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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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뇌교육이라는 것은 굉장히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북한이라는 나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내게 학교는 나보다 못 사는 나의 형제자매가 사는 곳, 이라고 알려주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도와주며 함께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러려면 통일이 되어야 했고, 그렇게 나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통일을 바라는 어린이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통일 포스터를 잘 그리면 상을 주던 시대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위화감마저 든다. 낙태에 대한 찬반, 안락사에 대한 찬반,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처럼 통일에 대한 찬반도 또렷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세뇌교육을 당하는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같은 생각이었을까, 하는 것이 첫 번째요. , 우리는 통일을 그렇게 바랐는데, 과연 북한 어린이들도 우리와 같은 교육을 받았을까, 하는 것이 두 번째다. 지금은 통계상으로 통일에 대한 찬반이 어떤 현황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어릴 적, 통일 포스터로 무엇을 그릴까 고민하고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다채로운 크레파스로 예쁘게 색칠하던 어린이었던 나는,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가득 찬 성인으로 성장했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2016, 우리는 북한의 도발이 낯설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 이때에 장강명 작가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 출간되었고, 그 책은 통일이 된다면이라는 가정 하에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북한의 김씨 왕조가 붕괴되었다. 하지만 남한은 휴전선을 그대로 유지하고 이름만 분계선으로 바꾸었고, 비무장지대도 그대로 두었으며, 철조망도 지뢰도 제거하지 않았다. 북한은 김씨 왕조의 서류를 전부 불태워버렸고, 스스로 통일과도정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남한 정부와 북한 인민은 우리를 도와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어설픈 일 처리는 눈 감아 줘야 한다.’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무정부 사회를 견제하기 위해 북한의 전역에는 UN평화유지군과 남한의 군인들이 파견되었다어느 곳이나 마찬가지로 북한에도 최태룡과 백상구가 두목인 두 조직이 지역을 장악하기 위한 대립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최태룡이 승리를 거머쥐며 다음 프로젝트인 눈호랑이 작전을 실행하려고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나타난 눈썹 아래 흉터가 있는 남자가 자꾸만 거슬린다. ‘눈호랑이 작전은 어떤 작전이며, 그것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가끔은 한국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북한 문제에 제일 무관심한 사람들이 한국인들 같아요. 북한 문제에 일본이나 미국 언론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과 비교해보면 한국 사람들은 성의가 없어 보일 지경이에요. 왜 그러죠? 바로 옆에 있는 나라이고, 유일하게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잖아요. 한 세기 전까지 같은 나라 아니었나요? 통일에 대해 여론조사를 하면 아직 그래도 찬성 여론이 더 높지 않나요?”

질려버린 거죠. 옆집 사람이 매일 롱 대위님 집 대문에 칼을 꽂고 욕설을 퍼부으며 살해 협박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쇼. 그러기를 수십 년인데, 그 옆집 사람이 진짜로 심각한 위협이 된 적은 별로 없다고. 그렇다고 이사를 갈 수도 없고 그 옆집 사람을 이사를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사람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냥 지겨워지고,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일 자체가 싫어집니다. 짜증만 날 뿐이에요.

우리한테 북한이 그렇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2,3년에 한 번씩 북한은 핵실험을 벌이거나 미사일을 쏘거나 했어요. 아주 어렸을 때에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으르렁거리면 부모님이 집에 생수도 사고 라면도 사놨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옛날 일이에요. 그렇게 사놓고, 유통기한 지난 라면을 버리고, 다시 사고. 그러기를 수십 년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그냥 생수도 라면도 안 사게 된 거죠. 북한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신종 인플루엔자만큼 위험하지 않은 존재예요. 실제로 얼마나 위험이 되건 말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건 말건.”

