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
박경희 지음, 김인옥 그림 / 고려문화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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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보고 사는 사람 아니, 자식이 전부인 사람. 자식을 위해 뭐든지 했고, 할 수 있으며, 해야만 했던 사람. 본인 입으로는 들어가는 것이 없더라도 자식이 잘 먹으면 그것으로 배부르다고 하는 사람, 자식이 아프면 밤을 꼬박 새우고, 자식이 웃으면 그것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믿는 사람. 나의 엄마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를 키워준 엄마에게 나는 지독히도 무뚝뚝한 딸년이다. 말 한 마디라도 정답게 한 적 없고, 이유없는 웃음을 살살 내비친 적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러면서도 세상 가장 부러운 건, 함께 쇼핑을 다니고, 여행을 다니는 엄마와 딸의 모습이다.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어릴때부터 일을 하는 엄마를 둔 까닭에 사소한 무엇을 하나 함께 하는 것조차도 내게는 그저 부러움의 대상으로 간직해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그 모든 것들이 마음에 켜켜이 쌓여 지금 엄마에게 하는 행동들 하나하나가 그렇게 인색할 수가 없다. 마음은 그게 아니면서 튀어나온다는 말들이 죄다 바람처럼 차다. 이를테면, 올해 쉰둘, 갱년기 증상을 읊으며 “갱년기인가봐.”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그 나이되면 다 그렇지, 뭐.” 라고 말하는 쌀쌀맞은 딸년인 동시에, 갱년기에 좋은 각종 호르몬제를 찾아보고 있기도 한 나는 어쩌면 지독히 모순적인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올해 나이 쉰둘, 갱년기에 접어든 엄마를 좀 더 이해하고 싶어서 집어든 책이기도 했다.

 

 

 

 

 

 

 

책에는 50대가 되면 보편적으로 이렇더라 저렇더라가 아닌, 저자가 본인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풀어놓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다. 저자는 폐경을 인정하고, 퇴직한 남편과 함께 살며, 새로운 취미를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가족인 손주가 생기기도 한다. 유언장, 묘비명을 미리 써보기도 하고, 부부애와 우정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중년에 피해야 할 꼴불견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저자는 본인의 이야기 외에도 흔히 있을 법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와 여러 영화와 책, 시도 접목시켜 공감을 이끌어내고 이해를 돕고 있기 때문에 ‘여자 나이 오십’이라는 책의 제목만 보고 지레 겁먹었던 젊은 이들에게 조금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에게는 ‘엄마를 이해하기 위한’이라는 타이틀이 있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아직 이십대 후반에 들어서는 내가 읽기에도 부담스럽거나 불편함, 또 그렇다고 거리감이 심하지도 않은걸 보면, 같은 ‘여자’라는 공통된 姓으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애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호프 스프링즈> , <죽어도 좋아> , <하비의 마지막 로맨스> , <마더> , <아무르> , <사랑한 후에 남겨진 것들> , <글로리아>

황지우 「늙어가는 아내에게」 , 최영철 「쑥국-아내에게」

앙드레 고르 「D에게 보낸 편지」 (이 책은 꼭 사서 읽어봐야겠다.)

 

 

 

 

 

 

 

 

책을 읽는 도중에도, 읽고 난 뒤에도, 책이 시사하는 바는, ‘여자’였다. 나이가 얼마든 그에 상관없이 여자는 여자, 그 뿐이었다. 나는 J군에게 “나는 당신에게 언제나 여자였으면 좋겠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아이를 낳아 기르거나 먼 훗날, 주름이 얼굴을 뒤덮는 순간에도 희망하는 바이기도 하다. 올해 나이 쉰둘, 정장바지보다 스키니진을 즐겨 입고, 구두보다 운동화를 즐겨 신는 엄마에게 “엄마, 이런 옷은 어때?” “싫어.” “왜? 집에 이런 비슷한 옷 있잖아.” “그건 나중에 입으려고 안 입었어. 그건 너무 나이 들어보이잖아.” “엄마 나이 사람들은 이런 옷 많이 입어. 엄마는 너무 엄마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옷을 입잖아.” 생각해보니 엄마는 엄마가 말하는 소위 ‘나이 들어 보이는 옷’을 입으면 정말 안 어울린다. 그냥 보이는 것에 치중하는 내 욕심이었지. 나의 엄마 역시도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이고, 누구보다 엄마 스타일을 잘 아는 사람도 엄마일텐데, ‘엄마 나이가 있으니까.’라고 생각했던 못난 딸년,임을 자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만간 엄마에게 예쁜 스키니진을 하나 사드리고 그 위에 이 책,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를 함께 넣으면서 엄마의 생기 가득한 오십대의 청춘을 응원해야지.

