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 - 회사 밖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가희 지음 / 찌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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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퇴사를 했다. 퇴사를 한 건지, 퇴사를 당한 건지 아직까지도 좀 아리송하지만 어쨌든 나는 지금 백수가 되었다. 11개월 동안 내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그렇게 외쳐댔지만 정말 소원대로 시간이 남아돌게 되었다. 일을 할 때는 1분 1초가 아쉬워 일을 하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며 발을 동동 굴렀는데 지금은 그러한 시간들을 느긋하게 즐기기도 하고 흥청망청 낭비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내 상태는 <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의 책 제목과 꼭 맞아떨어졌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너는 뭐라도 할 거야.”라고 말하며 웃지만, 정작 내면에는 불안감으로 가득하다. 지금을 즐겨야지!라고 겉으로는 호탕한 척 웃어도 불안은 늘 잠재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이 불안한 것만은 아니다. 자유로우니 내가 원하는 만큼 잠도 잘 수 있고, 평일에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자유롭게 하면서 지금을 만끽하고 있다. 인간의 양면을 보는 것 같은 요즘의 내 모습이다. 불안은 자유의 대가라는데, 어쩔 수 없지.






<자유롭기도 불안하기도>는 대기업에서 일을 하다가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부제 역시 ‘회사 밖에서 일하고 있습니다’가 된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단어가 있다. 다름 아닌 ‘성공’ - 성공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다짐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저자에게 성공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 돈을 많이 버는? 즐거워하는? 명성을 얻는? 하지만 인생은 너무나도 괴팍해서 내가 원하는 일을 즐겁게 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물론 소수의 그런 사람들이 있지만 그건 논외로 한다.



나는 유튜브에서 정보를 얻지 않는다. 유튜버의 지식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라는 인간이 영상에 취약하여 영상을 본다는 것은 내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번씩 유튜브를 들어가서 듣고 싶은 음악을 검색해서 듣거나 티파니 허리운동 정도..를 검색한다.


주변에 누군가는 유튜버를 응원하며 구독하기도 한다는데, 아직 나한테는 너무나도 먼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특히 먹방...은 정말이지, 나와는 거리가 멀다. 전에 밥을 혼자 먹기 싫어서 먹방을 본 적이 있는데 상대가 쩝쩝거리고 먹는 것을 보고 있으니 밥맛이 떨어져서 먹던 밥도 버린 적도 있다. 꼭 쩝쩝거려야만, 많이 먹어야만 맛있게 먹는 게 아닐 텐데 변질된 건 아닌가 우려가 되기도 한다. 또 다른 유튜브를 보고 있으면 오글거림은 내 몫이 될 때도 더러 있다. 그래서 을 하지 않고 자막으로 나오는 영상을 좋아한다. 나 같은 사람만 있으면 유튜버는 할 직업이 못된다. 볼 사람이 없을 테니까...



그래서 남들이 유튜버에 대한 꿈을 실천할 때 나는 한 발자국 떨어져서 구경만 했다. 물론 창의력이 없는 것도 한몫하기도 하고 불확실한 것을 믿지 않는 성격은 8할이다. 저자는 그런 나와 별개로 유튜브 시장에 책을 매개로 나섰다. 책을 좋아하니까 시작할 수 있었을 일이었을 텐데... 좋아하는 콘텐츠로 돈을 버는 일은 녹록지 않다는 것을 또 한 번 간접적으로 느낀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에서도 그랬고, 주변에 크고 작은 본인의 사업을 하는 지인들을 봐도 그랬다. 안타까운 일이다.




책에는 유튜브의 지분이 생각보다 크고 내가 모르는 것들이 많아 읽기가 버거웠는데 일부분은 ‘유튜브 구독자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부제를 붙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유튜브 지분이 너무 많다 보니 결국은 이 책은 유튜브를 홍보하기 위함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는데 어차피 본인 이야기인데 뭐 어때?라는 생각도 올라왔다. 그러면서 성공, 1등에 대한 단어가 많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나. 그 많은 콘텐츠들에서 볼쏙 위로 올라와야 할 테니까... 책의 뒷부분에 이르러서는 주제가 뭐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수선했지만 가볍게 읽기에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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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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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아, 일체의 번뇌의 근원이 시간 아니고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도, 두려워하는 것도 그 근원은 모두 시간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인간이 그 시간이라는 것을 극복하는 즉시, 인간이 시간이라는 것을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즉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힘겨운 일과 모든 적대감이 제거되고 극복되는 것이 아닌가?

