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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가 인성이다 - 청소년을 위한 긍정 대화법
후쿠다 다케시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의 옆에 있으면 덩달아 나도 선한 기운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인다. 나도 그런 고운 향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데, 실제로 나는 말을 예쁘게 하는 편은 못 된다. 그런데 그런 내가 예쁜 말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분명한 계기가 있었다. 2017년 4월, 제주에서 만난 대령의 부인을 보고 나서였다. 물론 그분의 속속들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3박 4일 동안 함께 다녀본 결과, 참 ‘닮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의 언행이 무척 인상깊었다. 수수함과 단단함이 함께 엿보였던 참 소녀 같던 분_ 남편의 직급이 본인의 직급인 몇몇 사람을 만나고 나니 그분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함께 다니던 시간도 많았는데 사진 한 장 찍지 못한 건 조금 아쉽다. 난 지금도 J와 대화를 할 때에 그분 이야기를 꺼낸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라고.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내게 건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분. 어떤 단편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해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말투는, 말은, 그리고 그에 따른 행동들은 그 사람의 인성이라고 나도 굳게 믿고 있다. 그런데 근래 두 달 동안 나는 조금 취약해졌다. 미세하게 영향을 받고 있었다. 다름 아닌 회사 사람들에게서. 어디에나 다 그런 존재가 있다고, 특히나 조직생활 내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나는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넷다섯이나 되는 사람들을 당해낼 재간이, 내게는 없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와, 저렇게 말하는 사람도 돈 벌겠다고 조직생활을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이곳은 내가 있던 어떤 곳들 중에서도 ‘어린’ 조직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그런 어린 조직에 자꾸만 속해가려고 워밍업 중임을 알아차렸다. 그러면 안 되지, 라는 생각으로 근래에는 잘 읽지 않는 자기계발을 찾아 읽고 있다.
입사를 한지 나흘째 되던 날, 자격지심에 가득 차 보였던 “내가 우스워요?”라는 말을 했던 이 대리는 더 이상 내게 함부로 하지 못한다. 과장이랍시고 나를 휘어잡으려고 했던 곽 과장 역시 이 작은 조직에서 직급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었다면 대표님과 직접 직급에 대해 협상을 하겠다고 말을 하며 입을 막았다. 모든 직원에게 반말을 하지만 유독 내가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더욱더(...) 편하게 말하던 손 이사는 내게만큼은 경어체를 쓰게 되었다.
이런 일들에 대해 윤 실장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윤 실장은 내게 제대로 구축된 회사가 아니라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지만, 그런 윤 실장은 내가 회사 분위기에 윤활유가 되기를 내심 바랐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럴 사람이 되지 못했고, 그런 압박이 좀 심해지면서 나는 이 회사의 며느리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우습지만, 이 모든 일은 입사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일어났던 일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회사를 퇴사할 생각이 아직까지는 전혀 없다. 나와 말이 통하는 다른 직원들이 있고, 대표님의 마인드가 내게는 신선하게 느껴지며, 무엇보다 내가 배워볼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나를 다스리기 위한 첫 번째 책,‘청소년을 위한 긍정 대화법’이 부제로 붙은 <말투가 인성이다>는 손바닥만한 책으로 작고 얇지만 단단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수긍할 만한 이야기들이었다.
1. ‘상대’와 ‘듣는 사람’을 구별한다는 점이었다. ‘상대’는 단지 그곳에 있는 사람이고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의 말을 듣는 사람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말하기 전에 ‘상대’가 ‘듣는 사람’인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 정말 와닿았다. 가끔 실장님은 “-해주세요.”라고 말하는데, 나는 처음에 실장님이 전화하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내게 하는 말이었는데, 나는 정말 내게 하는 말인 줄을 몰라서 두 번 말할 때까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자리마다 파티션이 쳐져 있고, 나도 내 일을 하고 있으며, 그 사람이 날 쳐다보지 않고 뜬금없이 말을 하는데, 어떻게 나한테 말하는 것을 알 수 있겠는가. 내가 실장님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니니 저를 부르고 말씀해달라 부탁드렸다. 본인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할 때는 더더욱. -아... 내가 회사에서 뭔가 요구하는 게 많네. 내가 까탈스럽나.
2. ‘왜 경어가 있는가’에 대해서 124. 커뮤니케이션이란 서로 상대를 의식하면서 이해하고 존중하며 행하는 대화로 상대에게 정중하게 말하는 표현 방식이다. 나 역시 이사님께 경어를 써달라고 요청했을 때, 전혀 반기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왜? 라는 반응_ 하지만 계속되는 불쾌함으로 인해, 경어는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높이면서 상대도 함께 높여주는 것이라고 말씀드리며 경어를 써주기를 완곡하게 표현했다. 대부분 친하게 되면 나보다 나이가 어리니까, 하면서 말을 놓게 되는데, 나는 그런 문화가 별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같거나) 먼저 말을 놓으라는 말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 다만, 상대가 내게 “말을 놔도 되나요?”라고 물었을 때 그 상대가 나와 친밀하다고 하면 yes, 아니라면 no. 그런데 가끔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자기가 듣기가 더 불편하다는 이유로 내게 말을 놓으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나는 직장에서는 나보다 나이가 얼마가 어리든 무조건 나는 경어체를 쓴다. 그래야만 그만큼의 예의를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에게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기 위해 경어를 쓴다. 내가 싫은 건 남도 싫은 것이고, 또 나는 그게 더 편하다.
읽고 생각을 좀 정리하다가, 조금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J와의 관계를 좀 더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부부 필독서를 읽으면 나만 읽으니 나만 노력해! 라는 생각처럼, 이 책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 사람들에게 필독서였으니까. 나는 여전히 타인들의 말들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혹은 나도 저런 점은 배워야지. 라고. 하지만 나를 해치는 말들에 대해서는 내가 기꺼이 그것들에 대해 응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지키기 위한 방도로써. (물론 내가 완곡한 표현을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회사의 책장에 끼워놔야겠다. 누구라도 읽겠지... 좀 읽었으면... (휴)
나는 오늘 나의 인성을 고운 언행으로 조금 더 단단하게 다져봐야겠다.
오탈자 64. “괜히 말을 걸어나” ▶ “괜히 말을 걸었나”
오탈자 67. 중고등학교 여학생 중에서 B와 같은 타이프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 타입이나 성향으로 고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타이프가 뭔가 했다. 아니면 말고.
오탈자 81. P67과 동일 (타이프 ▶ 타입, 성향)
오탈자 128. 대단힌 정중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대단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