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8
에밀리 브론테 지음, 김종길 옮김 / 민음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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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을 읽는 순간순간들은 정말 폭풍과 같은 시간들이었다. 숨 고르기를 하며 책을 읽은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숨이 턱턱 막히는 책은 없었다. 이 책을 읽은 한 줄 평은 연극 라이어를 본 느낌이라고 짤막하게 요약할 수 있다. 이유라함은, 것은, 존!!! 스미스!!!! 호모!!!!!!! 보기만 하고 듣기만 해도 숨이 차고 내 목이 다 아픈 것 같았던 그 느낌. 이 책이 그랬다. 읽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혀오고 최고조의 스트레스에 올랐다. 등장인물들이 어째서 이렇게 하나같이 다 악다구니를 쓰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제3자일 뿐인데, 내가 정신질환에 걸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 쓰는 것이 조금은 걱정도 된다. 이 서평 역시 악다구니를 쓰며 써재끼는 그런 글이 될까 봐.

록우드는 드러시크로스 저택에 세를 든 사람으로 집주인을 만나기 위해 워더링 하이츠로 간다. 그런데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은 뭔가 기괴하고 괴기스럽다. 록우드는 이들이 궁금하다. 다시 한 번 워더링 하이츠를 찾았을 때는 눈보라가 심하게 치는 날이었고, 발이 묶인 그는 그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그 집에서 캐서린의 일기장을 읽다가 잠이 든 록우드는 꿈을 꾼다. ‘캐서린 린튼’이 나오는 꿈(이라기보다는 악몽)을. 드러시크로스 저택으로 돌아온 그는 열병을 가정부인 엘렌 딘(넬리)에게 드러시크로스워더링 하이츠에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리버풀로 출장을 간 언쇼 (힌들리와 캐서린의 아버지) 씨는 ‘누더기를 걸친 새카만 머리의 더러운 아이’를 집으로 데려온다. 드러시크로스와 워더링 하이츠의 모든 재앙은,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무책임하게 언쇼 양반은 죽고 만다.)




133. “나는 천국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에드거 린튼과 꼭 결혼할 필요도 없는 거지. 저 방에 있는 저 고약한 사람이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천한 인간으로 만들지 않았던들 내가 에드거와 결혼하는 일 같은 것은 생각지도 않았을 거야. 그러나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격이 떨어지지. 그래서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그에게 알릴 수가 없어. 히스클리프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넬리, 그가 나보다도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의 영혼이 무엇으로 되어 있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거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과 번개, 서리와 불같이 전혀 다른 거야.


136. “(…) 이 세상에서 내게 큰 불행은 히스클리프의 불행이었어. 그리고 처음부터 나도 각자의 불행을 보고 느꼈어.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무엇보다도 생각한 것은 히스클리프 자신이었단 말이야. 만약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역시 살아갈 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없어진다면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나는 그 일부분으로 생각되지도 않을 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거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속에 있는 거야. (…)”




캐서린 언쇼가 넬리에게 하는 말을 들은 히스클리프는 떠났다. 복수심을 안고서. 캐서린 언쇼는 에드거 린튼과 결혼하여 캐서린 린튼이 되었다. 그의 결혼생활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다. 히스클리프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히스클리프가 나타나면서 모든 것은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힌들리의 죽음, 캐서린의 죽음, 캐서린(캐시) 린튼의 탄생, 린튼 히스클리프의 탄생, 이사벨라의 죽음, 에드거의 죽음 …

모든 일들이 무척이나 급하면서도 모순적이게도 천천히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그러한 사건들은 린튼이 캐시를 바라볼 때를 제외하고는 평온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히스클리프는 꼭, 이미강의 <푸른 수염의 아내>에서 나오는 남편을 연상시켰고 그때 알아차렸다. 아! 나 그 책 읽을 때도 이렇게 숨이 막혔는데 - 하고.





550. ‘그런데 사람 좋은 언쇼 어른이 데려다 길러 결국 자신의 재앙의 씨가 된 저 검은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내가 편협한 생각을 가졌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라는 말을 퍽 신뢰하고 살았다. 물론 그러지 않은 경우도 있었겠지만, 티브이에서 나오는 몇몇의 범죄 사건들을 통해서 더욱 그 믿음은 확고해져만 갔다. 나에게는 일종의, 배우자와 이혼을 하거나 사별을 하고 노년에 만나는 사람과는 만남을 유지하되, 절대로 혼인신고는 하지 않겠다는 가치관처럼 견고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읽으면서 편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뽑을 생각도 못했던 그 가치관이 더욱 고착화되는 것을 느꼈다.





287. “배반이나 폭력은 양쪽 끝이 뾰족한 창과 같아서, 그것을 쓰는 사람이 그걸 받는 사람보다 더 크게 다치는 법이지요.”


히스클리프는 마땅한 벌을 받았을까?