싯다르타와 고빈다의 상반되는 깨달음(을 결과값이라고 할 수 있다면)은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일지도 몰랐다. 하다못해 오늘 당장 어떤 일이 어떻게 생길지는 우리는 예측할 수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고 짐작할 수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싯다르타의 경험이 특별한가? 여느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가 겪은 일들이 내가 가진 삶의 형태와는 조금 다를 뿐.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기쁨과 환희, 슬픔과 고통을 모든 순간마다 겪겠지만 예속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점점 더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테면, 어떤 일에 대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자책과 괴로움 뒤에 훗날 그것으로 인해 어떤 조그마한 반짝이는 단단한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면 그것으로 나는 이미 훌쩍 컸다는 의미가 될지도 몰랐다.

157. 당신은 그 비밀, 그러니까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비밀을 강물로부터 배웠습니까?

시간을 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었던 날들이었다.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하겠느냐고 물어온다면 나는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것과 해야 하는 것들을 이야기할 테지만 막상 시간이 주어지고 보니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못한 것도 분명 있지만 대부분은 시간을 핑계로 미루어왔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나는 이제 시간이 온전한 내 것의 상태가 되었으니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나열하여 매일매일의 삶을 충분히 사랑할 수 있을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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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고시넷 산업위생관리기사 필기 과년도 10년간 기출문제집 - 10년간 과년도 기출문제 │ 2,900문항 완벽해설 │ 851개 유형별 핵심이론
정권호, 김미령, 국가전문기술자격연구소 지음 / 고시넷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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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진즉 하고 있었다. 그래서 순차적으로 몇 가지를 나열해두고 고르기 시작했다. 자격증을 공부하기 전에는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막상 닥치면 허우적대기도 하고 무엇보다 필기를 따놓고도 실기를 놓치는 일도 많았기에 자격증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에는 전공이 건축이기 때문에 건설안전기사를 따두었으니 산업안전기사를 따놓을 필요성은 크게 느끼지 않았는데 산업안전기사도 따두는 게 좋을까 하고 서른 번에 한 번 정도 고민하고 있기는 하다.


실질적으로 필드에서 안전관리자로 근무를 해보니 건설업 50억 원 이상일 때 안전관리자 1명을 선임해야하는 것과는 달리 보건관리자는 건설업 기준 800억 원 이상일 시 1명이 선임되어야하기 때문에 아파트 건설공사나 대형공사가 아닌 경우에는 보건관리자가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경우에는 안전관리자가 보건관리자의 역할까지 도맡아서 해야하는 경우가 많을텐데 싶어서 보건관리자 선임기준에 대해 알아보다가 산업위생관리기사, 인간공학기사, 대기환경기사로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나는 현재 산업안전공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하여 2학기에 전공필수로 인간공학을 들었고 찾아보니 실기도 어려움이 크게 없는 것 같아서 인간공학기사를 딸까 하다가 보건관리자로 직업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안전관리자 업무를 할 때 참고해야하는 사항들이 있어서 공부를 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임을 직시하고 산업위생관리기사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우선 필기와 실기로 나뉘어져있으니, 내가 우선적으로 공부할 것은 산업위생관리기사 필기. (자격요건이 되면 산업기사보다는 기사를 준비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산업위생관리기사 필기나 산업위생관리기사 기출문제를 검색하면 여러 출판사가 나오는데 자격증 공부를 결정하면 출판사를 고르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전에 건설안전기사를 공부할 때 오답이 많고 해설이 부실한 출판사의 책으로 공부를 해서 다른 교재로 재주문해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까지 자격증을 공부할 때 책이 아닌 출력해서 프린트물로 공부를 했었는데, 공부하는 책을 사는 돈을 아끼면 안 된다는 것과 마구마구 낙서를 해야하는 것도 진리!...






그래서 출판사를 고민하다가 고시넷으로 산업위생관리기사 시험공부를 하기로 했다. 실제로 공부를 해보면 3-5개년만 돌려도 합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10개년까지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제대로 공부를 하려는 목적이라면 10개년을 다 훑어보는 것이 좋다. 나는 이 공부를 하면서 나의 업무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공부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출문제가 실려있고, 각 회차마다 출제문제를 분석한 것도 있으니 읽어보면 좋다.






아 계산 문제도 있지. 로그라니, 정말 오랜만에 보는 단위다. 무려 로그라니... 저런 문제들은 실제 현장에서도 많이 쓰이지 않는 것이니 외워도 그만이긴한데, 문제를 돌려보다가 110dB의 값이 바뀌는지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겠다. 아마 값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은데, 설마.


