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안녕, 언젠가


 


인간은 늘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야 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 돼


죽을 만큼 사랑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 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이별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약혼녀 미츠코가 있는 유타카. 그런 그에게 토우코라는 강렬한 호기심이 그를 자극한다. 그 둘은 넉 달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유타카는 미츠코와 결혼을 하기 위해 떠나간다. 그리고 25년 후, 그들은 재회한다. 그 둘은 25년이란 길고 긴 세월을 어떤 심정으로 살아왔을까.


 


 


이 책을 든 이유는 매우 단순하게도 츠지 히토나리의 감성적인 문장이 그리워서였다. 그러나 다 읽고 억누를 수 없는 답답함에 사로잡혔다. 마음이 편안해지길 바랬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아마 이 책을 다 읽고 그에게 손에 이끌리 듯 내용없는 문자를 보내고도 멍한 상태를 유지했다. 분명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듯한 그의 문장들이 아직도 눈에서 살아움직이 듯 선한데, 그냥 억울했다. 츠지 히토나리는 참 잔인하다.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일생을 휘어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강제성이란 것은 전혀 없는 스스로가 규정지어놓은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럴 수 있다는게 참 대단하면서도 어리석어보였다.


 


 


분명, 사랑은 아름답다. 나이를 불문하고, 국적을 불문하고, 사랑에 방해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사랑이라는 그 자체로도 반짝반짝 빛이 나고 아름답다. 그런데 하물며 자신이 하는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하지만 자신의 사랑에 대한 욕심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사랑은 희생되어도 되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넉 달간의 사랑을 통해 그들이 손에 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끝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미츠코에게 어떤 죄를 범하고 있는가. 그들은 그럴싸하게 그것을 사랑이라 표현하고, 또 그렇게 믿어버린다. '유타카'의 우유부단함을 미칠 듯이 증오한다. 어쩌면 갖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을 '사랑'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과대포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또는 그렇게 착각하고 싶은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내가 사랑한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 그만큼 행복한 게 있는 것이 있을까? 츠지 히토나리는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라고 몇번씩이나 얘기하면서 은근히 강제성을 띄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강요받는 건 싫다. 이 책은 역시 일본소설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그런 테두리 안에서 놀고 있다. 하지만 츠지 히토나리의 필력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빛을 발하지 못했을 이 소설이 조금은 애틋하기도 하다. 곧 영화로도 개봉된다고 하던데, 영화에서는 유타카와 토우코의 사랑을 얼마나 절절하게 그려냈을지 조금은 기대가 된다.


 


 


 


 


 


 


 


 


             "왜 그래요?"
            "아니, 그냥, 잠깐 이런저런 옛날 일을 떠올리다 보니 가슴이 벅차서."
            "마치 고등학생처럼?"
            "생애 최고의 나날이었어요."
            "그래요, 최고의 나날이었어요."
            "그런 일은 그 후, 두번 다시 없었어."
            "으응, 나한테도 없었어요."
            "그 말도 안 되는 나날."
            "막무가내였죠."
            "사랑하고."
            "...... 사랑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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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언젠가 - 개정판
츠지 히토나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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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언젠가

 

인간은 늘 이별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야

고독이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사랑 앞에서 몸을 떨기 전에, 우산을 사야 해

아무리 뜨거운 사랑 앞이라도 행복을 믿어서는 안 돼

죽을 만큼 사랑해도 절대로 너무 사랑한다고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사랑이란 계절과도 같은 것

그냥 찾아와서 인생을 지겹지 않게 치장할 뿐인 것

사랑이라고 부르는 순간, 스르르 녹아 버리는 얼음 조각

 

안녕, 언젠가

 

영원한 행복이 없듯

영원한 불행도 없는 거야

언젠가 이별이 찾아오고, 또 언젠가 만남이 찾아오느니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 거야

 

난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어

 

 

 

 

 

 

 

 

약혼녀 미츠코가 있는 유타카. 그런 그에게 토우코라는 강렬한 호기심이 그를 자극한다. 그 둘은 넉 달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유타카는 미츠코와 결혼을 하기 위해 떠나간다. 그리고 25년 후, 그들은 재회한다. 그 둘은 25년이란 길고 긴 세월을 어떤 심정으로 살아왔을까.