“(……) 이번에는 이런 비유를 들어볼까요? 롱 대위님한테 형제자매가 여러 명 있다고 쳐요. 그런데 그 형제자매가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 아무도 없고, 다들 나가서 매일매일 대형사고를 치는 거예요. 누구는 음주운전을 하고, 누구는 사람을 때리고, 누구는 터무니없는 빚을 지고, 누구는 물건을 훔치고…….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 롱 대위님도 형제자매 소식은 더 듣고 싶지 않게 될 거예요. 마음에서 지워버리게 되는 거죠. 그 형제자매를 다 합해 놓은 게 북한이에요. 남한 사람들 대부분은 북한 소식은 듣고 싶지 않아 해요. 너무 지겹고, 감당이 안 되니까요. 하나님, 왜 저런 형제를 저에게 주셨나요, 그런 심정이에요.” (p225-227)

 

 

나는 이제는 끼적이는 글이든 서평이든 정치에 관해서는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다. 이리 마음을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저리 마음을 먹으면 달라지는 것을. 하지만 통일에 대해서만큼은 나는 싫다. 고 완강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던 통일에 대한 반대를 하나하나 열거하고 있자니, 그 모든 것은 내가 남한에 살고 있는 까닭이기 때문이었다. “네가 누나니까 동생한테 양보해.”는 진짜 내 동생이니까 가능했다.

그리고 나아가 (물론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은 아니지만) 내가 내 손으로 뽑을 수 있는 대통령을 뽑을 수 있는 나라에서도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세상이 전 세계에서 망신거리가 되었는데, 이제까지 세습 정권으로 이루어지던 그들과 우리가 융합이 될 수 있을 리가 없다. (책에서처럼 김씨 왕조가 붕괴된다면, 이미 세뇌되어 있는 그들이 폭동이나 반란을 일으킬 까닭이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김정은이 죽으면 다음 후계자는 누가 되나? 생각해보다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내가 우스워서 참혹했다.)

미개하다, 라는 단어를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싫어해서 사용한 적은 없지만, 사용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이 그들에게 적용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그들을 야만인이라고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국어사전에 등재된 그대로의 사회가 발전되지 않고 문화 수준이 낮은 상태말이다. 나는 북한이 남한에 흡수될 현상을 두고, 이는 단원고 특례입학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이야기하며 말을 끊으려 한다. (문장에 대한 이해는 자유) (논란이 된다면 삭제 예정이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떡하지.)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 물론, 내가 죽기 전까지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아니, 통일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게 맞는 거겠지만. 남한과 북한을 섞어놓으면 오색빛깔의 찬란함이 보일 것 같은 사람도 분명 있을 텐데, 난 그냥 예쁜 색깔들을 여러 가지로 섞어놓아 결국은 이도 저도 아닌 색깔만 상상이 된다. 선을 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라 적절한 지점까지만 선을 넘는 게 어렵다. (p352) 통일이 된다고 하여도 우리는 그 선이 그을리지는 않았는지, 끊어질 조짐이 보이는 것은 아닌지 수시로 점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색다른 장르를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하지만 결말은 다소 아쉽다. 원래 관심도 없었지만, 요즘 두 여자 때문에 나라가 난리가 나서 김정은 돼지가 뭘 하는지 묻혀서 나오지 않아서 불안하다. 나오면 역겹고, 안 나오면 불안하고. 이건 무슨 논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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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샨과 떠나는 중국어 유학길
정은선 지음 / 명지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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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고등학생의 나는 제2외국어로 일본어/중국어 중 택일을 해야만 했다. 나는 그때에 일본과 중국에 대한 반발심을 가졌던 고등학생이었으므로(혹은 고지식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는), 선생님과 상담할 때에 나의 의사를 양껏 표현하여 제2외국어가 아닌 다른 수업을 개별적으로 들었었다. (이를 두고 남편 J는 선생님은 널 포기한 거야. 라고 말했다. 엥. 아니야, 내 의사를 존중해준 거겠지! 하고 믿고 싶다. 하하.) 그때보다 덜하지만, 여전히 일본과 중국에 대한 반발심은 남아있는 상태이고, 여전히 그 언어권만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있는 내가, 이 책을 손에 쥐게 된 경위는 순전히 남동생 때문이다.



