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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1
생 텍쥐페리 지음,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거야…."
이것은 다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매우 유명한 대목이다. <길들여진다>라는 의미를 이것보다 더욱 더 값지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난 어린왕자를 상대로 서평을 쓴다는 자체가 정말 쑥쓰럽고 민망하기 짝이 없다. 어렸을 적 읽었었던 어린왕자를 다시 손에 든 것은 어릴 적의 순수함을 기억하고 싶어서도 아니요, 내용을 잊어서 다시 읽기 위함도 아니다. 그저 손이 아름다울 것 같은 사람이 아름다운 어린왕자를 더 빛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 책을 언젠간 득템하리라 생각하며 다짐했었는데, 좋은 사람에게 선물을 받아 생각보다 빨리 읽게 되었다.
어렸을 적 읽었던 어린왕자는 참 대단하게 느껴졌었던 기억이 난다. 가장 대단했던 건 어린왕자는 혼자서 무섭지 않았을까? 나쁜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왜 경계를 하질 않는거야? 세상에는 좋은 사람만 있는건 아닌걸 어린왕자는 모르나봐 이런 자질구레한 생각만이 가득했던 그 시절에 읽었었다. 그때는 그저 모자로 보이는 그림에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말하는 작가를 이해할 수도 없었다. 이 사람이 모자를 그려놓고 거짓말치고 있네. 라는 생각도 물론 들었고, 다 읽고 어린왕자가 사그라졌다는 표현을 자신의 별로 갔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난 그걸 보고선 그게 죽은거지 무슨 별로 돌아갔다는거야.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고보면 어렸을 때부터 매우 비관적인 생각만을 해온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내 생각을 알기라도 하듯 작가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보아야한다'라고 일깨워준다.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길들여진다>는 의미를 나는 복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여우는 조화롭게 화합하며 사는 길을 제시해준다. 다들 살면서 멘토가 있기 마련인데, 어린왕자에겐 여우가 멘토였으리라.
살기에 각박한 이 현실에 어린왕자는 봄비같은 촉촉함과 함께 입 안의 사탕같은 달콤함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난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을 이제 와서 다시 읽기 싫은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그때의 어린왕자만을 계속 가꿔 나가고 싶다는 조금은 황당한 핑계를 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때 읽었을 때와 지금 읽었을 때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내가 십년 후, 이 책을 다시 읽게 된다면 또 얼마나 다른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올런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