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마리 씨, 우리 집 좀 정리해주세요 - 만화로 보는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곤도 마리에 지음, 우라모토 유코 그림,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 집은 가구가 다른 신혼부부에 비해 많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타인의 집과 비교해서 그랬던 것이었던 것이지, 우리 집은 결코 가구가 적은 편은 아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타인의 집에는 다 있는 식탁과 소파가 없다는 것, 그리고 아기용품이 없다는 것 말고는 있을 것은 다 있었다.
 
 
나는 생활물품을 살 때에, 많이는 아니지만 서너 달은 족히 쓸 만큼의 양을 쟁여두는 것을 좋아했다. 그야 첫 신혼집인 25평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생활물품을 쟁여두지 않게 된 것은 우리가 원하는 집 대신에 15평에 살아야 했을 때였다. 두려고 해도 둘 곳이 없다는 게 첫 번째 해요, 둬도 쓸 수 없게 돼버리는 것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들인 좋은 습관이, 우리 부부가 살기 딱 알맞은 19평에 와서 다시 볼쏙 생겨버렸다. 나는 집안에 어떤 물품을 몇 월 즈음에 사야 하는지 세세하게 꿰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처럼 서너 달은 아니어도, 두어 달 정도는 살 물품이 항상 구비되어있으면 했다. 첫 번째는 (당연히 몇 개를 더 사면 저렴할 수밖에 없는) 금액적인 부분이고, 두 번째는 매번 사기가 귀찮다는 이유였다. 생활물품은 그렇게 혼자서 커트라인을 정해두었다.
 
 
언젠가, 미니멀 라이프를 해볼까?라고 말하는 내게 J우리 집에 더 이상 정리할 게 있어?”라고 되물었다. 조만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일정이 잡히지 않은 이사를 앞두고 있다. 번거롭기 때문에 이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이사를 싫어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집안의 물건을 정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집을 천천히 둘러보는데, 뭐가 이렇게 너저분하지? 하며 한숨이 폭 나왔다. 정리가 필요했다.

 

 

 

 

 

 

 

의뢰인은 치아키 씨, 정말 돼지 우릿간을 방불케했다. 세상에...
그래서 결국 정리를 도와줄 고마리 씨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고마리 씨는 정리를 하기 전에, 청소를 할 공간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보라고 한다.
어떤 생활을, 왜 그런 생활을 하고 싶은지.에서 치아키 씨가 꿈꾸는 행복의 형태가 보인다고.


치아키 씨는 깔끔하게 정돈된 옆집 남자의 집을 우연히 보게 되고, 집에서 맛있는 밥을 해 먹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된다.
고마리 씨의 끊임없는 “왜?”라는 질문에 치아키 씨는 집을 빌릴 때 사용하기 편한 주방이 있어서 좋아했던 기억을 회상하고,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일단 배를 채우고 보는/ 행위를 단절하고자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버리기부터 시작할 것

 

 

 

 

하지만, 정리의 시작은 버리기가 아니라, 남길 물건을 선택할 것이었다.
남길 물건은 설렘이 기준이다. 그 물건을 만졌을 때, 설레는가 아닌가-

 

 

 

 

 

내가 가장 간과했던 것은, 이곳 먼저 청소하고, 저곳 청소해야지-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고마리 씨는 장소별이 아니라 물건별로 정리하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건이 많아서이고,
그 물건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의 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리를 할 때에는 모든 물건을 다 꺼내기, 가 핵심!

 

 

 

 

 

 

 

내가 책을 비우려고 할 때에 들었던 생각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나는 내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해서 읽을 책만 책장에 꽂아두고 싶다는 욕심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려면,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팔거나, 나눔 한 책 중에서는 가지고 있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은 없지만, 그래도 한 번 읽어보고 팔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으니까. (대부분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서) 하지만 책을 뒤적이지 않고 손만 대어 보고도 설렘을 느낄 수 있냐, 하는 기준은 나는 좀 애매모호했다. 그것이 맞을지언정, 기준이 모호하다면 당장은 나와 맞지 않는 부분까지 다 흡수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

 

 

 

내가 제일! 경계해야 하는 것. 나는 내 손에 들어온 물건을 쉬이 버리는 일이 별로 없다. 내가 입지 않으니까, 신지 않으니까, 읽지 않으니까, 바르지 않으니까 등등의 이유로 미련 없이 버리는 게 있는가 하면, 아직 쓸모가 있는데 버려야 하는 물건은 잘 버리지 않게 돼버린다는 것. 이를테면, 펜이라든지, 이면지들 (학교 교안) 같은 것 말이다.

