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의미를 잊은 당신에게
모로토미 요시히코 지음, 신찬 옮김 / 올댓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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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기 싫다, 고 생각을 한 적은 있어도 일을 완벽하게 쉬고 싶다, 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내게 일이라는 것은, 본래 게으른 나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세상의 시계에 맞춰 살게 해주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외에도 내가 일을 하고 싶은, 또 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많지만 현재 나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몇 개월째 무직 상태이다. 일을 하지 않음의 상태를, 나는 견딜 수 없어서 사사로운 일거리를 모색했다. 하지만 그것은 지속되지 못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매 순간 들었기 때문에 (혹은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출근을 해서 퇴근을 하는 그 시간 동안에 정을 둘 수 있는 아늑함이 없었다. 그 헛헛한 마음은 누군가가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동안 차분하게 진정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사사로운 일거리도 잠시 버려둔 상태며, 이 기간을 “잠시 여름방학이야.” 라는 생각으로 쉬려고 하지만, 그 마음은 너무나도 쉽게 달아나버리고 만다. 일을 하지 않음과 동시에 삶의 안정성을 잃어버린 기분. 이걸 무엇에 빗대어야 할까. 나의 배우자는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면서 왜 제대로 쉬지를 못하냐면서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나의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내가 가장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은, 언제부터 일을 할 예정이니 그때까지는 마음놓고 쉬어야지. 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일하는 의미를 잊은 당신에게」라는 제목을 보곤, 현재의 내가 일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으니, 이 책을 읽으면 그게 극대화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내게 직장이 주어졌을 때, 나는 더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겠구나. 하여 이 책을 기대에 부푼 감정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 아뿔싸! 내가 생각했던 그런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의 서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빅터 프랭클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주장을 기초로 한 책임을 밝힌다. 이것이 이 책의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문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책에는 총 48개의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답변이라는 것은, 빅터 프랭클의 책에서 발췌한 것이나 프랭크의 글을 인용한 것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이 책에 가장 많은 문장은 단연, 프랭클은 ~라고 말합니다. 이었고, 내 시선에서 그것은 너무나도 불편했다. 급기야 무엇이 저자 모로토미 요시히코의 말이고 무엇이 프랭클의 말인지 가늠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프랭클 요약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반가운 것은, 아직 읽지 않은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정도.



예전에는 자기 계발서를 죽어라 읽지 않았다. 그것은 한낱 책 따위가 나를 변화시킬 리 만무하다는 생각에서 기초했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틀린 생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내가 (감정이) -할 때 찾는 책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부터였다. 그렇기에 한낱 책이라고 하더라도 내가 조금 더 열린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 혹은 아무런 생각 없이 책을 읽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내 머릿속에 들어와 언젠가는 나의 자양분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에세이와 자기계발, 인문서에도 조금씩 손을 뻗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 책을 읽는 그 당시에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흥미를 갖기도 하며 의지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 개의 질문과 답변을 읽으면서 날이 서버렸고, 그 상태를 유지한채로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 참 쉽다. 라는 생각을 했다. 말은 쉬워, 실천이 어렵지.



책에 자주 쓰여있는 것 중 하나는, 일의 가치는 업무의 크기와 관계없습니다. 라는 것이었다.


프랭클은 세계를 무대로 하는 일이든 작은 지역에 국한된 일이든 일의 가치는 그 활동 범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합니다.

지금 하는 일에 사명을 다하고 있는지, 주어진 일에 얼마나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는 게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프랭클이 강제수용소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쓴 다음 문장을 주의 깊게 읽어보기 바랍니다. (중략)



하지만 내 입장은 좀 다르다. (물론, 시도 때도 없이 모든 것에 불만을 품고 이직을 생각하는 것은 본인을 다시 돌아봐야 하겠지만,) 능력이 80인데 50의 능력을 발휘하라고 했을 때, 그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저자는 여기에서 강제수용소 이야기를 하면서 어디에서든 일의 가치를 찾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강제수용소에서 (어쩔 수 없이) 의미를 찾아야 했던 프랭클과 달리, 현대인에게는 무수히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잊기라도 한 걸까. 일의 가치가 업무의 크기와 관계가 없으니 일을 가치있게 생각하라는 프랭클의 말을 인용할 것이 아니라, 대표 혹은 상사와 타협 후 다른 부서로 간다든지 혹은 다른 업무를 배워본다든지 혹은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시도(업무에 관한 공부나 자기계발)를 하라는 편이 지금 세대에 맞는 현실적인 답변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일의 가치는 업무의 크기와 관계없으니 내가 하고 있는 업무에 만족해라. 라는 문장은, 현재에 만족하라는 말 같았는데,


지금 회사 사정이 절망적이라 이직할 때까지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게 과연 옳을까요?