누군가는 며칠 동안 캐서린의 환영을 보면서 먹지도 자지도 못할 정도의 괴로운 벌을 받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한 사람도 아니고 몇 사람의 생을 그렇게 망쳐버린 그가, 마땅한 벌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겠다. 어떤 한 사람의 생을 파괴할 수 있는 권리는, 오롯이 스스로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일 뿐이었다. 그는 그런 특권을 짓밟아버렸다. 특히 헤어튼에게서.


나는 교육은 8할이라고 생각해왔다. 인간이라는 것은 동물로 태어나서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온 까닭이었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도 못했고 심지어 부모에게서도 사랑을 받지 못한 채로 자라난 헤어튼의 모습을 보며, 인간이 되지 못한 동물의 모습을 보았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헤어튼 언쇼_ 어떤 이는 말했다. 어차피 헤어튼은 마지막에 행복하니 된 것 아니냐고. 결론이 행복하니까 어쨌든 그는 행복하다. 라고. 글쎄. 그렇기 때문에 그는 행복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그게 행복이라는 것을 알까? 그는 이제 그게 즐거움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 것일 뿐이다. 그에게 처음부터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회로가 있었을 리 없다. 선택권이 있었을 리도 없다. 그에게 이제야 주어진 것이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등장인물들 속에서, 그래서 힘겹기만 했던 책 읽기에서도, 유독 마음이 가던 헤어튼이 즐겁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자문했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했던 걸까? 이 책은 사랑을 말하고 있는 걸까?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면, 혹은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남녀 간의 사랑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필시 우정에 관한 사랑이라고 생각을 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여전하다. 나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지가 않다. 나는 이런 사랑을 본 일이 없다. 혹여라도 이것도 사랑의 한 종류라고 말한다면, 나는 세상이 모든 사랑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을 잘 주는 사람만이 사랑을 잘 받을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마음에 담아두어야지. 나도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을 잘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라고 써놓고, 생각했다. 사랑을 잘 주는 사람도, 잘 받아본 일이 있으니 잘 주는 것이라고. 그렇다면 나는, 내가 받는 크고 작은 사랑들을 놓치지 않고 사랑이라고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리고 사랑을 잘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 로 고쳐야겠다. (나는 이 책이 사랑에 관한 책이 아니라고 명명백백 말하고 있으면서도,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캐서린이 죽기 전에 금빛 크로커스를 보고 기쁨에 반짝였는데, 찾아보니 참 예쁜 꽃이다.




 

​/ 책 속의 글

23. “참 이상하지요. 습관이라는 것이 우리의 취미나 관념을 만들어 버리니까요.”


102. “10시까지 누워 계시면 안 돼요. 그때는 벌서 아침의 가장 좋은 시간이 지나버리니까요.




/ 책 속의 등장인물

록우드

힌들리 언쇼

캐서린 언쇼

히스클리프

​에드거 린튼

이사벨라 린튼

헤어튼 언쇼

캐서린 린튼

린튼 히스클리프

엘렌 딘

질라

조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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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쉽네 한자, 안 외워도 외워진다! - 부수 한자 214개로 한자를 정복한다
나인수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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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한문으로 재미있게 그려놓은 만화를 자주 보곤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한자에 대한 실력은 형편이 없었다. 한자를 모른다는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 한자에 대한 필요성이었다. 하지만 필요성에 의한 공부는 깊이 파헤치지 않는 나라는 사람은, 필요한 것외에는 알려고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전 회사에 들어가 있는 상호에 집 가(家) 자가 들어가면서 보면 아, 저게 '집 가'구나. 어렴풋 알 정도지, 써보라고 하면 어떻게 쓰는지를 몰랐다. 그런데 상호를 써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었다. 나 쓸 줄 모르는데 - 처음으로 한자를 쓰지 못한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졌다.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는 순간, 나는 그 부끄러움을 계속해서 안고 있지 않고 내가 뛰어넘어야 하는 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를 시작했다. 내 한자 공부의 시작은 그게 처음이었다. 그 이후로는 '집 가'를 검색하면 나오는 한자 리스트를 보면서 공부를 했다. 하루에 한 자가 목표였지만, 하루에 한 자를 공부하기에는 생각보다 버거웠다. (나의 게으름 때문에) 게다가 얕은 지식으로 알게 된 것들에 대해서는 금세 휘발되기 마련이라 한자공부책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어! 쉽네 한자, 안 외워도 외워진다!>

책에는 어릴 적 배운 것들은 잊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시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기본적인 것들부터 나열되어 있었다. (그래서 조기교육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나) 목차를 보았을 땐, 왜 이렇게 기본적인 것들을 나열해두었나 -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부수한자들을 나열해둔 것들이었다. 어떤 것이든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워야 제대로 배운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막연한 신뢰감이 들기도 했다.


