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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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예의 작품은 '퍼즐'로 만나본 적이 있다. 그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솔직한 감정으로 말하자면 '에레이'였다. 그러다가 표지에 끌려 작가의 이름을 보았더니, 아뿔사 권지예다. 그래서 시작도 하지말아야지 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손에 들어왔고, 전작에 대한 조금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추리소설이란 군더더기없이 사건의 진상들이 딱딱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조금은 짜맞췄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고, 저자 권지예는 로맨스 소설을 쓰고 싶었던 건지, 추리 소설을 쓰고 싶었던 건지, 그것도 아니면 복합된 로맨스추리소설을 쓰고싶었던건지, 모르겠다. 로맨스라고 하기에는 둘의 사랑을 표현해내는 부분들에서 둘의 감정을 억지로 짜맞추기한 것 같은 우울함을 발산해낸다. 이 책이 아무리 갈수록 진실들이 표면에 비치고 얼룩진다 하여도 둘이 사랑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조금은 심증을 기울여야 하지 않았나 싶다. 난 로맨스소설을 이렇게 어두운 뒷모습으로 바라본 건 또 처음이지싶다. 게다가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얼토당토 않다. 복선이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모든 사건 진상들이 너무 갑작스럽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게다가 난 분명 관찰자 시점으로 읽고 있는데 어느 순간 바뀌어버리는 1인칭의 그 혹은 그녀. 내가 책을 잘못 읽은건지 다른 서평에서는 그런 의문점이 하나도 없었다. 언젠가 저자를 만나게 된다면 책을 들고 따지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참! 강선우 씨 가족들을 만나본 적이 있습니까?"
"그럼, 강선우 씨가 고아라는 건 알고 있나요?"
"두 분이 사귄 지 얼마나 되셨는데요?!"
"그럼, 강선우 씨가 한때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것도 모르시겠군요."
 
 
선우에게 혐의가 있건 없건간에(형사의 저 뒷말엔 강선우에겐 혐의가 없다는 말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더더욱.) 인권 보호차원에서 그런 얘기를 삼가해주어야 하는게 형사의 몫이거늘, 그것도 뜬금없이 이런 얘기를 꺼내는 형사는 말을 꺼내고 헛 웃음으로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는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그 전에 대화한 사건진상의 표명을 알아내기 위한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긴 한것인가? 복선을 깔아주려는 권지예의 시도는 몇 번씩이나 있었지만, 너무도 뜬금없는 진상들은 서인의 머릿 속과 함께 나의 머릿 속도 혼란시키기에 충분했다. 읽는 내내 권지예는 도대체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짐짓 기대도 했었다. 하지만 기대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던 너무도 뜬금없는 결말. 도대체 형사는 이 책에서 몇 가지의 복선을 깔아준 것 말고는 어떠한 일을 행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내겐 당신의 모습이…… 당신의 모습을 떠올리면…… 윤곽만 보이고 당신의 모습은 어둠에 잠겨 있어. 그래서 답답해.
가끔은 내 마음에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야.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니까." p95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결국 상처를 입히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라면, 넌 제대로 사랑을 한 거야. p131
 
 
천사라는 분장을 한다고 해서 천사가 되는 것이 아니요, 악마라는 분장을 한다고 해서 악마가 되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아픈 날들의 또 다른 선우 미카엘. 지금 그 병든 마음을 누구에게 위로받자고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입히는가. 관찰자인 척 하면서 남몰래 선우를 서인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감싸 안기만 하는 저자도 이해할 수 없었고, 선우의 행동들은 어떠한 이름으로도 보상 받을 수 없다. 처음부터 거짓으로 똘똘 뭉친 사랑이라는 거짓된 이름이 그들의 중심에서 관찰자가 되어 그들의 사랑을 비웃고 있다. 선우와 서인이 느낀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지않는다. 선우는 자신이 사랑이라 부르는 욕망에 눈이 멀어 자신의 거짓된 말과 행동들 때문에 힘들어하는 서인을 보면서도 곁에 두려한다. 또한 내가 서인이었다면 그리고 정말 그를 사랑했다면, 그의 내면 속에 들어가 미카엘을 어루만져주는 방법을 꾀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었다. 그저 자신들의 사랑을 지키기에만 급급했던 그들의 감정을 과연 사랑이라 부를 수 있으며, 한낱 감정에 이끌려 그것을 운명이라 부르는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난 둘의 처절한 사랑도 애절한 사랑도 느낄 수 없었다. 권지예가 풀어나가는 사랑에 대한 통찰이 조금은 이해하기 힘들었고, 와닿지않았을 뿐더러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말을 찾을 수가 없다면 내가 책을 잘못 읽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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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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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보지 않아도 한비야의 책의 표지엔 모두 그녀의 얼굴이 우리를 맞아준다. 그래서 처음에 '이 아줌마는 도대체 뭔데 책을 쓸 때마다 얼굴을 이렇게 홍보를 하는거야.' 라고 생각하며 한비야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하, 긴급구호팀의 팀장이라고?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퐁당퐁당 생기기 시작한다. 하지만 사실 나는 유명세를 탄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연예인이 쓴 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책을 구입했다가 괴발개발 써놓은 문장들을 보며 책을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까지 이르렀던 책이 있었기 때문이랄까. 그래서 왠만하면 그들의 책은 한결같이 NO를 외치게 되는건지도 모른다.

