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을 좀 차갑게 썼을지도 모르겠다. 거의 끝부분을 볼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커스 골드먼은 살아 있어서 앞으로 즐겁게 살 수 있겠구나 하는. 그렇다고 죽은 사람 삶이 안 좋았다는 건 아니다. 사는 동안에는 괜찮았을 거다. 그저 살았을 때 다른 사람을 시샘하고 미워해서 안 좋은 일을 하고 그게 자신까지 안 좋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이런 말을 하다니. 이 책 이야기 하기 조금 어렵다. 오래전 일을 말하면서 슬쩍 안 좋은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려준다. 아니 그건 처음부터 말했구나. 슬픈 일이 일어난다고. 그 일이 어떤 일인지는 짐작이 간다.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 두꺼운 책을 읽어나가야 알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일이 흘러갈 수 있을까. 어쩐지 소설이기에 그런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다 아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생각하다니. 소설보다 더한 삶을 사는 사람은 세상에 많겠지.

 

 마커스 골드먼은 조엘 디케르가 첫번째 소설에 쓴 사람으로 이번에 또 나왔다. 지난번 소설에서도 마커스는 두번째 소설을 못 써서 괴로워했던 것 같은데. 예전에 써둔 걸 찾아봤다면 좋았을 텐데. 조엘 디케르라는 이름도 잊었다. 책을 한번밖에 보지 않아서. 두번째를 봐서 이제 이름을 기억할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이 책을 본 건 첫번째 책을 봐서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책이 두꺼워서 보고 싶었다. 이 정도면 두권으로 나누어서 낼 수도 있었을 텐데. 책을 보는 사람은 두권보다 한권이 더 좋기는 하다(나만 이렇게 생각할까). 소설은 잘 읽힌다. 책 빨리 읽는 사람은 하루 만에 다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난 천천히 봐서 다 보는 데 며칠 걸렸다. 며칠 동안은 책을 오래 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니. 다른 책은 오래 보도록 애써야겠다.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다니.

 

 글을 쓰는 건 기억하려는 거기도 하고 다친 자기 마음을 낫게 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말 알아도 정말 그런지 난 여전히 모르겠다. 기억하려는 건 알겠지만. 마커스 골드먼은 소설을 쓰려고 조용한 곳에 갔는데 그곳에서 예전 여자친구 알렉산드라를 만난다. 알렉산드라를 만나고 마커스는 어릴 적 일을 생각하고 그것을 소설로 쓴다. 이건 마커스가 쓴 소설이기도 한 거다. 이런 형식을 처음 보는 건 아니다. 골드먼 형제(마커스 큰아버지와 마커스 아버지)는 사는 곳에 따라 볼티모어 골드먼과 몬트클레어 골드먼이라 했다. 마커스는 몬트클레어 골드먼으로 볼티모어 골드먼을 부러워했다. 큰아버지는 한번도 진 적 없는 변호사고 큰어머니는 의사고 예뻤다. 마커스와 나이는 같지만 마커스보다 몇달 뒤에 태어난 힐렐은 똑똑하고 힐렐 친구 우디는 잘생기고 운동을 잘했다. 우디도 볼티모어 골드먼 한 사람이었다. 마커스는 힐렐과 우디 둘 다를 사촌이라 여겼다. 마커스는 주말이면 볼티모어에 가서 지냈다. 우디가 볼티모어 골드먼이 된 걸 부러워하고 자신도 볼티모어 골드먼이 되고 싶다 생각했다.

 

 좋은 시절은 영원하지 않다. 마커스 할렐 우디는 <골드먼 갱단>이라 하고 친하게 지냈지만, 여자아이 알렉산드라가 나타나고 조금씩 바뀐다. 셋 다 알렉산드라를 보자마자 좋아했다. 셋이서 아무도 알렉산드라를 독점하지 않아야 한다는 약속보다 누가 알렉산드라 마음을 얻을까 말했다면 이야기는 바뀌었을까. 마커스가 알렉산드라와 사귄다는 걸 둘한테 말했다면 나았을 텐데. 마커스와 알렉산드라 때문이라 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 일도 조금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 사이가 삐걱거리고 큰아버지가 패트릭한테 두 아이를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을 느낀 것이 말이다. 누군가를 위하는 일이 누군가한테는 안 좋은 일일 수 있다는 걸 알 사람은 별로 없겠다. 힐렐은 우디와 친하게 지냈지만 우디를 시샘했다. 힐렐과 우디는 사이가 아주 가까워서 그렇게 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커스는 둘과 떨어져 있어서 나았던 것 같다.