이건 오탈자라고 생각하는 부분인데, 점을 빼러 가야 하므로 가는 방향(→)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것에 대한 근거는 바로 다음 장에 삐침 별(丿)은 삐쳐서 집에 오므로 오는 방향(←)이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대충 이런 식으로 해설이 되어있다. 이건 예-전에 내가 초등학생 저학년 때, 학습지를 시작하기에 앞서 학습지 선생이 그랬다.
1. 유관순 언니가 언제 죽었는지 아니? 유관순 언니가 죽어서 아이구아이구했기 때문에 1919년이란다.
2. 임진왜란이 언제 일어났는지 아니? 임진왜란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해서 1592년이란다.
뭐 이런 식의 대화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이거 말고 내가 그 학습지에서 얻은 건 없...는 듯) 이도 그와 마찬가지인 입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우에는 사람이 걸어가는 모양으로 해도 충분히 설명이 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학교에서 선생님이 사람이 걷는 그림을 그려 길게 걸을 인(廴) 자와 ​갈 지(之) 자를 구분 지어줬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그림은 조금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1번의 해설이 마음에 들어 사진 찍어두었던 부분이다.

 
 
 


 

 

 

 

 

이런 경우는 그림은 참 기억하기 쉬운데, 글만 보자면 견강부회라는 생각이 들게 했던 부분이었다. 내가 이 한자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 좀 외우기가 쉬웠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은 참 재미있게 공부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자를 공부하다 보면 반복되는 부수한자를 마주할 때가 많은데, 이 책은 부수한자 214개를 잘 정돈해두었기 때문에 참 외워지지 않는 한자의 경우는, 이 책을 보면서 도움도 많이 받았다. 한자와 한자가 합쳐져 하나의 또 다른 한자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여전히 신기하다는 생각 때문에 나는 한자 공부는 게으르지만 꾸준히 하고 싶은 공부 중 하나다. 열심히 따라해봐야지 !





PS. 이 책에서 가장 처음 외운 것은, 돼지머리 계 (彐)였다. 안 외워질 리가 없음(...) 크~~~! (엉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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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시공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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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우님의 작품을 읽기 전에 느끼는 감정은, 언제나 설렘이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잠옷을 입으렴>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모두 그랬다. 마음이 따듯해지면서도 설렘이 가득 묻어나는 그런 이야기들. 그러니까, 그것들은 모두 평온과 설렘이 공존하는 책들이었다. (<잠옷을 입으렴>은 이들과는 판이한 내용이기는 하다.) 사근사근하지만 마음을 지그시 누르는 문장들이, 간혹 숨을 들이마시게 했다.




미술대학을 나와 미대입시학원에서 강사를 하는 해원은 강원도 혜천읍에서 펜션을 하고 있는 호두하우스의 명여이모에게 간다. 거기에서 책방 주인이자 동창인, 한결같이 똑같은 사람 은섭을 만난다. 막연히,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인상을 가진 은섭이 운영하는 책방의 이름은 ‘굿나잇’ - 책방 이름이 왜 굿나잇이냐고 묻는 해원에게, 은섭은 말한다. 글쎄… 잘 자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일하고. 쉬고. 그리고 잘 자면 그게 좋은 인생이니까.인생이 그게 다냐고 묻는 해원에게, 그 기본적인 것이 안 돼서 괴로워한다고 은섭은 말한다. 맞다. 해원은 그게 안 됐다. 그래서 혜천읍을 간 거겠지.

+ 승호가 고라니 대신에 그린 그림 속의 ‘잘 자요 책방’은 퍽 다정한 이름이었다. 굿나잇과 잘 자요는 그런 차이가 있구나. 승호 대단한데?



# 그녀는 울었다.

울었고, 내 책방에 왔다.


그녀의 슬픔에 대해,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저 밖은 춥다며 자신의 온기가 남아 있는 파카만 내어줄 뿐이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 그가 고맙다. 어느 날 다시 들른 책방에서 그가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는 것을 알곤, 그녀는 자신이 해도 되겠냐고 묻는다. 그가 구하는 사람이 일할 장소는 스케이트장이었지만, 알게 뭐야 -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잖아. 그는 그녀가 온 뒤로 더욱 말이 많아진 것처럼 보인다. 하고 싶은 말들이 그릇에서 새어나가지 않게, 자신의 공간에 꾹꾹 눌러담는다. 그래서 그의 일지는, 점점 빼곡해지는 느낌이다. 그가 책방일지를 쓰는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


157-158. 그럼에도 변치 않는 건 오늘 밤 H가 이 시골집 건넌방에 곤히 잠들어 있다는 것. 내게는 그것이 겨울 한파가 몰고 온 전설 같은 이야기라는 것.

창밖은 폭설로 하얗기만 합니다, 로저.

​​동창 모임에서 그가 오래전, 자신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다. 이후로 다정한 그의 목소리, 언제나 서두르지 않고 말하는 태도의 그를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차에 걸려있던 ‘아이린’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그녀는 점점 더 그가 궁금해진다.



