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주 여행, 마침내 완벽한 경상도 228 - 164개의 스팟.매주 1개의 당일 코스.월별 2박 3일 코스 52주 여행 시리즈
이경화 지음 / 책밥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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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배우자 J군의 직업에 의해 막연하게 언젠가는 경상도에서 삶을 살 거라고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그게 현실로 되는 것도 당황스러웠는데, 이렇게나 꽤 오래 시간 동안 경상도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진주에서 3년을 꽉 채우고 우리는 경기도로 갈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경기도로 올라가는 해가 언제쯤일지 불투명해진 상태다. 앞으로 시군구에 상관없이 경상도에서 육 년 정도는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레짐작하고는 있지만, 아마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힘없이 웃으며 이야기하곤 한다. 마흔이 다 되어야 경기도로 갈 수 있겠네, 하고.


진주에서 처음 터전을 잡아 살게 되었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은 여행을 갈 수 있는 곳이 참 많다는 곳이었다. 당시에 집과 IC와의 거리는 불과 10분도 채 되지 않았고, 우리는 시간이 나면 어디로든 갔다. 우리가 또 언제 경상도를 오겠어, 하면서 삼 년 동안 경상도만 하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진주는 물론이거니와 남해, 통영, 여수, 하동, 거제, 부산, 산청, 경주, 창원, 합천, 사천, 안동, 포항을 다녔다. 그 사이에 간간이 군산, 대천, 순천, 담양도 다니기는 했지만, 경상도에 살 기회가 그 당시에는 그때가 끝일 줄 알았기에 경상도를 위주로 여기저기를 다녔었다. 좋았던 곳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녔다. 그곳이 남해와 거제, 부산, 산청, 경주, 안동이었다. 이는 호불호 강한 우리도 참 좋아하는 지역이어서 시간만 되면 또다시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삼 년이라는 시간을 꽉 채운 우리는, 지역은 다르지만 다시 경상도에 남아있게 되었다. 이후의 지역 역시 경상도로 내정되어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처음의 여행 계획보다는 조금 슬렁슬렁한 기분으로 살고 있기도 하고, 이제 또 어딜 가지? 라는 조금은 오만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딘가를 가기 위해 지도를 들여다보면 ‘진주에 살 때는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라면서 기피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면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채로.

​실제로 지도를 펴보았을 때, 가보지도 않고 별로일 것이라고 단정 짓고 가지 않는 곳도 많았다. 특히나 나는 자연에 마음이 쉽게 동하지 않는 편이어서 아마 더욱 그러할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자연에 마음이 동하는 때는 아직까지는 두 가지 종류뿐인데 하나는 노을, 하나는 가을 단풍. 실제로 우리는 이곳에 이사를 와서 여행을 간 곳이라고는 포항 단 한 군데밖에 없다. 서로의 시간이 맞지 않아 어딘가를 가기에 조금 더 어려워진 것도 없잖아있지만, 달에 한 번은 주말에 함께 쉬는데도 불구하고 가까운 마실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52주 여행, 마침내 완벽한 경상도 228>이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우리에게 좋은 책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구성은 1월부터 12월까지 저자가 다녔을법한 지역들로 구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1월에 있던 지역이 7월에도 있고, 3월에 있던 지역이 5월에도 있기도 해서 좀 어지럽다는 느낌을 받았다. 찾아보니 이 책뿐만 아니라 52주 여행 시리즈인 서울 경기, 강원도, 전라도 역시 구성이 이러한 것 같았는데, 특색은 있어 보였으나 한 지역을 한 번에 보고 싶을 땐 조금 난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중간중간 ‘추천 코스’(위의 사진)나 ‘2박 3일 코스’라고 하여 한 지역에 대해 루트를 짜둔 것을 보며 여행 루트를 짜기에는 그게 더 유익하게 느껴졌다. 책 가장 마지막에 붙어있는 지도 역시 한눈에 보기에는 정말 좋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굳이 칼질을 하지 않아도 볼 수 있게 해놓은 책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칼질을 해서 지도를 떼어내야 한다니... (내가 지도를 칼질하다가 잘못 칼질해서 그런 건 아니라는 변명을 좀 하고 싶다.)