 

 

이 책을 든 이유는 매우 단순하게도 츠지 히토나리의 감성적인 문장이 그리워서였다. 그러나 다 읽고 억누를 수 없는 답답함에 사로잡혔다. 마음이 편안해지길 바랬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아마 이 책을 다 읽고 그에게 손에 이끌리 듯 내용없는 문자를 보내고도 멍한 상태를 유지했다. 분명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듯한 그의 문장들이 아직도 눈에서 살아움직이 듯 선한데, 그냥 억울했다. 츠지 히토나리는 참 잔인하다.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일생을 휘어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강제성이란 것은 전혀 없는 스스로가 규정지어놓은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럴 수 있다는게 참 대단하면서도 어리석어보였다.

 

 

분명, 사랑은 아름답다. 나이를 불문하고, 국적을 불문하고, 사랑에 방해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사랑이라는 그 자체로도 반짝반짝 빛이 나고 아름답다. 그런데 하물며 자신이 하는 사랑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하지만 자신의 사랑에 대한 욕심이라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사랑은 희생되어도 되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넉 달간의 사랑을 통해 그들이 손에 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끝까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는 미츠코에게 어떤 죄를 범하고 있는가. 그들은 그럴싸하게 그것을 사랑이라 표현하고, 또 그렇게 믿어버린다. '유타카'의 우유부단함을 미칠 듯이 증오한다. 어쩌면 갖지 못한 사랑에 대한 미련을 '사랑'이라는 말로 그럴싸하게 과대포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또는 그렇게 착각하고 싶은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인간은 죽을 때,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내가 그 상황이라면, 내가 사랑한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은 기억을 떠올리고 싶다. 그만큼 행복한 게 있는 것이 있을까? 츠지 히토나리는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라고 몇번씩이나 얘기하면서 은근히 강제성을 띄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강요받는 건 싫다. 이 책은 역시 일본소설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그런 테두리 안에서 놀고 있다. 하지만 츠지 히토나리의 필력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빛을 발하지 못했을 이 소설이 조금은 애틋하기도 하다. 곧 영화로도 개봉된다고 하던데, 영화에서는 유타카와 토우코의 사랑을 얼마나 절절하게 그려냈을지 조금은 기대가 된다.

 

 

 

 

 

 

 

 

             "왜 그래요?"
            "아니, 그냥, 잠깐 이런저런 옛날 일을 떠올리다 보니 가슴이 벅차서."
            "마치 고등학생처럼?"
            "생애 최고의 나날이었어요."
            "그래요, 최고의 나날이었어요."
            "그런 일은 그 후, 두번 다시 없었어."
            "으응, 나한테도 없었어요."
            "그 말도 안 되는 나날."
            "막무가내였죠."
            "사랑하고."
            "...... 사랑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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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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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은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봉림대군은 조선인들을 풀어달라 하였고, 소현세자는 서양 과학서적과 여지구를 가지고 조선으로 환국한다. 그리고 환국한지 두달만에 소현세자는 의문의 죽음을 맞게 된다. 내가 아는 소현세자는 여기까지이다. 처음 그 얘기는 언제인지는 정확하게는 알지 못하나 중,고등학교 때 어렴풋 들었던 것이었는데, 그런 얕은 지식으로서는 이 책을 읽어낼 재간이 없다. 그래서 읽다가 덮고 소현세자에 대해 따로 찾아보기도 하며 열심히 국사 공부를 하며 읽은 것 같다. 소현세자가 왕이 되지 못해서일까? 그의 업적을 찾아봐도 이렇다 할 업적이 없다. 하지만 그가 청나라에서 가지고 온 과학서적이 훗날 수원성 축성 때 정약용으로 하여금 거중기를 만들게 하는 성과를 거두게 한다. 만약 그가 훗날 왕이 되었더라면 조선은 선진문물을 더욱 더 빨리 받아들이고 좀 더 나은 살림살이를 꾸려가게 됐을까 생각해보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반짝이는 별을 단 한순간에 너무 쉽게 놓친 것만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이내 씁쓸함이 되는데 그것을 감출 길이 없다.
 

