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 널 이별해
김현희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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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럽고 성숙하게 헤어진다는 것은 소설에서만 가능한 일일까?(p82)

이 물음에 자신있게 '아니,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해'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는 여지껏 힘든 사랑을 한 것만도 아닌데, 왜 항상 이별은 뒷맛이 쓰디써서 입에 닿기도 부담스러울 만큼의 강한 내음으로 눈시울을 적시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주요 주제인 이별, 헤어짐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에게 서글픔의 대명사가 되어 다가왔고, 나의 정신을 혼란의 상태로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역시 나 또한 헤어짐을 경험했고, 그 상처에 오랫동안이나 아파했다. 분명 처음도 아닌데, 할 때마다 가슴은 무너져내리기 일쑤다. 당시엔 그 때의 생각들에 얽매어서 '그 때 좀 달리 행동했더라면...' 이라는 희뿌연 안개가 머릿 속을 뒤덮어서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생활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달라질 수 있을까? 물론, 달라질 수 있다. 다시 시작하는 것. 하지만 난 그게 진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도 우리가 서로에게 부담이고 상처가 되는 순간부터 우리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었던 것 같아.(p244) 라고 말하고 있다. 나도 그 말에는 매우 깊은 공감을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시작하면 안되는 이유'를 찾아본 적이 있다. 결론은 똑같은 이유로 헤어진다는 것 누군가는 아니라고 항의의 깃발을 치켜들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사랑이라는 걸 했었고, 이별도 했었고, 다시 시작해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항상 끝은 여전했고, 그러다가 처음엔 그나마 좋은 추억이라도 가지고 헤어질 수 있었는데, 그 후에는 그 좋은 기억조차 남지않는 기억에서 묻혀진 사람. 그래, 그런 사람이 있었지. 저자에게 내가 사랑이 변할 수 있나요? 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사람은 변하지 않으나 사랑은 변한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정답일까?

 

저자가 아는 지인 중에 남자친구가 무언가를 먹을 때 쩝쩝 거리는 소리를 내며 먹는데, 그걸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 순간부터 보이더라는 것. 그리고 헤어지고 만났는데 그게 여전하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데 사랑만 변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 역시 개개인의 차이겠지만.) 나는 이제까지 몇번의 연애를 하면서 그 사람 자체가 지겨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다만 함께 하는 시간에 따라 변해가는 사람이 너무 싫었다. 그저 나만 바라봐주지 않는다고 칭얼칭얼대는 그런 정도가 아니라 그 변했다는 그 순간이 오면 딱 느끼게 되는 그 무언가가 공기를 싸하게 훑고 지나간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사람이 변하기 때문에 사랑도 변한다 는 것이다. 그 사람이 변하지 않았으면, 항상 지고지순하게 바라본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언젠간 변할지도 모르는 감정이지만, 그 감정들이 칼로 물을 베어버리 듯 그렇게 쉽게 변하진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깨달은 것은 나의 우주가 그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었으니.(p232) 이 한 줄을 보며 지금 내 우주도 누군가를 중심으로 돌아가겠거니였다. 그러나 혹시라도 그 중심이 없어지게 되는 날이 오게 된다면, 내 균형은 깨질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 중심은 항상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내가 어느정도의 균형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 정도이다. 물론 그게 결코 쉽지만은 않겠지만..

 