환경 탓만 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는 태도는 자신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직장 생활에서 성공한 대다수는 아무리 절박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어떻게든 가능성을 찾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입니다.

성공의 기회는 그런 사람들의 몫입니다.


내가 발췌한 이 뒷부분의 문장들은 도대체 이 질문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난 잘 모르겠다. (내가 ... 이해도가 딸리나?)







이 책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것 중 하나.

어떻게 하면 ‘천직’을 만날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자기 바라보기는 그만둡시다. 당신을 기다리는 일이나 사람, 미래에, 그리고 당신이 실현해야 할 일에 집중합시다. 라고 답변을 달아놓았다.

이 답변은, 프랭클의 <의미를 향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인데, 프랭클은 아무리 자기 자신을 살펴봐도 ‘천직’을 찾을 수 없다고 조언합니다. 라면서, 천직은 자기 속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기다리거나 필요로 하는 일, 또는 사람에게 눈을 돌릴 때 찾을 수 있다고. 자기 밖의 세상으로 눈을 돌리면 당신을 기다리는 ‘뭔가’가 반드시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일이라는 것은, 마음속으로 열 번, 백 번, 천 번 생각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말 우연한 기회에 찾아오는 것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공감할 수 있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남동생에게 나 무슨 일하지? 뭐 먹고살지? 뭐 할까? 하는 물음에, 우선 어떤 것이든 좋으니 그 어떤 것이라도 해보라고 조언해준 적 있었다. 그것이 비록 내 일, 내 길이 아니었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삶의 경험으로 축적되어 나를 좀 더 성장하게 만드는 계기다 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었으니까. (물론 그 뒷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사회 초년생인 동생이 그러한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나 역시 그때 그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라고  지나고 나서 생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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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도 빛나는 밤에 - 고요한 시간을 채워줄 문장들
김효정.딱풀 지음 / 꿈의지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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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어린왕자>였다. 동화책이고, 다른 것보다 분량이 적으니까, 이 정도면 필사를 하기가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필사를 하고 있으려니 손가락에 박힌 굳은살이 아파지고, 손목도 아프고-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읽고 좋았던 책을 선택했어야 했는데, 판단 오류였던 것이다. 그 이후에는 내가 읽고 좋았던, 김이설 작가의 <선화>를 필사하기로 했다. 나는 그 책을 전부 다 필사를 하면서 생각했다. “적어도 내게 책 전체 필사는 매력적이지 않은 것 중 하나이고, 차라리 나는 좋았던 구절만을 필사하겠다.”라고. 그리고 내가 요즘 필사하는 책은,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와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쓰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숙제처럼 하는 것은 또 싫어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생각이 날 때마다 하나씩, 또 생각나면 하나씩, 그렇게 노트에 옮겨 쓰고 있다. (그걸 필사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해)

그리고 밤삼킨별의 <혼자라도 빛나는 밤에>의 표지를 보게 되었다. 나는 처음에 이게 산문집인 줄 알았는데 책 소개에 나와있는 속지를 보니 짧은 명언과 감성적인 사진을 수록한 필사책이었고, 이거라면 나도 숙제처럼 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었다.

 

책 제목은, <혼자라도 빛나는 밤에>였지만, 나는 잠시 여유가 생겨서 낮에 이 책을 붙들고 있었던 적이 많았다. 우유와 콜드브루를 진하게 섞은 커피를 한 입씩 마시면서 필사에 몰두했다. 처음 본 문장도 있었고, 눈으로 많이 보았지만 처음 써보는 문장도 있었다. 마음에 닿았으면 했지만 그대로 공중에 흩뿌려진 문장도 있었고, 도대체 이건 무슨 의미지, 하는 문장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하나하나 열심히 쓰고 있었다. 적어도, 필사가 숙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처음부터 하지 않고 마음에 와닿는 문장 먼저 해야지, 했다.

 

 

 

 

 

 

 

 


내가 가장 먼저 썼던 것.
내가 불신하는 것이지만, 항상 웃으면서 뒤통수를 치는 문장.
그래서 다행이다.