 

게다가 나는 그녀의 책을 읽기 전 긴급구호팀을 그리 좋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우리나라에도 식량난에 허덕이는 아이들, 노인분들이 얼마나 많으며 후천적인 요인으로 또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몸이 불구가 된 사람들이 살기에 이 나라가 얼마나 각박한가. 그런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몰라라 내팽개치고 다른 나라로 가서 그들을 도와주겠다고? 라는 생각이 내 머릿 속에 박혀있었나보다. 하지만 그녀의 넓은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다 우리의 가족이고 친구라던 말이 뇌리 속에 박힌다.

 

 

나에게 그녀의 책 중 '그건, 사랑이었네'가 첫 작품이다. 처음 제목만 보고 명색에 긴급구호팀장이라면서 이런 사랑을 운운하는 글을 썼단말이야? 라고 생각하며 첫 책을 펼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속의 내용들은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만들기에 적격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두번째 작품으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손에 들었다. 사전에 조사[?]한게 있기 때문에 여행가라는 사실도 언뜻 떠오르며, 이 책도 역시 제목만 보고 이건 여행에세이를 써놓은건가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울컥하게 만드는 긴급구호생활들을 세세하게 써내려간 책이다. '그건, 사랑이었네'를 읽기 전 이 책을 먼저 읽어도 좋았을껄 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이 그녀가 처음 일을 시작하고 5년동안을 써내려간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시간, 그 어떤 것이라도 처음 시작은 우리에게 좋은 관계의 습관을 짤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준다. 지금 나에게 그 기회가 왔다는 걸 잊지 말자. (p29,30)

 

 

하나하나 다 가슴에 담아두고 내가 힘이 들 때 그들을 생각하며 내 힘든 일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곳은 작가 할레이드 호세이니 작품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이나 <연을 쫓는 아이>의 배경이 되었었던 아프가니스탄이다. 탈레반 시절, 자기 언니가 옷 바깥으로 손목이 보였다고 길거리에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았다며 미리암은 부르카 벗는 것을 몹시 두려워했다. 부르카뿐만 아니라, 탈레반은 여자들이 있을 곳은 집 아니면 무덤뿐이라고 하면서 여성의 일과 교육을 원천적으로 막았단다.(p40)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서도 이를 대변해주는 말들이 많이 나왔었다. 사실임을 알면서도 내가 처한 상황이 아니기에 소설이라고만 믿고 싶었던 그것들이 정말로 있었다는 문장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탁탁 막혀왔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만을 비교하자.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 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 데 있는 거니까. 모르는 건 물어보면 되고 실수하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하면 되는거야. (p21) 나는 항상 나보다 잘난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나를 자극하고 노력하려 하지만 이따금 슬럼프가 찾아올 때면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무기력해지며 회의감도 든다. 그래서 내가 남들보다 잘나면 얼마나 더 잘나겠다고 나를 스스로 구속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도 허다했다. 하지만 한비야는 나와는 반대로 자기 일을 즐기고 있다. 자기 안의 꿈틀거리는 에너지들을 쏟을 일을 찾았다는 것. 그게 가장 부러웠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p14)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내가 가장 즐겁게, 열정적으로, 힘들어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일. 그 일들을 하려면 아직은 내가 조금 더 노력을 해야한다는 거겠지. 늦었다고 자괴감에 빠질 때가 있는데, 한비야는 그런 나를 알아봐주었는지 충고를 해준다. 시계가 우리 인생이라고 한다면 자신은 지금 정오를 조금 넘기고 커피를 한 잔 하며 휴식을 취할 때라고. 하지만 그의 반절인 나이를 가지고 있는 나는 아직 오전 6시다. 내가 노력하는 한 나에겐 아직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믿고, 내 지도 밖의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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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신개정판 생각나무 ART 7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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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히건대, 나는 미술을 데리고 노는데 혼이 팔렸던 사람이다. 놀기를 즐기는 사람한테 배우고 익히는 걸 얻으려 하는 것을 두고 연목구어(緣木求魚)라 한다. 그러니 미술의 저 까마득한 세계에서 대어를 골라 낚을 학도나 전문가들은 이 책을 덮는 게 좋겠다. 이 책은 미술을 데리고 놀아볼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다."