"모랄까, 우리 관계가 어느 순간 지겨워지더라. 딱히 불만이 있거나 다른 너를 바랬던 건 아닌데 그냥 만나는 것도, 우리 사이도 지겨웠어. 버겁기도 했고. 너와 회사. 이렇게 두 가지로 점철 지어지는 삶의 영역이 어느 순간 숨 막혔어. 그냥 다른 사람 만나면, 네가 아니면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p181) 사람이란게 참 이기적이고 간사해서 처음엔 그렇게 못헤어져서 안달복달하더니, 그 다음엔 자신은 헤어졌다고 생각안한다거나 그런 거지같은 소리를 아무런 죄책감없이 내뱉는 것. 하지만 저런 생각. 누구라도 해보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 아닐까. 나는 지겹다고 하기보다 힘들었다. 그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힘들었고 그 사람때문에 힘들어하는 내가 싫어서 이별을 고한 적이 대부분이었다. 후회는 없었다. 이따금 떠오를 때는 있었지만, 그 힘들었던 기억 속으로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그 자체로도 너무 숨이 막혀와서 생각을 하다가도 급히 접어두는게 대부분이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이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저자만의 사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 있다는 것은, 아마 지금 하고 있는 내 사랑도 그리고 이 세상의 그 어떤 연인들의 사랑도 모두 다 특별한거 하나 없이 다 같다는 것. 한마디로 사람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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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 최인호 에세이
최인호 지음, 백종하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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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의 인연. 오랜만에 읽는 에세이였다. 에세이인 줄 모르고 책을 들었던 나는 약간의 실망감을 안고 조금은 삐딱한 시선으로 읽어내려갔다. 최인호의 인연이라는 두껍지않은 이 책엔 그가 살면서 그와 닿은 인연들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사람과의 인연이건, 풍경과의 인연이건, 사물이나 시간과의 연인이건 내게 인연을 마주하고 상대하는 일은 서툴고 어리숙하게만 느껴진다.(p15) 어렸을 때부터 낯가림이 매우 심했던 나는 누가 옆에서 한발짝 다가오면 난 뒤로 두세발짝 물러났던 아이였다. 지금은 그 낯가림이 좀 옅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약간은 그것이 남아있어서 낯선 사람을 보면 경계를 먼저 하게 되고 다가오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던 중 북카페를 알았고, 북카페에서 온라인상이지만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다. 대한민국이라는 한 공동체에서 살고 있기에 시간내고 마음만 먹으면 만날 수 있는 인연인 것이다. 가끔 힘든 일이 있을 때 곁에 있는 친구보다 더 위로가 될 때도 있고, 좋은 일들에 나보다 더 기뻐해주는 인연들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욕심이 많은 아이고, 의심도 많은 아이었기에 아주 미안한 일이지만, 사실 처음엔 가식적이야. 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그 안에서 소소한 것들에 대해 함께 행복해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보다 기분좋은 일이 어디있나 싶다.

 

우리는 모두 그 누군가의 붓이 디어 세상에 그 어떤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인연이란 내가 그 사람에게로 다가가 그 무언가가 되어주는 일이다.(p97) 인터넷에서 가끔 떠도는 말로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가장 먼저 어딜 보는가'라는 말이 있다. 투표결과나 댓글에 '눈'을 본다는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난 사람의 말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말투로 그 사람을 나의 사람으로 만들 것인지, 아니면 그저 흘러보낼 것인지의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점차 긍정적마인드를 가지고 나를 다스리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진않지만,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아니, 6개월전. 사실 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때그때마다 항상. 나는 상당히 부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나를 부정적인 늪에서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한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로 지금은 부정적인 면들을 점차 걷어내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시기어린 말투를 가진 사람을 가장 혐오한다. 그런 사람은 나의 모든 일에 도움이 되지 않을거라는 나만의 이유없는 판단여부에 따라서지만.. 또한 나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는데, 난 그 말을 부정한다. 세상이 개인에 따라 넓거나 좁다한들, 인연이라면 언젠간 그 고리가 생길거라는 믿음때문이다. 인연은 필요에 따라 잡힐 수도, 잡아야하는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이기적이게도 나한테 해가 되는 사람과는 인연을 맺고 싶지 않다. 나와 옷깃을 스쳤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해가 되는 사람은 절대 사절이다. 오랜 기간을 친구로 지내다가 혹은 연인으로 지내다가 헤어지는 일도 흔한 요즘에 인연은 단박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듯 싶다. 내가 추구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싶지만 말이다.

 

난 작가 최인호의 인연 중 가장 생각나는 사람은 아내였다. 그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 듬뿍 담겨 있는 이 책을 그의 아내가 읽으며 얼마나 행복해할까 라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이 나라에서 부모와 아내와 자식이 물에 빠지면 누구 먼저 구해낼거냐는 질문에 최인호는 아내 먼저 구한다고 말한다. 그 부분을 읽으며 아내를 향한 그의 사랑이 너무나 부러웠다. 내일 만나는 아내도 지금의 아내임에 틀림이 없지만, 내일의 아내보다 오늘의 아내가 좋고, 내일의 만남보다 지금의 만남이 좋다는 것. 실로 공감되는 구절이었다. 구지 연인이 아니더라도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났다면 그 헤어짐이 얼마나 아쉬운지 우리도 함께 느낄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낭만이라고 하기엔 초라하고, 초라하다고 하기엔 너무 눈부시고 쓸쓸해서 아름다웠던 우리들의 신혼을, 나는 내가 당신과 함께 보낸 유년기라 부르고 싶다.(p230)

 

지금 나의 인연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말이고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나의 인생에 최고의 인연은 바로 가족이지 싶다. 이 전 세계 그 누구보다 나의 탄생을 축복해주는 사람이 없고,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할 수 없고, 나의 기쁨을 기뻐해주는 사람이 없고, 나의 아픔을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는 분들.. 바로 나의 가족뿐이다. 가족은 나의 영원한 동지이자 우군이자 나의 어깨뼈이며, 나의 척추와 내 머리에서 자라나는 검은 머리카락이자 나의 눈동자, 내 몸을 이루는 그 모든 기관이지 때문이다.(p236)

