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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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림이라는 건 화가만의 의미를 지녔지만, 그 의미를 보는 사람이 화가의 생각을 catch해 내는 것이 아닌, 보는 사람의 시선에 맞춰 그 나름대로의 해석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의 해석은 개개인의 시선에 따라 여러가지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내가 처음 이 작품을 그토록 읽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 책의 표지때문이었다. 처음 이 책을 잡았을 당시 정말 넋을 놓고 바라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표지에 있는 소녀는 매혹적으로 보인다.

 

내가 처음 '진주 귀고리 소녀'를 보았을 땐 소녀가 무언가에 쫓기다가 뒤를 돌아봤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우울해보이기도 하고 조금은 의기소침해보이기도 하며 그와 함께 안타까움도 함께 녹아있는 소녀의 표정은 도통 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았고, 이 책을 들었었다. 하지만 17세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읽기엔 조금 힘겨웠는지 도로 덮어버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다시 들었는데, 이 책을 진즉에 읽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이 작품은 소녀만큼이나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17세기의 배경을 세세하게 표현함으로써 우리가 마치 그곳에 여행자로 간 느낌을 받게 했다. 그래서 그 분야를 멀리하고 있는 나에게 처음엔 힘겹게 다가왔던 것 같다.

 

조금 아쉬웠던 건 이게 실화가 아니라는 것. 작가가 지어낸 가상의 인물이랄까.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살아숨쉬고 있는 베르메르와 그리트는 오롯하게 내 가슴 속에서 함께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덮었을 때 이 소녀가 왜 나에게 그런 복잡하고도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는지 비로소 조금은 알 것 같다. 이 소녀의 눈은 그리고 진주 귀고리를 달고 있는 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을 담고 있다.

 

내가 받은 감동과 더불어 애틋한 마음을 담아 정성을 다해 리뷰를 적고 싶지만, 그런 글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모르겠다.

느껴보고 싶다면, 책으로 직접 보고 그 감동을 느껴볼 것! 이라고 난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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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
생 텍쥐페리 지음,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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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거야…."

 

이것은 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매우 유명한 대목이다. <길들여진다>라는 의미를 이것보다 더욱 더 값지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난 어린왕자를 상대로 서평을 쓴다는 자체가 정말 쑥쓰럽고 민망하기 짝이 없다. 어렸을 적 읽었었던 어린왕자를 다시 손에 든 것은 어릴 적의 순수함을 기억하고 싶어서도 아니요, 내용을 잊어서 다시 읽기 위함도 아니다. 그저 손이 아름다울 것 같은 사람이 아름다운 어린왕자를 더 빛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 책을 언젠간 득템하리라 생각하며 다짐했었는데, 좋은 사람에게 선물을 받아 생각보다 빨리 읽게 되었다.

 

어렸을 적 읽었던 어린왕자는 참 대단하게 느껴졌었던 기억이 난다. 가장 대단했던 건 어린왕자는 혼자서 무섭지 않았을까?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왜 경계를 하질 않는거야? 세상에는 좋은 사람만 있는건 아닌걸 어린왕자는 모르나봐 이런 자질구레한 생각만이 가득했던 그 시절에 읽었었다. 그때는 그저 모자로 보이는 그림에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말하는 작가를 이해할 수도 없었다. 이 사람이 모자를 그려놓고 거짓말치고 있네. 라는 생각도 물론 들었고, 다 읽고 어린왕자가 사그라졌다는 표현을 자신의 별로 갔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난 그걸 보고선 그게 죽은거지 무슨 별로 돌아갔다는거야.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고보면 어렸을 때부터 매우 비관적인 생각만을 해온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내 생각을 알기라도 하듯 작가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보아야한다'라고 일깨워준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길들여진다>는 의미를 나는 복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우는 조화롭게 화합하며 사는 길을 제시해준다. 다들 살면서 멘토가 있기 마련인데, 어린왕자에겐 여우가 멘토였으리라.