책을 보면서 가지 못했던 곳, 가봤지만 좋았던 곳, 가지 않을 것 같았지만 가봐도 괜찮을 곳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개인적으로는 포항은 영일대 말고는 좋았던 곳이 하나도 없었는데, 근대문화역사거리가 있었다니! 아마 우리가 우와- 하며 좋아할 곳 중 하나가 근대역사박물관인데 가보지 못해서 아쉽다. 분명 나도 검색을 해보고 가고 싶은 곳들을 추려 다녀왔을 테지만, 이렇게나 협소한 정보라니.하면서 실소를 금하지 못했다. 영일대는 나중에 한 번 더 가자고 했었는데, 영일대 가면서 꼭 다녀와야지, 싶어서 영일대랑 함께 써두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경주랑 울릉도였는데 경주에 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월정교라는 것이 완공되었기 때문이었다. 꼭 보러가야지! 올해 가야지! 꼭 갔으면 좋겠다! 꼭 가을에 갔으면 좋겠다! (라고 쓰면 가게 될 것 같아서 몇 번이고 힘주어 이야기해봅니다.) 그리고 울릉도는 행남해안 산책로, 읽는 순간 ‘여기는 꼭 한 번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 고요한 곳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아침에 산책삼아 행남해안 산책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보고 싶다. 그 외에는, 개인적으로 진주에 살 때 하연옥은 별로여서 저자의 입맛과 나의 입맛이 같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해운대속씨원한대구탕은 먹어보고 싶어서 맛집 같은 거 잘 써두지 않지만, 먹고 싶어서 (대구탕이...) 써놓았다. 부산은 마음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리고 부산은 더 가까워지면 가까워졌지 멀어지지는 않을 테니 맛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ps. 맛집 추천 같은 거 잘 하지 않는 나지만, 경주 숙영식당은 정말... 맛있는데...

ps2. 안동에 솔밭식당에서 파는 간고등어도 맛있다. 좀 짜지만. (어차피 여행 아니면 자주 못가니까 써본다. 가고 싶다_)


삶이 힘들고 무료하고 재미없을 때 (딱 지금임) 적어둔 곳들을 방문해서 새로운 공기를 들이쉬는 시간들을 가지고 싶다.

우리가 계획한 것 중 가장 가까이 잡혀 있는 여행은 산청인데, 우리가 가려는  경로에 책에 나온 남사예담촌이 있어서 들렀다 와야겠다.

여기는 가을에 가는 게 더 예쁠 것 같기는 하지만, 우린 여름에 가니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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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말고 퇴사가 하고 싶다 - 직장인 일과 삶의 균형 잡기
윤정은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근래에는 회사에 관한 서적을 많이 읽는 편이다. 내 문제를 먼저 짚고 나서야 타인의 문제점도 짚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한 책들을 읽기로 결심했다. 회사문 제로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기도 하지만, 잘 해내고 싶기도 한 양가감정이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퇴근 말고 퇴사가 하고 싶다>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거 내 생각인데- 라면서 씁쓸한 마음이 먼저 들면서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서평을 쓰기 이전에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나흘 전에 퇴사 계획을 대표님께 전달한 상태라는 점이다.


 




250. ‘지쳤다’는 감정은 문득 찾아온다. 길을 걷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갑자기 세상 모든 것들에 유독 지치는 날이 있다. 지쳤다고 느끼는 순간 무력감도 밀물처럼 함께 밀려온다. 그동안 ‘의미 있다’고 느꼈던 모든 일들이 갑자기 무의미하고 가치 없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지친다는 느낌은 사실 갑자기 어느 순간 나타나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긍정과 행복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많은 것들에 지쳐 있었지만, ‘이 정도면 행복한 거야. 배부른 투정이야’라며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유월에 터졌던 일들은 더 이상 내가 이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를 상실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름대로 노력했다. 가치관을 통째로 수정할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태도를 수정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다기보다는,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이 맞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라는 인간이 가엾게 느껴졌다. 이제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이토록 가엾고 처연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퇴사를 결심하기에는 고작 그런 이유로 퇴사를 하기엔 얼토당토않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나'라는 인간은 자존심이 강했다. 그리고 내가 이 지역으로 와서 입사 요청을 했던 다른 회사를 마다하면서까지 선택했던 이 회사를 조금 더 다녀보기로 했는데, 단순히 그건 내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완벽히는 아니지만 거의 정상 범위에 들어왔던 이전에 앓던 질병의 수치들은 비정상 범위로 다시 분류되었고, 나는 신체의 리듬이 깨지는 걸 고스란히 느껴야만 했다. 그러면서 나는 먹지 않아도 되었던 약을 다시 먹게 되었는데도 그랬다.