 

이 책은 분명 술술 읽히긴 하나, 최인호의 사람들에 관한 수필집이기에 재미는 떨어지고,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도 있으나, 잊고 있던 고마운 내 사람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하며 혼자 미소짓기도 하고, 힘든 상황에 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멀리서나마 함께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보다 아는 사람이 많다는 슬프지만 진실된 말도 들린다. 그 말을 듣고있노라면, 인연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새로운 사람보다 지금 있는 나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영원한 내 사람들로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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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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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거지같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아주 오랜 시간동안, 계속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거지 같은 날들이 계속되리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사람들은 이런걸 가지고 '절망'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p176

 

 

 



이런걸 뭐라고 하지. 별 기대없이 들었던 책이 뺨을 맞은 것처럼 얼얼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것을.

 

'가족'은 피를 나눈 사람들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않은가. 하지만 이 작품이 사랑스럽게 내려다보며 감싸안아주고 있는 동구네 집에서는 그런 말이 무색할 만큼 냉랭한 기운만이 퍼진다. 기득권을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해하는 할머니와 침묵으로 일관하는 엄마, 그 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일관된 모습으로 엄마에게 화풀이하는 아빠. 이 가족의 문제라면 불통이라는 거대한 시한폭탄를 안고 살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가족에게 소통이라는 것을 던져주게 된 사건은 1977년 동생 영주가 태어나고 부터가 아닌가 싶다. 실제로 이 책은 영주가 태어나면서부터 첫 장이 시작된다.

 

동구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그 눈 속에 예쁘고 좋은 것들만 담아주고 싶었지만, 작가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예쁘고 좋은 세상보다는 더럽고 추악한 모습을 동구 눈에 더 많이 담아준 듯 하다. 그래서 동구가 너무 빨리 성장을 한 건 아닌지 가슴이 아파온다. 무슨 일을 했건간에 잣대는 항상 동구에게 날아오고 그 잣대들은 난독증이라는 결과를 낳게 된다. 동구는 난독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특별학교에 갈 뻔 했지만, 박영은선생님과의 공부방법에서 집에서 배웠어야 할 소통이라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스스로 읽고 쓰는 것은 아직 어눌하긴 하지만, 문제될 것은 없게 됐다. 요즘엔 기사를 보면 별별 기사가 다 뜨기 마련이다. 학생에게 아무 이유없는 체벌을 내린 교사부터 심지어 교사를 폭행하는 학생까지. 그런 사람들이 동구와 박영은선생님을 접해본다면 과연 자기네들이 떳떳한 선생 또는 학생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박영은 선생님을 보며 마음을 읽는 교사라는 게 어떤 교사인지 그 모습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

좋은 기회였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가족에게 불통이라는 것이 해결됐다면 동구가 난독증이라는 그토록 힘든 짐을 안고 살 이유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작가는 하나 더 동구를 절망시키기에 충분한 짐을 얹어주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아픔과 슬픔을 동반하는 일이다. 작가는 그런 동구에게서 두 명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다. 나이가 어리면 잘 모르겠지. 하는 생각은 어른들의 편파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이 아닌가 싶다. 어린 아이라도 감정이 있고, 그 감정을 표출하는 일이 항상 참기만 했던 동구에겐 낯설기만 했을 것이다. 차라리 난 동구가 엉엉 소리내어 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런 동구를 작가가 감싸안아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두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에도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는가 라는 생각이 아직도 머릿 속에서 윙윙 맴돈다. 이토록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동구에게 작가는 너무 힘든 과제들을 안겨주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파왔다.

 

동구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보며 나의 정원은 지금 어떻게 꾸며지고 있는가 생각해보았다. 지금 나의 정원은 지금 무성한 잡초만이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그것조차 자랄 수 없이 황폐해져서 텅텅 버린 땅만 남아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부터 내 안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가꿔나가야겠다.

 

 

 

 

우리의 소통이 엉키지 않도록 요술 같은 방법으로 누군가는 기다리게 하고, 누군가는 직진하게 하고, 누군가는 직진하게 하고, 누군가는 좌회전하도록 지도하던 우리의 푸른 신호등은 영원히 잠들어버렸다. 우리는 신호등 없이는 교차로를 지날 수 있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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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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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이라부 이치로의 3탄인 <면장선거>는 종전에 나왔던 <인더풀>이나 <공중그네>와는 좀 다른 케이스라고 얘기할 수 있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박증을 가진 평범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인더풀>, 특정분야 전문인이 주를 이루던 <공중그네>와는 또다른 매려을 발산하고 있는 <면장선거> 이 곳에는 유명인들이 나온다. 이 유명인들은 강박증보다는 유명세를 탔기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뇌할 수 밖에 없는 모습들이 스포트라이트가 되어 그들을 감싸준다.

