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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룸
김의경 지음 / 민음사 / 2018년 10월
평점 :
책을 보기 전에는 장편인지 알았어.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차례 보고 단편인가 잠깐 생각했는데, 그냥 작은 제목일지도 몰라 했어. 첫번째 <물건들>을 보고 두번째 <세븐 어 클락>을 보고 단편이라는 걸 깨달았어. 난 왜 처음에 못 알아봤을까. 장편이든 단편이든 잘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단편은 이야기 하나하나를 조금이라도 정리해야 하잖아.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가 우습군. ‘쇼룸’이라는 말도 바로 알지 못했어. 영어를 그대로 생각하면 보여주는 방인가(보이는 방이라고 해도 될지). 첫번째와 마지막을 빼고는 다 이케아가 나와. 이케아는 가구고 매장에는 이케아 가구로 꾸민 방(쇼룸)이 아주 많다고 해. 이케아 가구는 다 만들어지지 않고 자신이 조립해야 해. 그래서 조금 싸. 싸다고 해도 나 같은 사람한테는 이케아도 비싸. 여기에도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나오기도 하는군.
내가 사는 곳에 어느 정도나 있는지 모르지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이소’가 있어. 생긴 지 좀 됐는데 난 거기에 한번도 안 들어가봤어. 서울에는 여러 층으로 된 다이소가 있는가 봐. <물건들>에 나오는 두 사람은 다이소에서 만나고 그곳에서 헤어져. 집이나 돈 때문에 헤어지는 걸까. 그것 때문만은 아닌 듯해. 한사람은 아이를 바라지만 한사람은 아이를 바라지 않으니. 요즘은 결혼도 아이도 바라지 않는 사람이 많지 않나 싶어. 집이 없어설까. 열심히 일해도 집을 사기 어려운 시대라고 하지. 두번째 소설 <세븐 어 클락>에 나오는 부부는 어느 정도는 살았는데 남편이 하던 가게가 잘 안 되고 빚을 지고 밤에 사람들 몰래 다른 곳으로 이사했어. 일곱시는 남자가 일하러 집을 나가는 시간이고 여자가 편의점 일을 끝내는 시간이야. 여자는 남자 일이 잘 안 됐을 때 헤어지려고 했는데 남자가 위자료를 줄 돈이 없다고 해. 남자가 여자한테 위자료 꼭 줘야 하는 건가. 전보다 작은 집으로 옮기고 두 사람은 거의 얼굴을 마주치지 않아. 그건 여자가 바란 거였어. 여자가 일하는 편의점에서 가까운 곳에 이케아가 문을 여는 날 두 사람은 소파베드를 사러 가. 어쩐지 이 두 사람은 시간이 더 흘러도 헤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난 그렇게 봤는데.
여기에서는 여러 사람이 이케아에 가. <이케아 소파 바꾸기>에서 스물다섯살인 세사람 미진 사라 예주는 함께 사는 집에 놓을 소파를 사러 이케아에 가. 한사람은 대기업 계약직이고 두 사람은 바리스타로 아르바이트를 했어. 세 사람이 함께 살 집이 있다는 게 어딘가 싶기도 해. 마지막에 셋 다 일자리를 잃지만, 세 사람 앞으로 살기 어려울까. 꼭 그렇지는 않겠지. <쇼케이스>에서 남편 태환은 아내 희영이 마음 편하게 글을 쓰게 해주려고 고기 해체하는 일을 배우고 파는 일을 해. 두 사람 다 작가가 됐는데. 두 사람을 보고 살아가는 게 쉽지 않고 집이 없어도 두 사람이 있기에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했어. 두 사람은 이케아에 가서 침대를 사려 하지만 사지 못해. 희영은 조명을 사와서 낡은 집에 달고 켜 보지만, 밝은 빛에 드러난 집안은 더 보잘것없었어. 가게에서는 아주 밝아도 물건들이 좋아 보이는데, 왜 집에서는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이케아 룸>에서 소희는 열여덟살 많은 사람과 사귀어. 처음에는 그저 나이 많은 사람과 사귀나 보다 했는데, 상대는 결혼한 사람으로 아이도 있었어. 그동안 소희는 그걸 깊이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케아 룸을 돌아보다 사귀는 사람 아내와 아이를 생각해. 소희는 남자가 얻어준 오피스텔에서 책상과 소파를 조립하고는 열쇠를 우편함에 넣고 가. 그렇게 한 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여섯번째 이야기 <계약 동거>는 나이 많은 사람 이야기야. 곧 일흔이 되는 김 박사와 예순 중반인 영순. 이젠 젊지 않아서 다 살았다는 느낌이 들 나이일까. 그때도 누군가를 알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어. 영순은 김 박사와 이케아 룸을 둘러보다 아이 방을 보고 오래전에 자기 배 속에서 죽은 아이를 생각하고 울어. 김 박사는 이케아 룸에서 빈 옷장을 찾아 영순한테 그 안에서 실컷 울고 나오라고 해. 영순은 죽은 남편과 다르게 자기 마음을 배려하는 김 박사와 한번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해. 영순은 김 박사한테 다시 결혼하기보다 두해쯤 함께 살아보자고 해. 그 집에 이케아 가구를 들이고. 자식들은 그걸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군. 자식은 나이 든 부모가 누군가와 다시 결혼한다고 하면 반대하잖아. 그건 부모한테 돈이 있을 때던가. <빈집>에서 명희는 이케아에서 몰래 영화를 찍으려고 했는데 그건 못했어. 한국에도 빈집 많겠지. 내가 사는 곳에도 사람이 많이 줄었다는데 여전히 아파트 지어. 그런 곳 빈집 많을 거야. 빈집이 많은데 집 없는 사람도 많다니. 세상에 먹을 게 넘쳐나도 굶어죽는 사람이 있는 것과 다르지 않군. <2층 여자들>은 고시원 2층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야. 그런 곳에 살면 서로 돕고 살 것 같은데 여기에서는 그러지 않아. 비슷한 처지면서 서로를 헐뜯어. 자기 물건이 아니면 안 써야 하는데, 남의 걸 훔치는 사람도 있어. 그래도 마지막에 ‘나’가 총무한테 이십만원 빌려줬다는 문자메시지 보내지 않아서 다행이야. ‘나’는 총무한테 오만원 빌려줬어.
몇해 전에 김의경 소설 《청춘 파산》을 보았는데, 거기 나온 사람을 여기서 또 만난 것 같은 느낌도 들어. 그렇다고 아주 어둡지는 않은 것 같아. 이건 그저 내 생각일 뿐이지만. 젊다고 뭐든 할 수 있는 건 아닐 거야. 살아있다는 게 어딘가 싶기도 해. 소설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난 앞으로도 지금과 다르지 않겠구나 생각하다니. 소설은 소설이고 나는 나지. 여기 나온 사람은 앞으로 나아질 조짐이 보이기도 해. 그래서야.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