하지만 회사를 퇴사할 이유가 생겼다. 입사할 때 진행되고 있던 A프로젝트가 끝나면 나는 B프로젝트에 가담키로 되어있었다. 내가 가담키로 한 B프로젝트는 내가 그동안 해온 일들에 긍정적인 요소를 주어 내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무너져버렸다. A프로젝트는 언제 끝날지 미지수가 된 것이 아니라 아예 확장이 되었는데, 확장이 되었다기보다는 언제 철수해도 이상하지 않은 너무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 모습이 꼭, 이 회사에 서있는 나의 위치와도 같다는 생각에 나는 속절없이 슬퍼졌다.


나에게는 이렇게 하면서까지 이 회사를 다닐 이유가 없었다. 어떤 일에 대해서도 배울만한 일은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당장 내가 잘 하는 일, 내가 해왔던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그런 것이 아니었고 그 일은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았을 때 전혀 성장하지 못한 낙오자의 내 모습만 상상할 수 있었다. 나는 절대적으로 퇴보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오직 '돈' 때문만이 아니었다.

대표님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다른 사항들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았다. 어차피 난 나갈 사람이었고, 이 회사는 똑같이 굴러갈 것이었으니까. 나의 경력은 근 4개월 동안 등재되지도 못한 부분과 업무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말씀드렸다. 다행스럽게도 대표님은 내게, 만족하지 못하는 업무들을 맡겼으니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겠다면서, 그 업무를 할 수 있는 다른 회사를 추천해줄까, 혹은 회사에서 주관하고 있는 현장으로 가볼 테냐 하고 넌지시 말씀해주셨지만, 나는 웃으면서 단호하게 거절했다. 내가 이 회사에 근무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을 했던 것도 대표님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빈말은 안 하시는 대표님이 저렇게까지 말씀해주시는 걸 보니,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나 잘 해왔구나. 하고.



 

209-210. 이직 전 잠시 재충전의 시간은 필요하다.

“모든 건 마음이 자유로워야 한단다. 마음은 구름이 떠다니듯 생각은 구름이 흐르듯 그렇게 놔두는 거지.

(…중략…)

감정을 제어하며 같은 표정을 하고 살아가다가도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일까?’ 하는 상념과 회한이 밀려온다면 잠시 공백기를 가져도 좋겠다. 빡빡했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서 단 일주일이라도 휴식시간이라는 간극을 갖자. 간극이란 사물과 사물 사이의 틈이나 시간 사이 혹은 사건이나 현상 사이의 틈을 말한다. 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도 경력이 비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잠시의 휴식도 없이 줄기차게 일만 하면서 경력을 이어가다간 자신의 인생은 메마르고 허무한 마음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퇴사 전에 ​이직할 자리를 마련해두었던 나는 없었다. 아주 조금만, 쉬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에 어떤 업무를 맡고 싶은지, 회사를 다니며 어떤 부분에 대해 중요시하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진주에서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동안 충분히 고민했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 대한 고민은 쏙 빼놓고 그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다른 일들을 하며 흘려보냈을 뿐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면접을 볼 때에, “전임자가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는 꼭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회사 입장에서는 당돌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면접할 때 회사에서는 항상 내게 “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 설명하라고 하질 않나. 같은 맥락일 뿐이다. 내가 희망하는 곳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조금 편한 면접이라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긴 하다. 그것이 입사를 결정하는 핵심은 아니겠지만 참고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4. 본인이 현재 얼마를 버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목적으로 어떤 경력을 쌓아 나가는가이다.

199. “연봉에 목숨 걸기보다 자신의 가치와 직책을 높이는 편을 선택한다면 어차피 연봉이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내가 좀 염두에 두어야 하는 문장이어서 밑줄을 그어놨다. 나의 경우에는 아무리 낮춰도 기존에 받던 월급들의 적정선인 90%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내가 못 미덥다면 내가 먼저 수습기간을 제의하면서 수습기간 동안에는 내 월급의 70%까지 제시하고, 수습기간이 지나면 적어도 이 정도는 받아야겠다고 말한다. 이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내게 독이 된 적은 없었다. 내가 뱉은 말로 인하여 일에 대해서는 냉혹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일로써는 신뢰를 받아왔기 때문이었다.

사실 며칠 전 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결국은 입사를 포기한 적이 있었다. 이쪽 일이라면 배워볼 만한 일이어서 지원하기는 했지만, 기존의 급여보다 낮게 책정이 되었다는 점과 이 일에 전공자가 많지 않다는 점(난 이게 나한테 큰 결정요소로 다가올 줄은 몰랐는데 이 부분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 놀랐다.)과 일을 거시적이 아닌 미시적으로밖에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못내 걸렸다. 연봉 부분에서 내가 올릴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것이, 연차별로 연봉을 정해두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만큼의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은 주었고, 그만큼을 넘는 일을 해도 돈을 주었다. 어떻게 보면 좋은 것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만약에 제시된 급여가 좀 더 높았다면 아마 난 그 회사에 입사했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드니, 이건 또 아이러니다.


