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신개정판 생각나무 ART 7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리 밝히건대, 나는 미술을 데리고 노는데 혼이 팔렸던 사람이다. 놀기를 즐기는 사람한테 배우고 익히는 걸 얻으려 하는 것을 두고 연목구어(緣木求魚)라 한다. 그러니 미술의 저 까마득한 세계에서 대어를 골라 낚을 학도나 전문가들은 이 책을 덮는 게 좋겠다. 이 책은 미술을 데리고 놀아볼 사람들을 위한 기록이다."

 

 


그림을 꼭 알아야만 그림을 볼 자격이 되는가?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나같이 그림에 대해 문외한 사람도 그림을 보고 그 그림이 나에게 전해주는 그 무언의 감정을 참 좋아한다. 나는 그림을 볼 때 가끔 내 감정선이 그림에 스며서 녹아들며 그것을 느끼게 된다. 내 기분이 조금 하강세를 보일 땐 아무리 경쾌하게 붓질을 한 그림이라 할지라도 내 마음 가는대로 보기 마련이기에 조금은 우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안목이 없어서라고 해도 할말은 없다. 그림을 볼 때 있어서 내가 그것을 직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은 안목이나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하지만 조금 욕심을 낸다면 그것을 작가의 작품의도를 집어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책, 같은 영화를 보고 각기 생각하는 것이 다른데, 하물며 그림이라고 그것을 보는 생각이 같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를 들면 난 아직도 피카소의 그림은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 책에는 피카소, <아코디언 주자>와 브라크, <기타를 든 사람>이 함께 나온다. 어떤 사람은 추상적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마치 미치광이가 그려넣은 그림같단 말이다. 추상적이라도 너무 추상적인 그의 그림을 이해하기엔 내 머리가 아직은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은 모양이다. 적어도 그림을 봤을 때 불편한 감은 없어야한다는 게 내 생각인데, 난 피카소 그림만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릿 속이 복잡해져온다.

그림이란 것은 그림 이전에 화가와 감상자의 교류가 이어져야 그 그림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인데, 난 피카소의 그 그림의 배경도 모르니 이해할 수가 없다. 나중에 내가 이 사람을 이해하고 배경지식을 알게 된다면 그의 그림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될까? 그건 그때 두고봐야 할 일이다. 
  
  
  
  
  
  
  
 

뒤샹,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를 보며 미국인들은 말한다. "초상화라면 인물, 풍경화라면 바다가 있어야 할 것 아냐. 이건 기왓장이 폭발하는 장면인가." 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게 이걸 처음 보는 사람이 '아!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를 그린거군!'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냔 말이다. 난 처음 이 그림을 보고 로보트를 그려놨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손철주의 해석을 봐도 난 도저히 이해불가다. 그냥 지금 내 눈엔 자기 멋대로 그려놓고 '이건 이거야.'라고 우기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난 그림을 배우는 입장에 서있는 사람이 아닌가보다.

 


 

화가가 그린 그림 속에는 그가 선택한 욕망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감상자는 화가의 욕망에다 자기 욕망의 초점을 두고자 한다. 그 초점이 삐끗할 때, 감상자와 화가의 차이가 발생한다. (p265)

 


손철주는 '작품을 감상할 때는 몇 걸음 물러서서 화면을 보라.'라는 미술관 푯말과는 다르게 '작품은 최대한 가까이서 봐야 한다.'라고 권하고 있다. 한 작품의 숨은 모습이 뜻밖에 발견될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서 몇가지의 작품들을 설명해놓았는데, 이렇게 명쾌할 수가 있나. 그림들이 없어서 찾아서 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몇 번 본 그림에도 불구하고 '아, 귀퉁이에 이런 것이 있었어?'하는 어리석은 말들을 내뱉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오롯하게 작품들을 이해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림을 바라볼 때 중요한 tip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기억은 실물을 덮어버린다. 풀은 초록색이라는 기억, 사람의 팔은 양쪽이 같다는 지식이나, 눈은 둘이요 코는 하나라는 정보 등은 그림의 진실을 수용하지 못하게 한다. 교양에 복종하지 않는 천진함, 대상의 고유한 진실을 파악하는 어린아이의 눈이 그림을 그림으로 보게 한다. 그림을 보되 겉모양만 보는 사람은 달은 가리켰으되 달을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사람과 같다.(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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