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쿠바 - 14살 연하 쿠바 남자와 결혼한 쿠바댁 린다의 좌충우동 쿠바살이
쿠바댁 린다 지음 / 푸른향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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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더 좋아했던, 또 자유분방한 여행을 좋아했던 한국 여성이 14살 연하의 그것도 쿠바 남성을 만날 줄, 누가 알았을까!

린다와 조단의 첫 만남부터 조단이 한국을 오는 과정과 린다의 부모님께 결혼 승낙을 받아 결혼 준비를 하고 쿠바 아바나의 생활을 책 한 권에 녹였다. 만나야 할 사람은 어떻게든 만나게 된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를, 나는 그다지 믿지는 않지만 인연은 따로 있나 보다.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했다.

600유로를 도둑맞아 멍한 상태였던 린다에게 조단이 다가와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고, 몇 마디 끝에 조단은 린다를 초대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린다는 거절한다. 이후 조단을 다시 만난 린다는 그가 29세 혹은 30세라는 말을 듣고 관심을 접어버렸다. 그녀는 45세였기 때문에. 사랑에는 국경도 나이도 없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다.

조단의 끈질긴 구애 덕에 둘은 이어졌지만 그는 좀처럼 그녀에게 나이를 묻질 않았다. 그런 그에게 “자기는 내 나이가 궁금하지 않아?”라고 물었고, 그는 “응, 그건 중요치 않아. 나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가 가장 중요해. 난 그냥 자기가 좋아.”라고 답한다.

린다는 조단을 한국으로 초대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고난이 있었다.

쿠바에서 12만 원짜리 여권을 만든다는 일은 월급 3~4만 원인 쿠바인들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것과 같았다. 여권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비자 받기. 비자를 받으려면 원본이 필요한데, 서류 상관없이 무조건 장당의 금액인 24만 원을 받는다는 것. 하지만 학교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한국의 땅을 밟게 된 조단.

한국에서 야외 결혼을 하고 쿠바로 갔지만 그녀는 이방인이었다. 특히 코로나19가 터져버린 직후에 더 느꼈을 것이었다. 그때의 설움을 책에서는 크게 다루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게 나의 입장이었다면 나는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린다는 긍정적인 자세로 삶을 대한다는 점이 부럽게 다가왔다.

린다는 결혼 전에 요리를 많이 해본 것 같지 않은데 김치를 담그거나 다른 요리 솜씨들을 보면서 역시, 내가 먹고살려면 뭐든 해먹게 되는 거지라며 혼자 싱긋 웃었다. 10시간이 넘는 밥을 먹으면 죽는 줄 알았던 어린 26세의 나는, 밥을 냉동실에 얼려두고 때에 맞게 꺼내어 렌지에 돌려먹는 서른몇 살의 내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내가 한 음식을,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배우자도 좋아한다는 것! 이건 정말 최상의 기쁨이 아닌가. 그런데 오리지널 쿠바인인 조단이 김치를 먼저 찾다니!

+ 아, 짜파OO는 내가 다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마지막 뜯은 것엔 벌레가 없어서 나도 안도했다. 하하. 벌레라니... 흐...

마지막 파트에는 쿠바의 명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아마 쿠바에 갈 수 있는 날은 영영 없을 것 같다. 2021년 1월에 테러 지원국으로 재지정된 쿠바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업을 갖고 있는 기간 동안은 갈 수 있는 방도나 수단이 없기도 하고, 갈 수 있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갈 용기도 없기 때문에. 그래서 좀 더 가볍게 넘겼던 파트였다. 하지만 읽다 보니 어디론가 또 떠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여행도 자유롭지 않은 코로나 시국의 한복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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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28 1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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