하지만,
타인이 직접적으로, 저 문장을 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 그냥 지나가는 것은 없으니까,
상처가 곪고 고름이 터지고 그리고 그 모양이 흉해질 때,
그때 비로소 우리는 알 수 있는 것이니까

 

 

 

 

 


낮이건, 밤이건- 생각이 날 때마다 한 문장씩 곱씹으며 문장을 적었다.
크게 위로를 받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기에 위로를 받았다거나 하는 부분도 적(少)었다.
단지, 글씨가 삐뚤빼뚤해서 이게 뭐야 낄낄 거리기도 하며,
어쩌면 여백이 있을 수도 있는, 혼자의 시간을 충실하게 채운 기분이 들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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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마리 씨, 우리 집 좀 정리해주세요 - 만화로 보는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곤도 마리에 지음, 우라모토 유코 그림,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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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가구가 다른 신혼부부에 비해 많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타인의 집과 비교해서 그랬던 것이었던 것이지, 우리 집은 결코 가구가 적은 편은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타인의 집에는 다 있는 식탁과 소파가 없다는 것, 그리고 아기용품이 없다는 것 말고는 있을 것은 다 있었다.
 
 
나는 생활물품을 살 때에, 많이는 아니지만 서너 달은 족히 쓸 만큼의 양을 쟁여두는 것을 좋아했다. 그야 첫 신혼집인 25평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생활물품을 쟁여두지 않게 된 것은 우리가 원하는 집 대신에 15평에 살아야 했을 때였다. 두려고 해도 둘 곳이 없다는 게 첫 번째 해요, 둬도 쓸 수 없게 돼버리는 것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들인 좋은 습관이, 우리 부부가 살기 딱 알맞은 19평에 와서 다시 볼쏙 생겨버렸다. 나는 집안에 어떤 물품을 몇 월 즈음에 사야 하는지 세세하게 꿰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처럼 서너 달은 아니어도, 두어 달 정도는 살 물품이 항상 구비되어있으면 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몇 개를 더 사면 저렴할 수밖에 없는) 금액적인 부분이고, 두 번째는 매번 사기가 귀찮다는 이유였다. 생활물품은 그렇게 혼자서 커트라인을 정해두었다.
 
 
언젠가, 미니멀 라이프를 해볼까?라고 말하는 내게 J우리 집에 더 이상 정리할 게 있어?”라고 되물었다. 조만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은 이사를 앞두고 있다. 번거롭기 때문에 이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사를 싫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집안의 물건을 정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집을 천천히 둘러보는데, 뭐가 이렇게 너저분하지? 하며 한숨이 폭 나왔다. 정리가 필요했다.

 

 

 

 

 

 

 

의뢰인은 치아키 씨, 정말 돼지 우릿간을 방불케했다. 세상에...
그래서 결국 정리를 도와줄 고마리 씨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고마리 씨는 정리를 하기 전에, 청소를 할 공간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어떤 생활을, 왜 그런 생활을 하고 싶은지.에서 치아키 씨가 꿈꾸는 행복의 형태가 보인다고.


치아키 씨는 깔끔하게 정돈된 옆집 남자의 집을 우연히 보게 되고, 집에서 맛있는 밥을 해 먹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된다.
고마리 씨의 끊임없는 “왜?”라는 질문에 치아키 씨는 집을 빌릴 때 사용하기 편한 주방이 있어서 좋아했던 기억을 회상하고,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일단 배를 채우고 보는/ 행위를 단절하고자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리기부터 시작할 것

 

 

 

 

하지만, 정리의 시작은 버리기가 아니라, 남길 물건을 선택할 것이었다.
남길 물건은 설렘이 기준이다. 그 물건을 만졌을 때, 설레는가 아닌가-

 

 

 

 

 

내가 가장 간과했던 것은, 이곳 먼저 청소하고, 저곳 청소해야지-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고마리 씨는 장소별이 아니라 물건별로 정리하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건이 많아서이고,
그 물건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리를 할 때에는 모든 물건을 다 꺼내기, 가 핵심!

