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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범람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8월
평점 :
보고 싶다 하고 보는 책이 있는가 하면 그냥 한번 볼까 하고 보는 책이 있다. 보고 싶다 생각하고 보는 책도 보다보면 생각한 것과 다르기도 한데 그냥 한번 볼까 하는 책은 그럴 때가 더 많다(뜻밖에 재미있는 걸 만나기도 하지만 그런 일은 가끔이다). 그래선지 요새는 한번 볼까 하다가 그만둘 때가 많다. 어떤 책이든 즐겁게 봐야겠다 생각했는데 쉽지 않다. 이 책은 어렵다기보다 까다로운 느낌이 들었다. 집중도 잘 안 되고. 연작소설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다고 아주 아닌 것도 아니다. 탐정 하무라 아키라가 나오는 게 두편이니 말이다. 첫번째와 마지막이다. 하무라 아키라는 여자다.
처음에는 하무라가 일하는 탐정사무소가 있었지만 마지막에서는 시간이 조금 흐른 뒤로 하무라가 일하던 탐정사무소가 없어졌다. 하무라 아키라 이야기는 더 있을까. 여기 나오는 소설에 나오는 어둠은 가까운 사람한테 갖는 마음이기도 하다. 이건 처음에 드러나지 않고 뒤에서 드러난다. 할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이 동생 것이 더 낫다는 걸 안 오빠는 어떻게든 그것을 자기 걸로 만들려 한다. 형제라 해도 그럴 수 있겠지. 어떤 사람은 부모가 남긴 재산 때문에 사이가 나빠지기도 한다. 그저 물려받는 것인데도 누구는 괜찮고 자신은 별로라 생각하다니.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밀이 생각난다. 그럴 수도 있다 여겨야 할지도. 돈은 사람 마음을 흐리는 것이다. 그것에 지지 않아야 할 텐데.
소설 다섯편에서 조금 달라 보이는 건 네번째 이야기 <광취>다. 그렇기는 한데 마지막에 드러나는 일을 보면 아주 다르지 않기도 하다. 그걸 반전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여기 실린 소설에서는 뒤에서 다른 게 드러난다. <광취>는 조금 충격을 주었다. 예전에 다른 사람한테 일어난 사고를 알고는 그렇단 말이지 하고 자신의 어두운 마음을 드러내는 이야기도 있고, 나이 많은 사람 재산을 가로채려는 사람이 들키자 자신은 들키지 않게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건 반전과도 같았다. 그걸 먼저 말하다니. 다른 건 말하지 않았으니 자세한 건 알기 어렵겠지. 마지막 이야기에도 어떤 일이 드러나는데 그건 소설로 썼다. 마지막 이야기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 떠오르게도 했지만 조금 달랐다. 사람은 자신이 한 일을 어떻게든 남한테 말하고 싶어할까. 어설프게 쓴 소설에라도 그것을 쓰다니. 그것을 한 사람은 죽고 다른 사람은 그 일을 모를 테니 그냥 묻히겠다. 하무라와 그 이야기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책 이야기를 애매하게 했다. 나이 들고 병든 부모 때문에 힘든 사람도 나온다. 부모 자식 사이라 해도 오랫동안 간병을 하면 안 좋은 마음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한테 도움을 바라려 해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 오래 살게 된 게 아주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다른 사람한테 신세지지 않고 살다 죽는 게 가장 좋은 일인데. 여기 나온 일 실제로도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