 

살기에 각박한 이 현실에 어린왕자는 봄비같은 촉촉함과 함께 입 안의 사탕같은 달콤함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난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을 이제 와서 다시 읽기 싫은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그때의 어린왕자만을 계속 가꿔 나가고 싶다는 조금은 황당한 핑계를 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때 읽었을 때와 지금 읽었을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내가 십년 후,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또 얼마나 다른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올런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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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3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3
EBS 지식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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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를 떠올리면 난 언어,수학,외국어, 사회, 과학 등등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대학을 위해 야심차게 발돋움을 해야하는 그 때 학교에 가면 자동적으로 틀어져 있던 것밖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궁금한게 있으면 인터넷을 찾아서 5분짜리 동영상들을 많이 봐왔었는데, 그게 EBS지식채널이었다니... 이럴 줄 알앗으면 EBS 좀 꼼꼼히 챙겨볼껄 그랬나보다. 고등학교 때 영향을 끼친 EBS는 항상 공부 위주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지금보니 참 유용하고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지식들이 총동원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season3인데, 분야마다 1,2,3,4,5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뿐이지 연관성은 없는 것 같다. 이 season3에선 국내,국외의 최신 이슈들을 우리에게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TOP 5

 

 

5. and you?

 

"언어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시간과 계절, 바다생물, 순록, 식용 식물, 수학, 풍경, 신화, 음악, 미지의 세계, 매일매일에 대해

수세기에 걸쳐 인간이 생각해온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p49)

 

내가 생각하는 언어라는 건 인간이 가진 것들 중 가장 귀한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언어를 지금 우리는 통신언어로 마구잡이로 쓰고 있는 것 같아서 때로는 그 언어가 그 본래의 의미를 상실해버리기도 한다. 비록 and you?에서 말하는 것은 이런 의미는 전혀 아니지만.. 매년 지구상의 언어가 10개씩 사라진다고 한다. 그런 점을 볼 때 강구해 낸 것이 '에스페란토'라는 전 세계 공용어라는데, 그것도 사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 본래의 바탕이 되는 언어가 깔려있지싶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그것은 그저 변형된 거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데, 그 생각은 비단 나뿐만인 것일까? 난 이 분야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어서 할말이 없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문제 중 하나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4. 대부분이 우울했던 소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개성이 강한 사람은 늘 그렇게 집단으로부터 괴물 취급을 받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다."

- 팀 버튼 (p67)

 

개성이 강한 사람들을 볼 때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평범하게 사는 것이 제일이고 그것처럼 어려운 것도 없다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주체가 되어 세상을 깨우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우리가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유희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3. 버튼을 누르지 않은 이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인성이 아무리 정의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그 시민들이 만약 옳지 않은 권위의 지배를 받게 된다면

그들 역시 인간의 야만성과 비인간적인 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p135)

 

평범한 사람들이 왜 그런 끔찍한 대량학살을 저지르는지 알고싶다는 밀그램의 말처럼 나 역시도 알고 싶었다. 이 부분을 보며 이번 촛불시위를 생각한 건 비단 나뿐일까? 군인들은 분명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 군인들을 마구 싸잡아서 욕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이 부분을 읽고 나면 '권위에 대한 복종'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2. 그르바비차

 

"엄마, 난 아빠 어디를 닮았어?"

"넌 나를 닮았단다." (p215)

 

그르바비차,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접해본 곳이다. 그런 곳에서 이런 끔찍한 일들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믿기가 힘들었다. 읽고 나면 참 멍해진다.사람이 사람을 상대로 어떻게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인지. 이것도 '권위에 대한 복종'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난 머릿 속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아직도 혼란스러운 머릿 속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모르겠다.

 

 

 

1. 17년 후

 


"여러분, 아무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는데 저 자신도 아이들과 함께 쇠고기를 먹을 겁니다.

