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둘레를 정리하듯 마음도 정리해서 깨끗하게 하면 좋겠지요. 그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런 것을 했다는 말이 적힌 책을 언젠가 본 것도 같은데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다른 사람이 그런 책을 읽고 쓴 글을 본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걸 본 게 언젠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소를 하니 마음도 깨끗해졌다는 말이었던 것 같아요. 청소를 수행이라 했던가.

 

 몇해 전부터 새해가 오면 이번에는 꼭 좋은 버릇을 들여야지 합니다. 좋은 버릇이란 정리하는 거예요. 정리보다 치우고 버리기라고 하는 게 낫겠습니다. 전 버리는 거 잘 못해요. 그나마 다행하게도 뭔가 많이 사지 않아요. 언젠가 공책이나 편지지 펜을 사두었다고 했는데, 그건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습니다(아주 많지 않다는 거군요). 그런데도 제 방은 좁네요. 본래 방이 넓지 않습니다. 넓지 않아서 어떻게 정리하면 좀 나을지 잘 모르겠어요. 잘 몰라서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가끔 방을 둘러보고 난 평생 이렇게 어지러운 데서 살다 죽겠구나 합니다.

 

 제가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건 늘 책 읽는 걸 먼저 해서예요. 그러면서도 책은 별로 못 읽었군요. 이거 하루나 이틀 안 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지금은 이렇게 쓰는 것도 하는군요. 다른 것도 하고 책 읽고 글도 쓰는 사람도 있는데. 왜 저는 그렇게 못할까요. 버릇이 들지 않아서군요. 한번에 하기보다 조금씩이라도 해야겠습니다. 물건은 할 수 있는 한 사지 않고, 버려야 할 건 마음먹고 버리면 좀 낫겠지요. 이번에는 정말 그럴 수 있어야 할 텐데.

 

 청소도 즐겁게 할 수 있을까요. 학교 다닐 때 청소 하는 시간 그렇게 좋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게 그렇게 힘든 건 아니었지만. 날마다 그렇게 해서 교실이 깨끗했던 거겠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바닥에 초 칠하고 마른 걸레로 닦았어요. 무슨 일이 있을 때면 학생들이 모두 복도로 나와 닦기도 했습니다. 어쩐지 지금은 그런 거 학생한테 시키지 않을 것 같네요. 그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저는 학교에서 청소했지만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했으니 별 도움은 안 되었네요. 그렇다고 청소를 한번도 안 한 건 아닙니다. 가끔 마음 내키면 했어요.

 

 방뿐 아니라 제 마음도 정리해서 가볍게 하고 싶습니다. 가볍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지. 어떤 것을 바라느냐 하면 쓸데없는 생각 안 하고 무엇이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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