 

 


그림을 꼭 알아야만 그림을 볼 자격이 되는가?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나같이 그림에 대해 문외한 사람도 그림을 보고 그 그림이 나에게 전해주는 그 무언의 감정을 참 좋아한다. 나는 그림을 볼 때 가끔 내 감정선이 그림에 스며서 녹아들며 그것을 느끼게 된다. 내 기분이 조금 하강세를 보일 땐 아무리 경쾌하게 붓질을 한 그림이라 할지라도 내 마음 가는대로 보기 마련이기에 조금은 우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안목이 없어서라고 해도 할말은 없다. 그림을 볼 때 있어서 내가 그것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은 안목이나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조금 욕심을 낸다면 그것을 작가의 작품의도를 집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책, 같은 영화를 보고 각기 생각하는 것이 다른데, 하물며 그림이라고 그것을 보는 생각이 같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를 들면 난 아직도 피카소의 그림은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 책에는 피카소, <아코디언 주자>와 브라크, <기타를 든 사람>이 함께 나온다. 어떤 사람은 추상적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마치 미치광이가 그려넣은 그림같단 말이다. 추상적이라도 너무 추상적인 그의 그림을 이해하기엔 내 머리가 아직은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은 모양이다. 적어도 그림을 봤을 때 불편한 감은 없어야한다는 게 내 생각인데, 난 피카소 그림만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릿 속이 복잡해져온다.

그림이란 것은 그림 이전에 화가와 감상자의 교류가 이어져야 그 그림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인데, 난 피카소의 그 그림의 배경도 모르니 이해할 수가 없다. 나중에 내가 이 사람을 이해하고 배경지식을 알게 된다면 그의 그림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될까? 그건 그때 두고봐야 할 일이다. 
  
  
  
  
  
  
  
 

뒤샹,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를 보며 미국인들은 말한다. "초상화라면 인물, 풍경화라면 바다가 있어야 할 것 아냐. 이건 기왓장이 폭발하는 장면인가." 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게 이걸 처음 보는 사람이 '아!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를 그린거군!'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냔 말이다. 난 처음 이 그림을 보고 로보트를 그려놨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손철주의 해석을 봐도 난 도저히 이해불가다. 그냥 지금 내 눈엔 자기 멋대로 그려놓고 '이건 이거야.'라고 우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난 그림을 배우는 입장에 서있는 사람이 아닌가보다.

 


 

화가가 그린 그림 속에는 그가 선택한 욕망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감상자는 화가의 욕망에다 자기 욕망의 초점을 두고자 한다. 그 초점이 삐끗할 때, 감상자와 화가의 차이가 발생한다. (p265)

 


손철주는 '작품을 감상할 때는 몇 걸음 물러서서 화면을 보라.'라는 미술관 푯말과는 다르게 '작품은 최대한 가까이서 봐야 한다.'라고 권하고 있다. 한 작품의 숨은 모습이 뜻밖에 발견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서 몇가지의 작품들을 설명해놓았는데, 이렇게 명쾌할 수가 있나. 그림들이 없어서 찾아서 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몇 번 본 그림에도 불구하고 '아, 귀퉁이에 이런 것이 있었어?'하는 어리석은 말들을 내뱉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오롯하게 작품들을 이해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림을 바라볼 때 중요한 tip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기억은 실물을 덮어버린다. 풀은 초록색이라는 기억, 사람의 팔은 양쪽이 같다는 지식이나, 눈은 둘이요 코는 하나라는 정보 등은 그림의 진실을 수용하지 못하게 한다. 교양에 복종하지 않는 천진함, 대상의 고유한 진실을 파악하는 어린아이의 눈이 그림을 그림으로 보게 한다. 그림을 보되 겉모양만 보는 사람은 달은 가리켰으되 달을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사람과 같다.(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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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 2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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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그리운 적은 없니?"