아무것도 염려할 것이 없으니까요. 이래도 믿지 못하시겠습니까?"(p250)
17년 후 친구의 딸이었던 엘리바베스 스미스가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하는 걸 지켜보게 된다.(p254)

 

난 이 영상을 한창 쇠고기 수입으로 여론이 떠들썩할 때 봤었다. 지금 봐도 정말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민을 대변하는 그 나라의 총 책임자로 앉혀놓은거지, 지 멋대로 하라고 앉혀논 자리는 아닐터인데.. 난 이대통령이 뭘 잘하고 잘못했는지 세세하게 아는 것은 없지만, 08년 30개월된 미국 쇠고기 수입을 전면 허용했다는 것을 듣고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국민들이 두 손 두 발 다 들고 촛불시위까지 하며 그렇게 반대했는데 이대통령은 안들리는 듯이 귀를 꽁꽁 닫아버렸다.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결국 뜻대로 밀어부친 이대통령. 이러다가 인간광우병이 하나 둘 속출하면 그제서야 자기 잘못을 깨달을 건가 보다. 뭐 사실 아직 피부에 확연히 와닿지도 않지만, 그런 일의 가능성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위험이 노출된 이 나라에서 살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내걸은 이대통령. 아... 도대체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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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대한민국의 성장통 - 혼돈의 대한민국을 향한 공병호 박사의 통찰과 해법
공병호 지음 / 해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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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이맘 때쯤 공병호씨의 '에스프레소, 그 행복한 사치'라는 책을 읽었었다. 사실 그때는 공병호씨가 경제학박사라는 것을 이 책에 관심을 두고 작가의 연혁을 살펴보던 그 때 처음 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참 무관심했었다. 그 때 읽었던 '에스프레소, 그 행복한 사치'라는 책은 경제관련 책과는 거리가 먼 항상 똑같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지침서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항상 경제관련 책을 쓰는 사람들은 어느 한 쪽에 치우쳐져서 자신이 서 있는 그 곳을 옹호하기 마련인데, 공병호 박사는 대체적으로 중립적입장에서 잘 대변해준 것 같다. 하지만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려는 모습이 몇군데에서는 좀 흐트러지는 모습도 보이면서 인간 공병호를 본 것만 같아서 어렵지않고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대한민국의 성장통'이라는 이 책은 각 1,2부로 나누어져 있다. 이 두껍지도 않은 책에 왠 1,2부냐며 온갖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1부에는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사회·개인이 앓고 있는 성장통의 원인과 그 추이를 전망하고 있고 2부에서는 개인과 사회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 등이 나와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성장통'이라는 글을 보았을 때 제일 먼저 '취업난'을 떠올렸다.

나는 대학교에 처음 입학 했을 땐 그저 나중에 좋은 곳에 취업해야지, 라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07년에 세종건설이 부도났다는 기사가 뜨면서 건설회사에서는 인재를 뽑기는 커녕,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난 건설은 전망이 없다며 08년에 바로 휴학을 했다. 2년 후에는 좀 나아질 거라는 신문을 보면서 '2년 후에는 좀 나아지겠지. 그래 그때까지만 조금만 참고 공부나 하면서 기다리자' 라며 생각했다. 그러나 건설부도업체가 08년엔 07년보다 80%이상 증가했다는 기사를 보며 '난 도대체 어디로 가야하는가' 하는 회의가 많이 들었었다. 사실 전공이 맞지 않았더라면 학교를 자퇴할 생각이었으나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학교를 복학했고 '우선 졸업이나 하자'라는 생각으로 나름대로 충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다. 하지만 졸업이 점점 다가옴에 따라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가 있을까? 나는 과연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는 해답을 찾지 못한 채 그저 방황만 했고, 그러다가 졸업하기 마지막 학기에 교수님의 추천으로 들어간 그 곳은 인건비를 더 이상 버리고 싶지 않다는 욕심때문이었는지 있는 사람들을 기계처럼 돌려댔다. 사실 그때만 해도 취업한게 정말 복이다 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나 역시 일하면서 내가 왜 학교까지 나와서 이런 곳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건지 납득이 안될 때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내 생각을 꿰뚫어보았는지 공병호는 예시를 하나 들어가며 말한다. 대졸 구직자의 급증은 자신의 실력보다 취업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은 젊은이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소위 말하는 스펙이 높지 않은 경우라서 그런진 몰라도 적어도 쾌적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기업들이 소위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공급자 입장이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젊은이들은 반짝일자리가 아닌 자신을 갈고 닦을 수 있는 그런 환경의 일자리를 찾고 싶은 것이다.