 

 볼티모어 골드먼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그렇게 되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 마커스 큰아버지가 동생 네이튼을 시샘하지 않았다면 나았을까. 동생이라고 형한테 아무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닌 것 같다. 여기에 나오는 건 자신을 제대로 보기보다 남을 부러워하고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을 하고 자신도 덫에 빠지는 거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평소에 아이보다 부부 두 사람을 생각했다면 빈둥지증후군에 걸리지 않았을 텐데. 아이가 부모한테 사랑을 바라기도 하지만 부모도 자식한테 사랑을 바라는 것 같다. 그건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이 그런 거고 많은 사람은 다를지도 모르겠다. 적당한 거리두기라는 말도 생각난다. 많은 사람은 거리가 멀어서 쓸쓸함을 느끼겠지만, 여기에서는 거리를 두지 않아 시간이 흐르고 예전과 달라진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 책을 보면 이렇게 생각하는데, 내 일이 되면 그러지 못하기도 한다. 남을 부러워하지 않아야 하는 거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기도 하다. 사람은 다 다르고 자기 나름대로 살 수밖에 없다. 마커스는 마커스로 살아가겠다.

 

 

 

희선

 

 

 

 

☆―

 

 “저는 우리도 볼티모어 골드먼처럼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우리는 몬트클레어 골드먼으로 행복했잖아. 앞으로도 여전히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야. 우리가 다른 누군가가 되기를 바랄 까닭은 없어.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달라. 행복이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해.”  (469~4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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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를 버리고 물 밖으로 나왔어요

숨쉬기 편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도 않네요

갈수록 공기는 나빠지고

요즘은 미세먼지까지 숨쉬기 힘들게 합니다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아가미를 버리고 물을 떠난 벌일까요

 

꼬리지느러미를 버리고 물 밖으로 나왔어요

두 다리로 걸으면 좋을 것 같았는데

힘듭니다

물 속에서는 멀리까지 갈 수 있지만

물 밖에서는 조금밖에 걷지 못해요

 

숨쉬기 힘들고

오래 걷지 못해도

참고 견딜게요

 

해 아래를

달 아래를

당신과 함께 걸을 수 있다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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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라야, 나 사실은 외계인이야.”

 

 “응, 그렇구나.”

 

 “별로 놀라지 않는구나.”

 

 “응, 어렴풋이 그렇지 않을까 했어. 유진이 널 처음 만난 곳은 산이고 전날 밤에 별똥별 같은 게 떨어졌잖아.”

 

 “그건 내가 탄 우주선이 지구로 떨어지는 거였어.”

 

 “우주선 고장난 거구나.”

 

 “응. 바로 고칠 수 없어서 잠시 지구인인 척하고 살기로 했어. 그곳에 소라 네가 왔어.”

 

 “내가 갔을 때 거기에 우주선 같은 건 없었는데, 그 우주선은 어떻게 됐어?”

 

 “우주선은 작게 만들어서 내가 가지고 있었어.”

 

 “그런 거 만화에서 봤는데, 너네 별에서는 진짜 그걸 할 수 있나봐.”

 

 “으응…….”

 

 “우와 멋지다. 근데 유진아 너 나한테 니가 외계인이라는 거 말해도 괜찮아? 그런 건 숨겨야 하잖아.”

 

 “그렇기는 한데, 넌 내 친구잖아.”

 

 “그 말 하고 이제 떠나는 거야?”

 

 “아직. 우주선 다 못 고쳐서 못 가.”

 

 “그동안 고쳤어?”

 

 “응.”

 

 “유진이 넌 그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우리 별 사람은 모두 어릴 때부터 우주선 만들기를 배워서 고칠 수도 있어. 자기 우주선을 스스로 만들고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그걸 타고 어디로든 떠나.”

 

 “그렇게 떠나면 거기 남는 사람은 얼마 없겠다.”

 

 “떠났던 사람이 돌아오기도 하고 돌아오지 않기도 해.”

 

 “그렇구나. 유진이 넌 어떡할 생각이었어?”

 

 “난 여기저기 돌아보고 돌아가려 했어.”

 

 “그러면 언젠가 지구를 떠나겠구나.”

