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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신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평점 :
여기에는 <이혼>을 시작해 이혼한 여자가 <읍산요금소>에서 일하는 것과 한 여자와 아홉해 전에 헤어진 남편과 지금 남편이 만나는 이야기 <새의 장례식> 세 편이 실렸다. 세 가지 이야기에서 공통으로 나오는 건 ‘이혼’이다. 요즘은 결혼했다 헤어지는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거의 성격이 잘 안 맞는다고 말하지 않던가. 이건 연예인이 자주 하던 말이구나. 오래전에는 결혼했다 헤어지기 힘들었을 거다. 헤어지는 일이 아주 없지 않았겠지만 지금하고는 많이 달랐다. 그때는 얼굴도 안 보고 부모가 정해주는 사람과 혼례를 올렸다. 그때 여자한테 이런 말을 했다. 결혼하면 귀머거리 삼년 벙어리 삼년이다고. 칠거지악이라고 해서 남편이 아내를 버릴 수 있는 일곱 가지 경우도 있었다. 다 유교에서 비롯한 거다. 왜 여자만 참아야 했는지. 그게 지금이라고 다를까. 결혼하고 아이까지 있는 사람이 남편과 헤어지고 싶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웬만하면 참고 살아라 할지도 모르겠다.
오래전에는 남자 여자를 똑같이 생각하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여자와 아이를 재산으로 여긴 적도 있으니. 한국은 그런 적 없었을까. 양반은 어땠을지 몰라도 노비는 그랬을 것 같다. 노비는 남자 여자 다 재산이었겠다. 양반은 자신보다 더 좋은 집안과 연을 맺으려고 딸을 시집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노비는 마음대로 결혼하기 어려웠을까,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했을까. 이건 잘 모르겠구나. 마음대로 결혼하지 못했을 것 같다. 양반보다는 자유로웠을 것 같지만. 신분제도가 없어지고도 다들 아들을 낳으려고 했다. 딸을 낳으면 이름도 제대로 지어주지 않고 학교에 갈 나이가 되어도 보내지 않았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 많았겠지.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시대가 바귀었다 해도 여전히 유교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가부장제라 해야 할까.
여자든 남자든 사람이라는 건 다르지 않다. 그런 말이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혼뿐 아니라 이혼도 여자한테 더 안 좋다. 이제는 많이 없어졌겠지만 예전에는 여자가 결혼하면 일을 그만두어야 했다. 이혼했다고 하면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건 <읍산요금소>에 나오는 여자가 떠오르고 <이혼>에서는 민정의 선배가 그랬다. 읍산요금소에서 정산원으로 일하는 여자는 남편과 헤어질 때 돈을 벌지 못해서 아이 친권과 양육권을 놓아야 했다. 아이는 부모가 헤어지는 게 아무렇지 않았나 보다. 자기 친구 부모도 헤어졌다는 말을 했다. 여자도 꼭 아들과 살고 싶은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럴 형편이 아니어서 아예 그런 생각을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드라마 같은 데서는 아이를 누가 기를지 여자와 남자가 오래 싸우기도 하던데. 이 소설에서는 참 담담하게 나왔다. 두번째 이야기에서 여자가 왜 남편과 헤어졌는지 말하지 않는다. 왜 였을지. <이혼>이나 <새의 장례식>에 나오는 것과 비슷한 까닭이었을까. <이혼>과 <새의 장례식>이 똑같지 않겠지만 아주 다르지 않을지도.
부부가 헤어지는 까닭에는 한쪽이 바람을 피운다거나 폭력을 휘둘러서일 때가 많을까. 생각나는 건 이것밖에 없다. 폭력이라고 해서 때리는 것만은 아닐 거다. <이혼>에서 민정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혼자였다. 배우자를 혼자 내버려두는 것도 폭력이 아닐까. 그때 민정의 남편 철식은 비정규 노동자 사진을 찍었다. 가까이 있는 사람 아픔은 보지 않고 남의 아픔만 보았다. 그런 사람 많지 않나 싶다. 천재 작가 같은 사람은 집안 일은 하나도 마음 쓰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한다. 어쩐지 세상 사람은 그런 사람한테는 너그러운 것 같기도 하다. <새의 장례식>에서는 폭력이 대물림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혼>에도 민정의 엄마가 아버지한테 맞고 살았다는 게 나오는데, 민정의 오빠들은 괜찮을까. 갑자기 그게 알고 싶구나. 아들이 꼭 아버지를 닮는 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것보다 아버지가 한 걸 그대로 하는 아들이 더 많을 듯하다. 아버지와 닮은 아들은 자신이 싫지 않을까.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아버지를 닮은 것이. 나라면 그럴 것 같은데.
남편이 아버지 같기를 바라는 사람이 없지 않겠지만, 그것보다 아내가 뭐든 받아주는 엄마 같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을 아들이라 여기는 사람도 많다. 왜 그래야 하지. 그렇게 해도 서로 좋다면 별 문제 없겠구나. 두 사람 사이가 어떻든 그건 남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걸 바라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다. 결혼은 많이 생각하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로 의지하기 전에 먼저 홀로 서야 한다. 사람은 그렇게 단단하지 못하구나. 많은 걸 깨달을 때쯤에는 나이가 많겠지. 그러면 결혼의 환상을 버려야겠구나. 어쩌다가 내가 이런 말을. 나도 잘 모르는데. 서로가 남자 여자라는 것을 떠나 한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면 낫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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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 영혼을 구원하려고 찾아온 신이 아니야. 당신의 신이 되려고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이혼>에서, 6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