어느 날 동생이 중국어가 재미있다고 했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하더니, 회화가 가능해졌다고 하고, 또 실제 중국인과 펜팔을 주고받을 만큼 어휘에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동생은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알았던 상태도 아니며, 그렇다고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그저 중국인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환경에 있다는 것 외에는 중국어와 밀접한 관련이 전혀 없던 아이였다. (사실 일 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가능한가 싶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환경과 생활이 한 인간에게 어떤 전환점이 될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동생은 요즘 생각이 많은 것 같다. 또 공부를 조금 더 해서 내년에는 중국으로 혼자 배낭여행을 다녀온다고 결심하기도 했다. 이건 순전히 내 욕심이지만, 나는 이를 기회 삼아 유학을 갔으면 하는 생각도 살짝 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남편 J는 일명 헬리콥터맘처럼 굴지 말라. 고 충고했다.) 유학이라고 한다면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아니 실은 거창한 건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비록 시간을 허비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실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동생에게 생각할 기회 정도는 마련해주고 싶어서 중국 혹은 중국어에 관한 서적을 찾는데, 내가 이쪽 방면으로는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찾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에 『샨샨과 떠나는 중국어 유학길』을 접해볼 수 있었다.

 

 

 

 

 

 

원래 나는 교재를 분석하는 일에 무척이나 서툴렀지만, 몇 주 전 과제로 했던 한국어 교재 분석을 통해 이미 단련된 사람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열심히 교재 분석을 해보았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차례에는 출국, 기숙사 입실 수속, 핸드폰 번호 만들기, 첫 수업시간, 은행카드 만들기, 친구 사귀기, 타오바오, 쇼핑, 식당, 기차표 구매, 고민 상담, 기숙사 수리, 드라마, 대리 구매, 설날, 이력서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이는 책에서 “나 유학가요~” 라고 말하지 않더라도 “아! 유학의 목적으로 책이 나온 거구나!” 하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교재 단원은 주제, 단어, 상황별 회화, 어휘의 확장, 관련기사, 샨샨이 들려주는 중국이야기(경험담)로 나누어져 있다. 교재 단원에서 보다시피 유학을 목적으로 나온 책이기 때문에 문법보다는 어휘 위주로 (특히 유학생활 어휘)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어를 공부할 때 애를 먹는 것이 한자 문화권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언어가 한자라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 한국어에는 없는 성조가 중국어에서는 빈번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는 명지출판사 홈페이지 (www.myoungji.co.kr) 자료실에서 mp3로 다운로드해 들을 수 있어서 더욱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중국어에 대해서는 문맹이라고 말해도 손색없는 나 같은 경우는 괜히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이었기 때문에 초급 중에서도 상 (어느 정도 문법, 어휘, 성조를 공부한 혹은 기초는 알고 있는) 정도의 학생이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동생에게 보내주려고 하는데, 동생은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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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토지 제1부 1 (보급판)
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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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청소년 토지』를 처음 만났다. 나는 그것을 꽤 빠른 시간에 읽어내렸던 기억이 난다. 스무 살이 넘은 이후에도 생각이 나서 그곳을 다시 찾아 1권부터 주르륵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나는 이십 대 후반인 작년에 토지를 본격적으로 읽어나가겠다며 토지 1부 1권을 홀딱 사버렸다. 마침 경상남도 하동에 있는 최참판댁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던 시기였다. 한꺼번에 모든 책을 사지 않은 것은 대출할 시에 권수에 제한이 있던 『청소년 토지』를 읽을 때처럼 그때그때 한 권씩 읽어가는 재미를 느끼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1부 2권에서 멈추어버렸다. 등장인물도, 그들의 성격도 다 알고 있으며, 어떤 상황인지도 다 알겠는데, 도무지 읽히지 않는 특유의 사투리가 나를 힘들게 했던 탓이었다. 토지』를 읽고자 했던 마음은 그렇게 사그라드는 듯했다.