192. 눈동자 뒤에 그녀가 살기 시작했다. 눈을 감아도 소용이 없다. 계속 보이니까. 사라지지 않는 잔상의 괴로움. 담요에 감싸인 그녀의 모습. 온종일 입술에 맴도는 첫 키스의 감촉.

 

조금 외설적으로 말해도 된다면, 난 이 책에 대한 평은 ‘키스가 하고 싶어지는 책’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키스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두근두근 미세한 떨림이 마음에 가득 피어오르는, 사랑과 애정, 그리고 얇은 의심이 공존하는 그런 키스. 9년 된 연인(부부이고 싶을 때가 있고 연인이고 싶을 때가 있는데 지금은 압도적으로 연인이고 싶다)으로 지내고 있는 우리는 직접적인 단어를 쓰지 않고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쓰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단순하게 ‘뽀뽀가 하고 싶어지는 책’이라고 말을 했다. 그 말이 아니었더라도 평소에도 쪽쪽이인 우리는, 더 자주 쪽쪽이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건, 우리의 첫 키스였다. 온종일 입술에 맴도는 첫 키스의 감촉. 난 여전히 그때를, 그때의 느낌을, 그때의 감촉을 기억한다. 그때를 생각하면, 형용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곤 한다.


그 외에도,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웃음이 났는지. 어떻게 똑같지? 생각했다. 팔이 저려서 팔을 언제 뺄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그가 생각났고, 책 속에서 은섭이 했던 말을 똑같이 했던 부분도 그랬고,  본인이 후회할 걸 알면서도, “아니, 그래도 가.”​ (398)라고 담담히 말하는 부분 같은 것. 이 책을 읽으며 우리도 그랬구나, 사랑을 하면 다 그런 거구나. 난 우리가 특별한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네. 하지만 타인의 사랑 이야기에 우리가 있어 우리의 시간들도 생각할 수 있나봐. 생각하며 킥킥거리다가, 잠든 그의 얼굴을 유심히 보고 있는데, 그가 눈을 떴다. 아 깜짝 -



278. 이 밤, 너를 오두막에 데려가고 싶다고 생각을 해. 내 몸에 등을 대고 깊이 잠든 너를 이대로 이불로 감싸 안고 숲의 오두막으로. 그리고 백 일쯤 내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봄이 오고 벚꽃이 피었다 지고, 산길에 라일락과 아카시아 향기가 코를 찌를 때도 우리는 그 집에서 사랑을 나누고 불을 때고 밥을 지어먹으며 숨어 있겠지. 책방? 알 게 뭐야. 사랑하는데 책 따위가 필요할 리 없잖아.


잘 자요, 내 침대에서 잠든 사람.

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미리 애쓰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는 떠나.

그러니 그때까지는 부디 행복하기를.

눈이 와. 너는 자는데
나 혼자 깨어서 이 함박눈을,
밤눈을 보고 있네.





01. 마시멜로의 꽃말은 무관심, 기억 못함이라는 서글픈 단어에서, 뒤늦게 깨달은 사랑으로 정정해준다.

내가 사랑했던, 사랑하는, 사랑할 사람이.

그렇게 하여, 어쩌면 한쪽의 기억으로밖에 남아있을 수도 있었던 마시멜로는, 사랑이 되었다.


02. 책의 키핑 책장이라든지, 금요일 저녁의 모임이라든지, 1박2일 북스테이는 너무 부러웠다. 정말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나는 J와 함께 해야지.

03. 은섭, 해원, 명여, 현지, 승호, 효진, 수정, 근상, 인문학 고교생, 장우, 보영. 아, 군밤. 굿나잇.

04. 물결에 햇빛이 비쳐서 반짝반짝 빛나는 윤슬처럼, 그들의 사랑도 조용하게 반짝반짝 빛나며 서로에게 세상에 단 한 권뿐인 책이 되어주기를.


05. J에게 이 책을 꼭 읽혀야지 - 하면서 몇몇 문장을 읽어주었는데, 그는 오글거린다고 표현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꽤 잘 읽었고, 그 책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눴었는데, 갑자기 오글거린다고 표현하는 그가 낯설다.

오글거린다는 요즘에 쓰이는 그런 단어 대신에, 설렌다는 단어를 더 자주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내 욕심(++)





+ 새벽 한시에 퇴근하는 J

B. 내가 기다릴게!

J. 기다렸다가 뭐 할 건데?

B. 음, 뽀뽀하고 끌어안고 자야지!


...


평소에 글로 쓰거나 행동으로 하면 했지, 이런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

이도우님의 여파가 이렇게나 큽니다. 허허 나 참.