 

 

 

 

 

 

 

내가 책을 비우려고 할 때에 들었던 생각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나는 내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해서 읽을 책만 책장에 꽂아두고 싶다는 욕심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려면,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팔거나, 나눔 한 책 중에서는 가지고 있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은 없지만, 그래도 한 번 읽어보고 팔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으니까. (대부분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하지만 책을 뒤적이지 않고 손만 대어 보고도 설렘을 느낄 수 있냐, 하는 기준은 나는 좀 애매모호했다. 그것이 맞을지언정, 기준이 모호하다면 당장은 나와 맞지 않는 부분까지 다 흡수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

 

 

 

내가 제일! 경계해야 하는 것. 나는 내 손에 들어온 물건을 쉬이 버리는 일이 별로 없다. 내가 입지 않으니까, 신지 않으니까, 읽지 않으니까, 바르지 않으니까 등등의 이유로 미련 없이 버리는 게 있는가 하면, 아직 쓸모가 있는데 버려야 하는 물건은 잘 버리지 않게 돼버린다는 것. 이를테면, 펜이라든지, 이면지들 (학교 교안) 같은 것 말이다.

1. : 잘 안 나오는 건 버리는 편인데, 잘 나오는데 버리기는 참 어렵다. 언젠가 쓸 거니까,라는 생각보다, 어쨌든 쓰기 위해 사온 혹은 가져온 어쨌든 내 손에 들어온 물건이고, 그게 아직 멀쩡한데 그렇게 버려도 되나? 싶은 마음. 하지만 또 쓰는 펜만 쓰다 보니, 잘 안 쓰게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결국 언젠가는 다 쓰고 마는 것들이기도 하다. 버리는 걸 좋아하는 나조차도 멈칫거리게 만드는 물건.

2. 메모장 혹은 이면지 : 나는 어디를 갈 때든 메모장을 가지고 다닌다. 그게 수첩이 됐든, 이면지가 됐든 상관이 없다. 어쨌든 쓸 공간이 있는 것이면 되는 것. 그러다 보니, 필요가 없어진 교안이나, 일전 회사에서 공부를 한다고 집으로 가져온 것들을 처분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가 된다. 쓰지 않는 게 아니다. 결국은 쓴다. 진짜 흥청망청. 그곳에 적는 건, 일일 계획, 주간 계획, 월간 계획, 내 생각 끼적이기, 책 읽으며 메모하기, 통화할 때 메모하기, 뭐 그런 것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써도 써도 계속 남아있는 이면지의 늪... 이사 갈 때는 다 버리고 가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였는데....!

 

 

 

결국 전부, 필요 없던 거였다는 말이 조금 비이성적으로 들렸다. 필요 없는 것. 필요 없는 것. 적어도 나는 고장 난 가전제품, 곰팡이가 핀 이불, 정체불명의 전기- 같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집에 무심코 있다는 사용기한이 지난 약?도 없는 우리 집인데... 그렇다면 그 외에는 뭐가 있을까. 눈에 보이는 곳에만 없을 뿐, 아마 우리 집에도 엄청나게 많을 것 같다.

+ 아. 선물을 받았는데 이미 죽어버린, 가죽도 너덜너덜한 시계 같은 건 어쩌지, 하고 방금 생각했다.


사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파일 다이어트가 가장 시급하다고 느꼈다. 필요 없는 사진이랄 것은 없겠지만, 우리 집의 모든 사진 파일은 원본인 RAW 파일까지 저장하기 때문에, 용량을 많이 잡아먹는다. 이 부분에 대해 J군에게 말했더니, “난 그대로 쓸 거야, 니 것이나 정리하세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네...... 알겠...)

 

 

 

 

 

책에는 티셔츠, 스커트, 속옷, 수건 등등 개는 법까지 친절하게 나와있고, 세로로 보관하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수건을 이제까지 차곡차곡 위로 쌓아두는 편이었는데, 책을 보고 실행해보았다. 이렇게 하니, 확실히 더 효율적이게 보인다. 차곡차곡 위로 쌓아두면 밑에 있는 수건은 내내 쓰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PS. 수건을 그레이로 통일하고 싶은 것은, 결혼 생활의 로망 중 하나지만, 소모품인 수건을 굳이 돈 들여서 살 필요가 있나, 그러면 기존에 쓰던 수건들은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수건은 또 자주 들어와서, 굳이 사게 되지를 않...게 된다는 점. 그래서 결론은, 까끌까끌한 수건들은 버릴 건 버리고 살 때 소량씩 사야겠다는 것. (소량씩 사면 비싸겠지만 어쩔 수 없지, 뭐....)