 

 

 

 

 

 

 

 

오타 p172 , 16째줄 : 갸녀린 ▶▶▶ 가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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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 일상처럼 생생하고, 소설처럼 흥미로운 500일 세계체류기!
정태현 지음, 양은혜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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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의 가슴속엔 자신만의 안나푸르나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나만의 안나푸르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곳으로 가려는 내 발목을 붙들고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내가 피하려고 했던 위험들은 무엇일까? 성공, 이 한마디를 뺀다면 내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안전한 삶이 아닌,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 알 수 없었다. 나는 길을 잃었다. _p22

 

 

여행은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하기에 둘 중 어떤 것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실행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학생일 때 여행을 하려고 하니 돈이 부족했고, 직장인이 되어 돈을 벌어서 여행을 하려고 하니,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거들떠보지도 않던 여행서적을 부러 찾아보며 대리만족을 하기도 했지만, 그 중에는 마치 미션클리어하듯 꽝꽝꽝! “나 여기여기 다녀왔어요~”하는 식도 많아서 중간에 덮은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신기하지. 어디를 여행했는지도 모르고 그저 읽기 위해 들었던 책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 그런 이야기 말고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는 없습니까?” 업무상 만나는 사람과의 자리에서 브라질 GDP는 어쩌고, 중국 시장 상황은 저쩌고 하며 금융에 대한 이야깃거리만 떠들어대는 가 받은 질문이다. 그런데 저자, 웃기다. 그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주겠다고 시작한 것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것이 첫 번째였다. 다녀오면 괜찮은 이야깃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으로 출발했던 자전거여행. 하지만, 중도포기하고 만다.

 

그 누구도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저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며 앞으로 달릴 뿐이었다. 성공에는 천장이 존재하지 않았다. 채워질 수 없는 것, 어쩌면 그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인생에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p17

 

이유인즉슨, 자전거 여행에는 같은 은행에서 은퇴한 50대 중년 남성 세 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이 자전거를 타다가 중도에 넘어지고 만다. 하지만 앞서가던 두 명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20시간 안에 돌파라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넘어진 오랜 친구를 길 위에 버려두고 떠나버리기 때문. 그리고 는 회사에 사표를 낸다. 여행을 하기 위해. 하지만 그의 여행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다. 아내의 모국인 캐나다에 가기 위해 토론토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는데, 받을 수가 없게 되어버린 것! 까닭은 인종차별. 그는 과연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북극곰이 나타나면 어쩌지? (캐나다) 분명 98번의 숫자부터 팔 굽혀펴기를 했을걸? 허풍쟁이 잭 (미국) 관광가이드가 되기 위해 몇 년간 해야 하는 경찰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사람 (쿠바) 충분한 돈을 벌기 때문에 평일은 점심때만 문을 여는 레스토랑 (콜롬비아) 아직 여행을 끝마치치 못한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 (페루) 등산화를 닦아주는 어린 남매 / 죽음의 라이딩 (볼리비아) 자신을 볼 때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치과의사에서 광대가 되기로 결심한 타일러 (아르헨티나) 티켓 없이 지하철에 탑승하는 것도,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영화를 다운받는 것도, 무단횡단도, “안 돼!” (독일) 단순히 초코플라(마시는 푸딩)와 더치프라이가 암스테르담에 가는 목적이었던 오마르 (네덜란드) 요구르트를 먹기 위해 갔던 (불가리아) 채식주의자와의 대화1 (세르비아) 종교와 문화의 모자이크 (보스니아) 히피가 되어버린 4년 만에 만난 미카엘 (체코) 인종차별하는 네오나치 녀석들 (우크라이나) 마쿠에게 가장 소중한 것, 할머니의 토마토소스 (루마니아) 채식주의자와의 대화2 / 스고이, 굉장한 사나이 (터키) 열 살 파브레의 술, 아이에게 자신의 옷을 입히는 어른들을 꾸짖다 (조지아) 독서여행,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란) 외국인 노동자에게서 한국을 듣다 (오만) 사례금이 툭툭 기사들에게 주는 행복 (스리랑카) 거지가 모스크 앞에 있는 이유, 당신은 거지가 아닌가? / 친구의 의미 / 500명의 낙타몰이꾼 중 같은 낙타몰이꾼이 될 확률 / 노트북의 재탄생 (인도)