 

정말 웃긴 사례를 하나 들자면, 내가 졸업을 하기 위해 학교를 가기 전 날, 학교에서 '재직 증명서'라는 것을 떼오라는 문자가 왔다. 그래서 난 아무 생각없이 재직 증명서를 떼고 학교를 가서 조교오빠에게 이런게 왜 필요하냐며, 설마 내가 일하는 곳까지 찾아올꺼냐고 농담식으로 던져 물은 말이 있었다. 그러나 조교오빠에게서 들려온 말은 참 뜻밖이었다. 취업률 조사란다. 학교에서 나한테 취업에 대해 제대로 하나 던져준 것도 없으면서 취업률이라니?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순전히 내 힘으로 들어온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어떻게 학교에서 해준거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학교에서 나에게 해준 것이란 내가 돈을 주면 나에게 교육을 해주는 게 당연한 것이고, 그 보상으로 졸업장을 준 것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면서 생각난 것이 처음 대학교 들어갈 때 취업률 조사였다. 그 때 난 취업률이 높으면 학교에서 어느정도 보장을 해주는 줄 알았다. 나는 교수의신임을 얻어서 이곳저곳 현장 구경도 많이 하고 보잘데도 없었고 한달만에 갈아치운 회사였지만, 한번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했지. 하지만 학교에서 모두에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요근래 동생들에게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가 나온 학교는 취업률이 좋냐면서... 그럴 때마다 나는 대답한다. '다 자기하기 나름이야' 라고. 틀린 말 하나 없다. 정말 자기 하기 나름이다.

 

"우리는 초중고 12년과 대학 교육 총 16년의 시간을 사회인이 되기 위한 지식을 배우는 데 사용했다. 시간뿐이겠는가? 만만찮은 비용, 그 비용만큼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그런 준비를 끝마치고 사회에 나와보니 설 곳이 없다 …… 그런데 지금 이 사회와 국가는 20대에게, 더 나아가 지금껏 협조해 온 모두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16년을 참아가며 제도권 교육을 성실히 받아온 대부분의 청년들에게, 꼬박꼬박 한 해 1,000만 원 등록금을 갖다 바친 이들에게 이 사회와 국가는 무엇을 주고 있는가? 우리의 분노는 바로 이 공평하지 못한 거래에서 시작된다.(p109-110) <이승환-고 어라운드中>

이걸 보면서 '그래, 맞는 말이야.'라며 공감을 할 수도 있지만, 노력을 하면 얼마나 했다고 정부한테 그만큼을 요구할 수가 있어? 라며 뻔뻔한 생각도 든다. 공병호 박사는 청년실업문제에 대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은 불투명하다 라고 말하고 있다. 나 역시도 개인과 기업이 서로 자기 배만 채우자며 덤벼들면 어쩔 수 없이 지금 현 상황이 계속해서 유지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정답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내야 한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남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한국인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나와 남을 비교한다. 선택과 판단의 기준이 내가 아닌 남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p33) 우리가 취업이라는 틀 안에 갇혀 헤어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물론 좋은 직장에서 좋은 대접받으며 다니고 싶겠지만, 결코 현실은 자신의 바람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사람들은 좋은 대접이 아닌 자신의 실력을 대접받지 못해도 좋은 기업에 들어가길 원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런 곳이 있다면 당장 달려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그런 마음이 어디서 온다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다 비교프레임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대학교 때 공부하면서 내가 남들보다 잘나면 얼마나 잘나겠다고 이렇게 미친 듯이 공부를 해야하나 싶은 회의감이 자주 들었다. 그러나 누가 물어보면 알만한 기업에 들어가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그 욕심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누구는 얼마받고 일하는데 난 이게 뭐야? 라고 생각할 때도 많고, 억울할 때도 많지만 아직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보람을 찾고 경험을 쌓으며 나를 좀 더 갈고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건 세상을 상대로 내가 아직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에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떳떳하려면 얼마만큼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 알고 있기에 조금은 포기상태이기도 하다. 과연 그 떳떳한 날이 과연 오긴 올까? 그 날을 위해 오늘도 화이팅!!!!!!!!

 

 

그리고 또 하나 감동받은 구절을 말하자면 정치란 결국 감동을 만들어내는 일이고 국민들은 늘 새롭고 참신한 변화를 원한다.(p87) 라는 말이다.