 

 “응.”

 

 “여기 떠나면 다시 만날 수 없겠다.”

 

 “아마 그럴 거야.”

 

 “우리 남은 시간 동안 즐겁게 지내자.”

 

 “그래. 고마워.”

 

 난 말할 수 없었다. 나 또한 지구인이 아닌 다른 별에서 왔다는 걸. 내가 지구에 왔을 때 이곳에는 지구 사람보다 다른 별 사람이 더 많았다.

 

 지구에서는 세계를 지구촌이라 하고 세계 사람이 다 같다고 여겼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모두 우주에 사는 사람이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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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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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는 <이혼>을 시작해 이혼한 여자가 <읍산요금소>에서 일하는 것과 한 여자와 아홉해 전에 헤어진 남편과 지금 남편이 만나는 이야기 <새의 장례식> 세 편이 실렸다. 세 가지 이야기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건 ‘이혼’이다. 요즘은 결혼했다 헤어지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거의 성격이 잘 안 맞는다고 말하지 않던가. 이건 연예인이 자주 하던 말이구나. 오래전에는 결혼했다 헤어지기 힘들었을 거다. 헤어지는 일이 아주 없지 않았겠지만 지금하고는 많이 달랐다. 그때는 얼굴도 안 보고 부모가 정해주는 사람과 혼례를 올렸다. 그때 여자한테 이런 말을 했다. 결혼하면 귀머거리 삼년 벙어리 삼년이다고. 칠거지악이라고 해서 남편이 아내를 버릴 수 있는 일곱 가지 경우도 있었다. 다 유교에서 비롯한 거다. 왜 여자만 참아야 했는지. 그게 지금이라고 다를까.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는 사람이 남편과 헤어지고 싶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웬만하면 참고 살아라 할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에는 남자 여자를 똑같이 생각하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여자와 아이를 재산으로 여긴 적도 있으니. 한국은 그런 적 없었을까. 양반은 어땠을지 몰라도 노비는 그랬을 것 같다. 노비는 남자 여자 다 재산이었겠다. 양반은 자신보다 더 좋은 집안과 연을 맺으려고 딸을 시집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노비는 마음대로 결혼하기 어려웠을까,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했을까. 이건 잘 모르겠구나. 마음대로 결혼하지 못했을 것 같다. 양반보다는 자유로웠을 것 같지만. 신분제도가 없어지고도 다들 아들을 낳으려고 했다. 딸을 낳으면 이름도 제대로 지어주지 않고 학교에 갈 나이가 되어도 보내지 않았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 많았겠지.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시대가 바귀었다 해도 여전히 유교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부장제라 해야 할까.

 

 여자든 남자든 사람이라는 건 다르지 않다. 그런 말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혼뿐 아니라 이혼도 여자한테 더 안 좋다. 이제는 많이 없어졌겠지만 예전에는 여자가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이혼했다고 하면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건 <읍산요금소>에 나오는 여자가 떠오르고 <이혼>에서는 민정의 선배가 그랬다. 읍산요금소에서 정산원으로 일하는 여자는 남편과 헤어질 때 돈을 벌지 못해서 아이 친권과 양육권을 놓아야 했다. 아이는 부모가 헤어지는 게 아무렇지 않았나 보다. 자기 친구 부모도 헤어졌다는 말을 했다. 여자도 꼭 아들과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럴 형편이 아니어서 아예 그런 생각을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드라마 같은 데서는 아이를 누가 기를지 여자와 남자가 오래 싸우기도 하던데. 이 소설에서는 참 담담하게 나왔다. 두번째 이야기에서 여자가 왜 남편과 헤어졌는지 말하지 않는다. 왜 였을지. <이혼>이나 <새의 장례식>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까닭이었을까. <이혼>과 <새의 장례식>이 똑같지 않겠지만 아주 다르지 않을지도.