 

 

 

 

자네를 못 움직이게 한 것은 기차표가 아니라 자네가 세운 계획일세. 그 누구도 자네에게 그 계획을 강요한 적이 없네. 자넬 구속하는 건 바로 자네 자신일세.” _p32

 

책은 일반 여행서적과 마찬가지로 지역 혹은 나라를 설명하기보다, 본인의 여행목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통을 말하고, 그 소통들로 본인이 느꼈던 바를 독자들에게 전달시킨다. 물론 이해하는 건 독자의 몫이고. 여담으로, 저자가 그랬듯, J군의 친구 중 세계일주를 하기 위해 사표를 쓴 사람이 있다. 우리는 하지 못하는 일이라 멋지다, 정말 멋진 일이야!”라고 말하면서도, 내심 다녀오면 뭐하려고 하지?”하는 오지랖도 함께 드는 것도 사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응원해주는 것이 그 친구를 위한 것 같다. 저자는 여행을 마치기 전, 이미 본인이 지쳤음을 토로한다. 하지만 쉬이 여행을 끝낼 수가 없다. 어떻게 시작한 여행인데. 내가 회사에 사표까지 쓰고 온 여행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겠지. 그 여행을 끝내기란 참 힘들었을 듯한데, 그런 저자가 멋있고, 또 멋있다.

 

 

 

 

오타 p80 , 8째줄 : 하늘은 파랬고 구름은 하앴다. ▶▶▶하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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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3
김이설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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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이었던 환영에서 마치 물 속에서 버둥버둥치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여자를 꺼내주지도 않고 그저 바라만 보며 시니컬하게 살아봐.”라며, 바닥에서 질척거리며 악착스럽게 생을 살아내는 여자의 모습을 그려내었던 그녀. 김이설 작가, 오랜만. 반가워요.

 

 

 

선화, 양선화. 반지하방에 사는 여자, 모자를 쓰는 여자, 봄을 싫어하는 여자. 그리고, 상처를 품고 있는 여자. 그 여자의 직업은, 꽃집 아가씨. , 나는 꽃집 아가씨라는 단어가 왜 그리도 좋은 것인지. 때문에 더 애착이 가는 것인가. 생각해보니 내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애착이 가는 까닭이, 세상이 잡아주지 못한 그녀의 손을 어쩌면, 나는 잡아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허황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매일 보고, 매일 만지는 꽃이어서 그랬을까. 나는 내가 기거하는 곳에 꽃을 둘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다. 나에게 꽃은 팔아야 할 물건일 뿐이었다. 생계이며, 노동이었고 생산재였다. 낭만적인 선물이나, 마음을 전하는 표식, 욕망을 충족시키는 소비재가 아니었다. 남들에게는 당연한 소비재가 나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것. 나에게 꽃은 그런 의미였다.

