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들
이승우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면서 알고 싶다 생각한 사람도 있고 모르면 어때 하는 사람도 있다. 알고 싶다 생각한 건 나와 먼 사람이고 알고 싶지 않다 여긴 사람은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다.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하다. 알고 싶지 않은 게 아니고 알지만 모르는 척하고 싶다. 요새 기분이 별로여서 이런 걸 쓰는 걸까. 별로 쓰고 싶지 않은 걸 썼다. 나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하고 걱정을 사서 하지만, 어떤 일은 일어날 걸 알고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된다. 그건 나만 그래서고 그걸 생각하면 무척 우울하다.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 때문에, 지금은 또 다른 누군가 때문에 떨어야 한다니. 슬프기 그지없다. 가끔 내가 지나친 건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일어난 일을 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일이 있으면 내가 할까 한다.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낫지. 자세한 건 쓰지 않았지만 나중에 이걸 왜 썼을까 할지도 모르겠다. 벌써 여러 번 그랬지만. 책 읽고 이런 걸 쓰다니. 이 책도 조금 힘들게 보았다.

 

 이승우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는 처음으로 이승우 소설을 만났다. 소설이 아닌 다른 글은 악스트에서 먼저 만났다. 이승우 글이 어떻다 뚜렷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나 말한다면 바로 알아듣기 어렵다는 거다. 이건 이승우 소설만 그런 건 아니구나. 한국 단편소설은 거의 그런 면이 좀 있다. 그렇다고 아주 모를 이야기는 아닐지도. 알려고 조금 애쓰면 자기 안의 생각을 끌어낼 수도 있겠지. 그게 작가가 말하려는 것과 다르다 해도. 어쩐지 여기에는 아버지 이야기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하나 더 생각나는 건 외국인 노동자, 그것도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에 온 사람 이야기다. <넘어가지 않습니다>에는 M국 국적이라 쓰여 있지만, <찰스>에서 찰스가 말레이시아에서 왔다고 해서 M국도 말레이시아가 아닐까 했다. <넘어가지 않습니다>는 어쩐지 실제 일어날 법한 일로 보인다. 그것뿐 아니라 여기 담긴 소설은 거의 다 실제 일어난 일과 상상을 섞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버지는 아들과 더 잘 지낼까. 아니 아들이 더 아버지를 생각할지도. 그건 어렸을 때가 아니고 자란 다음이다. <모르는 사람>에 나오는 아버지는 쉰살이 된 어느 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다. 열세해가 흐른 다음에야 아들은 아버지가 선교사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하고 싶어 한 일을 알았던 것 같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살아보려 했지만 쉰살이 되고 그것을 견디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아들 처지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일지도. <복숭아 향기>에서는 처음부터 아버지가 없었지만 어머니가 아버지 이야기를 아들한테 조금 했다. 하지만 그건 다 맞지 않았다. 어머니는 아버지 아버지 때문에 아버지를 만나고 결혼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어떤지 알고 받아들였다. 그 마음은 무엇일까. 그때 어머니가 아버지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아들은 세상에 오지 않았겠지. 어머니가 아버지 정신 때문에 힘들었겠지만 아들을 만나서 조금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다음 이야기 <윔블던, 김태호>는 아버지 이야기와 조금 다르지만. 아버지 이회장이 오래전에 저지른 일을 말한다. 아들은 그걸 믿지 않았다. 이회장이 1970년대 독재자 심복 김태호를 영국 윔블던에서 만나고 김태호 돈을 가져온 일은 정말일까. 그 돈으로 이회장은 사업을 하고 아주 잘됐다. 이회장은 자기 이야기를 듣고 글을 쓰려는 사람한테 김태호를 찾아달라고 말한다. 죽음이 찾아올 때 옛날에 저지른 잘못을 말한다고 하는데 이회장이 한 말은 그런 걸까. <강의>에서 아버지는 어느 날 집에 와서 이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겠다는 말을 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가 죽은 다음 아들은 아버지한테 빚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빚이라니. 어떤 사람은 빚은 빚으로 갚아야 한다 말한다. 그 사람은 혹시 감옥에 있는 걸까. 아들은 대체 어디에서 1304가 하는 말을 듣는 건지. 수렁에 빠진 아버지 이야기 같다. 지금은 아버지만 수렁에 빠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빚을 지는 사람은 자꾸 빚을 진다. 처음부터 없으면 없는대로 살고 쉽게 돈을 벌려 하지 않는 게 좋다. 난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돈은 쉽게 들어오면 쉽게 나간다. <강의>에 나온 아버지가 큰 걸 바란 건 아닌 것 같지만, 잘못 발을 들여놓은 곳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늪에 빠진 듯.

 

 친한 친구 사이라면 자신이 아는 걸 제대로 말하면 좋을 텐데 <신의 말을 듣다>에서 김승종은 고등학생 때 자신이 살던 자취방 난방이 안 된다는 말을 수철한테 제대로 하지 않고 그 방을 넘겼다. 자신은 떠나야 하고 수철은 그 방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는 말로 자기 자신을 속였다. 이건 예전 일이고 김승종과 상관있는 M시에 짓던 높은 건물이 무너졌다. 그 건물이 무너진 것과 승종이 수철한테 자취방 난방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이어진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일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속이는 것 말이다. 승종은 마지막에 수철한테 옛날 일을 말하고 미안한 마음도 나타냈다. 승종은 M시 시장이 퇴진하길 바라는 단식농성에 참여했다. 건물이 무너진 일은 시장이 저지른 비리 때문이었나 보다. <안정한 하루>는 피해자 식군데도 힘있는 사람한테 짓밟힌 사람 이야기로 보인다. 힘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잘못한 일도 힘으로 해결한다. 장필수 동생 장철수가 예전에 본 사진은 진짜였을까 가짜였을까. 제목은 ‘안정한 하루’지만 일부러 그렇게 지내려 한 것 같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