<책 속의 글>

62. 우리는 난롯가에 마주 앉습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말합니다. 어느 밤, 새벽이 올 대까지 잠 못들고 서성이다 문득 생각했어. 이렇게 밤에 자주 깨어 있는 이들이 모여 굿나잇클럽을 만들면 좋겠다고. 서로 흩어져 사는 야행성 점조직이지만, 한 번쯤 땅긑 같은 곳에 모여 함께 맥주를 마셔도 좋겠지. 그런 가상의 공동체가 있다고 상상하면 즐거워졌어. 누구에게도 해롭지않고 그 안에서 같이 따뜻해지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서로에게 굿나잇, 인사를 보내는 걸 허황되게 꿈꾸었다고.

92. 올겨울 논두렁 스케이트장에 잘하면 뼈를 묻어야 할 듯. 책방의 내 인건비를 H에게 넘기면… 논두렁에서 좀 더 채워야 하는군요. 제가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부디 느긋한 인생이기를. 그래도 즐거워요. H와 함께 일하는 책방이라니. 며칠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인데. (웃고 있다.)

연하장은 1월 중순까지 천천히 발송할 생각입니다. 기다려주세요, 굿나잇클럽 여러분. 그녀의 그림은 아름답습니다.

아직 보진 않았지만요.

157. … 그래서

믿을 수 없는 일은,

언제나 일어나는 것입니다. 굿나잇클럽 여러분.


188. “의심이 또 이루어져서 어떡해?”

191. 혼자일 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고, 외로움에서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기대하는 바가 적을수록 생활은 평온히 흘러가니까. 진정으로 원하는 게 생기는 건 괴롭다.


248. “힘을 빼. 뭐든 힘을 빼야 배우기 쉬워”


272. “우리도 사랑일까?”
“응, 사랑이지.”

282. “바닥을 쳤으니, 그걸 딛고 다시 올라가야지.”


299. “재밌을 것 같잖아. 인생 뭐 있니, 즐거운 게 좋은 거지.”

338.  “(…) 어쨌든 인생은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을 곁에 남겨가는 거지 싶어서.”​

결국은 친절한 이들​이 좋았고, 다정한 사람들과 더불어 잘 지내고 싶었다. 그 말대로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들은 곁에 남겨가면서.


348.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고백이 있어요. 저의 사십 년 친구 최수정 님." 모두 수정을 돌아보았다. “네가 있어서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을 때도 작가일 수 있었어. 너만이 나를, 잘 나갈 때나 못 나갈 때나 온전히 믿어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늘 고마웠어요. 사랑해.”


382. “내가 가장 두려운 건, 하는 일이 잘 되지 않거나 실패하는 게 아니야. 농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게 제일 두려워. 왜 말을 하지 않느냐고? 농담이 안 나와서 그래. 너를 웃겨줄 말이 생각이 안 나서.”


383. “널 사랑해. 앞으로도 늘 그럴 거야.”

387. #오늘의 부피

오랫동안 기록을 계속하다 보면 오늘 날짜의 부피가 생긴다. (…)

올겨울 그녀가 내게 다가왔을 때, 우리가 사랑을 나누었을 때, 그 날짜들은 더 이상 균일한 평안함으로 쌓이지 않고, 오늘의 부피는 이전과는 달라졌다. 내년부터는 겨울이 와도 지금까지와 다를 것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다가올 겨울의 부피.

397-398. “아니. 언제나 예뻐. 늘 그랬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예뻤어.”​

“… 그럼 나 서울 가지 말까?”

“아니, 그래도 가.”​

404-405. ‘우리 매니저님, 잘 지내지? 좋은 일들만 있기를 기원해. 살면서 교훈 같은 거 안 얻어도 되니까. 좀 슬프잖아. 교훈이 슬픈 게 아니라 그걸 얻게 되는 과정이. 슬픔만 한 거름이 없다고들 하지만 그건 기왕 슬펐으니 거름 삼자고 위안하는 거고… 처음부터 그냥 슬프지 않은 게 좋아. 물론 바라는 대로 되면야 얼마나 좋을까만.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네. 늘 그리워요.’​



오탈자 410. “오래만이야.”​ ▶ “오랜만이야.” 혹은 “오래간만이야.”






책을 읽으며 윤대녕님의 <피에로들의 집>이 떠올라서 조만간 그 책을 읽어야겠다. (둘은 성격이 다른데, 왜 갑자기 생각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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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2018-08-18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따뜻하고 달달한 이야기에...미소 지으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예민함이라는 무기 - 자극에 둔감해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롤프 젤린 지음, 유영미 옮김 / 나무생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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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예민하다는 생각을 하며 지금까지 살아왔다. 그 예민함을 긍정적일 때보다는 부정적일 때 더 많이 느꼈기 때문에, 예민함이라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내게는 좋을 리가 없었다. 이 책을 펼치기 전에 나의 예민함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아마 내가 초등학생 때였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몇 번 꺼내어 말한 적 있었던, 맞벌이 부모 밑에서 크는 첫째가 가질 수밖에 없던 것들. 물론 그런 상황이어도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내가 그때 생각했던 것은, 차라리 내가 학원에 맡겨졌으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라는 것이 지금의 내 판단이었다.