이런 나에게 꽃을 건네다니. 이런 내가 꽃을 받다니. 게다가 나는 그 꽃을 보고 혼자 비실거리고 있지 않은가. 영흠은 내가 이럴 줄 알고 있었을까.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영흠이 바란 건 바로 이런 내 모습일 거란 생각까지 들었다. 말도 안 되는 공상이었지만 생각이 뻗어나가는 대로, 생각이 제 마음대로 활개치도록 내버려두었다. 왜냐하면 이런 감정의 흐름을, 나는 처음 목도하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p90

 

병준은 운명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나는 학습된 기억이라고 생각했다. 상처를 가진 것들은 상처를 겪은 것들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들에게 배인 특유의 냄새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몸이 배인 상처가 곪고, 물러터진 후에 딱지로 내려앉아, 거친 흉터로 남기까지의 세월이 만든 냄새였던 탓이었다. 그것을 알아내는 감각은 직관적으로 발생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경험으로 훈련되어 발달된 감각이었다. p91

 

 

 

150cm도 채 자라지 못한 키를 가진 병준. 본인 스스로 허물이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신체적 구조인데, 허물이 아니라고 말하는 그와 관계를 더 이상 이어갈 수가 없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는 그 때문에 적어도 사회로부터, 또 가족으로부터, 외면을 받지는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친할머니에게서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고, 엄마의 정원에서도 쫓겨난 적도 있던 여자에게는 그것이 허물이다. 그런 여자 앞에, 올 때마다 목덜미의 흉터가 아물었는지 먼저 찾아보게 되는 남자, 영흠이 손님으로 찾아온다. 매번 전 부인에게 꽃을 보내는 그 남자. 어느 날, 그 남자로부터 수국을 선물,받는다. 그 꽃은 반지하방에 놓인다.

 

 

 

 

 

 

그 여자 선화는, 신경숙 작가의 바이올렛의 산과 많이 닮아있었다. 이야기의 끝에서, 산과 함께 나의 예쁜 꽃동산에 묻어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덜컥 겁이 났더랬다. 그래서 짤막한 이야기의 끝을 향해 자신있게 내달리지 못했다. 이보다 예쁘게 결말을 낼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유해진다. , 다행이다. 당신은 책의 마지막에서, 이제 막 피어나려는 붉은 꽃을 한 송이 볼 수 있겠다. 그 이름, 선화꽃. -, 안 되겠다. 이 책은 조만간 필사를 해야지.

 

 

 

 

 

꽃은 먹거나 입지 못하는, 지극히 비생산적인 소비재였다. 그저 보는 것이 쓸모의 전부였다. 그러나 꽃을 주고받는 의미는 개인의 욕망을 직접적으로 충족하기에 가장 최적의 재화였다. 꽃을 선물하고, 꽃을 받는 주체의 심리적 만족감은 금전으로 치환할 수 없었다. p10

 

 

붉은 새살로 뒤덮인 것이지만 분명 표면은 얼룩덜룩할 것이었다. 딱지가 떨어져도 원래와 다른 자국이 남을 터였다. 상처란 그렇게 분명한 표식으로 그 흔적을 남기는 법이었다. p18

 

 

매일 조금씩 해가 길어지고, 공기가 따뜻해지고 있었다. 내가 싫어하는 계절인 봄이었다. 긴 겨울이 지나면 봄햇빛처럼 일상이 화사해질 것 같지만, 결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괜한 헛된 희망을 품게 되는, 그저 허망하기 짝이 없는 계절이 바로 봄이었다. 얇은 옷으로 갈아입고 꽃을 찾지만, 달콤한 초콜릿과 사탕을 유난하게 주고받으며 사랑을 확인하지만, 그저 매년 반복되는 계절 중에 하나일 뿐이었다. p60

 

꽃 만지는 손은 차가울수록 좋다. 처음 꽃을 잡았던 날, 내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가 했던 말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적격일 터였다. 계절에 상관없이, 늘 얼음장처럼 차가운 손은 꽃 일을 하기에는 좋았지만, 누군가의 손을 잡기에 좋은 손은 아니었다. 영흠의 손은 나보다 더 차가웠다. 병준의 손은 언제나 뜨거웠고 땀이 많아 축축했다. 나는 내 손을 내려다봤다. 뭉특하게 짧은 손톱, 여기저기 잔 상처가 가득한 손가락, 거기에 손등은 벌겋게 터 있었다. p66

 

 

 

 

 

 

오타 p35 6째줄 : 왜 나한테생떼야! ▶▶▶ 왜 나한테 생떼야!