234. 사람의 마음은 참 이상하다. 다른 일을 해도, 다른 회사에 가도 크게 생활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품게 된다. ‘내일은 좋을 거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거야’라는 기대와 희망은 인간의 정신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긍정적 자기 암시인가? 내일이 돼도 별 달라질 게 없을지라도, 다시 그다음 날의 새로운 희망을 꿈꾸면서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이직을 하더라도 나의 생활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제까지 적지 않은 이직에, 어느 회사든지 '처음'에서 시간이 지나서 생활이 되면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회사를 가기 싫어서 한숨부터 쉬고, 출근길에 운 적이 이번이 최초였던 나는, 마음을 달리 먹어보기 위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도저히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 될 수 없었던 출근은, 일을 하기 위해 머릿속이 어지러운 것이 아니라 오늘은 또 어떻게 버티지 라는 생각으로 했던 출근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나의 배우자는 이제 아침마다 한숨을 쉬는 나를, 나를 차로 출근시켜줄 때 내가 울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현재 그것이 감사할 뿐이다.

/ 릴렉스한 상태를 만들어 마음의 여유를 찾자. 그리고 나서 내 가치관을 정립하는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정리한 후에 리스트를 수정하자. 이것이 내게 주어진 숙제.





오탈자 77. 물 만난 고기처럼 신 나게 일했다. ▶ 신나게 (같은 오류가 다른 페이지에도 있었습니다.)

오탈자 78. 오히려 사석에서도 회사에 대해 좋은 얘기만 하는 통에 “혹시 C대리, 사장 아들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살 정도이다. 하지만 임원의 아들조차 그냥 평범한 직원일 따름이다. ▶ (문맥상) 임원의 아들은커녕

오탈자 79. 이는 성실함을 보여 주는 한 방편이되기도 하지요. ▶ 방편이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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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황리제 지음 / 다차원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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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시(詩)를 찾았다. 현재 필사를 하고 있는 시집도 있었지만, 조금은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시를 읽고 싶었다. 며칠 동안 나는, 깊은 생각을 하는 책 읽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한 詩가 잔뜩 실려있다는 밝은 분홍색의 표지인 <너도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에는 어떤 문장들이 들어있을까 내심 기대가 되었다. 시집에는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하는 시들이 잔뜩 실려있을 것 같은 분홍색 표지와는 달리 이미 지나간 사랑을 추억하는 글들이 많았다.


그 소녀는 그곳에 숨어 있었다.

​눈물이 젖은 차가운 베개에

얼굴을 묻고

누군가 문을 열고

자신을 발견해주기를

상상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를 사랑하리라.

사랑을 할 때에 이별을 염두에 두고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그랬다. 변명을 하자면, 사랑을 하며 몇 차례 겪었으므로. 필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랑에 완벽하게 빠지지를 못한 적도 많았지만, 그러기 전에 나는 질려버렸다. 나는 사람을 쉽게 질려 하는 못된 습관을 지녔다.

J와 사랑을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사랑한다는 말을 아꼈고, 또 아꼈다. 그가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하면, 내 대답은 같았다. 응, 그래. 혹은 응. 혹은 응, 나도.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해서 그가 떠나갈 것을 염려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그를 사랑하는 마음을 부끄러워했던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그와 사랑을 시작했던 시기는 내가 사랑을 끝낸 시기와 맞닿을 정도로 좁았고, 무엇보다 스물두 살의 어린 나는, 사랑을 하는 것보다 받는 것에 익숙했었던 사람이었다.


3개월을 참았던 그는 내게 말했다. “나는 니가 나를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 생각할 시간을 좀 갖자.”

그 시간들을 겪으며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고, 그를 붙잡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았다. 괜한 오기를 부렸다면 그와 나는 지금 연인을 넘어 부부가 될 수 없었겠지.

