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이들은 바깥에서 잘 놀지 않는다. 추운 겨울뿐 아니라 많은 것이 깨어나는 봄에도 더운 여름에도 멋진 가을에도. 아이는 놀기보다 다른 것을 할까. 지금 세상은 돈이 없으면 살기 힘들어서, 아이는 어릴 때부터 돈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를 일이다. 돈이 없어서 가장 힘든 때는 겨울이겠지. 이런 생각하니 슬프구나.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면 겨울이 그리 춥지 않아야겠지만, 지구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으니. 지금 이 글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어릴 때 나는 아이들과 함께 밖에서 뛰어놀았다. 그게 그렇게 길었던 것도 아닌데 지금도 생각한다. 친구랑 뭐 하고 놀았는지 다 생각나지 않지만. 학교에 갔다 오면 아이들과 놀았던 것 같다. 가끔 친구 둘이 나를 따돌렸지만. 이 말 전에도 했구나. 지금 아이들이 누군가 한 사람을 집단으로 괴롭히는 것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잠시 나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기분 별로였다. 아직도 그때 일을 잊지 않은 걸 보면 그 일이 나를 힘들게 했던가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이사한 곳은 시골로 논이 많고 집 가까운 곳에 작은 산(동산)이 있었다. 친구하고 작은 산에 가서 소꿉놀이를 했다. 놀이 기구는 없었다. 거기에 있는 돌을 주워서 놀았다. 이거 정확한 기억일까. 내가 말하려던 건 이게 아닌데. 작은 산을 넘어가면 다른 동네로 거기에는 비탈도 있었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거기에서 미끄럼을 탔다. 그거 타다 다른 사람과 부딪쳐서 무척 아팠지만 그것을 잊게할 만큼 미끄럼 타기는 재미있었다.
논에 물을 대는 곳을 뭐라 해야 할까. 저수지는 아니고 강도 아니고 개울이라 해야 할까. 겨울에는 무척 추워서 그 물이 얼었다(아주 옛날에는 한강도 얼었구나). 거기에서도 미끄럼을 탔다. 이건 얼음 지치기인가. 어딘가에서는 논에 물을 채우고 얼려서 스케이트나 썰매를 탔다는데. 내가 살던 곳에는 그런 곳 없고 스케이트 가진 친구도 없었다. 그런 거 가진 친구가 있었다면 부러웠을까. 나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스케이트는 한번도 못 타 봤다.
한번은 신문지로 연을 만들었다. 그걸 친구와 함께 했는지 나 혼자 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재미있었다. 연이 잘 날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적으니 겨울에 이런저런 놀이를 한 것도 아니구나. 많이 놀았던 것 같은데 생각이 안 난다니. 고무줄이나 땅따먹기, 술래잡기 같은 놀이도 했다. 이런 건 평소에 했다.
봄이 오면 친구하고 쑥이나 냉이를 캤다. 어릴 때는 그런 것도 놀이구나. 집에 가져갔을 때 엄마가 그걸로 국을 끓여줬는지 그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어릴 때 그런 일을 일기에 적었다면 좋았을 텐데 싶다. 지금은 별 일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누군가 만나는 것도 싫고, 그러면서 쓸쓸함을 느낀다니 이런 내가 우습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있는 친구가 가까운 곳에는 없다.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놀기 어렵지만 어릴 때 친구와 함께 놀아서 좋았다. 거기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고는 동네 친구는 하나도 사귀지 못했다. 그때 친구가 지금도 가까이에 살고 가끔 만난다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다. 사람 사이가 그런 거겠지. 어릴 때는 가까워도 나이를 먹고 자기 삶을 살면 멀어지는 거. 나도 그걸 받아들여야 할 텐데.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