 

 

 

나름대로 잘 정리하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내가 정리하는 습관이 들여있지 않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순식간에 방이 더러워지는 건 시간문제고, 그게 점점 쌓이다 보면 나도 치아키 씨처럼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면 J가 나를 엄청나게... 구박하지 않을까. 원래 깔끔한 편이 아니어서, 친정에 있을 때에도 구박당하기 싫어서 정리하는 여자였는데)


만화책으로 되어있어서 얼마 안 되어 후루룩 보기는 했지만, 참 알차게 본 책이다. 물건을 잘 정리하다 보면, 내 삶의 정리도 한결 쉬워진다고 책에서 잘 설명해두었다. 글로 쓰자니 이게 뭐람? 싶지만, 읽어보면 긍정의 고개를 끄덕끄덕-거리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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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끝내는 독학 프랑스어 첫걸음 나혼자 끝내는 독학 첫걸음 시리즈
염찬희 지음 / 넥서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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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싶은 욕망이 일었다.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언어라는 것은 으레 그 나라를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언어를 배울지 고심했다. 어떤 언어라도 상관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어떤 언어라는 것은 대개 내가 거의 모르는 언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한국어라든지 영어라든지 같은 것은 자연스레 제외되는 셈이었다. 체코어, 헝가리어, 포르투갈어를 두고 고민을 했다. 하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언어이기 때문인지 교재를 찾는데만 시간을 허비하다가 종래는 포기하고야 말았다. 그러다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너무 우습게도 프랑스어였다. 프랑스어는 순위에도 없던 언어였는데, 어떤 언어라도 뭐라도 배워야겠다, 라고 마음먹은 때에 눈앞에 있는 것이 프랑스어였을 뿐이었다.


나는 프랑스라는 나라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건 좋아한다 싫어한다는 명확한 표현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프랑스라는 나라를 그리 좋아하지 않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이건 너무나도 하찮은 것이다. 리스본에서 포르투로 가는 기차에서 시끄럽게 떠들던 프랑스인들(평균 60세)이 정말 너무너무 시끄러워 정중하게 조금 조용히 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기차는 뚫려 있는 공간이 아니라 나도 어쩔 수 없는데?” 하며 비아냥거리는 대답을 했고, 오히려 더 시끄럽게 굴었다. 그들이 동양인을 비하해서 그런 것인지, 혹은 본인들의 잘난 우월주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때 느꼈던 것은, 프랑스어를 단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게 억울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보란 듯이 그들에게 프랑스어로 욕을 한 마디 날려주고 싶었는데. 뭐 그렇다고 내가 욕을 배우려고 프랑스어를 배우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억울할 터로 한 마디 정도는 구사해서 말을 하고 싶어서 배운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입을 좀 다물라고 하는 것. 그 정도만. 음. 배우겠다는 의도가 너무 불손한가.

 

 

 

 


책에는 CD가 있어서 교재에 대한 부분을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했다. 집에 CD ROOM이 없는 줄 알고 부러 뜯지는 않았는데, 일 년 전에 산 것을 잊고 있었다. CD ROOM 설치해야지.

 

 

 

 

지난 학기 중 <언어와 문화>라는 과목에서 프랑스 문화에 대해 공부했던 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종전까지는 프랑스어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 안타깝게도 문화에 대해 그렇게 깊게 공부를 한 것은 아니어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지만, 언어에 관해서 만큼은 혀를 굉장히 많이 굴려야 하는 언어라는 것을 느꼈다. 뭐 흔히들 알고 있는 봉주흐~ (프랑스어에서 R은 ㄹ이 아니라 ㅎ로 발음되어 봉주르가 아니라 봉주흐라고 하는 것 같다.)만 보더라도 입에서 사탕을 굴리는 그런 느낌. 또 상대적으로 한국어나 영어와는 달리 [ㅊ],[ㅋ],[ㅌ],[ㅍ]와 같은 발음이 없어 그런건가 싶기도 했다. [ㅍ]으로 발음되는 것도 있기는 한데 그건 거의 f에서 그런 소리가 나는 것 같다. p는 [ㅃ]으로 발음되는 것 같고. (시작한 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잘 모름 주의_ 이건 공부를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c는 [쌔]로 발음을 하지만 한국인이라는 뜻을 가진 coréen을 발음할 때는 [코헤앙]이라고 한다는 것. 어쨌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흔히 파리라고 알고 있는 paris는 프랑스인들은 [빠히]라고 발음한다고 했다.