 

인조가 자신의 아들인 소현세자를 살해했는지 아닌지는 내 관심시가 아니다. 그랬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으리라. 작가로서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랬을 수도 있을 거라고 믿어지는 정황들이다. 그러한 정황 속에 숨겨져 있는 아비의 고독이며, 또한 그 아들의 고독이다.(작가의 말) 아버지인 인조의 고독. 그리고 아들인 소현세자의 고독. 중간중간 소름돋게도 너무 잘 묘사한 작가의 표현을 금치 못하였다.

 

 

 "울거라. 네 몸에 울음이 가득할 것이다." 이 부분은 미안하지만 책 페이지를 쓸 수가 없다. 읽다보면 어디선가 반짝하고 알아챌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런 값진 구절은 직접 보고 느껴봐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멀리 떠나 있는 아들을 생각할 때도 내가 몸이 아팠다. 베어내지 못하는 살이 붙어 있는 자리에서 아팠다. 내가 너를 생각하면 몸이 더욱 아팠다. 불로 지진 침을 맞아도 그 아픔이 가시지 않았다." 이것이 임금이 아닌 진정 아버지의 마음인걸까. 세자를 청나라로 떠나보내는 임금이자 아버지 인조는 마음이 얼마나 쓰라렸을까하는 생각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물론 봉림대군도 함께 였지만, 몸이 약픈 세자를 떠나보내기가 더 힘겨웠으리라 생각한다. 세자를 향한 마음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서 난 의문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충동까지 일었다.

 

 
그러나 임금의 눈물에 대한 기록은 없다. 임금은 사사로이 울지 않았다……세자를 살리지 못한 의관들을 벌하라는 주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자가 죽고나서 쓰인 글이다. 청나라의 문물을 들고 오는 환국하는 소현세자가 인조에게는 자신의 반청 노선에 반기를 든 정적이자 원수의 청의 회유에 넘어간 반역자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그 시대에 살았던 역사만이 알고 있는 것. 우리는 정확한 것은 모르고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진실은 역사에 감춰져있다. 작가는 마지막 이제 상상력은 독자의 몫이다. 라고 마무리짓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인조가 죽였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세자가 죽고나서 인조의 태도들을 써놓았다는 것. 그게 사실일지언정 다른 수많은 명제들이 있는데, 그런 명제들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정도가 조금은 상상력을 방해했다.
 

 

그가 온전히 허구적인 인물일 수 있었다면 나는 그의 고독을 덜어줄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물론 나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작가의 말) 허구적 인물이었다면 나도 세자의 고독을 조금만 덜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당시 세자의 고독은 작가가 쓸 수 없을 만큼 더욱 더 크게 작용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이 느끼는 고독을 어떻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을 수 있을까.

 

 

내가 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나는 다만 이해하고 상상하기만 할 뿐이라는 것…… 나는 그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다는 것…… 그를 위로할 수도 그를 위해 변명할 수도 없다는 것…… 그러므로 그의 삶과 죽음을 있는 힘을 다해 이해할 뿐이라는 것,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 (작가의 말) 바로 이런 점들이 역사소설을 쓸 때의 최대의 난점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역사소설을 읽을 때에는 상상력이 많이 개입할 수 없기에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작가의 감정선을 이해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인물의 감정이 오롯이 작가의 감정이 될 수는 없는 법. 작가의 손길을 따라 이 글을 쓰며 느꼈을 작가의 감정을 읽는다. 하지만 작가의 감정을 읽고 그의 손을 한 자 한 자 따라가기에 거슬렸던 것은 초판 2쇄발행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오타와 띄어쓰기를 무시한 것이었다. 사람이 감정을 느끼며 책을 읽을 때에는 사사로운 것이라도 방해를 받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약간의 지식으로는 읽기가 좀 버거울 수도 있는 책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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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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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책 제목에 의문을 가졌다. '위험한 독서'라는 제목때문인지 선뜻 책을 들기가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 책이 단편인줄은 몰랐는데, 사실 이 책을 손에 들기 전 알았더라면 조금은 거부감을 안고 시작했을 책이다. 내가 싫어하는 책 중 하나가 단편집인 한국소설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은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꽤 높은 편임을 자랑하고 있다. 8편의 단편들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역시 <위험한 독서>였다.