만화 토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읽지 않은 것은 처음에 만화로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등장인물이 매우 많은데 그 묘사를 한 번에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런데 토지를 제대로 읽어나가지 못하는 나를 보며 괜한 자책감과 함께 만화 토지로 다시 한 번 시작을 해볼까? 하는 무모한 도전이 생겨버렸다. 만화가 시작되기 이전에 지금은 별세한 故 오세영 화백의 서문이 있었는데, 그 글을 읽자 선 하나하나에 애정과 깊이가 담겨있어서 호락호락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를 읽어나가다 보니, 역시나였다. 등장인물이 많으니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내 생각은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가. 17권 중 고작 1권만 보았을 뿐인데, 등장인물들은 똑같은 사람이 없었고, 각기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어서 이 사람이 누구지?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나? 하는 혼선이 생길 틈조차 없었다.

사실 나는 만화 토지를 아이들이 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만화로 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사투리도 원작의 표현을 최대한 따랐으며, 속담이나 관용구 표현은 * 표기로 본문 하단에 뜻풀이를 해두었다. 마로니에북스의 대하소설 토지를 읽을 당시에, 각주가 가장 뒷부분에 별첨 되어 있어 책 뒤를 수시로 들락거렸었던 부분이 불편했다면, 여기서는 그럴 것이 없어 좀 더 편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만화의 특성상 만화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어쩌면 오세영 화백이 살아계시다면 그렇지 않다고 펄쩍 뛸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머지 여백에 글을 써넣는 작업이기 때문에 들쑥날쑥한 자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었다.

만화 토지 1권에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는 별당아씨와 구천, 조준구의 등장이라고 볼 수 있으나,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는 바우할아범의 죽음, 용이와 월선, 강청댁의 질투, ​강포수 그리고 귀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귀녀는 2권에서 주요하게 치고 나오겠지만, 1권에서는 말 그대로 암시일 뿐, 이렇다 저렇다 할 만한 것이 없으니. ㅡ 나는 만화 토지를 읽고 나서 다시금 흥미가 돋아 이번 기회에 토지에 다시 불을 지펴볼까. 하고 있는 참이다. 헌데, 만화 토지부터 읽어야 하는지 대하소설 토지부터 읽어야 하는지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다.

 

 

오탈자

인물 계보에서 이용과 강청댁은 혈연관계(-)가 아닌 부부관계​(=)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P.112  *돈이 지랄 긴가 (본문 하단) ▶​ 돈이 자랄 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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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 안의 여자
윤정옥 지음 / 문이당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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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나가는 도중에 야트막한 한숨이 자주 새어져 나왔고, 신경질적으로 집어던지기도 몇 차례였다. 다 읽고 난 뒤에는 참았던 숨을 크게 몰아쉬며 책을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혼란스러웠고 정리가 되질 않아서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 읽은 책을 정리해보겠다고 책을 곁에 두고 한 번 더 훑었다.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무직이 된지 일 년이 된 남편 민규, 시장의 한 코너에서 토스트와 커피를 팔며 집안의 가장노릇을 하고 있는 아내 여강. 그리고 그들의 딸, 효림ㅡ.
여강은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은향(윤도엄마)이 내미는 ‘만 38세까지.’라고 적힌 광고지에 있는 구인광고를 보고 함께 면접을 보러 가게 된다. 면접관과 면접을 볼 당시, 어쩐지 좋은 예감이 들었는데, 불합격이라는 통지를 받았고 반면에 함께 면접을 보았던 은향은 합격이 되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후 여고 동창생들과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면접관이었던 세진과 조우하게 되고, 자신이 불합격이 된 이유를 듣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에 이끌려 이른바 ‘불륜’을 저지른다.