 

가만보면 오쿠다 히데오는 독자가 일본식 문화를 안다는 전제로 글을 쓰는 것 같기도 하다. <면장선거>에서는 일본의 유명인들을 모티브해서 지어졌다고는 하지만, 난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없음은 물론이요, 그들에 대해서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렇다해도 특정한 유명세가 일본에만 있는 것도 아니기때문에 그 분야의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들도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 매듭이 너무나도 빨리 지어진다는 것에 있다. 그 매듭 중에서 다시 끌러서 매듭을 다시 지어주고 싶다는 것까지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무 생각없이 툭 - 내뱉은 누군가의 말이 마음 속의 비수처럼 꽂힐 때가 있다. 그 말은 비수가 되어 나를 찌를 때도 있고, 나의 무능함 혹은 어리석음을 꾸짖는 약이 될 수도 있음은 나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 한마디로 사람이 확 달라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인데, <면장선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그 한마디에 너무나도 쉽게 달라진다. 어떻게 그렇게 바뀌는지 독자들이 이해할 time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이 책을 읽으며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없다는 얘기가 잘 맞아떨어지는 책이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그냥 그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세상의 더럽고 추악한 것들을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어린아이같은 이라부의 눈으로 보고싶었기 때문이었달까. 이번에도 역시 이라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고, 누구나 짜증낼 수 있는 순간임에도 이라부는 그 최악의 상황들을 최적의 상황으로 변화시킨다. 이것은 이라부가 똑똑해서도 아니요, 잘나서도 아니다. 이라부는 정신연령이 낮아서 나이와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듣기 거북한 말투와 행동을 반복하지만 그에 차츰 편안해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은 아닐까.

 

얇은 책에, 이라부의 천진난만함에 피식거리며 웃을 수 있고,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마음 한 켠에 따뜻한 봄바람처럼 머무를 수 있다는 것.

그 책이 오쿠다 히데오 작가의 매력이 아닐까. 또한 작가 자신이 혹은 읽는 독자 개개인이 이라부 이치로가 되어 힘든 세상 속에 머리를 맞대고 투쟁할 수 밖에 없는 우리를 혹은 나를 다독거려주고 위로해주며 감싸안아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익숙한 것과의 동행이냐 결별이냐의 갈림길은 매 순간 선택을 강요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문제는 끊어낼 수도 마냥 쥐고 있을 수만도 없는 딜레마이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시리즈물이 안고 갈 수 밖에 없는 딜레마이며 동시에 극복해내야 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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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이면 꼭 배워야 할 힐러리 파워 - 세계 여학생들의 롤모델 힐러리 클린턴의 공부와 인생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3
데니스 에이브람스 지음, 정경옥 옮김 / 명진출판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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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은 나와는 비록 다른 꿈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지만, 그녀의 열정이나 당당함은 여성들이 탐내는 조건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평을 보고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이지성 저자의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을 읽어본 분이라면 다 공감할 테지만, 어느 책이 복사본인지 모를 만큼 앞의 어머니나 아버지를 나타내는 과정이 똑 닮아있었다. 그래서 같은 책을 두번 읽는 기분이었다. '여자라면 힐러리처럼'은 내가 그다지 공감을 못했던 이유도 있어서 2번이나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 문장 하나하나들이 머리 속에 콕 박혀 있었는데, 그것들을 끄집어 내서 다시 되새김질 하는 기분이었다. 어쩜 이렇게 한문장도 틀리지 않고 똑같을 수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러다가 중간 쯤에 또 똑같은 문장이 나오는게 아닌가.

 

이 책은 291p에서 끝이다. 게다가 마지막 뒷 두 장은 힐러리가 언제 태어나고 언제 웰즐리여대에 입학하고 언제 빌 클린턴을 만났는지 연대가 나온다. 그러나 독자는 391p까지 넘길 수 있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무려 100p나 되는 종이를 채운 장은 힐러리의 연설문이다. 이 연설문은 작가가 쓴 291p보다도 더 길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딜 가나 유명인 또는 위인전은 쎄고 쌨다. 나는 각기 다른 책으로 똑같은 힐러리를 만나는 건 원치 않는다. 책은 고유의 독립성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정치인이기 때문일까?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서 너무 좋은 면만 비추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또한, 나는 힐러리가 무엇인가에 실패했을 때 그것을 일으켜 준 원동력을 알고 싶었던 거지 힐러리가 오뚝이처럼 넘어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일어나는 대단한 여자를 보려고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거다.

 

미안하지만, 난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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