 

 

 

 

지난 번, 두 학기에 걸쳐서 한국어 교재를 분석하고 /내가 교재를 만든다면/이라는 가정을 두고 교재를 기획하는 강의가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프랑스어 교재는 어떻게 구성이 되어 있나를 자세하게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한국어를 잘 알고 있기에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입장에서 생각하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전혀 모르는 프랑스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접해보니 그 의미가 또 색달랐다. 발음기호 다음으로는 이런 식의 대화가 몇 개 나열되어 있었는데, 일상생활에서 쓰는 기본적인 문장들을 써두어 부담 없이 따라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vous auss'를 발음할 때에 만화와 그 밑에 쓰여있는 발음이 달라서 [부 오씨]인지, [부 조씨]인지 생각하다가 그 옆에 'toi aussi'를 [투아 오씨[라고 하는 것을 보니 [부 오씨]가 맞겠구나. 했다. 특히나 배움에 있어서는 교재의 오타를 허용하지 못하는 편인데 [이뿐만이 아니라 자격증 기출문제에서도] 이런 부분은 조금 더 세밀하게 짚어내야 하지 않았나 했다. 별거 아니라고 하면 별거 아니겠지만,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어서 검수는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를 테면, 내가 고등학교 때 선생님을 영어를 배우기 시작할 때 만났다면 나는 what을 [왓]이 아니라 [홧]이라고 발음했을 것이 분명하다. 물론, 그렇게 발음하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고 시간이 지나 그렇게 발음하도록 변화가 되었을 뿐이지만, 우리나라 사례를 들자면 [설거지]를 더 이상 [설겆이]라고 쓰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아 문법.은 한국어를 공부할 때도 제일 힘겨운 부분이고 영어를 공부할 때도 문법만큼은 참 어려웠는데 본격적으로 문법을 하게 되면 나 같은 사람은 금방 싫증을 낼 것 같아서 아직 쉽게 시작을 하지는 못했다. 우선은 발음이 좀 익고, 귀에도 좀 익을 때 즈음에 문법을 펴보려고 한다. 그런데 영어로 익힌 알파벳 발음을 프랑스어로 익히려니 그렇게 빨리 학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다만, 회화로 이렇게 쓰여있는 부분은 굉장히 열심히 따라 읽고 있다. 내 발음이 맞는지 틀린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CD를 들어보려고 하는데, 찾아보니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는 것 같아서 찾아봐야겠다. 이 책은 20일이면 프랑스어의 기본을 알 수 있다고 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런 언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급하게 먹은 밥은 체하기 마련이다. 제대로 알지 않으려면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뭐든 얼마나 열의를 가지고 꾸준히, 장기적으로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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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코프스키 2017-09-07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불어 공부 하려고 책 찾아보다가 한가지 말씀드릴게 있어서 댓글 남깁니다.
부 조씨는 오타가 아니에요. vous aussi 할때 첫 단어가 자음으로 끝나고 뒤에 따라오는 단어가 바로 모음이 오면 연음이 되서 saussi를 조씨로 발음하는 것이지요. 계속 공부하고 계시다면 지금쯤 아셨을거 같기도 한데, 언어는 정확히 공부하는것이 좋으니까요 ^^ 기우였다면 죄송해요..

하늘보리 2018-01-31 22:1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댓글을 이제야 보게 되었어요. ^_^
제가 저때는 처음 공부를 하는 것이어서, 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해 저렇게 끄적여놨네요. 하하. 타르코프스키 님께서 짚어주신 게 맞아요. 저도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고, 또 여전히 거의 모르는 상태이지만 이렇게 알려주시는 덕분에 저도 또 공ㅂ를 합니다. 감사해요!
 
나는 걷는다 고로 존재한다 - 걷기에 생각을 더해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의식적 걷기
다닐로 자넹 지음, 오경희 옮김, 안광욱 감수 / 새로운제안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01.
지금의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해서 산책을 즐겨 하는 편이지만, 나에게도 걷는 것을 싫어했던 시기가 있었다. 너무 명확하게 생각나는 것. 육교나 지하도에 있는 계단이 너무너무 싫어서 횡단보도까지 빙 돌아서 갔던 적은 애교요, 걸을 법한 한두 정거장도 꼭 버스를 탔었다. (아! 한 정거장이 너-무 길어서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탔던 적도 많은데, 버스정류장의 구간 설정이 너무 엉망이다. 걸어서 30분이 넘는 거리가 한 정거장이라니, 그건 좀 너무하지 않아?)