나는 그를 만나며 한층 성숙한 사랑을 했(...)다. 음, 그래. 물론 전보다. (지금의 사랑도 그다지 성숙해 보이지는 않으므로 애써 변명을 해본다.)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지나간 사랑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내가 이런 생각을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사람이란 추억을 가지고 사는 동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나 역시 그의 추억에 입을 샐쭉 내밀 때가 많으니까. 나는 나와 함께 나의 순수했던 시절을 보내주었던 사람들의 행복을 하나씩 빌어보았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내가 J와 헤어졌더라면 이 시를 읽으며 떠올리는 사람은 단연 J였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그와 여전히 진행 중이기에 나는 그의 행복을 빌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배실배실 배어나왔다. 우습다, 나.





우린 편해졌고

그만큼 뻔해졌다.

다시 돌아와서, 그와 나는 전에 비해 참 많이 편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뻔해진 것도 사실이다. 눈만 마주쳐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았고, 말을 내뱉으면 동시에 말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와 내가 닮아간다. 편해지고 뻔해지면서 깊어가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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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기 없는 자리
채이든 지음 / 렛츠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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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한숨이 나왔고, 극악무도한 행동들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그나마 양호했다. 어떤 때는 소리마저 나오지 않는데 내 손은 내 입을 막기 위해 경계태세를 취했다. 내 입에서 나오는 모든 언어는 거칠었다. 가슴이 답답해졌고, 그들과 같은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과 공포심을 느꼈다. 이 책의 또 다른 이름은 '절망'이었다.


<벽장 속의 아이>와 <ROOM> 이후에 오랜 시간 동안 이런 소재의 책을 부러 찾지 않았다. 내가 찾지 않아도 언론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동학대였다.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서 무뎌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결과론적인 이야기뿐이었다. 발견했기에 우리가 알 수 있게 된 것들. 그동안 이렇게 이렇게 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 우리는 듣는 것만으로도 경악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을까? 우리가 듣는 그것들이 아이들에게 극도의 아픔을 줄 수 있는 행위였을까? 분명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더 끔찍하고 악랄한 행동들이 아이들을 괴롭혔을 것이다. 이건 예측이나 추측이 아닌, 그런 짓까지 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그들은 이미 인간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에서 온다.


“채이든! 아빠랑 엄마는 지금 헤어질 거야! 너는 아빠랑 살 건지 엄마랑 살 건지 선택해야 해! 누구랑 살고 싶어? 이 자리에서 당장 말해!



이든이는 할머니와 넷째 큰아빠, 큰엄마, 아빠, 엄마와 살았다. 하지만 이때도 엄마의 손찌검을 다 받아야만 했기 때문에 이든이의 삶이 그리 평온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이든이의 나이를 짐작하지 못했는데, 네 살이었다. 겨우 네 살에 뺨을 얻어맞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것도 아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몇 차례씩이나. 이든이를 그 존재만으로 예뻐해 주고 사랑해주는 존재는 단연코 할머니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얼마 후 아빠는 엄마와 이혼을 한다며 누구랑 살 건지 선택을 이든이에게 하라고 한다. 이든은 자기를 때리는 엄마가 아닌 아빠를 택한다. 아빠는 이든이가 발을 다쳤을 때, 무릎 꿇고 앉아서 이든의 발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이든이를 생각하는 아빠였으니까.

그런 아빠가, 이든이를 버렸다. 세류 성당에. 다섯 살의 어린 이든이는 매일매일 아빠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빠는 오지 않았다. 등나무 벤치에서 소꿉놀이를 할 때 ‘언니’가 나타났다. 따뜻한 손을 가진 언니였다. 꽃 중에 장미꽃을 제일 좋아하는 언니였다. 언니는 이틀 후에 온다고 하고 언니는 언덕을 내려갔다. 이제 이든이는 아빠 외에 기다릴 사람이 또 생겼다. 언니.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빠가 돌아왔다. 그리곤 이사했다는 옥탑방으로 이든이를 데려갔는데 그곳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 “잘 됐다! 친해 보여서 다행이야. 그런데 언니라고 부르면 안 돼. 이제부터 엄마라고 불러야 해.이든이가 네 살에 아빠와 엄마가 이혼을 했고, 다섯 살에 아빠는 재혼을 해서 새엄마가 생겼다. 본인의 기분에 따라 이든이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엄마에서 벗어나 새엄마가 생긴 이든이는 이제 사랑만 받으며 지낼 수 있었으면 했다. 아... 정말 그랬으면 했는데...





“먹어! 마늘은 건강에 좋은 거야!

마늘을 씹었다. 콩나물 머리를 씹는 것보다 어려웠다. 매운맛이 입안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맛이 어때?

새엄마가 물었다. 건강을 생각해서 준 건데 맛없다고 대답할 수가 없었다.

“맛있어요”

“그래? 무슨 맛이 나는데?