 

 

<위험한 독서>에서 나오는 1인칭 시점은 독서치유사다. 독서치유사라는 직업. 참 매력있다. 어쨌거나 그에게 새로운 고객이 오게 되는데, 그 고객을 보고 느낀 감상평이란 당신과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특별한 기대나 별다른 설렘도 없이. 외지고 남루한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여태 단 한 번도 대출된 적 없어 존재감마저 희박해진 책. 한번 훑어보기만 하면 두 번 다시 들춰볼 일 없을 것처럼 평범해 보이는 책. 당신은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나에겐 이 부분에선 반발할 여지가 발생한다. 단지 읽은 책 몇권이라는 범위에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라고 읽는다'라고 느낄 수 있는 허용 범위가 과연 독자에게 긍정적으로 읽힐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에겐 그 자체가 조금은 낯설어서 거부감이 들었달까.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가 날 봤을 때 어떤 책으로 치버릴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읽고 나면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 그런 책의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다.

 

 

또 다른 단편집인 <천년여왕>에서 1인칭 시점 주인공은 작가이고, 그의 아내가 묻는다. "글을 써서 당신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이 물음에 무엇이라 답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작가는 뜻밖에도 "나 자신." 이라고 대답한다. 이 대답에 감명한건 나뿐일까? 하지만 난 작가의 마음으로 책을 읽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가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돌아보고자 글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모를뿐더러 어떤 마음으로 책을 쓰는지 모른다. 그저 난 독자의 입장에서 작가의 의도를 찾아내기에 급급하기 때문에 그런 건 신경쓸 틈도 없다. 가끔 읽기가 참 힘든 책들이 있다. 그럴 때는 저자를 탓하게 된다. 이 저자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라며. 하지만 김경욱은 그런 내 마음을 꿰뚫기라도 하듯 나에게 충고하고 있다. 저자의 의도나 실제 삶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요. 책을 당신 것으로 만드세요. 책은 영혼을 비추는 거울이나 거울 속 당신 자신을 들여다보세요. 책을 해석하려들지 말고 오롯이 그것을 통해 내 안의 숨겨진 자아를 찾아 탐험하는 것.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는 친구들에게 '책은 왜 읽는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내가 책을 많이 읽어서가 아니라 독서라는 문화가 아직 친구들의 가슴켠에 자리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난 그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말을 찾지 못했다. 그냥 그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그냥...'이라는 말로 대신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이유.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처음엔 멘토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내 완벽한 멘토역할을 해줄 책을 난 아직 찾지 못한 것 같다. 그저 공감이 간다는 이유만으로 멘토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난 아마 멘토가 이미 몇 십 권쯤은 있는 셈이다. 한 권의 책이 날 바꿀 수 있는 멘토역할을 해줄 수도 있지만, 내가 변하지 않으면 수 천 권의 책도 나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들은 '책을 왜 읽냐'는 질문에 시간을 때우려고 읽기도 하고, 쾌락을 얻기 위해 읽기도 한다고 말하지만,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읽는 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책을 읽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책의 권수가 조금만 두꺼워도 '헉 -' 소리를 내며 피해버리기 일쑤다. 나 역시도 아직까지 두께가 있는 책은 겁먹고 피해버리는데 왠지 그런 책들은 할말을 직설적으로 하지않고 비비꼬아서 그렇게 두꺼워질거라고 치부해버려서인지도 모르겠다.사실 이제까지 읽은 책 중 엄청난 두께를 자랑하는 책을 읽은 적은 없지만, 내가 읽었다는 책들 중에선 그런 책들이 꽤나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에는 독자가 메워야 할 수많은 빈칸이 존재한다고. 독자가 그것을 채우기 전에는 모든 책이 본질적으로 미완성 원고에 불과하다고. 그 책에는 작가가 아닌 내 삶을 부여해서 조금은 의미있는 오롯하게 나만의 책을 가꿔나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책에 독자를 향한 문은 항상 열려있음을 일깨워준다.

 

 

서평을 쓰다보니 아차! 싶다. 김경욱이 말한 위험한 독서는 바로 이런 것이다. 자신을 가차없이 돌아보게 만든다는 것. 책을 읽음으로써 나를 돌아보게 된다. 서평에선 미처 쓰지못한 문장들이 메아리들로 변화해서 머릿 속을 복잡하게 헤집는다. 그러다가 결국 아픈 상처까지 건드리게 될 때도 있다.

