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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토지 제1부 1 (보급판)
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청소년 토지』를 처음 만났다. 나는 그것을 꽤 빠른 시간에 읽어내렸던 기억이 난다. 스무 살이 넘은 이후에도 생각이 나서 그곳을 다시 찾아 1권부터 주르륵 읽어내려가기 시작했었다. 그래서 나는 이십 대 후반인 작년에 토지를 본격적으로 읽어나가겠다며 토지 1부 1권을 홀딱 사버렸다. 마침 경상남도 하동에 있는 최참판댁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던 시기였다. 한꺼번에 모든 책을 사지 않은 것은 대출할 시에 권수에 제한이 있던 『청소년 토지』를 읽을 때처럼 그때그때 한 권씩 읽어가는 재미를 느끼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1부 2권에서 멈추어버렸다. 등장인물도, 그들의 성격도 다 알고 있으며, 어떤 상황인지도 다 알겠는데, 도무지 읽히지 않는 특유의 사투리가 나를 힘들게 했던 탓이었다. 『토지』를 읽고자 했던 마음은 그렇게 사그라드는 듯했다.
만화 토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읽지 않은 것은 처음에 만화로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등장인물이 매우 많은데 그 묘사를 한 번에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런데 토지를 제대로 읽어나가지 못하는 나를 보며 괜한 자책감과 함께 만화 토지로 다시 한 번 시작을 해볼까? 하는 무모한 도전이 생겨버렸다. 만화가 시작되기 이전에 지금은 별세한 故 오세영 화백의 서문이 있었는데, 그 글을 읽자 선 하나하나에 애정과 깊이가 담겨있어서 호락호락하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를 읽어나가다 보니, 역시나였다. 등장인물이 많으니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내 생각은 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가. 17권 중 고작 1권만 보았을 뿐인데, 등장인물들은 똑같은 사람이 없었고, 각기 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어서 이 사람이 누구지?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나? 하는 혼선이 생길 틈조차 없었다.
사실 나는 만화 토지를 아이들이 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섣부른 판단이었다. 만화로 된 것이라고 할지라도 사투리도 원작의 표현을 최대한 따랐으며, 속담이나 관용구 표현은 * 표기로 본문 하단에 뜻풀이를 해두었다. 마로니에북스의 대하소설 토지를 읽을 당시에, 각주가 가장 뒷부분에 별첨 되어 있어 책 뒤를 수시로 들락거렸었던 부분이 불편했다면, 여기서는 그럴 것이 없어 좀 더 편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만화의 특성상 만화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어쩌면 오세영 화백이 살아계시다면 그렇지 않다고 펄쩍 뛸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머지 여백에 글을 써넣는 작업이기 때문에 들쑥날쑥한 자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었다.
만화 토지 1권에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는 별당아씨와 구천, 조준구의 등장이라고 볼 수 있으나, 미시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는 바우할아범의 죽음, 용이와 월선, 강청댁의 질투, 강포수 그리고 귀녀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귀녀는 2권에서 주요하게 치고 나오겠지만, 1권에서는 말 그대로 암시일 뿐, 이렇다 저렇다 할 만한 것이 없으니. ㅡ 나는 만화 토지를 읽고 나서 다시금 흥미가 돋아 이번 기회에 토지에 다시 불을 지펴볼까. 하고 있는 참이다. 헌데, 만화 토지부터 읽어야 하는지 대하소설 토지부터 읽어야 하는지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다.
오탈자
인물 계보에서 이용과 강청댁은 혈연관계(-)가 아닌 부부관계(=)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P.112 *돈이 지랄 긴가 (본문 하단) ▶ 돈이 자랄 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