 

p44 6째줄 : 말도 안 되요! ▶▶▶ 말도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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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누구나의 사랑 - 미치도록 깊이 진심으로
아이리 지음, 이지수 옮김 / 프롬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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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아직 낙엽이 떨어지려면 멀었지만, 왜 이렇게 차가운 바람이 쌔하니 주위를 감도는 것만 같은지, 오스스한 몸을 좀 더 웅크려본다. 사랑타령하기에 너무 좋은 가을. 그러니까 가을에는 사랑타령하는 책들을 읽어야만 한다. 꺄르르거리며 둘이 좋아죽는 이야기도 좋고, 한없이 늘어뜨리며징징거리는 이별이야기도 좋다. 책은, 시각적 효과와 청취적 효과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기도 하니까, 그래서 좋은 거다. 내 사랑이야기만큼이나 재밌는 것이 남들 사랑이야기지 않은가. 바야흐로, 내 본격적인 사랑타령이 시작되려는 가을이다.

 

 

 

좋아한다라는 감정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좋아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순종하는 것이고

좋아한다는 것은 오직 그로 인해 마음이 따듯해지는 것이며

좋아한다는 것은 같은 얘기도 그가 얘기해야 재밌는 것이다.

그 사람이 있기 때문에 내가 더 강해지고

그 사람만 기억하는 내 모습이 있고

그 사람만이 나를 온전히 받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를 좋아한다. _p93

 

 

 

 

 

 

 

 

 

사람과 사람이 만나 그 사이에 끈끈한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 그것이 한 쪽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배려로만 만들어진 관계라면, 가열된 물을 차가운 유리컵에 붓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개인적으로, 사랑이라는 것은 하면 할수록 이전보다 나도 모르게 좀 더 성숙한 사랑을 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물론,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게 가장 크지만, 어쨌든 이후에는 조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이니까.

 

 

 

 

 

 

 

책은 각기 다른 연인들의 사연들을 제 3자가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실려 있었고, 그 이야기는 각자에 맞는 색을 지녔다.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는 이별을 하고, 누군가는 아직 옛 사랑을 잊지 못하고,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그 사랑의 이야기는 돌고 돌아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되고, 또 당신의 이야기가 되어 당신의 마음 언저리에 남아있던 사랑이 남긴 상흔을 어루만져줄 게다. 가을, 당신의 이야기를 만나보라.

 

 

> 밑줄

 

모든 사람이 나를 받아줄 필요는 없다. 오직 당신이 좋아하고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만 괜찮으면 그만이다. 그러니 나를 받아 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당신, 내게 와 주어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_p93

 

 

사실 내가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매일 밤 그의 곁에서 잠들 수 있다면 족하다. 사람의 습관이라는 것이 이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구나. _p111

 

 

서로를 이해한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났다고 해서 더 오래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전혀 다른 두 사람이 만나도 평화롭게 공존할 합의점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_p126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때 날씨는 어때?’등의 의미 없는 말을 대신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말 속에는 잘 지내니?’, ‘행복하니?’, ‘너도 나를 좋아하니?’, ‘내가 고백하면 너도 내 마음을 받아 주겠니?’ 등 그 사람이 당신에게 묻고 싶은 진짜 질문들이 숨어 있답니다

.” _p185

 

 

우리는 현재 주어진 행복을 보지 못한 채 손에 넣지 못한 불확실한 그 무언가 때문에 계속 먼 곳만 바라본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확실히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행복을 놓치지 않게 꼭 붙들고 있는 것이다. 사랑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그 언젠가를 위해 애쓰지 말고, 사랑할 수 있는 지금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 _p231

 

 

 

오타

_p180 2째줄 : 하지만 결말은 모두의 예상을 빚나갔다. ▶▶▶ 빗나갔다.