 

간혹가다 밑줄을 그으며 읽고 싶은 책이 한 두권 생기기 마련이다.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별 기대감없이 들었던 책이 감정을 너무 건드린다. 그래서 불쾌하다. 그러나 참 아이러니하게도 불쾌한데 기분이 참 신선하다. 어질한 현기증의 소용돌이로 빨려갈 것만 같은.. 참 오랜만에 좋은 책을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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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 장진영·김영균의 사랑 이야기
김영균 지음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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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있는 장진영은 웃고 있다. 웃는 모습이 예쁜 그녀. 왠지 그녀의 웃는 저 모습이 너무도 행복해보여서 감히 흉내낼 수도 없어보인다. 난 장진영과 말을 해본 적도 없거니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말고는 본 적도 없다. 그런 장진영이 얼마전 세상을 떴다고 한다. 장진영을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정말 충격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아픔이 나에게까지 전달되기엔 많은 무리가 있었나보다. 그냥 그저 '수많은 배우들 중 한사람이 세상을 떠났구나' 라는 생각밖에는.. 나는 장진영을 좋아하게 된 것이 영화 <국화꽃향기>라는 작품이었는데, 그곳에서 장진영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눈물가득한 웃음에 울었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아파하며 연기를 되새김질했다. <국화꽃향기>에서 자신의 연기가 잘못되었다면서.. 아픈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의 직업정신에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이 책의 저자 김영균은 장진영을 만난 순간부터 그녀를 보내기 이전까지의 나날들을 소설처럼 써내려간다. 만약 사랑에 깊이가 있다면 이 남자의 사랑의 깊이는 얼마만큼의 깊이까지 치닿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데는 그 깊이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읽으면서 김영균이라는 사람이 배우 장진영이 아닌 한 여자의 장진영의 모습을 사랑했다는 것들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일반인과 배우가 사랑하기가 일반 사람들보다 쉽지 않음을 오롯이 알고 있진 않지만 아주 조금은 알고 있기에 그들의 사랑이 조금은 위태위태해보이기도 했고, 간간히 다퉜던 장면에서는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그 사랑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열렬히 그리고 예쁘게 사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너무 빠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장진영은 9월달에 떠났다고 나오는데, 12월에 책을 출간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그녀를 잊지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고 그들의 사랑을 인정해주길 원했었더라면 조금의 기간을 두고 책을 출판해도 사람들은 꾸준히 그녀를 잊지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왠지 자신들의 사랑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너무 빠르게 책을 출간해냈다. 게다가 저자는 자신의 미래를 포기한건 아닐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5년 사귄 연인들도 하루아침에 안녕! 하고 헤어질 수도 있고, 몇년을 살아도 맞지않아 이혼하는 부부가 꽤 되는데 길지 않은 시간을 책까지 쓰면서 이렇게 과시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게다가 공인이 아닌 일반인의 사랑이야기였으면 빛을 발하지 못했을 이 책이 공인의 연애담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사는 사람들도 꽤 있을 법하다. 그래서 조금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책 속에 자식이 부모를 잃는 것보다 부모가 자식을 잃는 것보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는게 더 아프다라는 말을 한 문장이 나와있다. 비록 저자의 말은 아니겠지만, 이 문장에 난 강한 반발을 표현하고 싶다. 개개인의 차이라면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라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 사랑하는 친구를 먼저 하늘로 떠나보내고 역시 내 친구이기도 한 그 친구의 남자친구를 봤다. 그 때는 진짜 미쳤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지금은 3년이 지나간다. 아직도 그 친구는 친구를 잊지 못했지만, 이제서야 조금 무거운 마음의 짐을 덜고 새로운 출발 선상에 서서 총성이 들릴 때까지 준비태세를 취하고 있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건 비단 저자뿐이 아닌데, 왜 저자는 자신의 사랑만을 내세우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정말 이 사람이 그녀와의 추억을 간직하고 싶었더라면 나같은 경우엔 그냥 가슴 속에 묻고 꼭꼭 숨겨놓았을 것 같다. 나는 내 소중한 사람이 그토록 아파했음에도 불구하고 병마와 싸워서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거니와 아프면 사람이 추해진다고 했던가. 나는 그런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책에서 보기에 장진영은 사생활의 노출을 극도로 꺼려왔다. 그런 그녀를 보았을 땐 이런 걸 원하진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지상에서 아름다웠던 그녀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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