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히틀러가 분홍 토끼를 훔치던 날 ㅣ 이야기강 시리즈 9
주디스 커 지음, 김선희 옮김 / 북극곰 / 2023년 4월
평점 :
책 제목 《히틀러가 분홍 토끼를 훔치던 날》을 보고, 히틀러가 분홍 토끼를 훔치기도 했나 했다. 홀로코스트 이야기는 끊이지 않고 나온다. 시간이 흘러도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건지도. 많은 사람이 죽었으니 그 사람들 숫자 만큼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죽은 사람뿐 아니라 거기에서 살아남은 사람도 있다. 이 책 《히틀러가 분홍 토끼를 훔치던 날》을 쓴 주디스 커도 살아남았다. 주디스 커가 어렸을 때는 그 일을 잘 몰랐던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고 자신이 아홉살 때까지 산 독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았겠다. 이건 주디스 커가 어릴 때 겪은 일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다.
애나 아빠가 감기로 누워 있을 때 전화가 온다. 전화를 한 사람은 경찰로 아빠가 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애나 아빠는 저널리스트로 히틀러나 나치를 안 좋게 말하는 글을 썼다. 경찰은 그런 아빠가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다. 이튿날 아빠는 아픈 몸으로 스위스로 떠난다. 얼마 뒤 애나와 오빠 맥스 그리고 엄마도 함께 스위스로 간다. 경찰이 애나 식구 여권을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잠시 스위스로 가서 선거 결과를 보기로 했다. 선거에서 나치가 지기를 바랐는데, 나치가 이겼다. 히틀러가 말이다. 애나는 곧 베를린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여겼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위스 여관에서 지낼 때는 여관 집 아이와 애나와 오빠는 친하게 지냈는데, 어느 날 독일 아이가 거기에 묵었다. 독일 아이 엄마는 아이들한테 애나와 맥스하고는 놀지 마라 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기도 하겠지. 애나와 맥스가 안 좋게 지내지는 않았다.
스위스는 중립국이기는 했지만, 아빠가 일할 곳이 없고 스위스 정세가 좀 달라져서 애나네는 프랑스로 가야 했다. 애나는 처음에 난민이 되는 걸 기대했다. 그런 걸 기대하다니. 애나 아빠와 엄마가 애나와 맥스가 무서워하지 않게 말해서 그랬던 걸지도. 부모가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면 그런 걸 아이가 알아채지 않나. 애나와 맥스는 그런 느낌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갔을 때 말이 달라진 걸 이상하게 여겼다. 돈이 얼마 없는 것도 있기는 했는데. 프랑스에는 외할머니나 이모할머니도 있었다.
세계는 전쟁에 휩싸이려 할 때였는데, 애나와 맥스를 보면 그런 건 느껴지지 않았다. 독일이 아닌 스위스나 프랑스에 가설지도. 아빠가 빨리 판단하고 모두가 떠나기로 한 게 다행이구나. 애나와 맥스는 프랑스말을 공부했다. 맥스는 다닐 학교를 바로 찾았는데, 애나가 다닐 만한 학교는 나중에 찾았다. 애나와 맥스는 스위스에서도 학교에 다녔다. 맥스는 프랑스말을 열심히 공부했다. 애나도 학교에 다니고 공부를 했다. 처음에는 어렵지 않았는데, 갈수록 어려워졌다. 애나는 자신이 프랑스말을 익히지 못한다는 생각도 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애나는 독일말로 생각하지 않고 프랑스말로 생각하게 됐다. 그런 일 일어나면 참 신기할 것 같다. 애나는 글도 잘 썼다.
프랑스에서 아빠는 칼럼을 썼는데,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돈을 별로 받지 못하게 되고 글을 실어주는 곳도 없어졌다. 가난해진 거지. 엄마는 영국으로 가고 싶어했다. 거기에 가면 아빠가 할 일이 있을 거다고. 이때는 어디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을 거다. 프랑스를 떠나 영국에 간 거 잘한 것 같다. 프랑스에 독일군이 왔을 테니 말이다. 아빠는 시나리오를 쓰고 영국 영화 감독한테 보냈다. 바로 연락이 오지 않았지만, 시나리오를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애나와 맥스는 외할머니집에 갈 뻔했는데, 돈이 생겨서 네 식구가 함께 영국으로 가게 됐다. 애나는 식구가 다 함께 있으면 난민이 되는 것도 힘들지 않다고 여겼다.
애나 엄마는 프랑스에서 음식을 하고 바느질 때문에 무척 힘들어 했는데. 애나나 맥스가 지내는 거 보면 괜찮아 보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설까. 말이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 갔을 때는 힘들었으려나. 또 말이 통하지 않는 영국으로 갔구나. 애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와 헤어지지 않고 함께 있어서 괜찮았겠다.
희선
☆―
“난 그냥 우리가 함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디에 있든, 어떻게 있든지 정말 상관없어요. 형편이 어려운 것도 상관없어요. 그러니까 돈이 없는 것처럼요. 오늘 아침 저 멍청한 관리인 아줌마 같은 사람도 상관 안 해요. 우리 식구가 다 함께 있기만 하면요.” (3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