나는 맛있는 음식들을 떠올렸다.

“과자 맛도 나고, 캐러멜 맛도 나고, 소시지 맛도 나고 그래요…….

“그래? 잘됐구나! 마늘이 과자처럼 맛있다니 많이 먹어야겠다!

새엄마는 도마에 꺼내놓은 통마늘을 나에게 전부 먹여주었다. 그리고 그날 처음으로 웃었다. 나는 새엄마를 따라 웃었다.

몸에 좋으니 마늘을 먹으라고 내미는 새엄마의 마음을 거절할 수 없었던 이든이는, 매운 마늘을 먹고도 맛있다고 거짓말을 한다. 아프면 아프다, 맛있으면 맛있다, 맛없으면 맛없다, 싫으면 싫다는 솔직한 말을 다섯 살의 이든은 말하지 못했다. 종이 인형의 옷을 걸치는 고리가 없는 것도, 마늘을 먹이는 것도, 전에 뺨을 때리는 게 습관이었던 엄마에 비하면 고약한 장난을 치네. 정도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왜 귀가 아프지? 새엄마가 웃는데 나는 왜 웃음이 안 나오지? 아빠한테 물어볼까? 아빠는 언제 오지?

새엄마는 이든의 귀를 쭉 잡아당기고, 손톱으로 귓불을 찍기도 했다. 계속 반복하다 보니 귓불에서 진물이 배어 나와서 귀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이든. 그전까지는 귀를 잡아당기는 행동을 당해본 적이 없었던 이든은 왜 귀를 잡아당기는지, 이게 무슨 뜻인지 전혀 알지를 못한다. 이든이는 아빠한테 귀가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새엄마가 중간에 끼어든다. 이와 같은, 새엄마는 웃지만 이든이는 웃을 수 없는 그런 일들이 매일 다르게 생긴다.

이든은 묻는다. 있잖아요……. 엄마는 왜 일요일에만 잘해주나요?





“너 제발 좀 차에 치여 죽어라. 응? 내가 누구보다 슬프게 울어주고 장례식도 성대하게 치러줄 테니까. 내가 나중에 천벌을 받아도 좋아. 지금 너랑 사는 게 지긋지긋한데 어쩌겠어? 봐서 트럭이 오는 것 같으면 뛰어들라고!

“지금 뛰어들어요?

“미쳤니? 네가 지금 뛰어들어서 죽으면 내가 뭐가 되겠어? 사람들이 애 하나 간수 못 하고 무엇을 했느냐고 비난할 거 아니야! 나를 곤란하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어? 너 혼자 다니다가 찻길에 뛰어들어! 내가 평생 너를 기억하고 미안해할 테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도착해서 남은 사진, 등기 봉투에 들어가지 못한 사진을 받을 수 있었다. 내 앨범에 사진을 꽂아두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갑자기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세상에 살고 있었다는 표시 같은 것……. 나는 사진에다 아픈 부분을 표시했다. 파란색 사인펜으로 귀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색칠했다. 눈과 코, 볼에도 동그라미를 그리고 색칠했다. 손톱 반달이 밀렸을 때 아팠으니까 손에도 동그라미를 그렸다. 앞니 빠진 입도 빼놓을 수 없었다. 사진 속 내 모습은 파란색 동그라미로 얼룩졌다. 사진 뒷면에는 생각나는 대로 글자를 끄적였다.


하하하 웃어요. 엉엉 울어요. 안녕하새요. 나는 당나기 친구람니다.



아... 새엄마의 횡포가 갈수록 점점 심해진다. 이제는 죽으라고 한다. 차에 뛰어들어 죽으라고 하고, 젓가락을 콘센트에 꽂아서 죽으라고 하고, 파마약을 먹고 죽으라고 하고, 저수지에 빠져 죽으라고 한다. 심지어 보일러를 떼는 기름을 물에 타서 먹이기까지 한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며칠 동안이나. 처음에는 고약한 장난인 것만 같았던 것들이 점점 심해지는 이유는, 더 이상 이든이가 기댈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안 순간이었을 것이다. 어쩌다 한 번 만나는 엄마에게는 명패로 맞아서 앞니가 나갔고,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아빠에게는 각목을 허벅지와 종아리 사이에 끼고 맞기도 하며, 심지어 그 각목 위에 아빠는 발을 얹기까지도 한다. 새엄마라는 여자도 죽일 년이었지만, 아빠라는 작자는 완전히 미친놈이었다. 아니, 이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들을 남발해도 화가 풀리지 않는 류의 분노였다.