“연인 사이에, 혹은 부부 사이에 누군가 바람을 핀다면, 그건 바람을 피게 한 사람이 잘못한 거야.” 라는 어쩌면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모든 선택과 행동에는 책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그 책임을 아우를 수 있을 때에야 그 선택과 행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순간의 기분은 평생을 책임지지 못한다는 것. 이다.
까지 쓰다가, 이 내용들을 다 지워야 할까? 하고 잠시 생각했다. 이 책은, 육체적인 사랑보다 정신적인 사랑이 상위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내가 쓴 위의 말은 구겨진 채로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이 옳을 정도로 쓸모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두는 까닭은, 그 이유가 여강이 민규에게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세진에게서 사랑을 느꼈다고 한다면 어쩌면 내가 한 말과 부합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육체적인 사랑보다 정신적인 사랑이 상위에 있다는 것)만 담기에 그 외의 필요 없는 (혹은, 결론이 명확하지 않은) 나뭇가지들이 너무나도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수원 댁이 키우는 고양이(=영매)가 없어졌다 라든지, 키스방에 가고 싶은 장애인의 성욕에 대해 말하는 것이라든지, 여강의 불우했던 유년시절이라든지, 점집도사의 집적거림이라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노출되어있지 않았다. 이리 찔끔, 저리 찔끔하면서 툭툭 건드리기만 하는 것들.
유독 가장 깊고 넓게 다루었던 이야기는 세진의 ‘성’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성 불구에서 비롯된 ‘성도착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히틀러도 성 도착증을 보였으며 그것은 권력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고 짐작하며 작가 트라우들 융에의 책을 인용했다. 이 부분은 내가 이해를 잘 하지 못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굉장히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돌프 히틀러에 대해 내가 잘 알고 있는 독재자의 모습이 아닌 다른 측면을 보고 있자니, 이 책은 성도착증을 옹호하려는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며, 거부감이 일었다.

또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은 세진의 성불구를 여강이 지레짐작하며 자신이 그것을 치료해줄 목적으로 직접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는 부분이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성불구에 대해 작가가 쓴 이야기들은 흡사, 성불구에 대한 논문이라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어 집중을 하지 못했고, 이후 세진의 죽음으로 인해 유치장에 갇힌 여강이 민규에게 미안하다는 일언반구도 없이 “나가면, 이혼해 드릴게요.”라는 말을 보자마자 나는 신경질적으로 책을 집어던지고야 말았다. 하지만 민규는 그런 여강을 용서한다. 하지만 세진의 49제를 지내주고 싶어서 없는 살림에 은향에게 100만원을 꾸어서 49제를 지내주었다는 말은 또 뭐란 말인가. 정신과를 가서 상담을 받은 것도, 49제를 지내주는 것도, 물질적인 결핍을 가진 여성이 쉽게 무작정 할 수 있는 행동들이던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책이 굉장히 절망적이었다. 나와 맞는 부분이 단 하나도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불우했던 (혹은 사랑받지 못 했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여강이 혼자의 몸이 아니라 본인의 딸아이가 있었는데, 그녀는 딸아이에게 사랑을 주면서 키웠단 말인가? 그런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나의 유년시절이 불우했다고만 표현하지는 않는다. 다만, 부모님의 맞벌이로 약간의 트라우마가 생긴 것은 있다. 나는 그 기억으로 인해, 나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내가 유년시절 가졌던 그러한 생각들을 내 아이가 가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삶을 세밀하게 계획을 했다면, 여강은 ‘본인의 삶’만을 본 것이다. 이것이 과연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가능한 일인가? 하고 되묻게 된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무엇에 초점을 두고 읽었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책의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작가의 말을 보고도 찾아내지를 못 했다. 나는 여전히 이 책이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이렇게 서평을 써야 하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탈자 p.82 17째줄 은향은 속이 부글부글 끌어대는걸 참고 삭혔다. ▶ 끓어대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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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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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2번가 이누야마 집안의 가훈. 그곳의 세 자매. 아사코, 하루코, 이쿠코ㅡ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은 단연 아사코였다. 이 책에 대해 가장 먼저 쓰고 싶은 말은, 난 이 책이 무척이나 갑갑했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여성들의 삶을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요즘처럼 지위고하가 없는 시대도 드물진대, 이따금 마주치는 ‘남편=주인님‘의 개념을 보고 있노라면, 여전히 남성과 여성은 상·하위 개념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본 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을 아사코와 유키에를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어쩐지 아사코 쪽이 더 멍청하다고 생각이 든다.


