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말고 퇴사가 하고 싶다 - 직장인 일과 삶의 균형 잡기
윤정은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근래에는 회사에 관한 서적을 많이 읽는 편이다. 내 문제를 먼저 짚고 나서야 타인의 문제점도 짚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한 책들을 읽기로 결심했다. 회사문 제로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기도 하지만, 잘 해내고 싶기도 한 양가감정이 충돌했기 때문이었다. <퇴근 말고 퇴사가 하고 싶다>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이거 내 생각인데- 라면서 씁쓸한 마음이 먼저 들면서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서평을 쓰기 이전에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나흘 전에 퇴사 계획을 대표님께 전달한 상태라는 점이다.


 




250. ‘지쳤다’는 감정은 문득 찾아온다. 길을 걷다, 아침에 일어나서,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갑자기 세상 모든 것들에 유독 지치는 날이 있다. 지쳤다고 느끼는 순간 무력감도 밀물처럼 함께 밀려온다. 그동안 ‘의미 있다’고 느꼈던 모든 일들이 갑자기 무의미하고 가치 없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지친다는 느낌은 사실 갑자기 어느 순간 나타나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긍정과 행복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많은 것들에 지쳐 있었지만, ‘이 정도면 행복한 거야. 배부른 투정이야’라며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유월에 터졌던 일들은 더 이상 내가 이 회사에 남아있을 이유를 상실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름대로 노력했다. 가치관을 통째로 수정할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태도를 수정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했다기보다는, 똑같은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이 맞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라는 인간이 가엾게 느껴졌다. 이제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이토록 가엾고 처연했던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퇴사를 결심하기에는 고작 그런 이유로 퇴사를 하기엔 얼토당토않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나'라는 인간은 자존심이 강했다. 그리고 내가 이 지역으로 와서 입사 요청을 했던 다른 회사를 마다하면서까지 선택했던 이 회사를 조금 더 다녀보기로 했는데, 단순히 그건 내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완벽히는 아니지만 거의 정상 범위에 들어왔던 이전에 앓던 질병의 수치들은 비정상 범위로 다시 분류되었고, 나는 신체의 리듬이 깨지는 걸 고스란히 느껴야만 했다. 그러면서 나는 먹지 않아도 되었던 약을 다시 먹게 되었는데도 그랬다.

하지만 회사를 퇴사할 이유가 생겼다. 입사할 때 진행되고 있던 A프로젝트가 끝나면 나는 B프로젝트에 가담키로 되어있었다. 내가 가담키로 한 B프로젝트는 내가 그동안 해온 일들에 긍정적인 요소를 주어 내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이 무너져버렸다. A프로젝트는 언제 끝날지 미지수가 된 것이 아니라 아예 확장이 되었는데, 확장이 되었다기보다는 언제 철수해도 이상하지 않은 너무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 모습이 꼭, 이 회사에 서있는 나의 위치와도 같다는 생각에 나는 속절없이 슬퍼졌다.


나에게는 이렇게 하면서까지 이 회사를 다닐 이유가 없었다. 어떤 일에 대해서도 배울만한 일은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당장 내가 잘 하는 일, 내가 해왔던 일,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그런 것이 아니었고 그 일은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았을 때 전혀 성장하지 못한 낙오자의 내 모습만 상상할 수 있었다. 나는 절대적으로 퇴보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는 오직 '돈' 때문만이 아니었다.

대표님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다른 사항들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았다. 어차피 난 나갈 사람이었고, 이 회사는 똑같이 굴러갈 것이었으니까. 나의 경력은 근 4개월 동안 등재되지도 못한 부분과 업무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말씀드렸다. 다행스럽게도 대표님은 내게, 만족하지 못하는 업무들을 맡겼으니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겠다면서, 그 업무를 할 수 있는 다른 회사를 추천해줄까, 혹은 회사에서 주관하고 있는 현장으로 가볼 테냐 하고 넌지시 말씀해주셨지만, 나는 웃으면서 단호하게 거절했다. 내가 이 회사에 근무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을 했던 것도 대표님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빈말은 안 하시는 대표님이 저렇게까지 말씀해주시는 걸 보니,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나 잘 해왔구나. 하고.



 

209-210. 이직 전 잠시 재충전의 시간은 필요하다.

“모든 건 마음이 자유로워야 한단다. 마음은 구름이 떠다니듯 생각은 구름이 흐르듯 그렇게 놔두는 거지.

(…중략…)

감정을 제어하며 같은 표정을 하고 살아가다가도 ‘그동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던 것일까?’ 하는 상념과 회한이 밀려온다면 잠시 공백기를 가져도 좋겠다. 빡빡했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서 단 일주일이라도 휴식시간이라는 간극을 갖자. 간극이란 사물과 사물 사이의 틈이나 시간 사이 혹은 사건이나 현상 사이의 틈을 말한다. 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도 경력이 비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잠시의 휴식도 없이 줄기차게 일만 하면서 경력을 이어가다간 자신의 인생은 메마르고 허무한 마음만 남게 될지도 모른다.