자신의 사진에 아픈 부분에 표시하는 부분이라든지, 이제 막 한글을 배운 이든이가 쓴 글을 보면서 마음이 아렸다. 아빠와 새엄마와 있어도 엄마가 보고 싶어요. 이딴 글을 큰집으로 보내기 위해 그 여자는 이든에게 글씨를 가르쳤다. 이든은, 자기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였을 텐데 하하하 웃는 게 뭔지 알까. 눈이 빨개졌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나는 책을 덮었다. 더 이상 읽으면 안 될 것 같았고, 읽을 수가 없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지하철이었다.



이웃들은 이런 집안을 다 알고 있었다. 모르는 척할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 책에는 화가 나지 않는 이유가 없었다. 나를 화나게 하기 위해 미치게 만든 책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나는 분노에 가득 찼다.

남의 가정사, 내가 간섭하면 뭐하나. 라는 생각을 나도 했고, 우습지만 지금도 한다.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그렇기에 오해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건 상황이 다르다. 아이였다. 내가 아는 아이라는 존재는, 사랑으로 키워주고 감싸서 세상에 내보내야 하는 가장 연약한 존재였다. 잘못이 있다면 혼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도대체 그 아이가 뭘 잘못했나. 이든은 자신이 혼나면서도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몰랐다. 누군가 자신을 보고 울면 자신 때문에 운다고 생각을 하고, 누군가 자신을 보고 화를 내면 자신 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그 어린아이에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아... 머리가 복잡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어디선가 이런 일이 여전히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서다. 허구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 절망이었다.

 



‘나도 마른자리에 누워봤으면……. 물기 없는 자리에.

그 와중에도 이든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살기 위해서 탈출을 시도했다는 점이었다. 몇 번이나. 대견하고 기특했다. 하지만 결국 돌아올 곳은 연립주택뿐이라는 사실이 이든도, 나도 처참하게 만들었다. 나는 손이 따뜻했던 그 여자를, 미련하게 용서 같은 거, 안 했으면 좋겠다. 정말로. 용서가 최고의 미덕은 아닌 것 같아서. 용서라는 건, 용서를 받으려고 준비된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써두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마음이 넓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든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나는, 인과응보를 절절하게 믿는 사람으로서 그들이 모두 어떤 형태로든 벌을 받기를 원한다.

이든의 소원은 단 한 가지였다. 마른자리, 물기 없는 자리에 누워봤으면. 하는 것. 끝내 이든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혹시라도 작가가 이든이 맞는다면, 그렇다면, 물기 없는 자리에서 매우 잘 지내고 있기를 마음속으로 소망한다. 정말 진심으로. 그리고 어린 날의 이든에게 정말 잘했다고, 어른이 된 이든이가 어린 이든을 힘껏 껴안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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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가 인성이다 - 청소년을 위한 긍정 대화법
후쿠다 다케시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의 옆에 있으면 덩달아 나도 선한 기운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인다. 나도 그런 고운 향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데, 실제로 나는 말을 예쁘게 하는 편은 못 된다. 그런데 그런 내가 예쁜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분명한 계기가 있었다. 2017년 4월, 제주에서 만난 대령의 부인을 보고 나서였다. 물론 그분의 속속들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3박 4일 동안 함께 다녀본 결과, 참 ‘닮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의 언행이 무척 인상깊었다. 수수함과 단단함이 함께 엿보였던 참 소녀 같던 분_ 남편의 직급이 본인의 직급인 몇몇 사람을 만나고 나니 그분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함께 다니던 시간도 많았는데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건 조금 아쉽다. 난 지금도 J와 대화를 할 때에 그분 이야기를 꺼낸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라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내게 건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분. 어떤 단편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해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말투는, 말은,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들은 그 사람의 인성이라고 나도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근래 두 달 동안 나는 조금 취약해졌다. 미세하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 다름 아닌 회사 사람들에게서. 어디에나 다 그런 존재가 있다고, 특히나 조직생활 내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나는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넷다섯이나 되는 사람들을 당해낼 재간이, 내게는 없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와, 저렇게 말하는 사람도 돈 벌겠다고 조직생활을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이곳은 내가 있던 어떤 곳들 중에서도 ‘어린’ 조직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그런 어린 조직에 자꾸만 속해가려고 워밍업 중임을 알아차렸다. 그러면 안 되지, 라는 생각으로 근래에는 잘 읽지 않는 자기계발을 찾아 읽고 있다.