그때는 걷는 게 왜 그렇게 싫었을까, 생각해보면 너무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나는 순전히 엄마의 욕심으로 초등학교를 집 근처가 아닌 옆 동네의 초등학교로 다니게 되었다. 중학교도 마찬가지였고. 초등학교는 걸어서 30분이 넘게 걸렸고, 중학교는 더 멀어서 40분 내지 50분을 소요해야만 했다. 불행히도 당시에 우리 집과 학교들 사이에는 버스 노선이 지금처럼 발달되어있지 않아서 집에서 학교까지 운행하는 버스는 고작 한 정거장이었다. 그 한 정거장을 가고 나머지는 걸어야 했던 것인데, 당시 정말 걷기 싫은 날에는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됐었다. 그 한 정거장이 800m에 언덕이 있어서 아마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걷기 :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의식하는 수단

어쨌든 그렇게 나는 강제적인 걷기를 학습하고 난 뒤였기 때문에 걷기가 내게는 무척이나 고되고 힘든 것이어서 내가 걷는 것을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등록했던 헬스를 3개월 동안 꽉꽉 채워 다니고 헬스를 다시 등록하기 전까지 임시방편으로 운동을 하겠다며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오게 된 것이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당시 회사와 집까지 거리는 5.5km였지만, 이후에 회사가 이전을 하게 되면서 8.2km가 되는 거리를 퇴근길에 걸어서 다녔다. 이제까지 내가 살면서 그때만큼 다이어트 의지를 불태웠던 적은 없는 것 같다는 비밀스러운 말도 살짝. (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멋지게(?) 한 것은 아니었기에 멋쩍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것도 있었지만, 걸어서 퇴근하는 날에 버스를 타지 않은 돈을 저금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건 지금 생각하면 약간 미련스럽기도 한 부분) 그런데 가장 좋았던 것은, 무엇보다 당시에 내가 일에 적응을 하지 못해서 무척이나 힘들게 해내고 있었기 때문에 걸으면서 상념에 잠길 때가 많았는데,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언제나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대답이 마음속에 생겨났다.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무너져버리는 것이 문제였지만. 걸으며 어떤 일에 대해 나의 생각을 열어보는 일, 그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생각할 일이 많으면 부러 걷곤 한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물론 걷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이 더 많아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생각이 더 깊어지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에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된다. 

 

 

 


02.

​‘의식적 걷기’

① 우리 내면의 고정적인 지점, 즉 ‘의식’에 완전히 밀착한 다음 그 순간의 모든 움직임과 완전히 접속하는 행위

②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모든 현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을 좀 더 진하게 맛보는 것

③ 나 자신과 세상을 탐험하는 행위

④ 자신의 내면을 만나는 활동

 


​서론이 너무 길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즐기며 걷고 있지만, 내가 이 책을 읽기로 한 것도 좀 더 재미있게, 즐겁게 걷기 위해서였다. 책에서는 걸음을 떼어 걷는 것과는 별개로 ‘의식적 걷기’를 이야기하는데, 기본 전제는 현재이고, 키워드는 부드러움이다. 걷기를 활동적인 명상이라고 일컬으며, 평범한 것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 말은 걷는 것의 즐거움을 말할 때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걷기의 진정한 즐거움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03.

말은 지금의 순간을 의식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따라서 의식적 걷기를 하는 동안은 침묵하며 걷기를 권한다. 그래야 걸어가고 있는 이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의식적 걷기의 중요한 포인트다. (P.16)

 

의식적 걷기를 하려면, 우선적으로 말을 줄이고 나의 내면과의 접속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건 정말 너무나도 확실하게 나도 동의하는 부분이어서 굉장히 흥미를 가지고 읽었던 부분이다. 전화통화를 하거나 대화를 하며 걷는 경우에는 내가 아닌 타인에게 집중을 하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나의 내밀한 내면까지 보기 위해서는 혼자,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걸어보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일 것만 같다. ​개인적으로는 혼자서 있을 때가 좀 더 쉽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상대도 나와 같이 각자의 내면을 들어가 보길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면 의식적 걷기는 실행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내면과의 접속은 곧 나의 모든 것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의 실질적인 예로 ‘호흡’을 말하며 호흡법에 대해 저자는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나의 생각에 집중을 했지, 호흡에는 한 번도 집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호흡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생소하게만 들렸다. 그러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코로 호흡을 하라는 부분에서부터 나는 약간의 공포감을 느꼈다. 어릴 적 천식이 있어 입으로 호흡을 하는 습관을 자연스레 가지게 된 나는, 지금도 잘 때도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리고 자기 때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 코 호흡에 대해 찾아본 이후로 입으로 하는 호흡이 신체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코로 호흡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우습게도 지금 나의 당면 과제는, 내가 시시때때로 코로 호흡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돼 버렸다. 따라서 책에서 설명하는 본격적인 호흡법은 아직 시도해보지도 못했다.