 

_p183 12째줄 : 마음 속에 품은 다른 사람을 얘기했디. ▶▶▶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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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하루 그림 - 그림으로 문을 여는 오늘, 그림 한 점의 위로와 격려
선동기 지음 / 아트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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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서관을 갔다. 사무실 앞 도서관은, 얼른 사무실에 들어가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조급함을 주는 동시에 책 속에 파묻혀있다는 기분 좋은 위안을 주는 까닭에 꼭 책을 빌리는 것이 아니더라도 몇 번이고 찾아가곤 하는 곳이다. 그 도서관에서는 나만의 책을 대출하는 방식이 있었는데, 한 책장에 있는 책을 한 번 주욱 훑어보고 그 다음 책장으로 넘어가는 것. 그 날은 그런 날이었다. 그 다음 책장에는 그림책,이 즐비하게 있었다.

 

 

 

나에게 그림, 이라는 거. 그림을 어지간히 못 그리는 까닭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에 대한 동경도 크지만, 결과물인 그림 자체에 대한 동경이 대단하다. 그 동경의 시작에서 변함없는 첫 번째는 개인적으로 입이 마르게 칭송하는 화가 르누아르의 작품을 보았을 때부터였고, 두 번째는 이주은 작가의 당신도, 그림처럼을 보고 난 뒤였다. 나는 그림을 좋아하면서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던 것이 타인들에게 겉으로 보여지는 허세 부린다는 말이 두려워서도 있었지만, 정말 말 그대로 그림을 구경하는 것만 좋아하지, 제대로 볼 줄을 모르는 까닭이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그 그림이 전부일 수도 있다는 점, 그것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었다.

 

 

 

오랜만에 그림이 가득한 책을 보고 있으려니, 전에는 그림 하나를 재미있게 설명해놓은 글을 보며 마음의 안정을 얻었던 때도 많았었는데... 라며, 뭐가 그렇게 바쁘다고 멀리 했나. 생각한다. 책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그에 따라 맞는 그림과 글이 있었다. 단순하게는 그림만을 보고 추리한 것도 있었지만, 심도있게는 그 그림에 담겼을 역사를 만나 볼 수 있기도 했다. 정신없는 업무시간 중의 점심시간, 퇴근하고 집에 와서 자기 전에 짬이 나는 대로 그때그때에 읽으면서 참 좋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 책을 다 읽은 후에야 알았지만, 일전에 그림에 관심이 생겼을 때부터 이웃추가를 했었던 레스까페님의 책이었다. 왜 몰랐지? 그러면서 레스까페님도 내 블로그에 자주 방문해서 일상 포스팅에도 덧글도 달아주시기도 했었는데, 이웃이 모조리 날아가는 봉변을 겪은 이후 내가 다시 이웃추가를 못했다며.. - 다음은 눈에 오랫동안 담아두었던 그림들. 저작권이 문제가 되진 않겠지? 올리고 싶은 그림 중 해리 허먼 로즈랜드 - 가장 높은 경매가를 부른 사람에게로는 저작권이 문제가 될 염려가 있어서 올리지는 않지만, 마음이 먹먹해지는 그림이니 찾아서 보는 것을 살짝 권장해본다.

 

 

 

 

엘리자베스 너스, 모성애

 

 

 

브렌데 킬데, 가을 날 숲의 오솔길

 

 

 

 

조지 엘가 힉스, 여인의 사명, 남자의 동반자

 

 

조지 히치콕, 노란 한련화

(당시 일에 지쳐 퇴근하고 싶다를 앵무새처럼 반복할 때,

보자마자 마음이 뻥 뚫리던,

정말 한참을 쳐다보게 만드는 :)

 

 

 

 

로버트 윌리엄 보노, 플랑드르 벌판에서

(이 그림 너무너무 예쁜데, 사실 알고 보면 참 슬픈 그림.)

 

 

 

루이스 찰스 몰러, 꽃다발

(이걸 보며 J군과 한참을 웃었다. 이게, 내 50년 후의 모습일까? 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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