입사를 한지 나흘째 되던 날, 자격지심에 가득 차 보였던 “내가 우스워요?”라는 말을 했던 이 대리는 더 이상 내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과장이랍시고 나를 휘어잡으려고 했던 곽 과장 역시 이 작은 조직에서 직급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다면 대표님과 직접 직급에 대해 협상을 하겠다고 말을 하며 입을 막았다. 모든 직원에게 반말을 하지만 유독 내가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더욱더(...) 편하게 말하던 손 이사는 내게만큼은 경어체를 쓰게 되었다.

이런 일들에 대해 윤 실장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윤 실장은 내게 제대로 구축된 회사가 아니라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지만, 그런 윤 실장은 내가 회사 분위기에 윤활유가 되기를 내심 바랐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사람이 되지 못했고, 그런 압박이 좀 심해지면서 나는 이 회사의 며느리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우습지만, 이 모든 일은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일어났던 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회사를 퇴사할 생각이 아직까지는 전혀 없다. 나와 말이 통하는 다른 직원들이 있고, 대표님의 마인드가 내게는 신선하게 느껴지며, 무엇보다 내가 배워볼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를 다스리기 위한 첫 번째 책,‘청소년을 위한 긍정 대화법’이 부제로 붙은 <말투가 인성이다>는 손바닥만한 책으로 작고 얇지만 단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수긍할 만한 이야기들이었다.

1. ‘상대’와 ‘듣는 사람’을 구별한다는 점이었다. ‘상대’는 단지 그곳에 있는 사람이고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 사람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말하기 전에 ‘상대’가 ‘듣는 사람’인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 정말 와닿았다. 가끔 실장님은 “-해주세요.”라고 말하는데, 나는 처음에 실장님이 전화하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내게 하는 말이었는데, 나는 정말 내게 하는 말인 줄을 몰라서 두 번 말할 때까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자리마다 파티션이 쳐져 있고, 나도 내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사람이 날 쳐다보지 않고 뜬금없이 말을 하는데, 어떻게 나한테 말하는 것을 알 수 있겠는가. 내가 실장님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니니 저를 부르고 말씀해달라 부탁드렸다. 본인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할 때는 더더욱. -아... 내가 회사에서 뭔가 요구하는 게 많네. 내가 까탈스럽나.

2. ‘왜 경어가 있는가’에 대해서 124. 커뮤니케이션이란 서로 상대를 의식하면서 이해하고 존중하며 행하는 대화로 상대에게 정중하게 말하는 표현 방식이다. 나 역시 이사님께 경어를 써달라고 요청했을 때, 전혀 반기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왜? 라는 반응_ 하지만 계속되는 불쾌함으로 인해, 경어는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높이면서 상대도 함께 높여주는 것이라고 말씀드리며 경어를 써주기를 완곡하게 표현했다. 대부분 친하게 되면 나보다 나이가 어리니까, 하면서 말을 놓게 되는데, 나는 그런 문화가 별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같거나) 먼저 말을 놓으라는 말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가 내게 “말을 놔도 되나요?”라고 물었을 때 그 상대가 나와 친밀하다고 하면 yes, 아니라면 no. 그런데 가끔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자기가 듣기가 더 불편하다는 이유로 내게 말을 놓으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나는 직장에서는 나보다 나이가 얼마가 어리든 무조건 나는 경어체를 쓴다. 그래야만 그만큼의 예의를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에게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기 위해 경어를 쓴다. 내가 싫은 건 남도 싫은 것이고, 또 나는 그게 더 편하다.





읽고 생각을 좀 정리하다가,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J와의 관계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부부 필독서를 읽으면 나만 읽으니 나만 노력해! 라는 생각처럼, 이 책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 사람들에게 필독서였으니까. 나는 여전히 타인들의 말들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혹은 나도 저런 점은 배워야지. 라고. 하지만 나를 해치는 말들에 대해서는 내가 기꺼이 그것들에 대해 응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지키기 위한 방도로써. (물론 내가 완곡한 표현을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회사의 책장에 끼워놔야겠다. 누구라도 읽겠지... 좀 읽었으면... (휴)

나는 오늘 나의 인성을 고운 언행으로 조금 더 단단하게 다져봐야겠다.

 





오탈자 64. “괜히 말을 걸어나” ▶ “괜히 말을 걸었나

오탈자 67. 중고등학교 여학생 중에서 B와 같은 타이프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 타입이나 성향으로 고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타이프가 뭔가 했다. 아니면 말고.

오탈자 81. P67과 동일 (타이프 ▶ 타입, 성향)

오탈자 128. 대단힌 정중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대단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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