나는 남동생과 함께 이모라고 부르던, 생판 남인 엄마의 친구에게 맡겨졌던 적 있다. 기간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곳에 있었던 A와 B는 남매였고 C와 D도 남매였다. 하지만 A, B, C, D는 친인척 관계였고 그들을 둘러싼 주변의 사람들은 그들의 이웃이었다. 그곳에 있는 아이들 중 나와 남동생만 엄마가 부재했다. 엄마가 부재했다는 것은 그렇게나 컸다.

엄마의 퇴근 시간이 되어 우리를 데리러올 때면, 나는 나의 영역에 들어온 듯 그렇게나 어깨가 으쓱거리기도 했지만 어떨 때는 두렵기도 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다시 한 번 곱씹어야했기 때문이었다. 이모들이 우리를 혼내는 적은 없었다. 다만, 엄마가 오면 우리들의 행동들을 엄마에게 이야기했다. 그걸 나는 노는 척하면서 듣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물론 좋지 않은 얘기들도 있었다. 그렇다고 엄마는 우리를 그곳에 둔 '잘못'으로 우리를 혼내지는 않았다. 그저 혼내는 척했을 뿐이었다. 그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나와 남동생이 이모들에게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는지, 눈치 없이 굴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나는 재빨리 파악해야만 했다. 이모들의 말투, 행동, 눈빛에서 나는 모든 것을 알아내려고 애썼다. 그러면서 나는 점점 더 예민한 아이가 되었던 것 같다. 그전의 '나'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기 때문에 내가 그전에도 그러한 성향을 가졌는지 어쨌는지 (내가 기억하는 한에서는) 알 길이 없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그때부터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나의 기질 중 하나인 예민함을 자주, 많이 탓했다. 예민한 나한테 문제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여전히 가슴 한편에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런 예민함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보고,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야. 어떻게 예민함이 무기가 될 수 있지. 나는 이렇게 피곤해 죽겠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들었다.


68-69. 사실 예민함 자체는 거슬리고 튀는 행동을 초래하지 않는다. 방해만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자기 지각에 맞서 싸우고(지각을 억압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맞추려는 노력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이 생긴다. 이런 어긋난 적응을 하려는 노력은 우선 자신의 신체를 지각하지 못하게끔 하며, 자신의 필요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로 만든다. (…) 자신의 신체를 지각하는 대신 외부에서 주어지는 자극을 점점 더 많이 지각하다 보면 힘들어지고 무력감에 빠진다. 이런 느낌은 '위험한' 외부 자극을 더 강하게 지각하게끔 한다. 그렇게 되면 외부 자극에 더욱 부담을 느끼게 되며, 이것은 다시금 예민한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제대로 지각하지 못한 채 무기력으로 빠져들게 한다.

156-157.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경계가 무시되면, 뭔가 불쾌한 기분이 느껴지고, 심한 경우 갈등이 생긴다. 예민한 사람들은 본질상 균형과 화목을 중시하는데, 종종 경계를 무시함으로써 긴장, 시비, 불화 등 자신이 가장 원하지 않았던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았기에, 이런 일이 생기면 더욱 이타적으로 행동하고 화목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 다시금 자기 자신을 무시한다. 그러면 또다시 자신의 경계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게 되고, 다른 사람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결국 그토록 원하던 것과 달리 평화와 조화는 멀찌감치 도망가버리게 되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계속 읊조렸던 것. 나도 이런 사람에 속할까? 정답은 예스였다.


예민함으로 똘똘 뭉친 나는, 지금도 여전히 타인의 눈치를 살피는 편이다. 특히나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그랬다. 출근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이 컸던 것도, 취업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급한 것도 아니었는데, 처음 들어간 회사는 단추가 잘못 꿰어져 나는 한 달 만에 퇴사를 하고 나왔다. 내가 아닌 다른 직원에게 실장은 욕설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육두문자 그대로, “야 이 미친년아, 그것도 못해?”라고. 그 직원의 다음 차례는 꼭 우리 같았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그 회사를 나온 건 참 잘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아니, 더 빨리 빠져나올걸. 하며 좀 후회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최근에 정말 힘들었을 때,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나에게 자주 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만 이렇게 저렇게 하면~ 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내가 가진 예민함 때문이라면 나의 태도를 수정하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것은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있고, 우리는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153. 우리는 경계에서 성장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가 세운 경계에 서있다. 나의 경계는 어디인가.