퇴사 전에 ​이직할 자리를 마련해두었던 나는 없었다. 아주 조금만, 쉬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에 어떤 업무를 맡고 싶은지, 회사를 다니며 어떤 부분에 대해 중요시하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진주에서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동안 충분히 고민했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 대한 고민은 쏙 빼놓고 그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다른 일들을 하며 흘려보냈을 뿐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면접을 볼 때에, “전임자가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는 꼭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회사 입장에서는 당돌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면접할 때 회사에서는 항상 내게 “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 설명하라고 하질 않나. 같은 맥락일 뿐이다. 내가 희망하는 곳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조금 편한 면접이라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긴 하다. 그것이 입사를 결정하는 핵심은 아니겠지만 참고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4. 본인이 현재 얼마를 버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목적으로 어떤 경력을 쌓아 나가는가이다.

199. “연봉에 목숨 걸기보다 자신의 가치와 직책을 높이는 편을 선택한다면 어차피 연봉이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내가 좀 염두에 두어야 하는 문장이어서 밑줄을 그어놨다. 나의 경우에는 아무리 낮춰도 기존에 받던 월급들의 적정선인 90%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내가 못 미덥다면 내가 먼저 수습기간을 제의하면서 수습기간 동안에는 내 월급의 70%까지 제시하고, 수습기간이 지나면 적어도 이 정도는 받아야겠다고 말한다. 이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내게 독이 된 적은 없었다. 내가 뱉은 말로 인하여 일에 대해서는 냉혹한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일로써는 신뢰를 받아왔기 때문이었다.

사실 며칠 전 면접을 본 적이 있는데, 결국은 입사를 포기한 적이 있었다. 이쪽 일이라면 배워볼 만한 일이어서 지원하기는 했지만, 기존의 급여보다 낮게 책정이 되었다는 점과 이 일에 전공자가 많지 않다는 점(난 이게 나한테 큰 결정요소로 다가올 줄은 몰랐는데 이 부분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해서 놀랐다.)과 일을 거시적이 아닌 미시적으로밖에 수행할 수 없다는 점이 못내 걸렸다. 연봉 부분에서 내가 올릴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것이, 연차별로 연봉을 정해두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만큼의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은 주었고, 그만큼을 넘는 일을 해도 돈을 주었다. 어떻게 보면 좋은 것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만약에 제시된 급여가 좀 더 높았다면 아마 난 그 회사에 입사했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드니, 이건 또 아이러니다.


234. 사람의 마음은 참 이상하다. 다른 일을 해도, 다른 회사에 가도 크게 생활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희망을 품게 된다. ‘내일은 좋을 거야,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뜰 거야’라는 기대와 희망은 인간의 정신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긍정적 자기 암시인가? 내일이 돼도 별 달라질 게 없을지라도, 다시 그다음 날의 새로운 희망을 꿈꾸면서 살아갈 수 있으니 말이다.

이직을 하더라도 나의 생활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이제까지 적지 않은 이직에, 어느 회사든지 '처음'에서 시간이 지나서 생활이 되면 똑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회사를 가기 싫어서 한숨부터 쉬고, 출근길에 운 적이 이번이 최초였던 나는, 마음을 달리 먹어보기 위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도저히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이 될 수 없었던 출근은, 일을 하기 위해 머릿속이 어지러운 것이 아니라 오늘은 또 어떻게 버티지 라는 생각으로 했던 출근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하고 바란다. 나의 배우자는 이제 아침마다 한숨을 쉬는 나를, 나를 차로 출근시켜줄 때 내가 울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현재 그것이 감사할 뿐이다.

/ 릴렉스한 상태를 만들어 마음의 여유를 찾자. 그리고 나서 내 가치관을 정립하는 시간을 가지며 생각을 정리한 후에 리스트를 수정하자. 이것이 내게 주어진 숙제.





오탈자 77. 물 만난 고기처럼 신 나게 일했다. ▶ 신나게 (같은 오류가 다른 페이지에도 있었습니다.)

오탈자 78. 오히려 사석에서도 회사에 대해 좋은 얘기만 하는 통에 “혹시 C대리, 사장 아들이 아닌가?”라는 의혹을 살 정도이다. 하지만 임원의 아들조차 그냥 평범한 직원일 따름이다. ▶ (문맥상) 임원의 아들은커녕

오탈자 79. 이는 성실함을 보여 주는 한 방편이되기도 하지요. ▶ 방편이 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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