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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를 발견했다 ㅣ 테이크아웃 19
최정화 지음, 이빈소연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12월
평점 :
흉가로 알려진 일터 동료 김일신 별장에서 ‘나’는 휴가를 보낸다. 모든 일이 그 집에서 일어난 건 아니지만, 그 집을 설계하고 지은 김일신 할아버지 김경규는 건축설계사였다. 언젠가는 자신이 설계한 집에서 사는 게 꿈이었다. 그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집을 다 짓고 그곳에 살게 되고 김경규는 아내한테 함부로 했다. 어느 날 김일신 할머니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죽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말이 있다. 그건 집 신발장에서 신발이 하나도 줄지 않았다는 거다. 난 김경규가 알츠하이머에라도 걸리고 이상해진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김일신 아버지 김우재는 법없이도 살 사람 같았는데, 20대 여성을 칼로 찔렀다. 김우재는 정신질환 때문에 그런 일을 했다는 식으로 말했다. 김일신 아내는 임신을 했는데 시어머니가 배 속 아이가 아들이 아니어서 스트레스를 주어 아이를 잃었다. 세 가지 일에 공통점은 없다. 그저 피해를 입은 게 여자라는 거다. 이게 여자를 싫어하고 미워해서 일어난 일이다 할 수 있을지. 그렇게 볼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세번째는 분명 그렇다. 앞에서 일어난 두 가지 일도 그럴지.
이 소설에 조금 잘못 쓰인 게 있다. 그건 잘못 쓰인 게 아니고 일부러 그렇게 쓴 걸까. 앞에서 ‘나’는 일신 씨 아버지 김경규 씨 방에 들어갔다(10쪽)고 하고 뒤에서 김경규는 김일신 할아버지(12쪽)가 된다. 처음에 별장은 김일신 처가가 주인(9쪽)이다 하고 뒤에서는 김일신이 주인(39쪽)이다 한다. 이건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그렇게 말한 걸까. 나도 잘 모르겠다. 앞뒤가 다른 말을 하다니. 이곳 습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은 어떨까. 정말 ‘나’는 부케이 비단벌레를 찾아서 다른 걸 못 보았을까. 아니 ‘나’가 찾은 건 부케이 비단벌레가 아니다. 그때는 왜 그걸 그렇게 봤을지. 무언가 정신에 크게 영향을 준 일이 있어서 그런 걸지도. 습지에서 성폭력 당하고 죽임 당한 것도 여자 학생이다.
언젠가 범죄 대상이 되는 건 여성일 때가 많다는 생각을 했다. 여성이 힘이 없어서 그런 일을 당하는 게 아닌가 했는데, 그것도 여성을 싫어하고 미워해서 그랬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죽임 당한 여학생을 안 좋게 말하기도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 텐데. 여자라고 늦은 밤에 친구를 만나지 마라는 법 없고 혼자 다니면 안 될 거 없다. 여자가 잘못해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다 말하는 건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이구나. 김일신은 할아버지가 설계한 집에서 살인사건이 세번 일어났다 여겼다. 자신도 그런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 집을 비워두었다. ‘나’가 그 별장에서 부케이 비단벌레를 찾았다고 김일신한테 전화한 날 김일신은 동료 여성한테 덤벼들었다고 한다. 그런 일 정말 있었을까. 김일신은 여자 동료를 좋게 말하고 같이 일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는데. ‘나’가 한 말이 다 진짜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믿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니.
습지에서 여자 학생 시체가 나왔을 때 ‘나’는 경찰서에서 조사 받고 자기 이름을 김일신이라 썼다. 아무리 부케이 비단벌레를 찾아서 마음일 들떴다고 자기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을 적을까. ‘나’와 김일신은 다른 사람일까. 같은 사람은 아니겠다. ‘나’가 일터로 돌아갔을 때 김일신이 자신을 안 좋게 말했다는 말을 들었으니. 김일신은 왜 그랬을까. ‘나’가 하는 말만 들으니 답답하구나. 김일신이 하는 말도 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실제 모든 사람 말을 들을 수 없을 거다. 저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게 다를 테니. 소설을 본다고 그걸 잘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소설을 보면 더 모르겠다. ‘나’는 무엇을 다시 찾아야 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