사실 정말 시험을 보는 것처럼 하려면 밑에 해설이 조금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기초적인 공부가 되어있지 않은 나의 경우에는 반가운 게 사실이다. 또 해설도 세세하게 나와있기 때문에 이해력을 돕고 있어 단순하게 외우는 것이 아닌 공부를 할 때 도움이 되고 있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문제집을 펼칠 때마다 아주 조금씩 어깨너머로 익혀 아는 부분'도' 나오니 새로우면서도 즐겁게 하고 있다. 현재 산업위생관리기사는 2021년에 산업위생관리기사 합격률이 51.6%(필기에 한함)로 2019년 이후 두번째로 50%를 넘어섰다. 산업위생관리기사 합격률은 합격률일 뿐, 열심히 하면 결과는 당연히 좋을 것이고, 실기를 따로 시간을 많이 내어 공부할 생각하지말고 필기를 공부하면서 실기까지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공부가 되기를 바라며.







#산업위생관리기사 #산업위생관리기사책 #고시넷 #고패스 #큐넷필기 #산업위생자격증

#산위관기필기 #산위기필기 #2023산업위생관리기사 #산위관기 #산위기 #자격증




*해당 리뷰는 [고시넷서평단]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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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쿠바 - 14살 연하 쿠바 남자와 결혼한 쿠바댁 린다의 좌충우동 쿠바살이
쿠바댁 린다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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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더 좋아했던, 또 자유분방한 여행을 좋아했던 한국 여성이 14살 연하의 그것도 쿠바 남성을 만날 줄, 누가 알았을까!

린다와 조단의 첫 만남부터 조단이 한국을 오는 과정과 린다의 부모님께 결혼 승낙을 받아 결혼 준비를 하고 쿠바 아바나의 생활을 책 한 권에 녹였다. 만나야 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를, 나는 그다지 믿지는 않지만 인연은 따로 있나 보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했다.

600유로를 도둑맞아 멍한 상태였던 린다에게 조단이 다가와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고, 몇 마디 끝에 조단은 린다를 초대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린다는 거절한다. 이후 조단을 다시 만난 린다는 그가 29세 혹은 30세라는 말을 듣고 관심을 접어버렸다. 그녀는 45세였기 때문에.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

조단의 끈질긴 구애 덕에 둘은 이어졌지만 그는 좀처럼 그녀에게 나이를 묻질 않았다. 그런 그에게 “자기는 내 나이가 궁금하지 않아?”라고 물었고, 그는 “응, 그건 중요치 않아. 나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가 가장 중요해. 난 그냥 자기가 좋아.”라고 답한다.

린다는 조단을 한국으로 초대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고난이 있었다.

쿠바에서 12만 원짜리 여권을 만든다는 일은 월급 3~4만 원인 쿠바인들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여권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비자 받기. 비자를 받으려면 원본이 필요한데, 서류 상관없이 무조건 장당의 금액인 24만 원을 받는다는 것. 하지만 학교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한국의 땅을 밟게 된 조단.

한국에서 야외 결혼을 하고 쿠바로 갔지만 그녀는 이방인이었다. 특히 코로나19가 터져버린 직후에 더 느꼈을 것이었다. 그때의 설움을 책에서는 크게 다루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게 나의 입장이었다면 나는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린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삶을 대한다는 점이 부럽게 다가왔다.

린다는 결혼 전에 요리를 많이 해본 것 같지 않은데 김치를 담그거나 다른 요리 솜씨들을 보면서 역시, 내가 먹고살려면 뭐든 해먹게 되는 거지라며 혼자 싱긋 웃었다. 10시간이 넘는 밥을 먹으면 죽는 줄 알았던 어린 26세의 나는, 밥을 냉동실에 얼려두고 때에 맞게 꺼내어 렌지에 돌려먹는 서른몇 살의 내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내가 한 음식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배우자도 좋아한다는 것! 이건 정말 최상의 기쁨이 아닌가. 그런데 오리지널 쿠바인인 조단이 김치를 먼저 찾다니!

+ 아, 짜파OO는 내가 다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마지막 뜯은 것엔 벌레가 없어서 나도 안도했다. 하하. 벌레라니... 흐...