"매일 매 순간 그리워요."

 

 

 

 

시간여행자의 아내. 난 사실 아내가 시간 여행자이고, 그게 바탕이 되는 줄 알았더니, 남편이 시간여행자였던 것이다. 왠지 제목부터 낚인 기분이었으나 별 상관은 없으니 패스. 처음 영화로 나왔을 때 영화로도, 책으로도, 너무나도 만나보고 싶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만큼 너무 큰 기대를 했던 탓일까?

 

 

누군가 갑자기 벌거벗은 채로 나타나서 '난 시간여행자야. 너는 나와 결혼하게 될거야.' 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라고 묻고 싶다. 내가 그 상황에 처해있다면, 흔히 말하는 싸이코나 미친 사람 취급을 했을지 모른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반발하고 싶은가? 그것도 아닐 것이다. 만약에 당신도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니까.

 

 

나는 사실 그들의 사랑이 이해되지 않앗다. 아니, 애초에 그게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뭐랄까...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만나겠지만, 클레어가 채 성장하지 않은 6살부터 헨리는 클레어를 속박하기 시작한다. 사실 속박은 아니라고 반발할지 모르나, 난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내가 클레어였다면 정말 싫었을 것 같다. 그렇게 산 삶이 의미가 있는가? 내가 누구와 결혼을 할지 다 알게 되고, 그 사람을 정상적으로 만나기 전까지 다른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수도 없다. 느닷없이 찾아온 그 사람말로는 내가 결혼해야하는 사람은 따로 있고, 그게 운명이라니까.

 

 

1권에서는 그 둘이 만나 따로따로 생활하다가 결혼을 하게 되는 부분까지 그려내고 2권에서는 그 둘이 함께하는 생활을 그려내고 있다. 그 둘은 2권에서 로또 1등에 당첨되는 행운을 안게 된다. 하지만 시간여행해서 그 번호를 알아낸들, 그 기쁨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이며, 그게 진실되는가가 문제가 된다. 그래, 좋기야 좋겠지. 그 돈이면 집도 살 수 있고, 차도 살 수 있고, 내가 원하는 것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을테니. 그런 마음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이것은 거짓이라는 클레어의 말에 헨리는 그럼 동냥하는 사람에게 던져주던지.. 라는 무책임한 말을 한다. 헨리가 하는 말들을 보며 어쩌면 사람이 이렇게 생각이 없을까 싶기도 했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예견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둘의 사랑도 어쩌면 헨리가 만들어낸 거짓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헨리는 이기적이기까지하다. 내가 보기엔 자신의 욕심으로 클레어를 붙잡아두고 싶어하는 어린 아이로만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시간여행을 하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면서도 클레어가 기다리는 일만 하게 한다. 연인관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 이기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클레어가 몇 차례의(몇 차례이라고 표현했지만, 그 유산의 횟수에 깜짝 놀랐다.) 유산을 경험했을 때 헨리가 클레어를 어떻게 위로해주었는가. 사실 난 작가가 그 부분을 조금 더 어루어만져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가는 그 부분은 조금은 미흡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클레어의 슬픔이 나중엔 포기상태로 담담해진 것을 느꼈을 때(사실 나만 그렇게 느낀건지도 모르겠지만.) 매우 안타까웠다.

 

 

"시간을 멈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란 적 있어요? 나는 여기서 영원히 머문다면 좋겠는데." (2권 p258) 시간이 멈출 수 있다면? 과연 나는 어떨까 생각해본다. 시간이 멈출 정도로 행복한 시간들이 있었던가. 그래, 살면서 분명 그럴 때가 있었을거야. 하지만 시간을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행복한 그 순간들이 과연 몇 번이나 될까 생각하니 내심 클레어에게 부러움과 동시에 질투를 느꼈다.