148-150페이지에서 우리 스스로 혹은 다른 사람이 우리의 경계를 넘어 우리의 구역을 침범했을 때 우리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이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려 보고 그 상황에서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확히 관찰하는 테스트가 있었다. 그 테스트를 하면서 나의 행동들을 깊이 탐구했던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



157. 경계를 감지하기

우리가 안정감을 느끼고, 최대한 재능을 펼치고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 구역을 확보하면, 우리는 이런 경계 안에서 가장 충만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체 상태에 주의하여 유쾌한 지점과 약간씩 불쾌해지는 지점 사이 과도 지대에서 자신의 경계를 감지해야 한다.

가령 두 사람 간의 경계는 그 두 사람이 서로 최대한 잘 지낼 수 있는 영역에 있다. 이런 경계는 작은 시행착오들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스스로 가진 예민한 성향을 서로 간에 적절한 거리를 확보하는 데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164. 우리는 자신의 경계를 지켜야 한다. 상대방의 기대와 요구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경계를 견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끝까지 물러나지 않으면 상대는 우리를 존경하고 존중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나는 내가 세운 경계에서 나의 인간성이 무시되는 듯한 것들에 대해 반발하고 저항했다. 결국 그것들은 더 커졌고, 나는 그곳에서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세상의 모든 회사가 이런 환경밖에 없다면, 나는 평생 일을 하지 않아도 좋아.라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이 지쳤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격적인 예의가 빠졌다는 사실은 나를 힘들게 했다. 그것이 나의 경계였다. 말을 하면 할수록, 그들에게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사람으로 비쳤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은 그 하나뿐이었다. 사회에서 맺는 인간관계가 이렇게 힘든 것이라는걸, 나는 처음 깨달았다. 나는 사회부적응자인가, 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자책하고, 나 자신을 힐난하기에 이르렀다.



146.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하지? 이 일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를 물어야 한다.


200-201. 의식적으로 사고하려면, 우선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지각해야 한다. 종종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라고 물어라. 그래야 비로소 당신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지 아니면 생각을 바꾸고 싶은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런 훈련을 통해 자신의 정신 능력을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나를 자주 들여다본 시간이 아마 그때였지 않을까 싶었다. 6월의 끝.

오로지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바라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나의 안락, 나의 평온만 생각했던 때.





177. 예민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자극을 더 많이, 더 강하게 받아들이며, 맺고 끊는 것을 잘 못하고 경계를 긋는 걸 힘들어한다. 그 결과 더 많은 자극들을 처리해야 하고, 자극들에 더 오래, 더 많은 신경을 쓴다. 다른 사람들보다 자신을 더 다그치고 더 쉽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주변 세계를 위험하고 위압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스트레스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273-274. 결점에서 강점으로

예민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더 강하게 지각을 한다. 나는 이런 강점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보고, 더 다채로운 체험을 하고, 더 민감하게 자극들을 연관 짓는 능력들을 잃고 싶지 않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나의 내면을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민한 사람들은 높은 감수성으로 인해 더 민감하게 괴로움을 느끼지만, 그만큼 더 민감하게 기쁨과 행복도 경험할 수 있다. (…) 우리가 자신의 특성을 받아들이고, 높이 평가하고, 스스로의 지각을 조절하고, 자극과 정보의 처리에 대한 책임을 기꺼이 지고자 할 때 비로소 우리의 재능은 우리에게 축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책은 내가 예민하다는 사실을 여러 논리와 사례로 입증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시에 예민함이라는 성향이 지닌 보편성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나 그것들을 일깨운다. 자신의 성향을 결점에서 강점으로 바꾸어 나가라는 것. 바꿀 수 있다고 강하게 조언하고 피력한다. 높은 감수성으로 인해 더 민감하게 괴로움을 느끼는 반면, 더 민감하게 기쁨과 행복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비가 오는 날 밟은 물웅덩이에 질척거리는 신발처럼 없애버리고만 싶었던 예민함을, 처음으로 긍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이론을 앎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예민함이라는 성향을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희망 같은 것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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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선택이지만 부동산 투자는 필수다 - 부동산 전문 아나운서의 재테크 실천법
강미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정년은 몇 세가 적당할까? 하고 생각했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직장에서 60세까지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100세 인생이라는 우리의 시대에 걸맞게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1. 지금부터 노후에 쓸 필요한 돈을 모으거나

2. 노후에도 꾸준히 일을 해서 수익을 내거나

3. 노후에 필요한 만큼만 일을 하면서 꾸준히 수익이 들어오는 매개체를 찾는 것. 이 있을 수 있겠다.


우리의 경우는 연금이 있기는 하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필요한 것은 돈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충분한 정도는 결코 아니라고 판단이 든다. 그동안의 나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예적금에 올인했었지만, 저금만으로는 우리의 자금을 불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자 펀드와 주식을 조금씩 공부 중에 있다. 펀드와 주식이 투기가 아닌 투자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나는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그것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틈틈이 유튜브나 주식 채널을 부러 찾아보기도 한다.