마지막 파트에는 쿠바의 명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아마 쿠바에 갈 수 있는 날은 영영 없을 것 같다. 2021년 1월에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된 쿠바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업을 갖고 있는 기간 동안은 갈 수 있는 방도나 수단이 없기도 하고, 갈 수 있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갈 용기도 없기 때문에. 그래서 좀 더 가볍게 넘겼던 파트였다. 하지만 읽다 보니 어디론가 또 떠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여행도 자유롭지 않은 코로나 시국의 한복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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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8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맨틱 망고 아일랜드
이진화 지음 / 푸른향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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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망고 아일랜드>는 여행사진집이다. 우연히 그리스 풍경사진에 꽂혀 스무 살에 사진을 시작했다는 작가는, 그동안 다녀온 보라카이, 홍콩, 마카오, 방콕, 끄라비, 다낭, 호이안, 발리를 담아내었다. 짤막한 글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지는 않았지만 주기적으로 해외로 나가고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 속에서 벗어나 낯선 나라에서 느끼는 것들에서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때의 안정감을 나는 최우선으로 둔다. (대한민국의 곳곳을 다니는 국내여행 역시 무척 좋아하지만) 국내여행과 다르게 해외여행은 신경쓸 것도, 경계를 해야할 것도 많기 때문에 안정감보다는 마음이 붕 떠있는 상태가 더 많았던 까닭이다. 말로는 편안해,라고 말하지만 진짜 편안함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였다. 그 안정감이 찾아올 때, 여행을 복기시키며 비로소 진정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다닐 때마다 그날그날 쓴 일기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날 무엇을 했는지부터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들었는지, 날씨는 어땠고, 순간순간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를 때로는 뭉툭하게 때로는 세세하게 기록한 일기장. 내게는 그때 썼던 고작 몇 줄의 글자들이 다시 그때로 나를 돌려보내곤 한다. 나는 오롯이 그때를 회상할 수 있고, 그 시간 속에서 나는 평온하다. 안정감이 주는 평온은 참으로 벅차다.

 

그런데 코로나가 확산이 되면서 더 이상 해외여행을 염두에 두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 가겠지 하고 매달 모았던 돈들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나서도 나는 해외여행을 갈 자신이 없다. 코로나 이후의 여행은 많은 것을 바꿔놓을 것이 분명하다.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나는 부정적인 측면을 감내하고서라도 여행할 자신이 아직까지는 없다. (음, 그런데 종식 후에는 마음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사진집을 보면서 그 마음들이 조금씩 어긋나고 흐트러졌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내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지내고는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시간들을 가지고 싶다는 소망이 일었다. 지난번에 남동생를 만났을 때 마카오 얘기를 했었다. 포르투갈을 다시 갈 수 없다면 마카오라도 가야겠다는 말을 남동생이 기억하고 말을 꺼낸 것이었다. 한번 땡기러(크크) 가는 김에 에그타르트나 양껏 먹고 올까? 우리는 아마 마카오에 가게 되지 않을까? 하며 웃기도 했다. 사진집에는 마카오 분량이 적어 조금 아쉽기는 했다.

 

이 중에서 작가가 가장 좋았던 곳은 방콕이었나 보다. 방콕에 대한 사진과 글을 보면서 다른 것보다 조금 더 빛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콕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었는데, 50번은 더 오고 싶은 곳이라니, 헤롯의 스콘은 어떤 맛일까, 에프터눈티는? 쿤나 코코넛 과자는? 덕분에 조금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나는 사진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진에 대한 불신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진이라는 것은 사각 프레임일 뿐이라서 프레임에서 벗어난 곳은 어떨지 모른다는 것과, 사진은 변형(보정)이 가능하기에 온전하지 않다는 것, 또 사진 그 자체는 온전히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이라서 쉽게 공감할 수 없기에 단순하게 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번 서포터즈 활동에서 자유 도서 중에서도 굳이 사진집을 고집한 것은 평소보다 힘을 빼고 타인의 여행을 엿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명절 연휴가 길었다. 무슨 일이 있어 길었던 것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길었다. 그래서 그런지 여느 때보다 여유가 생겨 느슨하면서도 게을러진 상태로 사진집을 보았다. 아, 작가는 이 여행들을 모음으로 만들 때 참 좋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진을 넣을지, 사진을 넣었다 뺐다가 하며 얼마나 행복한 고민을 했을까 생각하니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가끔 j가 “뭐해?”라고 물어볼 때 “응, xxx에서 행복해했던 내 사진 보고 있어.”라고 말을 할 때가 있는데, 그곳에서 모옷~쌩긴 얼굴을 하고 먹고 있는, 웃고 있는, 즐거워하는 내 사진을 볼 때마다 묘하게 행복해진다. 아무래도 나는 오늘 또 행복해하는 나를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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