 

 

탁월한 시간여행 러브스토리……. 가슴이 딱딱하게 굳어 버린 독자가 아니라면, 헨리와 클레어가 맞닥뜨리는 여러 가지 위험과, 시간의 한계를 넘어선 사랑의 승리에 대한 가슴 뭉클한 니페네거의 상찬에 마음이 움직여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시카고 트리뷴 라고 책 뒤에 쓰여져있다. 이걸 보고 조금은 억지스러운 내용을 소설이기에 가능케 만든 것에 부정적인 내가 가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는 말을 들을만큼 이 책이 그렇게 찬사를 받을 수 있는가 생각해보았다. 나는 아직도 아름답게 그려진 로맨스 소설에는 가슴이 설레고 그곳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걸 느끼는 사람이다. 하지만 왠지 작가의 상상력을 나에게까지 미치게 하기에는 억지스러운 면들이 없잖아 있어서 부담스러웠고 물론 그것들을 오롯이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아, 역시 소설은 소설이야.' 라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 책이었다. 시간여행을 하는 헨리를 기다리는 클레어. 기다림을 바탕으로 하는 그들의 사랑을 보며 조금은 답답했고, 그것에 환기를 시켜줘야 할 필요성을 느낀건 비단 나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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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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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하늘을 닮아 베일 듯 파랗습니다.
하늘이 바다를 닮아 시리게 파랗습니다.

 

 

 

 

 

 

내가 여행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갈지 안갈지도 모르는 그 곳에, 가고싶다는 말을 백번 천번 외쳐본들 내가 갈 수 없는 곳에 막연히 환상만을 꿈꾸고 싶지 않다. 보게 된다면 그 곳을 다녀왔을 때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 사람과 내가 느끼는 그 곳의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 생각때문이다. 만약 내가 가지 않은 곳을 그 사람의 눈을 빌려 구경하게 되면 난 아마 그 곳을 내가 느낀게 아니라 그 사람이 다녀온 흔적들을 그대로 믿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조금은 꺼려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많은 사람의 추천이 있었기에 한번쯤은 읽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처음 갖게 만든 에세이였던 것 같다. 게다가 아프리카에 펭귄이라니? 작가가 상상력이 너무 과도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첫 장을 펼쳐 들었다. 첫 장을 펼쳐드니 글귀가 눈에 띈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게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가 물으면 나는 대답합니다. 여행아, 네게로 갈게. 우리는 흔히 여행을 떠난다고 표현한다. 그런데 여행테라피스트 테오는 그 말을 역으로 여행에게로 향한다고 말하고 있다. 첫 장부터 나를 강하게 끌어들이려고 작정을 했나보다.

 

 

몸도 마음도 지친 요즘.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서 요즘엔 나들이라면 무조건 좋은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얼굴에 함박꽃이 핀다. 가끔은 무력감이 혹은 나의 생각들이 내 마음 속을 어지럽히고 지치게 한다. 간혹 의지를 넘어서는 어려움과 정면으로 마주치는 일이 있습니다. 여행이란 일상을 떠나는 방식의 용기, 익숙함을 벗어던지는 타입의 모험이기 때문입니다. 테오는 여행이란 일상을 떠나는 방식의 용기라고 표현한다. 여행을 가고 싶다,가고싶다라고 습관처럼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못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도 그 중 한명일테고 그래서 이 말에 심히 공감을 느끼게 된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은 때로 행운을 가져다줍니다. 의외의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나는 처음 가보는 길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  새로운 곳을 경험한다는 자체가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길을 잘못들게 되면.. 아 사실 상상도 하기 싫다. 그래서 난 항상 어느 곳을 가든 똑같은 route만을 고집해왔다. 새로운 곳에 갈 때면 누군가가 꼭 있어야하고, 혼자서는 절대 못가는.. 그런 나를 위해 테오는 저렇게 얘기해주고 있지만, 습관때문에 저 말에 공감은 가지는 않지만, 참 괜찮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가서 테오가 여행한 곳들을 여행하며 나도 그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여행들이 나에겐 어떻게 다가올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 만약 가보게 된다면, 이름없는 카페에서 로이드가 아닌 봉봉카의 드럼 연주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싶다. 여행에세이를 멀리 하는 내게도 여행을 떠나고 싶게, 아니 여행에게로 향하고 싶게 만들어준 책인 것 같다.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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