 

 부부가 헤어지는 까닭에는 한쪽이 바람을 피운다거나 폭력을 휘둘러서일 때가 많을까. 생각나는 건 이것밖에 없다. 폭력이라고 해서 때리는 것만은 아닐 거다. <이혼>에서 민정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혼자였다. 배우자를 혼자 내버려두는 것도 폭력이 아닐까. 그때 민정의 남편 철식은 비정규 노동자 사진을 찍었다. 가까이 있는 사람 아픔은 보지 않고 남의 아픔만 보았다. 그런 사람 많지 않나 싶다. 천재 작가 같은 사람은 집안 일은 하나도 마음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한다. 어쩐지 세상 사람은 그런 사람한테는 너그러운 것 같기도 하다. <새의 장례식>에서는 폭력이 대물림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혼>에도 민정의 엄마가 아버지한테 맞고 살았다는 게 나오는데, 민정의 오빠들은 괜찮을까. 갑자기 그게 알고 싶구나. 아들이 꼭 아버지를 닮는 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아버지가 한 걸 그대로 하는 아들이 더 많을 듯하다. 아버지와 닮은 아들은 자신이 싫지 않을까.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아버지를 닮은 것이. 나라면 그럴 것 같은데.

 

 남편이 아버지 같기를 바라는 사람이 없지 않겠지만, 그것보다 아내가 뭐든 받아주는 엄마 같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을 아들이라 여기는 사람도 많다. 왜 그래야 하지. 그렇게 해도 서로 좋다면 별 문제 없겠구나. 두 사람 사이가 어떻든 그건 남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걸 바라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다. 결혼은 많이 생각하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로 의지하기 전에 먼저 홀로 서야 한다. 사람은 그렇게 단단하지 못하구나. 많은 걸 깨달을 때쯤에는 나이가 많겠지. 그러면 결혼의 환상을 버려야겠구나. 어쩌다가 내가 이런 말을. 나도 잘 모르는데. 서로가 남자 여자라는 것을 떠나 한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면 낫겠다.

 

 

 

희선

 

 

 

 

☆―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 영혼을 구원하려고 찾아온 신이 아니야. 당신의 신이 되려고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이혼>에서, 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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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둘레를 정리하듯 마음도 정리해서 깨끗하게 하면 좋겠지요. 그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런 것을 했다는 말이 적힌 책을 언젠가 본 것도 같은데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다른 사람이 그런 책을 읽고 쓴 글을 본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걸 본 게 언젠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소를 하니 마음도 깨끗해졌다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청소를 수행이라 했던가.

 

 몇해 전부터 새해가 오면 이번에는 꼭 좋은 버릇을 들여야지 합니다. 좋은 버릇이란 정리하는 거예요. 정리보다 치우고 버리기라고 하는 게 낫겠습니다. 전 버리는 거 잘 못해요. 그나마 다행하게도 뭔가 많이 사지 않아요. 언젠가 공책이나 편지지 펜을 사두었다고 했는데, 그건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습니다(아주 많지 않다는 거군요). 그런데도 제 방은 좁네요. 본래 방이 넓지 않습니다. 넓지 않아서 어떻게 정리하면 좀 나을지 잘 모르겠어요. 잘 몰라서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가끔 방을 둘러보고 난 평생 이렇게 어지러운 데서 살다 죽겠구나 합니다.

 

 제가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건 늘 책 읽는 걸 먼저 해서예요. 그러면서도 책은 별로 못 읽었군요. 이거 하루나 이틀 안 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지금은 이렇게 쓰는 것도 하는군요. 다른 것도 하고 책 읽고 글도 쓰는 사람도 있는데. 왜 저는 그렇게 못할까요. 버릇이 들지 않아서군요. 한번에 하기보다 조금씩이라도 해야겠습니다. 물건은 할 수 있는 한 사지 않고, 버려야 할 건 마음먹고 버리면 좀 낫겠지요. 이번에는 정말 그럴 수 있어야 할 텐데.

 

 청소도 즐겁게 할 수 있을까요. 학교 다닐 때 청소 하는 시간 그렇게 좋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게 그렇게 힘든 건 아니었지만. 날마다 그렇게 해서 교실이 깨끗했던 거겠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바닥에 초 칠하고 마른 걸레로 닦았어요. 무슨 일이 있을 때면 학생들이 모두 복도로 나와 닦기도 했습니다. 어쩐지 지금은 그런 거 학생한테 시키지 않을 것 같네요. 그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저는 학교에서 청소했지만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했으니 별 도움은 안 되었네요. 그렇다고 청소를 한번도 안 한 건 아닙니다. 가끔 마음 내키면 했어요.

 

 방뿐 아니라 제 마음도 정리해서 가볍게 하고 싶습니다. 가볍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지. 어떤 것을 바라느냐 하면 쓸데없는 생각 안 하고 무엇이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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