에쿠니 가오리의 전반적인 작품들에 나와 있는 특성, ‘옆에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을 때 행복한 감정을 느낀다는 점’은 이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허나 그것은 기존의 작품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동안의 남편들(내가 매해 빼놓지 않고 읽는 『빨간 장화』에서도 역시.)이 ‘무관심’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이 스며들었다. 나는 그동안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적게 읽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이런 직접적인 폭력이 나온 것은 처음이어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 남편 구니카즈의 폭력은 결혼 2년 무렵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했다. 우리가 기함할 것은, 그녀는 현재 결혼 7년차다.




어쩌면 일반화된 오류일지는 모르지만, 주워듣기로는 일본남성은 지배하는 것을 좋아하고, 일본여성은 스스로 지배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책의 부분에서 상당히 우스웠던 것은, 구니카즈는 본인이 잘못한 것일까? 하며 생각하면서도 아사코의 미안하다.는 말에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흡사, 내가 며칠 전 행동주의이론 중 자극-반응과 같다.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아사코의 신체에 아무렇지 않게 손을 대고야 만다. 이것은 분명 더러운 합리화다. 당신이 미안하다고 했으니, 나는 이럴 권리가 있어. 하는.



물론 정말 목을 조르는 것일 리가 없다. 아사코는 늘,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꿈에서 개어난 것처럼 모든 것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 p.105


폭력은, 고작,의 이유였다. 고작, 음식이 맛있다는 말에 엄마에게 전수를 받은 요리라고 말한 것 (결혼한 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반찬을 장모님께 물어봐야 하냐.는 것이 그 새끼(단어가 억세지만)의 억지였다.)과, 고작, 자신의 컵이 빈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물을 따르지 못한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아사코의 반응이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아연한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타인이 보기엔 둘 다 똑같은) 유키에를 동정하여 유키에의 남편에게서 자유를 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본인은 유키에의 남편에 비해 ‘구니카즈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야.’ 라고 생각한다. 구니카즈도 구니카즈지만, 아사코 역시 얼마나 멍청하고 아둔한 여자인가. 그런 아사코를 바라보는 동생인 하루코나 이쿠코가 느끼는 답답함을 제3자인 나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사실 내가 가장 선망(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정도로)한 타입은 하루코였는데, 아사코에 묻혀서 하루코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던 것이 아쉽다. 개인적으로 하루코는 정말 대단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누군가를 사랑할 때, 없으면 못 살 것처럼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사랑하더니, 헤어짐 앞에서는 냉정한 자신을 되찾는 것 (물론, 그것은 실연이라는 힘듦이 따라오지 않을 수 없지만 그것을 겪는 모습까지도.)에 경각심까지 느껴졌다. 나는 그러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인 모습.이라는 생각에 부러움이 증폭됐다. 물론, 나는 기혼이라 저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테지만은. 하하.



* 아사코 욕을 실컷 하다 보니, 서평 자체가 난잡해졌네. 결코 이런 이야기를 쓰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암튼 요즘 에쿠니 가오리, 매력 있네. 아니, 한 해가 거듭할수록, 이해하지 못했고,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와서 반항심을 일으키는 것도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반짝반짝 빛나는』은 여전히 가까워지지 않지만.)




차와 집의 공통점. 실수하지 않는 한, 지켜준다.

기억은 냉동된 식품 같은 것이라고 아사코는 생각한다. 오래되기는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그냥 거기에 있다. 썩는 일도 성장하는 일도 없다. p.49

상실감은 그저 여기에 ‘있을’ 뿐이지, 그것에 얽매이거나 빠질 필요는 없다. p.270 

 

“구니카즈 씨, 이 세상에서 나를 다시 한 번 찾아줄래?”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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