1. : 잘 안 나오는 건 버리는 편인데, 잘 나오는데 버리기는 참 어렵다. 언젠가 쓸 거니까,라는 생각보다, 어쨌든 쓰기 위해 사온 혹은 가져온 어쨌든 내 손에 들어온 물건이고, 그게 아직 멀쩡한데 그렇게 버려도 되나? 싶은 마음. 하지만 또 쓰는 펜만 쓰다 보니, 잘 안 쓰게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결국 언젠가는 다 쓰고 마는 것들이기도 하다. 버리는 걸 좋아하는 나조차도 멈칫거리게 만드는 물건.

2. 메모장 혹은 이면지 : 나는 어디를 갈 때든 메모장을 가지고 다닌다. 그게 수첩이 됐든, 이면지가 됐든 상관이 없다. 어쨌든 쓸 공간이 있는 것이면 되는 것. 그러다 보니, 필요가 없어진 교안이나, 일전 회사에서 공부를 한다고 집으로 가져온 것들을 처분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가 된다. 쓰지 않는 게 아니다. 결국은 쓴다. 진짜 흥청망청. 그곳에 적는 건, 일일 계획, 주간 계획, 월간 계획, 내 생각 끼적이기, 책 읽으며 메모하기, 통화할 때 메모하기, 뭐 그런 것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써도 써도 계속 남아있는 이면지의 늪... 이사 갈 때는 다 버리고 가겠다고 호언장담을 하였는데....!

 

 

 

결국 전부, 필요 없던 거였다는 말이 조금 비이성적으로 들렸다. 필요 없는 것. 필요 없는 것. 적어도 나는 고장 난 가전제품, 곰팡이가 핀 이불, 정체불명의 전기- 같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집에 무심코 있다는 사용기한이 지난 약?도 없는 우리 집인데... 그렇다면 그 외에는 뭐가 있을까. 눈에 보이는 곳에만 없을 뿐, 아마 우리 집에도 엄청나게 많을 것 같다.

+ 아. 선물을 받았는데 이미 죽어버린, 가죽도 너덜너덜한 시계 같은 건 어쩌지, 하고 방금 생각했다.


사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파일 다이어트가 가장 시급하다고 느꼈다. 필요 없는 사진이랄 것은 없겠지만, 우리 집의 모든 사진 파일은 원본인 RAW 파일까지 저장하기 때문에, 용량을 많이 잡아먹는다. 이 부분에 대해 J군에게 말했더니, “난 그대로 쓸 거야, 니 것이나 정리하세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네...... 알겠...)

 

 

 

 

 

책에는 티셔츠, 스커트, 속옷, 수건 등등 개는 법까지 친절하게 나와있고, 세로로 보관하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수건을 이제까지 차곡차곡 위로 쌓아두는 편이었는데, 책을 보고 실행해보았다. 이렇게 하니, 확실히 더 효율적이게 보인다. 차곡차곡 위로 쌓아두면 밑에 있는 수건은 내내 쓰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PS. 수건을 그레이로 통일하고 싶은 것은, 결혼 생활의 로망 중 하나지만, 소모품인 수건을 굳이 돈 들여서 살 필요가 있나, 그러면 기존에 쓰던 수건들은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수건은 또 자주 들어와서, 굳이 사게 되지를 않...게 된다는 점. 그래서 결론은, 까끌까끌한 수건들은 버릴 건 버리고 살 때 소량씩 사야겠다는 것. (소량씩 사면 비싸겠지만 어쩔 수 없지, 뭐....)

 

 

 

나름대로 잘 정리하고 산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내가 정리하는 습관이 들여있지 않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순식간에 방이 더러워지는 건 시간문제고, 그게 점점 쌓이다 보면 나도 치아키 씨처럼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된다면 J가 나를 엄청나게... 구박하지 않을까. 원래 깔끔한 편이 아니어서, 친정에 있을 때에도 구박당하기 싫어서 정리하는 여자였는데)


만화책으로 되어있어서 얼마 안 되어 후루룩 보기는 했지만, 참 알차게 본 책이다. 물건을 잘 정리하다 보면, 내 삶의 정리도 한결 쉬워진다고 책에서 잘 설명해두었다. 글로 쓰자니 이게 뭐람? 싶지만, 읽어보면 긍정의 고개를 끄덕끄덕-거리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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