현재의 대통령인 MB에게 고함치는 그 말들은 정말 오랫동안 간지러운 곳을 한번에 긁어줄 만큼 속시원한 말들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는 공병호 박사의 말도 일리가 있다. 아직 임기가 끝나려면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없는 한 2013년 2월까지니까 아직 3년이라는 기간이 더 남아있다. 아직은 더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다. 공병호가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변해서 써낸 이 책을 아직도 뜬구름잡기에 여념이 없는 이명박 정부나 국회의원들이 꼭 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공병호 박사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에 대해 꿰뚫어보면서 무서운 속도로 일침을 놓기도 하는 반면 희망도 함께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는 나라다. 그러려면 정부와 기업과 개인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데, 그 숙제를 풀려면 정부와 기업, 개인이 함께 각자 정해진 frame 안에서 노력해야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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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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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탐정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사와자키. 어느 날 사야카라는 여자아이의 유괴사건에 관련된 한 통의 의뢰전화. 그 의뢰전화로 사와자키는 범인으로 오해를 받게 되고 곤경에 처한다. 그러다가 혐의를 받고 풀려나는데, 유괴범은 사와자키가 소녀의 몸값을 전달해주기를 요구하게 되고…. 하지만 사건은 그리 빠르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사와자키에게 중간에 다른 의뢰가 들어오기 때문인데, 그 의뢰인 즉슨, 의뢰인의 자녀들 중 범인이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것. 그 중 범인은 있을 것인가. 작가는 어떤 트릭으로 우리를 골탕먹일 것인가.

 

여기서 실종된 사야카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러나 소녀가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것쯤은 표지에서도 얼마든지 느낄 수 있지만, 책엔 표지보다 좀 미흡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 같다. 작가가 재즈피아니스트라고 해서 조금 더 섬세하게 파고 들어갈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고 소녀의 장례식장에서 언뜻 들려준게 전부이다. 독자에게 설명하기엔 좀 아쉬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복선이 너무 깔려있었기 때문인지 내가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때문인지, 충격적이라던 결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어느정도 예상했던 결말이다. 하지만 요즘같은 추리소설은 독자들의 뒤에서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와서 뒤통수를 제대로 때려맞추기 때문에 몇개의 추리소설을 읽었던 사람들이라면 결말에 많은 충격을 받지는 못할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출간한 그 당시엔 매우 신선한 소재가 됐음은 물론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1989년에 출간된 작품이라 그런지 이 책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휴대폰은 커녕 삐삐도 없는 것이 나에게도 이렇게 답답함을 전해주는데 그 시절의 탐정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꼬...

다른 서평들엔 시대를 느끼지 못할만큼 재밌다고 쓴 서평들이 많은데, 난 유괴범과 시간싸움을 하는 전반부분에 전화때문에 시간을 다 버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군더더기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그의 문장에 그 당시엔 나오키상 1위를 할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됐다.

 

난 사실 <하라 료>라는 작가를 이 작품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사와자키 두번째 시리즈인 것도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의 전작인 '그리고 밤을 되살아난다'를 읽었다면, 사와자키라는 인물의 스타일을 명확히 체크하고 그 작품에 깊이 파고들어갔을 수도 있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전작에서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선 사와자키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놓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전작을 먼저 읽으라고 하나보다. 그렇지만 꼭 전작을 읽지 않아도 사와자키는 전형적인 탐정모습을 한 고독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모습에 반해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소유자임을 금세 유추해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분이 있다면 전작인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먼저 읽길 권한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전작에서 벌어졌을짐한 사건들이 몇개 언급되기도 하고 과거의 인물들이 현재에서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추리소설의 묘미는 역시 작가의 손길을 거친 등장인물들의 발걸음을 좇아 범인을 유추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녀의 행방을 찾는 인물들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주인공인 사와자키의 발걸음만을 좇아 그의 행동 모든 것에 중점을 두었다. 나는 추리소설은 누군가의 발걸음에 동행하는 것보다는 관찰자 입장에서 지켜보며 그 재미를 느끼는 편인데,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돌아가는 이 작품이 조금은 아쉽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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