이 활자가 가진 강력한 힘이었다. 보태어 음악의 선율 또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책에 위로를 받아본 일이 언제던가. 참 오랜만이었다.

 

지나간 일들은 지나간 일들로 바라보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통틀어 인생이라 부르고,
나는 그것에 조금 더 마음을 보태 사랑이라고 불러본다. (p.39)

위의 글처럼, 내가 힘들어하는 일 또한 그저 지나가는 일이 되었기를, 되기를, 절대적으로 소망했다. 하지만 아직 그 무엇도 지나가는 일은 될 수 없었고, 되지 못했으며, 되지 못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지속되던 일들이 한 번에 지나가는 일이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지나갈 일,이겠지. 그것만으로도 희망이 된다. 나의 희망이 존재함으로써 그것은 좀 더 분명한 의지가 생긴다. 그런 나의 희망이 달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고, 오늘도 믿으며 소망한다. 언젠가는 내게도 상냥한 시간이 찾아오기를.

생각한다.
대립할 수 없어도 좋다고.
다만, 오래도록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제대로 살 수 있다고.

물어본다는 것은 내 안에 느슨해진 호흡이 살을 튕기는 일.
심장을 다시금 뛰게 하거나,
세상이 정해준 안전선 밖으로 한 걸음 더 디디게 만드는 일.
문득 가슴에 송곳이 꽂히는 일.
그 날카로움에 절절히 눈물이 나는 일.

질문은, 달처럼 품어져 눈빛으로 맑게 뿜어져 나오는 것.
나이 듦을 지나, 현실 위에 안주함을 지나,
나는 오래도록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나에게 하는 질문이 닳지 않고 늘 새롭게 솟아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나에게 물어본다.

 

나는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냐고. (p.58-59)

 

그리고 요즘 일기를 쓰기 전에 생각하는 것.
나는 오늘 괜찮은 사람이었나.” 그 물음엔 아직까지는 아니오.로 끝나는 날이 더 많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점점 더 발전한다는 것. , 다행스럽다. 심연의 끝에서도 반짝이는 빛을 볼 수 있어서. 차단된 회로에서 돌아갈 방향을 생각하는, 나는 내가 아직까지도 많이 기특하다. 기억하자. 힘든 순간들. 그래야 나중에 다가온 행복을 더 기쁘게 맞이할 수 있을 테니.

 

 

 

위로를 온몸을 한껏 감싸안아주었던, 귀중한 시간이었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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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콤마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인생이란 게 처음부터 있을까? 아니면 만들어져 가는 걸까? 만들어져 가는 거라면 언제, 어떤 계기로 그 뒤가 정해지는 걸까?” (p.172)

 

 

우리는 수없이 많은 ‘만약에’ 속에서 살고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은 우리의 생각보다 선택지가 많은 것이었고, 우리는 언젠가 그 선택지를 -그게 무엇이든- 다시 한 번 들여다보는 순간이 분명 온다. 그런데 그 ‘만약 ~했더라면’이라는 가정의 끝이 ‘다행이다’가 아니라, 후회로 물든 ‘~라면 좋았을 텐데’가 더 많은 것을 보면 삶에 대한 만족감이 충분치 않을 때에 슬며시 찾아오는 것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여섯 편의 단편에는 ‘만약에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아내와 좀 더 오순도순 지냈더라면, 만약에 그를 용서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내가 고백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창문을 열어두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주먹밥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등등 많은 가정들이 있다. 여기에는 정말 그랬더라면! 할 정도로 안타까운 일도 많았고, 정말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인생 같은 건 없어!

 

분명 그런 건 없어.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거야. 저 장난감 같은 반지는 또 하나의 인생의 의미를 띠고 빛나지 않아. (p.48-49)

 

 

 

우리가 만약이라는 것에 계속해서 집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삶을 한순간 바꿀 수 있었을 거라는 착각에서 온다. 물론, 모두에게는 인생을 결정하는 큰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고, 또 인생은 필연적이라는 말을 믿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을 부러 ‘착각’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은 그 하나의 선택지에서만 시작하고 끝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책의 중간 즈음 ‘지금의 나’와 ‘만약의 나’를 두고, 나는 어느 쪽의 나를 선택할까. 잠시 고민에 빠졌었다. 당연히 나는 ‘지금의 나’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내려놓을 즈음에 역시나 그렇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지금의 나에 무척이나 만족을 한다. (박완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책이 있는데, 책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아, 물론 박완서 작가의 좋아하는 책 중 한 권이기도 하다- 내가 참 좋아하는 문장이다.) ‘지금의 나’는 무수한 만약들의 간극을 빼곡하게 채워진 나로서만 존재하고, 내가 못 가본 길에 대해 아직까지는 -적어도 나의 삶 전반에 걸쳐서 만큼은- 만약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후회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내가 난 잘 살아왔다.는 것을 내비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뭔가 그 선택을 했다면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거나 그것에 대한 불만을 품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혹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미리 대비를 하여 ‘plan B’가 마련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크기도 하다.

 

 

 

여섯 편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읽고 책을 덮는데, ‘아, 나 생각보다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 물론 무척 사소한 순간들에 대해서 만약은 얼마나 많이 작용을 하는지. 모든 내 선택이나 행동이 옳은 것은 아니니까. 다만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 없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언젠가 나 역시도 내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후회하며 내 인생에 대해 무료함과 권태로움을 느끼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나의 행복에 근접하도록 또 다른 선택지 문항을 늘릴 것이다. 평범한 오늘의 자신의 삶을 좀 더 사랑하길 주문한다.

 

 

 

 

오탈자 : p.245 어째서인지 맨션을 며느리 친정에서 가까운 지바에 구하지 ▶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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