우리는 이따금 생각한다. 아파트를 한 채 사서 세를 주는 방식의 투자를 해볼까 하고. 하지만 결혼 전 ​나의 부모님께서 전월세 계약이 완료되기 전과 완료된 후에도 계속해서 신경을 쓰고 그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음을 옆에서 보고 느끼며 쉽게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은 완료되기 전까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되는데 (이마저도 빨리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경우) 나의 부모님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개념이 충분치 못한 세입자를 받았을 때의 일이었다. 물론 집을 가진 사람과 그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을 나눠 갑과 을로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집주인과 세입자의 사이는 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그들이 말하는 것은 “니가 집주인이니까 이것 좀 해줘.”라는 식이었다. 처음부터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본인이 다 한 다음에 청구하는 식. 금액을 많-이 부풀려서. 그런 세입자를 받고 나면 또 똑같은 세입자가 들어올까 봐 부모님은 전전긍긍하셨다. 게다가 몇 년마다 한 번씩 집을 수리하는 비용(도배, 장판, 그 외 리모델링)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부동산에서는 아파트마다 세를 올릴 수 있는 금액은 정해져있었기에 원하는 금액을 다 받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세의 경우는 다달이 들어오는 제2의 월급은 달콤함을 주는 것 같아 마음속에 살포시 담아둔 상태였다. 지금 당장 집을 매매해서 누군가에게 세를 놓거나 할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분명하게 든다. 굳이 그것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 집을 고르는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저자 강미진은 부동산 대학원에서 부동산 경영, 관리를 연구하며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이데일리TV에서 부동산 전문 아나운서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TV에서 주식에 관한 채널을 조금씩 봤었지만, 부동산 부분은 그리 눈여겨본 것은 아니기에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해져서 찾아서 시청해보았다. 내가 시청한 건 2018.4.15의 방송이었다. 부동산 부분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이 많이 부족한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부동산 전문가와 아나운서와의 설명들에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눌 수 있다면 초급 수준의 나 같은 사람에게도 충분히 거부감이나 어려움 없이 들을 수 있을 정도라고 생각했다. (또한 나의 경우는 지난 학기 때 생활 재테크를 교양으로 들은 것이 좀 컸다는 것도 있다.)



책에서는 상가, 소형 아파트, 오피스텔, 단독주택(다가구주택, 상가주택),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특히 상가 부분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글을 읽다 보니 내가 하는 일들과도 완전히 별개의 것이 될 수는 없어서 다른 부분보다 눈여겨보았던 부분이었다. 건물을 짓고 나면 건축주의 한숨은 늘어갔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뜻대로 분양이 되지 않아서였다. 1층은 대개 분양이 되거나 임대가 되기 마련이었다. 1층은 접근성이 좋다는 최대 장점을 살려 카페, 약국, 편의점 등과 같은 것들이 들어섰다. 3층까지는 어떻게든 분양이 되는 편이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나머지 층수들은 가격이 1층의 1/2밖에 안 되는데도 분양이 되지 않는다는 한탄을 들으며 나는 난감해했다. 나 같아도 그 층수는 사지 않을 것만 같았다. 병원이 들어선다면 모르겠지만, 메리트가 큰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머지 층수에 대한 것들을 중점으로 임대 간판이 붙었다. 그때마다 생각하기를, 저기에 나 같으면 어떤 업종을 차릴까 생각했다. 물론 난 장사할 사람은 못되어서 늘 상상만 하고 그쳤지만.


책을 읽으며 상가를 매매할 때 숙지하면 좋을 것들이 나열돼있었다. 그중 입지 부분을 난 좀 자세히 보았는데, 가장 최근에 일했던 회사에서 이제 막 준공한 건물이 있었고, 분양팀도 따로 있었는데 1층의 한 곳도 분양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역에서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입지의 경우는 상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러 부분에 접목시킬 수 있기도 했다. 교통, 역세권 범위, 학군, 상점, 조망권.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는 게 문제였다. 단순히 비싸서 그랬던 걸까? 결국 그 건물은 10~20%의 할인된 가격으로 분양표를 다시 책정하기로 했다고 했다고 들었다. 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실로 방대했지만, 이것저것 다 넣고 싶은 저자의 마음은 이해하면서도 약간의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나의 경우는 우리가 매매하게 된다면 아파트와 일반 단독주택(다가구주택이나 다중주택, 상가주택이 아닌 경우)이 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기다렸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많이 다루고 있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내 주변 사람들 역시 상가를 매매하는 투자를 시작한다기보다 아직까지는 아파트나 단독주택(다가구주택이나 다중주택, 상가주택)을 매매해서 월세를 받는 부분을 좀 더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들어가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또한, 초급인 내가 읽기에는 이론적인 설명들이 어렵게 다가와서 자주 쉬어가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는 아마 내가 이쪽 분야에 대해 책을 읽어본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처음 보는 용어들에 대해 혼란스러움을 느껴 더욱 그런 것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이 책은 '상가를 매매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필독서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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