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가정부 조앤
로라 에이미 슐리츠 지음, 정회성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오래전에 여자는 학교에 다니기 힘들었다. 남자도 다 학교에 다닌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 사는 사람은 농사 지어야 해서 공부하기 어렵지 않았을까. 그래도 여자보다는 쉽게 공부할 수 있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일지라도 아들을 학교에 보냈더니 공부를 잘하자 희망을 가졌을 거다. 딸은 집에서 일하고 나이가 어느 정도 차면 부모가 결혼할 사람을 찾아줬겠지. 한국은 언제부터 여자도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그런 건 언제 처음 생각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언제든 공부해야 한다 생각하면서도 쉽게 시키지 못한 건 아닐까 싶다. 양반이거나 돈이 많아야 여자도 공부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결혼하면 집안 일을 해야 했겠다. 왜 여자는 그랬는지. 어쩐지 슬프구나. 조선시대에 양반이면서 자기 딸을 결혼시키지 않은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다니. 결혼하게 해서 더 힘들었던 사람도 많았을 거다. 그때는 다 그렇게 사니 그걸 따를 수밖에 없었겠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여전히 남녀차별이 있지만, 공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여자도 자신이 하기에 따라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자유로운 나라 하면 미국이 생각나지만 미국도 옛날에는 여자가 공부하기 어려웠다. 조앤은 1911년에 열네살로 아버지가 학교에 그만 다니라고 했다. 조앤 엄마는 조앤이 열살에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조앤이 공부를 하고 학교 선생이 되기를 바랐다. 지금도 엄마가 있었다면 조앤은 공부를 더할 수 있었겠다. 조앤은 아버지가 자기 말을 들어주기를 바랐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조앤이 집안 일을 하지 않자 아버지는 조앤 책을 모두 불태워버렸다. 세 오빠도 조앤을 도와주지 않았다. 조앤은 집을 떠나기로 한다. 열네살에 집을 떠나 자기 삶을 살려 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난 여전히 그러지 못하는데. 혼자 사는 건 괜찮지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건 힘들어서. 열네살 조앤보다 나이 많은 내 마음이 더 단단하지 못하다. 이런 말 창피하구나.

 

 집을 나가 조앤이 기차를 타고 간 곳은 볼티모어다. 조앤이 살던 곳과 볼티모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조앤은 기차에서 옆자리에 앉은 남자한테 안 좋은 일을 당할 뻔하고 공원에 있었다. 그곳에 솔로몬 로젠바흐가 나타나서 조앤한테 자기 집에 재워주고 집에서 일할 수 있는지 자기 어머니한테 묻겠다고 한다. 조앤은 다행하게도 좋은 사람을 만났다. 로젠바흐는 독일에서 미국으로 온 유대인 집안이지만. 조앤은 자기 나이를 열여덟이라 하고 이름을 재닛 러브레이스라고 한다. 로젠바흐 부인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은 듯하다. 로젠바흐 부인은 조앤이 열여덟살보다 어리다고 여겼다. 조앤은 로젠바흐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싶다 생각하고 일하게 된다. 조앤이 로젠바흐 집에서 오랫동안 일한 말카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 됐다. 말카는 나이가 많고 좀 까다로웠다. 조앤은 본래 집안 일을 해서 로젠바흐 집에서도 일을 잘했다. 로젠바흐 씨는 조앤한테 일이 끝난 밤에 서재에서 책을 읽어도 된다고 한다. 좋은 집주인이다. 조앤이 책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는 책을 읽게 하다니. 조앤은 로젠바흐 집안 사람과 잘 지내고 막내 미미와는 친구가 되었다. 미미가 조앤을 가정부보다 친구로 생각해서겠다.

 

 일은 그럭저럭 해도 조앤이 열네살이어서 열네살다운 모습도 보인다. 예쁜 옷이나 향수 양산 그런 것도 좋아해서 거기에 돈을 썼다. 종교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어떤 종교 하나가 좋은 건 아닌데, 조앤도 나중에 그걸 알게 된다. 조앤은 학교 선생보다 작가가 되는 게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는 조앤이 쓴 일기기도 하다. 미미는 책읽기를 싫어하는데 조앤이 쓴 일기는 재미있게 보았다. 일기를 이야기처럼 쓰려면 그런 일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일이 없다. 조앤한테 조금 어려운 일이 일어나지만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고 잘 해결된다. 조앤이 만난 로젠바흐 집안 사람이 좋아서겠구나. 옛날이어서 그럴 수 있었을까. 아니다 지금 세상에도 좋은 사람은 많다. 말카도 조앤 사정을 알고 조앤을 격려한다. 조앤은 바라던 학교에 다니게 된다.

 

 이 책을 보니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자신이 자기 삶을 이끌어 가야 좋은 일도 일어나겠지. 그러려면 바라는 것이나 하고 싶은 게 있어야겠다. 꿈을 가져야 그것을 이루려 애쓰겠다. 큰 꿈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희선

 

 

 

 

☆―

 

 “삶이 네게 좋은 걸 주려고 하면 냉큼 받아. 알아듣겠니? 좋은 학교에 가서 배울 수 있는 건 모두 배우도록 하고. 교육받은 여성, 배운 여성이 되는 거지. 넌 반드시 그렇게 될 거야.”  (5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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