 

 

 

 

04. 

순간이 제공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을 때 걷기가 즐거워질 수 있다. 순간이란 시간 밖의 시간이다. 우리가 걷는 것은 어쩌면 그 새로운 차원을 만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P.53)

 

‘목표 없이 걷기’ 책에서는 목표 없이 걷는 것을 추천하고 있는데, 걷는 것 자체보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까지 목적지를 두지 않고 걸어본 적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그 느낌은 어떨까 싶어서 이건 꼭 해봐야지 싶어서, 슬며시 9월의 목표에 적어두었다. 이때는 책에서 나오는 호흡법도 살짝 해보고 싶기 때문에 아무래도 산책로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

 

 

 

 

05. 

가장 우스웠던 것은, ‘아프간식 걷기’인데, 이 방법이 우습다는 게 아니라 내가 이 걸음을 이미 알고 있었던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 방법이 나의 경우에는 내면과 만나는 데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아프간식 걷기라는 것은 걸음수와 호흡수를 일정한 리듬에 맞추어 걷는 방법인데 걸음 수를 셀 때 말의 음절로 대신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아프간식 걷기를 시도했던 때가 여러 번인데, 집으로 가는 골목길과 헬스장에서 가장 많이 시도했었다. 걷기가 너무 힘들거나 혹은 싫은데 집까지는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자는 식으로 발걸음의 숫자를 세거나 말의 음절로 발걸음을 떼었고, 헬스장에서는 오기를 부려서라도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발걸음 하나에 음절 하나. 발걸음 둘에 음절 둘. 집에 갈 때는, 아.도.대.체.집.은.왜.이.렇.게.먼.거.야.언.제.다.도.착.하.지. 뭐 이런 것을 많이 했고,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걸을 때에는 내.가.지.금.이.게.재.미.있.어.서.하.는.줄.아.냐.목.표.치.채.우.려.고.하.는.거.지 가끔 머릿속에 생각이 나는 게 없으면 가족들의 이름을 걸음 수에 넣어 걷기도 하고, 어떤 때는 헬스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랫말을 걸음 수에 넣어 걷기도 했다. 그런데 걷기의 즐거움을 안 지금은 더 이상 그러지 않지만, 아마 헬스장을 간다면 다시 발걸음에 말의 음절을 넣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강제적으로 걸어야 하는 걸음에 그런 소소한 재미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하하.

 

 


06.

이것들은 내가 책에서 인상 깊게 본 것이나 경험해본 것의 일부를 적어놓은 것이고, 그 외에는 호흡법에서는 의식적 걷기를 할 때나 일상의 다양한 호흡법을 다루고 있고, 걷기 전 필요한 준비에서는 신발이나 배낭을 선택할 때의 기준, 수분을 섭취하는 방법, 워킹스틱의 사용법, 걷기 전 워밍업을 다루고 있다.

내가 지금보다 이전에 걷기가 힘들기만 하고 재미가 없는 것으로 여겼던 것은, 말 그대로 발걸음을 떼는 것이라고만 치부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상기시킬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지금의 나와 비교를 하며 책을 읽으며 ​도입 부분에서는 흥미가 동하는 부분이 많아 집중하며 읽었는데, 점점 갈수록 호흡법까지 익혀야 하다 보니, 정말 이런 걸 인지하면서 걸을 수 있을까? 했다. ​도심에서 걸을 때가 많은 나는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을 할 수가 없다는 점에 있다. 도심에서 걸을 때면 횡단보도를 기다리기 위해 서야 할 때도 있고, 횡단보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골목길에서는 차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경계를 하면서 걸어야 하기 때문에 이 책에 나와 있는 호흡법을, 내가 걷고 있는 도심에서는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호흡법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두고 읽지는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몇 년 후, 남편 J와 도보 여행을 꿈꾸고 있기 때문에 그때를 위해서라도 조금씩 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9월에 넣어둔 목표 중 ‘목표 없이 걷기’를 산책로에서 하게 된다면 살짝 욕심이 나기 때문에 그때 시도해보기로. 내가 이후에 07.을 추가해서 호흡법을 시도했던 것을 쓴다면 참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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